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안 돼요!”그러나 유강후는 그녀를 벌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일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그녀는 염지훈과 밀회를 가졌다. 시간이 얼마 안 된다고 해도 그의 인내심을 건드린 문제였다.온지유는 그의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지 그의 것이어야 했다.짧은 시간 동안 염지훈이 했을 만한 짓을 떠올리며 그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자기 말을 따르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지 답답했다.통제를 잃은 느낌은 아주 불쾌했다. 그는 거칠게 호흡하며 손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온다연의 반항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옷을 벗겼다.온다연은 겁에 질려 애원했다. 그 와중에 그는 벨트를 풀어 내렸다. 이런 순간에만 그녀를 소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밖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다. 방음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밖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혹시라도 누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온다연은 아주 긴장했다. 그녀는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안 돼요. 아저씨, 여기서는 안 돼요! 제발요!”그녀는 손을 허우적대며 반항했다. 그것마저도 곧 유강후에게 잡혔지만 말이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밖에서 전해지는 소리는 자꾸만 그녀를 자극했다. 동시에 이성을 잃은 유강후를 자극하기도 했다. 물론 유강후에게는 소유욕에 대한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통증과 수치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식은땀은 금세 머리카락을 적셔 가기 시작했다.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때문에 온다연은 보여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모습이 전 세계에 라이브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와 절망이 그녀를 감쌌다. 뒤에서 몰아붙이는 남자가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왜 갑자기 미친 듯이 갈취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본인도 수치스럽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다.그녀는 입술을
“손가락! 새끼손가락이 깔렸어요! 아파요!”...손가락이라는 말에 유강후는 우뚝 멈췄다. 그 세 글자에 이성이 돌아왔던 것이다.그는 뒤로 물러서서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온다연의 옷도 정리해 줬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서 소파에 내려놓았다.핸드폰을 꺼낸 그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다연이 입을 수 있는 드레스 한 벌 가져다줘.”전화를 끊은 그는 그녀를 안아서 무릎에 앉혔다. 눈빛에 서린 냉기는 훨씬 가셨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아까 염지훈이랑 만나지 않았어?”온다연은 사타구니가 너무 아팠다. 그래도 일단은 통증을 참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몰라요. 저는 그냥 혜린이가 보여서 갔던 것뿐이에요. 근데 혜린이는 찾지 못했어요.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요.”유강후의 표정은 이제야 약간 풀렸다. 온다연도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한이준이 임혜린을 데려온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부드럽게 물었다.“많이 아팠어?”“네...”온다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유강후는 치마를 들추며 직접 확인하려고 했다.그가 계속하려는 거로 오해한 온다연은 치맛자락을 꽉 잡으며 말했다.“안 돼요, 아프다고요! 여기서는 안 돼요!”목소리는 또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미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온다연의 손목에는 빨간 자국이 남았다. 그의 무절제한 행동에 다른 곳도 분명히 다쳤을 것이다. 허리를 살펴보니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보였다. 벌써 멍든 곳도 있었다.그는 후회하는 모습으로 그녀에게 입술을 맞췄다.“다연아, 아까는...”유강후는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여본 적 없다. 그래서일까,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는 잘못된 판단을 할 때가 많았다.지금도 사과의 말이 목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크게 잘못한 것 같지도 않았다. 연인 사이에 애정 행각을 한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분위기는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장화연이 옷을 전해주러 온 덕분에 침묵에 잠겨 있지 않을
상대는 온다연을 발견하자마자 황급히 몸을 피했다.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기도 했다.테라스의 조명은 어두운 편이었다. 그런데도 상대의 얼굴은 잘 보였다.상대는 20대 여자였다. 한겨울에 원피스 한 장만 입은 그녀는 꽤 추워 보였다. 밀폐식 테라스는 창문을 열어놓았다. 여자는 얼마 가지 못하고 창문에 닿아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온다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그녀의 얼굴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핏자국이 있었다.시선을 아래로 떨구자 손목과 발목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온다연은 무언가 눈치챈 듯 장화연과 눈을 마주쳤다.여자는 몸을 흠칫 떨더니 무릎을 꿇었다.“부탁해요. 저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저 오늘 죽을지도 몰라요. 살려주세요.”