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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유강후의 어투는 유난히 차가워 주위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만들었다.

그의 모습은 화가 난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일까?

그녀는 손에 든 귤차를 보았다. 순간 맛이 없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장화연을 보았다.

장화연은 그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유강후는 계속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내 눈앞에 이딴 음식을 내놓지 마. 얼른 가져가!”

장화연은 담담하게 온다연이 들고 있던 귤차마저 가져갔다.

“다른 거로 만들어 드릴게요.”

온다연은 여전히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유강후는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극히 드문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귤차를 보곤 화를 냈다. 이 귤차에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말하지 않아도 온다연은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작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거 만들지 않으셔도 돼요.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네요. 저 먼저 쉬러 갈게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장화연은 귤차를 든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거실엔 유강후 혼자 남았다.

그는 가슴 언저리가 아팠다.

평생 지우려고 애썼던 기억이 귤차를 보자마자 다시 떠올랐다.

그와 유연서는 쌍둥이였다. 어릴 때 유연서가 아프면 그도 따라서 아프곤 했다.

그는 사실 단 것을 싫어했지만 유연서가 좋아했기에 그도 매번 그 귤차를 먹었다.

그랬기에 매번 장화연이 귤차를 들고 등장하면 그에겐 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유연서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 그는 가끔 그 귤차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다만 장화연이 그 뒤로 만든 적이 없었던지라 그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때 그 맛을 떠올리기만 하면 가슴이 아파 잠도 쉽게 이루지 못했다.

그는 가끔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와 그의 어머니가 경원을 떠나지 않았다면, 혹은 유연서도 함께 데리고 떠났다면 유연서가 그때 죽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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