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는 이미 따뜻한 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들이 둥둥 떠다니며 은은한 장미 향이 공기 중에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평온하고 고요한 한순간처럼 느껴졌다.온다연은 아직도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옷을 벗고 나서야 무릎이 까져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피가 옷감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것을 떼어낼 때 피부까지 벗겨져 나갔다.하지만 온다연은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 물에 몸을 담그며 잠시 얼굴을 찡그렸을 뿐이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다른 부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새로운 상처는 무릎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욕조 가장자리에 앉힌 뒤 부드러운 수건과 특제 오일로 천천히 온다연을 씻기기 시작했다.온다연의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은 유난히 검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온다연의 하얀 목과 볼에 찰싹 달라붙으니 그 이목구비가 더욱 섬세해 보였고 눈빛도 한층 더 순수해 보였다.온다연이 그렇게 유강후를 바라보자, 유강후의 몸은 점점 긴장으로 굳어갔다. 샤워를 끝내기도 전에 욕실 안의 공기는 이미 묘하게 변해버렸다.애매한 숨소리가 이어졌고 한참 후에야 유강후는 온다연을 욕실에서 안고 나왔다.식탁 위에는 온다연이 좋아하는 요리들이 여러 가지 놓여 있었고 여전히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온다연은 여전히 구월이를 걱정하며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몇 입만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온다연 앞에 있는 계피향이 나는 달콤한 국물을 밀어주며 말했다.“이거라도 조금 먹어.”온다연은 온몸이 아파서 거의 부서질 것 같았고 기운도 없었다. 겨우 두 입을 먹고는 다시 멈췄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지친 모습을 보고 방금 일이 너무 지나쳤음을 깨달았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물었다.“많이 아파?”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은색 작은 숟가락을 툭툭 건드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엔 그렇게 오래
오후가 되어 하늘이 어둑해지기 전에 결국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경원시로 돌아왔다.다음 날 점심, 온다연이 막 일어났을 때 누군가 드레스를 가져왔다.H 브랜드의 하이엔드 맞춤형 드레스였고 최신 런웨이 작품인 작은 원피스 드레스였다. 디자인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우아했다.스커트 길이는 무릎까지였고 허리 부분에는 작고 촘촘한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같은 색상의 캐시미어 숄도 함께 왔는데 그 위엔 독특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달려 있어 값비싼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온다연은 이런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온다연의 마음은 오로지 구월이에게만 쏠려 있었고 오전 내내 구월이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오후가 되어서야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도착했다.이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는 경원시 상류층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었으며 원래는 톱스타들만을 담당하던 사람들이었다.전설적인 본가의 셋째 도련님이 직접 그들을 지정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경원시에서 본가와 인연을 맺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아무리 많은 톱스타와 일해도 권력과 부를 가진 태자와 조금이라도 연이 닿는 것이 더 큰 가치를 지니는 일이었다.그렇게 태자에게 선택받은 후, 일이 성사되면 그들의 몸값은 폭등할 것이 분명했다.오후 일찍 두 사람은 함께 유강후의 전통 한옥 입구로 향했다.경원시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이 전통 한옥은 비록 다른 이들의 대저택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이런 집은 절대적인 권력과 재력을 상징하는 것이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나와 그들을 안으로 이끌었다.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조용히 전통 중국식 정원을 지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원래는 유강후의 약혼녀 ‘나은별’을 담당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들어온 사람은 십칠팔세로 보이는 소녀였다.소녀는 매우 간결한 흰색 스웨터와 같은 색의 긴 바지를 입고 있어 전체적으로 얇고 연약해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는 순간 멍하니 서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동료에게 팔을 잡혀 앞으로 이끌려갔다.“보지 마, 빨리 가자.”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흘러 그들은 다시 드레스룸으로 돌아왔다.그런데 그들이 발견한 것은 방금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메이크업이 이제는 더 이상 그대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온다연의 입술이 살짝 터져 약간 부어올랐기 때문에 계획했던 입술 메이크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온다연은 원래부터 매우 청초하고 정교한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과도한 화장이 필요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크업이 끝났고 이제는 헤어스타일을 손보는 차례였다.온다연은 조용히 협조하며 순순히 그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옆에 있는 유강후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너무 강렬해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마지막으로 그들은 온다연의 머리를 간단한 공주 머리로 묶기로 결정했다.머리에 장식물을 올릴 때 집사가 커다란 상자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상자가 열리는 순간 대형 행사를 숱하게 보아왔던 이 스타일리스트들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상자 안에는 머리핀, 팔찌, 브로치 등 다양한 장신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수는 백 개가 넘을 정도였다.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유명 브랜드의 맞춤형 보석들이었으며 일부는 심지어 앤티크 급의 것들이었다.아무리 작은 장신구 하나라도 그들의 연봉에 맞먹을 정도였다.하지만 스타일리스트들의 눈길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집사는 온다연에게 물었다.“온다연 씨, 어떤 걸 착용하시겠습니까?”온다연은 장신구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옷과 같은 색의 머리핀을 집어 건넸다.“이걸로 하죠.”그러나 유강후는 앞으로 나와 온다연이 고른 머리핀을 가져가더니 대신 연한 하늘색 머리핀을 골라 온다연의 귀 근처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더 낫겠군.”그 후, 유강후는 집사에게 말했다.“그 세트를 꺼내와요.”온다연은 그가 또 어떤 화려한 보석을 꺼내려는지 알 수
