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첫날부터 유강후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비록 온다연에게도 자신의 방이 있었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이 혼자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온다연이 가끔 혼자 잠 들어도 유강후가 밤늦게 돌아오면 안아서 데려가곤 했다. 이 때문에 온다연은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진짜 주인이 왔으니 이 안방은 분명히 나은별의 것이어야 했다. 온다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남의 것을 훔친 듯한 강한 죄책감이 들었다. 비록 처음에는 강제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온다연도 이곳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온다연은 이를 유강후와의 거래에 사용하기까지 했으니 더욱 부끄러웠다. 마음이 너무 괴로워진 온다연은 몸을 돌려 구월이를 안고 작은 방으로 향했다. 나은별은 얼굴빛이 불안정해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집사님, 유강후의 방을 왜 이렇게 보지 않는 거예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으니 고양이가 절대 들어가면 안 돼요.”온다연은 방으로 들어가려다 이 말을 듣고 멈춰서 조용히 말했다. “나은별씨, 여기 사는 건 아저씨가 허락한 거예요. 게다가 아저씨는 제가 아저씨의 방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구월이는 아저씨가 저에게 선물로 준 거예요.”이 말을 하고 난 후 온다연 자신도 놀랐다. 비록 나은별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나은별과 남자를 공유하고 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온다연은 나은별을 그렇게 날카롭게 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나은별이 먼저 구월이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은별은 얼굴빛이 변했고 막 말을 하려던 순간 유강후가 들어왔다. 유강후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몸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들이 남아 있었고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문앞에 나타났다. 나은별을 보자마자 유강후는 눈에 띄지 않게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유강후가 말
온다연은 깜짝 놀라 서둘러 손을 뻗어 막으려 했다. 나은별이 아직 밖에 있는데! 이미 결혼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문 안에서 자신에게 키스할 수 있단 말인가? 밖에 있는 나은별이 알게 될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유강후는 온다연의 반항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온다연이 안고 있던 고양이를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한손으로는 온다연의 뒤통수를 잡아 더 깊이 키스했다. 유강후의 강한 입술과 혀는 온다연의 부드러운 혀를 휘감았고 그 힘이 너무 강해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신을 삼키려는 것만 같았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어내려 몸부림치며 말했다. “나...윽...밖에...”유강후는 온다연이 거부하지 못하게 강제로 온다연을 키스했고 한참을 그렇게 한 후에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 둘 다 숨이 가빠졌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자신에게 키스 당해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도 붉고 촉촉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다. 유강후는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동안이나 참았다! 온다연이 계속 몸이 좋지 않아 유강후는 온다연을 아껴주기만 했고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다. 밤에 온다연을 안고 자도 그저 안고 있을 뿐이었으니 유강후에게는 참기 힘든 일이었다. 유강후의 품에 이렇게 작고 부드럽고 매력적인 존재가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그 맛에 중독되어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하얀 귓불을 살짝 물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다연아, 하고 싶어?”온다연은 깜짝 놀라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아저씨... 나은별이 밖에 있는데 두렵지 않아요?”온다연은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려 했고 유강후의 무릎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온다연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유강후는 몸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는 몸 전체로 온다연의 위를 덮쳤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
나은별은 정말로 질투심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 작은 고아를 위해 언제나 냉정하고 자제력이 강한 유강후가 이번에는 유씨 가문과도 맞서 싸웠으며 영원시를 거의 피바다로 만들 뻔했다. 나은별은 저 작은 고아가 무엇이 그렇게 대단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문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쁘게 생겨서 불쌍한 척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다. 나은별은 유강후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저 작은 고아가 심미진의 조카이며 유씨 가문에서 쫓겨난 쓰레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유강후가 이런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은별은 이 작은 고아가 유강후의 여자 친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거 너무 오래 걸리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누군가에게 당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나은별은 약간 초조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장 집사는 문을 열려던 동작을 멈췄다. 장 집사의 목소리는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똑같이 차가웠다. “나은별씨, 말조심하세요. 다연 아가씨는 단지 몸이 좋지 않아 요양 중일 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장화연은 잠시 멈추고는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 셋째 도련님께서 나은별씨가 함부로 말하는 것을 아시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군요!”나은별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결국 장 집사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장 집사가 들어갈 때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창가의 소파에 앉아 조용히 달래고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매우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의 큰 침대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장 집사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을 잠그고 우유를 건넸다. “다연 아가씨, 따뜻할 때 드세요. 생선 죽도 끓였는데 오늘 점심에 갓 가져온 생선이라 매우 신선해요.”온다연은 장 집사 앞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행
