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온다연은 유강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품에 파고들었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무서워요. 할머님이 절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으로 보고 계셨어요.”유강후는 얼른 그녀를 안고 엘리베이터 벽으로 밀친 채 한참 키스하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제야 입술을 떼며 말했다.“앞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부 해. 설령 네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있으니까.”온다연은 처음으로 유씨 집안사람들에게 화를 내어봤던지라 속이 조금 후련하기도 하여 미소를 지었다.“만약 그 사람들이 아저씨랑 제가 이런 사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와 유강후의 사이는 원래부터 떳떳한 사이가 아니었다.그녀는 대용품이자 놀이 상대였기에 유강후가 그녀와의 사이를 밝힐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강후는 이런 그녀의 생각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쏙 들어간 그녀의 보조개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이때 또 한 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온다연은 얼른 그의 허리에 올린 손을 내렸다.“누가 와요.”유강후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도 손을 내리며 그녀의 턱을 잡고 뽀뽀했다.“뭘 두려워하는 거지?”‘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어차피 내 일에 유씨 가문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는데 말이야.'원래는 일단 먼저 한재민과 나은별 사이를 밝힐 생각이었지만 다소 마음이 급해진 그는 일찍 그녀와의 사이를 공개하고 싶었다.하지만 공개 후 온다연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항상 거침없이 과단성 있게 행동하던 그는 다소 망설이게 되었다.그는 그녀를 꼭꼭 숨겨두어 평생 지켜주고 싶었다.이때 발걸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며 온다연은 긴장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얼굴이 다소 발그레해졌다.“여기서는 안 돼요. 사람이 있잖아요.”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줄 사람이 아니었다
방금 그 아이는 비록 장난꾸러기처럼 보였지만 얼굴도 동그랗고 눈도 동그랬을 뿐 아니라 피부도 뽀얘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아주 사람들의 귀염을 받는 아이가 되었을 것이다.유강후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다.그는 아이를 싫어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온다연과 자신의 아이이고, 또는 온다연을 더 많이 닮은 아이라고 상상해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미묘하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다만 유감스럽게도 온다연의 지금 상태론 몇 년간 아이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부터 중요했던지라 의사의 당부를 그는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이때 온다연은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에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얼른 돌아가요. 속이 좀 안 좋네요.”차에 올라탔을 때 오늘따라 유난히 가죽 냄새가 심하게 나면서 더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그렇게 울렁거림을 참으며 호텔까지 왔다.들어오자마자 그녀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들어 갔다.한의사가 처방해 준 위에 좋은 한약을 먹은 뒤로 그녀의 위장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이렇듯 속이 안 좋은 날은 이젠 손에 꼽을 정도였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 들어가 토하는 횟수도 거의 없었다.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안색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약 제때 먹은 거 맞아?”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후에는 깜빡했어요.”유강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얼른 그녀를 안아 올려 소파에 내려놓은 뒤 약을 그릇에 담아왔다. 그리곤 그녀가 먹는 걸 지켜보았다.하지만 먹자마자 온다연은 다시 울렁거리는 속에 화장실로 달려갔다.이번엔 조금 전보다 더 심하게 토했다. 마치 위에 있는 걸 전부 비워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모든 걸 게워내고 나니 온다연은 몸에 힘이 빠졌다.기운 없이 축 유강후의 품에 기댔다. 울렁거림은 여전했고 이마와 손엔 어느새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유강후는 가슴이 아파 휴지로 그녀의 땀을 조심히 닦아준 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몰래 약을 버린 건 아니지
유강후의 어투는 유난히 차가워 주위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만들었다.그의 모습은 화가 난 모습이었다.온다연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조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일까?그녀는 손에 든 귤차를 보았다. 순간 맛이 없게 느껴졌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장화연을 보았다.장화연은 그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유강후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앞으로 내 눈앞에 이딴 음식을 내놓지 마. 얼른 가져가!”장화연은 담담하게 온다연이 들고 있던 귤차마저 가져갔다.“다른 거로 만들어 드릴게요.”온다연은 여전히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유강후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극히 드문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귤차를 보곤 화를 냈다. 이 귤차에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말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작게 말했다.“괜찮아요. 다른 거 만들지 않으셔도 돼요.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네요. 저 먼저 쉬러 갈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장화연은 귤차를 든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커다란 거실엔 유강후 혼자 남았다.그는 가슴 언저리가 아팠다.평생 지우려고 애썼던 기억이 귤차를 보자마자 다시 떠올랐다.그와 유연서는 쌍둥이였다. 어릴 때 유연서가 아프면 그도 따라서 아프곤 했다.그는 사실 단 것을 싫어했지만 유연서가 좋아했기에 그도 매번 그 귤차를 먹었다.그랬기에 매번 장화연이 귤차를 들고 등장하면 그에겐 벌처럼 느껴졌다.그러나 유연서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 그는 가끔 그 귤차를 그리워하게 되었다.다만 장화연이 그 뒤로 만든 적이 없었던지라 그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때 그 맛을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이 아파 잠도 쉽게 이루지 못했다.그는 가끔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와 그의 어머니가 경원을 떠나지 않았다면, 혹은 유연서도 함께 데리고 떠났다면 유연서가 그때 죽지 않았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매미가 울어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다.소녀의 수줍은 눈빛과 땀에 젖은 옆머리가 그날 오후와 겹쳐졌다.그 모습이 지난 3년 동안 매일 밤 꿈속으로 들어와 밤마다 유강후를 뒤흔들었다.유강후는 방금 온다연의 손길이 닿은 곳이 화끈거려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유강후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며 여전히 차갑고 고상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온다연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사면받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떠났다. 