온다연은 태어나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차려입은 적이 처음이라 속으로는 조금 불안했다.곧 가게 될 곳이 큰 행사임을 알았지만, 그런 자리에 가본 적이 없어 더 긴장되었다.온다연은 작고 하얀 손을 꼼지락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불안을 눈치챈 듯 집사가 건넨 캐시미어 숄을 받아 온다연에게 곱게 둘러주고 다시 한번 머리를 정돈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장화연만 잘 따라가면 돼. 아무도 너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넌 그냥 보기만 하면 돼.”온다연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며 고개를 들어 맑고 까만 눈동자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온다연이 이렇게 집중해서 사람을 바라볼 때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차려입은 모습은 유강후조차 자신을 제어하기 힘들게 만들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잠시 응시하다가 침을 삼키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가서는 이렇게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 알겠지?”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조용히 유강후를 바라보기만 했다.유강후는 다시 말했다.“만약 누가 널 알아보거나 너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면 곧바로 옆으로 피해.”온다연이 대답할 틈도 없이 유강후는 갑자기 온다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온다연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다른 남자와 말을 섞는다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을 줄 알아.”유강후의 뜨거운 숨결이 온다연의 여린 귓불을 스치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재빨리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저... 안 가면 안 될까요?”유강후는 앞으로 나와 온다연의 손을 잡아 이끌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꼭 가야 해.”온다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잠깐만요.”온다연은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 장신구 상자를 집어 들고 유강후 앞에 다가가 진지하게 말했다.“이거, 다 제 건가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네 거지. 너를 위해 산 거니까.”온다연은 여전히
품에 안긴 몸이 살짝 굳은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온다연은 창백한 안색으로 밖을 바라봤다. 손도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머리에 짧게 입을 맞췄다.“무서워할 필요 없어. 장 집사랑 같이 사람 적은 곳에서 구경할 준비나 해.”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만 물끄러미 바라봤다.별장의 계단에서 고유정과 장하그룹의 후계자 봉현수가 내려왔다. 맞춤 제작된 드레스를 입은 고유정은 밝지만 과장되지 않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봉현수도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내며 등장했다.유하령도 고유정과 함께 등장했다. 계단 끝에서 고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염지훈이 있었다.염지훈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 여유로운 분위기의 그는 오늘따라 예리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유강후는 표정이 빠르게 식었다. 목소리 역시 차갑게 가라앉은 채로 입을 열었다.“이따가 염지훈이랑 말 한마디도 섞지 마.”유강후는 또 장화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애 잘 보고 있어. 우리가 들어간 다음에 다시 내리고.”장화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도련님.”말을 마친 유강후는 문을 열고 나갔다. 봉현수와 염지호는 이미 다가와 있었다.유강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염지훈을 바라보며 염지호에게 말했다.“당신이 데려왔어요?”염지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왜 또 예민하게 굴어. 우리 지훈이가 뭘 어쨌다고. 사람 찾아서 고양이를 구해준 게 전부잖아. 그리고 오늘은 댁 여동생이 사정사정해서 나온 거야.”염지호는 또 유강후가 타고 온 차를 힐끗 보며 물었다.“설마 데리고 온 거야?”“염지훈 잘 단속해요. 애랑 말 한마디라도 하면 손가락을 끊어버릴 테니까요.”“만약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건다면?”“흥. 그럴 리 없어요. 내 사람은 내가 잘 알아요.”말을 마친 그는 봉현수에게 물었다.“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요?”봉현수는 살짝 인상을 쓰며 고유정을 바라봤다.“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어요. 대신