온다연은 유강후의 손목을 꽉 잡고 놓지 않으며 여전히 숨이 가쁜 상태로 말했다. “그만해요, 아파요!”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약간 땀에 젖은 온다연의 관자놀이에 입맞춤하며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도 아팠어? 거짓말하지 말고 말해.”온다연은 유강후의 손을 꽉 잡고 유강후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아파요, 정말 아파요.”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어낼 수 없었다. 그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약간의 떨림과 갈라진 음을 동반하며 유강후의 숨소리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돌리고는 온다연의 입술을 다시 한번 덮었다. “거짓말이야!”아까 온다연은 분명히 적극적으로 자신을 맞이하였다. 너무나 감정이 고조되어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를 때마다 거의 목숨을 빼앗길 뻔했다. 온다연은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그만해요, 나은별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온다연은 여전히 숨이 가쁜 상태였고 그 말을 할 때 마치 애교를 부리듯이 말했다. 전혀 거부할 힘이 없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가락을 입에 물고 살짝 깨물며 말했다. “상관없어...”온다연은 유강후의 행동에 몸이 부드러워지고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말했다. “그만해요, 아직도 아파요. 나가주세요...”그 순간 구월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야옹" 하고 울며 유강후의 손을 때렸다. 유강후는 이 작은 녀석이 자기 일을 방해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화가 나서 즉시 그것을 들어 올렸다. 온다연은 구월이가 유강후의 손을 또다시 할퀸 것을 보고 유강후가 다시 구월이를 가둬서 벌을 주려고 하는 줄 알고 서둘러 구월이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들어 올려 품에 안고 다른 손으로 구월이를 고양이 상자에 넣어 잠가버렸다. 구월이는 상자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싫어했기에 안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며 멈추지 않고 울었다. 온다연은 마음이 아파서 구월이
온다연은 너무 놀라서 움직이지 못하고 유강후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했다. 손을 놓치면서 거의 유강후의 몸에서 떨어질 뻔했다.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몸을 단단히 잡고 다른 손으로 고양이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후야, 아직이야?”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다시 닫히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온다연은 놀라고 두려워했지만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 그리고 유강후의 강건한 몸이 또다시 온다연의 위로 덮쳐왔다. 낮고 간절한 울음소리와 야릇한 숨소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마침내 모든 것이 다시 조용해졌다. 문밖의 장 집사는 다시 우유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침대 시트를 들고 방을 나왔다. 나은별은 기다리다 미칠 지경이었고 마음속으로 온다연을 몇백 번이나 죽이고 싶었다.나은별은 장 집사의 손에 있는 시트를 보고 더욱 불편해졌다. “왜 또 시트를 바꾸는 거지? 고양이가 또 우유를 쏟았어?”장 집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네”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나은별이 어떻게든 방에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장화연이 문 앞에 서서 막아섰다. 나은별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비켜!”장 집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셋째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고요. 만약 들어가고 싶다면 그 결과는 나은별씨가 책임져야 합니다.”나은별은 무표정한 얼굴의 장화연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장화연은 유강후가 어릴 때부터 계속 유강후를 돌봐왔고 유강후 곁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며 유강후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나은별은 장화연을 아주 싫어했지만 결혼 전까지는 장화연을 건드릴 수 없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거 아니에요? 곧 날이 어두워지겠어요!”장 집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나은별씨가 직접 셋째
유강후는 온다연을 더 꽉 안고 물었다“또 누가 있어?”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은별씨에요. 나은별씨가 구월이를 작은 잡종 고양이라면서 털이 빠지고 엉망이라고 했어요.”온다연은 정말 화가 났다.나은별이 뭔데 우리 구월이를 깔보는 거야?나은별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구월이를 무시해?자신을 괴롭히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구월이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은별은 고양이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 구월이를 나은별에게 보이지 않게 하면 말하지 못 할거야.”온다연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구월이를 엉망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구월이는 제 고양이고 주인이 있는 고양이예요. 아무도 필요 없는 고양이가 아니에요.”온다연은 갑자기 만약 나은별이 구월이를 다시 괴롭히려고 한다면 자신은 유강후를 붙잡고 놓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나은별이 화가 나 죽을 거로 생각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온다연이 작은 고양이를 지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다시 온다연에게 키스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화연이 중동에서 온 손님들이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유강후가 나갈 때 나은별은 여전히 유강후를 기다리고 있었다.유강후가 방에서 나오는 걸 보자마자 나은별은 유강후에게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다연이를 울렸다고 들었어. 아까 다연이의 고양이도 밖으로 던졌다고 들었어. 어린애라 투정이 많을테니 당신은 보호자로서 인내심을 가져야 해.”나은별은 방문을 한 번 힐끔 보았다.“당신은 남자니까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있는 건 불편할 거야. 며칠 동안 내가 온다연을 볼까? 꼭 잘 훈련해 줄게. 어떻게 생각해?”유강후는 나은별을 피하며 무표정으로 말했다.“필요 없어. 온다연은 나와 함께 있으면 돼.”나은별의 눈은 갑자기 붉어졌고 매우 억울해하며 말했다.“강후야,