온다연은 장화연이 들고 있던 외투를 받아서 여자에게 걸쳐줬다.“여기서 말하지 말고 휴게실에 가요.”그녀는 여자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휴게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며 여자에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예요?”환한 방 안에서 여자의 예쁜 얼굴이 더 잘 드러났다. 감탄이 나올 정도의 미모였다.그러나 예쁘고 정교한 얼굴에는 공포만 서려 있었다. 여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이 집 도우미예요. 근데 오해를 받아서 며칠이나 가둬져 있었어요. 오늘은 저를 감시하는 사람이 술 마시러 나가서 몰래 줄을 끊고 도망 나온 거예요.”그녀는 울면서 말을 이었다.“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안 그러면 저 이대로 맞아 죽을 거예요. 저는 억울해요. 저는 도둑질을 하지도 않았고, 도련님한테 다른 마음을 품지도 않았어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저 진짜 죽기 싫어요.”여자의 몸은 아주 얇았다. 몸에 핏자국까지 있어서 아주 안쓰러워 보였다.그녀에게서 온다연은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집사님, 차에서 옷 한 벌 가져다줄 수 있어요? 아저씨한테 말하지는 말고요.”장화연은 말없이 몸을 돌려서 나갔다.온다연은 여자를 부축해서
손님와 봉씨 집안의 도우미는 전부 로비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소리 소문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장화연은 온다연의 말대로 운전해서 별장과 거리를 벌렸다. 여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온다연은 현금을 건네주면서 말했다.“그쪽이 보통 도우미가 아닌 건 알겠어요. 봉씨 가문 도련님이랑 보통 사이가 아니죠? 그쪽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걸 봐서 도련님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안 돼요. 그다지 마음도 없어 보니까 빨리 떠나요. 다시는 붙잡히지 않게 경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요.”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고마워요. 아가씨 말씀이 맞아요. 저는 도련님과 만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도련님도 결혼하실 텐데, 저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고마워요. 기회가 된다면 꼭 보답할게요. 아가씨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이름 물어볼 필요 없어요. 저는 저 자신을 도와줬을 뿐이니까요. 얼른 떠나요.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의 머리핀까지 빼서 전해줬다.“이거면 돈 좀 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요.”말을 마친 온다연은 미련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앞으로 달려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녀는 어쩐지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여자는 지금 당장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운 좋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만났다.온다연은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집사님, 만약 제가 떠나려고 한다면 도와주실 거예요?”장화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요.”“...아니에요. 집사님은 도와주실 거예요. 착한 분이시니까요.”“...”장화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을 계속했다.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는 차가운 얼굴로 온다연의 손목을 잡았다.“어디 갔었어?”장화연이 따라서 들어오는 걸 보고 나서야 그의 눈빛은 약간 부드러워졌다.“가만히 앉아 있어. 자꾸 돌아다니지 말고.”온다연은 아까 앉아 있던 자리에 가서 임혜린에게 메시지를 보냈
온다연은 유강후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큰 눈은 약간 찌푸린 채 로비를 바라보고 있었다.로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대고 했었다. 특히 고씨 집안사람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것이다.그들은 분명히 고유정과 봉현수의 약혼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찬영이 누구란 말인가?설명을 듣고자 로비를 한참 돌아다녔지만 봉씨 집안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저택 도우미만 있었다.이때 사회자가 또다시 말했다.“다음으로 고유정 씨와 이찬영 씨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로비의 스크린에는 고유정과 낯선 남자의 사진이 떴다. 남자는 키가 크지 않았다. 얼굴도 못생겨서 차마 봐줄 수 없을 정도였다.의논 소리는 더욱 커졌다. 고승철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대뜸 사회자의 멱살을 잡았다.“봉씨 집안사람 어디 있어? 왜 한 명도 안 보이는 건데? 봉현수는 또 어디 있어? 오늘은 현수랑 내 딸의 약혼식이야. 이제 와서 다른 남자로 바꾸는 건 무슨 뜻인데? 무슨 뜻이냐고?!”이때 장하그룹의 회장 봉태식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승철을 바라봤다.“저희는 한 번도 고유정 양을 며느리로 들인다고 한 적 없어요. 댁의 귀한 따님은 알아서 챙기세요.”고승철은 불끈 화를 내며 손가락질했다.“뭐요? 사람을 이런 식으로 갖고 노는 게 어디 있어요? 제 딸이 뭐 어때서요? 집안 좋지, 학벌 좋지, 가정 교육도 잘 받았지, 어디가 모자라요?”“가정 교육을 잘 받아요? 그럼 보여드려야겠네요. 그 잘난 따님이 어떤 일을 했는지.”그는 손뼉을 쳤다. 그러자 스크린에는 두 사람이 엉켜 있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남자는 끊임없이 움직였고, 여자는 교태로운 소리를 냈다.“빨리! 더 빨리! 아아, 찬영 씨!”현장은 갑자기 술렁거렸다.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들어 올려 촬영하기 시작했다.봉태식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승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댁 따님의 실체예요. 지금도 저택 3층에서 이찬영이라는 남자랑 같이 있죠.