물론 온다연은 차에 탄 유강후의 맹수 같은 약탈적인 눈빛을 보지 못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 저택에 들어선 후에야 유씨 가문 식구들뿐만 아니라 유강후의 옛 친구들도 모두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도련님들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온다연은 전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여러 번 목격했었기 때문에 그들을 피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하지만 안주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심미진은 온다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나 시간 없으니까 네가 이 술을 네 작은 삼촌에게 갖다줘.”온다연은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화려했고 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온다연은 가시 장미에 섞인 새하얀 장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온다연의 검은 머리와 붉은 입술, 매력적인 골격,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하늘색 치마 밑의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잠시 동안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유씨 가문의 양딸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그새 잘 자랐네요.”유강후 역시 온다연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몇 년 동안 유씨 집안에서 먹여준 건 맞지만 양딸이라고 할 순
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나운 짐승에게 겨냥당한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온다연은 문에 한껏 기대어 최대한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바로 앞에 있고 공간이 좁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유강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맑은 솔방울 같은 냄새에 은은한 술 냄새가 섞여 온다연의 피부에 다가왔다. 그러자 온다연은 갑자기 3년 전의 점심에도 이렇게 더웠는데 술에 취한 유강후가 방에 쳐들어와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온다연은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유강후와의 거리를 벌렸다.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유강후의 옆을 지나가려 할 때 온다연의 팔은 유강후의 손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닿은 곳은 살짝 화끈거리며 유강후의 기운이 남았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 저택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낮아서 유강후는 그녀를 혼내고 싶었다.게다가 이 3년 동안 거짓말하는 것도 배웠다니.하지만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는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내 번호 차단했어?”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번호 바꿨어요. 예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모든 번호가 사라졌거든요.”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 중 이모 심미진의 번호만 저장했다.“휴대폰 줘 봐.”온다연은 순순히 휴대폰을 건넸다.살짝 낡은 휴대폰이었는데 스크린은 손상된 정도가 심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온다연의 카카오톡 QR코드를 스캔해 추가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까는...”“알아요.”온다연은 유강후의 말을 잘랐다.“그분들 다 삼촌 친구들이잖아요. 농담한 거 알아요. 괜찮아요.”온다연은 유씨 가문에 오래 머물지 않기
온다연은 온 힘을 다해 유민준을 밀어냈다.“오빠, 정신 차려요.”유민준은 표정이 변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온다연, 순진한 척하지 마. 너랑 네 그 빌붙으려는 이모가 뭐가 달라?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거절해? 그럼 설마 더 대단한 걸 바라는 거야?”온다연은 표정이 바뀌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씨 가문이 넘볼 수 없는 대단한 집안이란 거 알아요. 당신들한테 빌붙을 생각도 없었어요.”온다연의 표정이 바뀌자 유민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금 전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나 그런 뜻 아니야. 나랑 만나면 명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다 줄 수 있어. 예전에 내가 지나쳤던 거 맞아. 내가 하령이 시켜서 널 괴롭혔던 것도 인정할게. 그런데 다 지난 일이잖아. 앞으로 내가 배로 잘해줄게. 다연아, 너 나 좋아하지...”유민준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끼어들었다.“오빠 틀렸어요. 나 오빠한테 관심 없어요.”온다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난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 없어요. 조금도 없다고요.”유강후는 그 말을 듣고 창문에 올려놨던 손을 멈칫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유민준은 그 말에 화가 났다.“나한테 관심 없다고? 그놈 때문이야?”유민준은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내 온다연의 얼굴에 던지며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 이놈 좋아하지?”사진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불빛이 어두웠지만 온다연은 사진 속 남자가 그녀의 동기 진태윤이라는 것을 보아냈다. 요즘 인턴십 때문에 온다연은 진태윤과 가까워졌는데 유민준이 그들의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을 보고 온다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유씨 가문이 대단한 건 아는데요. 제 학교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요. 태윤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 태윤이 안 좋아해요.”유민준은 손을 뻗어 온다연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
그 남자는 바로 유강후였다.유강후는 고급 소재의 흰 셔츠에 긴 다리를 감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은 채 길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하얀색 명품 정장을 입었는데 몸매의 볼륨감이 잘 드러났다. 맑고 귀여운 외모에 눈웃음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여자는 유강후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얼굴에서 떼어냈다.하지만 이때 유강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멀리서부터 안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고 순간 머리가 질끈거리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유강후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온다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상현 씨, 미안해요. 저 볼일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강상현이 말도 하기 전에 온다연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본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강후와 그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온다연은 몸을 곧추세우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할 수 없이 외쳤다.“삼촌!”유강후은 시선을 온다연이 입고 있는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원피스로 옮겼다가 아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쳐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친구랑 여기서 켜피 마신 거야?”“강후 씨, 누구야? 왜 강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형수님의 조카야.”여자는 놀란 듯 온다연을 훑으며 말했다.“강후 씨가 말했던 그 조카군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어요?”여자는 손을 내밀어 온다연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반가워요. 저는 강후 씨 친구 나은별이에요.”사실 나은별이 자기 소개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전에 유씨 가문에서 나은별을 여러 번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