유하령은 또 주변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은별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둘이 영원에서 같이 있었다면서요.”유강후는 자신의 팔을 빼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남 일에 신경 끄고 빨리 돌아가기나 해.”유하령은 염지훈을 힐끗대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저도 이런 데 와서 공부하고 싶다고요.”“난 이미 경고했어. 후회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걸어갔다.유하령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쫓아가서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따라갔다가 혼나기만 할 것 같았다.그녀는 유강후가 무서웠다.몇 개월 전 유강후가 온다연을 데려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어색해졌다. 분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다.유강후를 건드릴 수 없었던 그녀는 온다연만 탓했다. 지금도 속으로 온다연을 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화연과 함께 들어온 그녀를 보게 되었다.유하령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온다연이 이런 곳에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나 이번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유강후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날 이후로 온다연이 유강후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그녀는 온다연을 죽어라 노려보며 다가갔다. 하지만 가까이 가기도 전에 장화연이 입을 열었다.“아가씨, 뺨 한 번 맞은 거로 모자랐나요?”유하령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녀는 온다연이 입은 한정판 드레스를 쓰레기라도 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야, 넌 드레스만 입으면 공주가 되는 줄 알지? 꿈도 꾸지 마. 넌 남이야. 우리 작은아빠는 나랑 가족이라고. 질리면 버림받을 주제에 나대지 마.”온다연은 장화연의 옷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어디 가서 앉아요.”그녀는 손을 뻗으면서 다이아몬드 팔찌를 드러냈다. 그걸 발견한 유하령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달의 마음. 유하령은 그 팔찌를 한눈에 알아봤다. 익명의 재벌이 160억으로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꽤 놀라웠기 때문이다.그런 팔찌가 온다연의 손목에 걸린 것을 보고 그녀는 미칠
염지훈은 유하령의 손을 움켜잡은 채 온다연을 바라봤다. 놀라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는 눈빛으로 말이다.온다연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서 염지훈을 바라봤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숙이며 무서운 듯 장화연의 뒤로 숨었다.그녀의 모습을 보고 염지훈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다. 반대로 유하령은 그런 디테일을 발견할 새도 없이 외쳤다.“아파요!”염지훈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시선도 온다연에게서 돌렸지만 유하령에게 향하지는 않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장소에서는 눈치 챙기죠.”유하령은 빨개진 얼굴로 온다연을 노려봤다. 그러고는 몸을 홱 돌려서 염지훈을 따라갔다.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때 장화연이 그녀를 잡아당겼다.“저쪽으로 가요.”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히 말했다.“아까 일은 아저씨한테 비밀로 해줄 수 있어요?”장화연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온다연은 장화연의 팔을 잡았다.“집사님 옷 너무 예뻐요. 머리 스타일도요. 오늘따라 유독 우아하신 것 같아요.”장화연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를 데리고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갔다.봉씨 가문의 약혼식은 아주 성대했다. 경원의 모든 유명인이 가장 화려한 착장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온다연은 추호의 관심도 없었다.오늘은 봉현수와 고유정이 약혼하는 자리 같았다. 하지만 유강후가 그녀를 데리고 온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유강후는 항상 이렇듯 알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약간 기대되는 마음도 있었다.잠시 앉아 있던 온다연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장화연도 당연히 따라가려고 했지만, 온다연이 싫은 듯 애원했다.“제 친구를 발견했어요. 몇 마디만 하고 돌아올 테니까 5분만 주면 안 돼요? 금방 돌아올게요.”장화연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딱 5분이에요. 5분 후에도 돌아오지 않으시면 모시러 갈게요.”“알았어요. 사랑해요, 집사님!”말을
염지훈은 눈썹을 튕겼다.“한 마디도 지지 않네. 내가 누구 때문에 쓰러졌는데? 온다연, 너 나한테 빚진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나한테 빚진 건 어떻게 갚을 건데?”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러섰다.“얼마면 되는데요? 미리 말하는 데 저 돈 없어요. 많이 요구해도 주지 못할 거예요.”염지훈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역시나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는 대뜸 다가가 두 손 다 벽을 짚었다. 그는 온다연을 품에 가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몸으로 갚는 건 어때?”온다연은 당연히 그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를 확 밀어내며 비꼬는 뜻으로 말했다.“좋아요. 대신 하령 언니랑 헤어져요. 나랑 진지하게 만나겠다고 하면 몸으로 갚을게요.”염지훈은 턱을 만지작대며 온다연을 바라봤다.“괜찮은 아이디어네.”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내 힐끗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구월이는 많이 좋아졌어요. 그날 도와줘서 고마워요.”“복이 참 많은 녀석이야. 내 친구 국내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거든. 그날 마침 마주치지만 않았어도 구할 방법이 없었어.”“아무튼 고마워요. 기회 되면 밥 살게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가봐야 해요.”“유강후 씨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리 형도 둘 사이를 의심하고 있어. 솔직히 말해 봐. 둘이 정확히 어떤 사이야?”온다연은 몸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말투는 최대한 가볍게 말했다.“지훈 씨 형님분도 요구가 많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도 의심해야 하나요?”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잃었다. 온다연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밖에 나갔다.화장실에 다녀와서 코너를 돌 때 급하게 두리번거리는 유강후가 보였다. 그녀를 발견한 유강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염지훈의 향수 냄새는 멀리서부터 맡아졌다.무거운 분위기에 온다연은 몸이 흠칫 떨렸다. 그녀가 무슨 영문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유강후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그는 아주 불쾌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