“독한 녀석들!”봉현수는 계단 손잡이를 잡고 피식 웃었다.“그러게 왜 밖에서 서자를 키우셨어요. 따님을 아주 잘 키운 덕도 있겠죠. 건드려서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리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그는 또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잃으신 건 무한테크의 지분뿐이 아니에요. 부동산도 동산도, 아무것도 없어요. 물론 빚은 많겠네요. 오늘의 식사가 최후의 만찬이 될 것 같은데 배불리 먹어 두세요. 내일부터는 빚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찬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마약에 미친 사람이에요. 더러운 병도 있어서 따님을 병원에 데려가는 게 좋을걸요.”봉현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께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사과의 뜻으로 떠나실 때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사람들은 이제야 고유정의 더러운 사생활 때문에 오늘의 파국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고유정이 휘청거리며 3층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봉현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현수 씨, 내 얘기 들어줘요. 누가 나한테 약을 먹였어요. 제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누가 나한테 악감정을 품은 게 분명해요. 나는 주스 한 모금에 정신 잃고 끌려갔었어요.”봉현수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도우미에게 말했다.“그 방은 적어도 10번은 반복 소독하세요. 이 여자가 지나갔던 곳은 전부 소독해줘요. 그리고 고씨 집안사람은 이만 내보내 줘요. 귀한 손님들 기분을 망치면 안 되니까요.”고씨 집안사람들은 걸인처럼 밖으로 내던져졌다. 로비는 시끄러웠던 것도 잠시 금세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갔다.경원에는 이런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한 시간 전만 해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사람이 바닥에 처박혔다고 해도 놀란 건 없다. 고씨 가문의 결말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봉현수는 밖으로 밀려 나가는 고씨 집안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가 위층에 올라가려고 했다. 이때 집사가 후다닥 달려와서 말했다.“도련님
장화연은 여자를 힐끗 보기만 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담담한 표정으로 온다연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싫어하시는 분입니다. 같이 있던 걸 들키면 또 벌을 받으시게 될 겁니다.”“알아요. 저는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사관이에요. 아저씨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기다리는 것뿐이에요. 말 한마디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저 진짜 추워서 그래요.”장화연은 이제야 밖으로 나갔다.여자는 소파에 털썩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단속이 심하네요. 다연 씨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 이런 인생 놔두고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해요? 유씨 집안이랑 대체 얼마나 척을 졌길래.”온다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건은 이미 전해줬어요. 근데 왜 온 거예요? 아저씨가 의심할 수도 있어요.”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정아 씨는 너무 눈에 띄어요. 여기 들어왔던 것도 분명히 들킬 거예요.”임정아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미소를 지었다.“무서워요? 저는 그냥 뭐 좀 주러 왔어요. 정아 씨 아저씨한테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거라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온다연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 했다.“고유정 씨 영상은 어떻게 퍼뜨릴까요?”“그럴 필요 없어졌어요. 어차피 고씨 가문은 재기하지 못해요. 제가 가만히 있어도 욕은 충분히 먹을 거예요. 이효진 씨 일만 계속 퍼뜨려주면 돼요.”임정아는 피식 웃으며 온다연을 훑어봤다. 그러고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연예인 할 생각 없어요? 이 정도 조건이면 무조건 잘 될 텐데.”온다연이 대답하지 않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근데 이런 얼굴로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네요. 이효진 씨 자살 기도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요? 이런 모습 유강후 씨한테 들켜도 괜찮겠어요?”그녀의 말은 가시처럼 온다연의 심장에 박혀서 통증을 유발했다. 온다연은 시선을 떨어뜨리며 대답했다.“정아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아저씨가 곧 돌아올 테니
온다연은 몸을 뒤로 빼서 임정아의 손길을 피했다.“빨리 가요. 저한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테니까요.”임정아는 작게 한숨을 쉬며 온다연의 손에 소형 카메라를 쥐여줬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툭툭 치면서 물었다.“주희랑은 어떤 사이에요?”온다연은 고개를 홱 들었다.“네? 주희요?”임정아는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지었다.“아는 사이 아니에요?”온다연은 다소 경직된 말투로 대답했다.“알고 싶은 게 뭐예요?”“연예인 되겠다고 우리 회사에 들어온 신인데, 생긴 건 나름 괜찮았어요. 욕심이 많고 마음이 급한 게 문제지만요. 요즘 또 사고를 쳐서 다연 씨가 아는 사람이면 도와주려고 했어요.”그녀는 온다연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모르는 사람이면 말고요.”온다연은 주먹을 꽉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임정아는 눈썹을 튕기더니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지금은 일단 원래 계획만 실행하죠. 서류들만 찍어주는 걸로. 다른 생각이 있으면 또 연락해요.”그녀는 문을 힐끗 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젠 진짜 가야겠어요. 유강후 씨가 돌아오네요. 참... 그리고 경고하는데 나은별 씨 조심해요. 다연 씨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도 전혀 못 당하겠더라고요. 유강후 씨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 조심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향수 냄새를 휘날리며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는 유강후와 딱 마주쳤다.그녀는 놀란 척 눈을 크게 뜨며 그의 팔을 잡으며 교태를 부렸다.“대표님,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저 오늘 행운의 날인가 봐요.”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피하며 미간을 찌푸렸다.“비켜요.”악의와 혐오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임정아는 잠깐 멈칫했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다연을 힐끗 바라봤다.“새사람 생겼다고 옛사람 잊은 거예요. 매정해라.”유강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온다연을 향해 걸어갔다. 온다연은 먼저 쪼르르 거리를 좁혀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