유강후의 사진?온다연은 태블릿을 잡고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들어갔다.그 안에는 정말 전부 유강후의 사진이었다.온다연은 사진을 넘기다가 유강후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발견했다.그 사진은 온다연이 유강후를 처음 봤을 때와 똑같았다.매우 수려하고 고고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흰옷과 검은 바지를 입은 모습은 온다연의 메마른 어린 시절을 빛나게 해주었다.하지만 모든 사진에는 항상 나은별이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정말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던 게 분명했다.몇 장을 더 넘기다가 갑자기 유강후와 나은별이 함께 교회에 있는 사진이 나왔다.사진 속에서 유강후는 검은 정장을 입고 비범한 기운을 뿜어내며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은별의 손을 잡고 있었다. 왕자와 공주가 함께 있는 것처럼 너무나 잘 어울렸다.온다연의 가슴은 강하게 부딪혀 머릿속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진짜네!정말로 결혼했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사진이 촬영된 시간을 확인했다. 2년 전에 찍은 것이었다.그리고 몇 장 더 넘겨보니 여전히 유강후와 나은별의 사진이 있었다. 두 사람의 옷차림을 보아하니 약혼식이나 결혼식에서 찍은 것 같았다.교회에서 찍힌 사진이었고 매우 정당하게 찍힌 것이었다!자기야말로 진짜 도둑이었다!온다연은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떨며 앨범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태블릿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온다연은 그 태블릿을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 손바닥과 이마에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다.이때 장화연이 구월이를 안고 들어왔다.온다연이 소파 옆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본 장화연은 바닥에 떨어진 태블릿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태블릿을 집어 들어 확인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장화연은 태블릿을 나은별의 가방에 다시 넣어두었다.장화연은 구월이를 온다연 앞에 내밀며 말했다.“아까 구월이를 벌레 제거하러 잠시 보내서 집안에 없었습니다. 셋째 도련님께서는 지금 중동의 손님들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곧 끝날 테니 다연씨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월이가 갑자기 옆의 캐비닛에서 뛰어올라 유강후의 몸에 착 붙었다.유강후는 재빨리 구월이를 자기 몸에서 떼어내었다.이 작은 녀석은 유강후가 몇 번 작은 검은 상자에 넣어버린 이후로 자주 이렇게 기습적으로 공격해 왔다.유강후는 이 작은 녀석이 온다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귀여우며 부드럽고 말랑해서 보통은 그렇게 봐주는 편이었다.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유강후는 구월이를 붙잡고 차가운 얼굴로 나무라며 말했다.“또 작은 상자에 들어가고 싶어?”구월이는 붙잡혀서 네 발을 헝클어뜨리고 ‘야옹’ 하며 몇 번 울었다.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유강후는 연민이 느껴져서 애정이 어린 손길로 구월이의 작은 머리를 톡톡 쳐주며 캐비닛 위에 던졌다.“혼자 놀아.”구월이는 유강후에게 몇 번 소리를 질렀다가 유강후가 무시하자 나은별을 향했다.나은별을 보자마자 구월이는 즉시 등을 굽히고 털을 세우며 적대감을 드러냈다.나은별의 눈에는 혐오감이 잠깐 비쳤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작은 녀석이 정말 귀엽네. 내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없었으면 하나 기르고 싶을 정도야.”나은별은 유강후의 뒷모습을 보더니 장화연의 모습도 훑어보았다.두 사람은 장화연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나은별은 구월이를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두 손가락으로 구월이를 들어 자기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갑자기 소리쳤다.“잡지 마!”나은별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유강후, 이 녀석이 나를 잡아! 빨리 내려줘!”유강후가 돌아서서 보니 구월이가 나은별의 어깨에 매달려 나은별을 긁어대고 있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앞으로 나가려 했으나 나은별이 갑자기 구월이를 자기 몸에서 떼어내어 바닥에 세게 던졌다.구월이는 너무 작아서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없었고 곧 비명을 질렀다.유강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신속히 구월이를 주워 올리려 했다.나은별은 마치 놀란 것처럼 비틀거리며 유강후에게 달려갔
그 말과 함께 온다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빌게요. 제발 아이를 다른 사람한테 주지마요. 안 그러면 확 죽어버릴 거예요.”“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아이만...”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온다연을 일으켰다.“다연아, 거짓말이 아니야. 저 아이는 우리 아들이 아니라니까?”온다연은 그를 바라봤다.“말했잖아요. 우림이랑 유전자 검사해 봤다고요.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이미 확인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날 속일 거예요?”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저 아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면 진짜 아들은요? 누구한테 줬어요?”유강후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고 점점 더 과격해졌다.“말하라고요. 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요.”어느새 유강후의 눈에도 슬픔이 차올랐지만 입을 꾹 닫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왜 대답을 못 해요? 말해줘요. 내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말하라고!”이때 뒤에 서 있던 이권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이제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습니다.”온다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권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권 씨는 알고 있죠?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요.”“이권, 입 닫아.”유강후가 단호하게 호통을 쳤지만 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다연 씨, 아이는 죽었어요.”“그 작은 아이가 5개월 동안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요.”“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련님의 손바닥 위에서 마지막 숨이 끊겼습니다.”그 말은 날벼락처럼 날아가 온다연의 가슴을 후벼 찧었다.‘죽었다고?’‘내 아들이 죽었다고?’그녀의 눈빛은 서서히 생기를 잃었고 마치 영혼 전체가 고통에 휩싸인 것처럼 공허하고 슬퍼졌다.‘아니야. 분명히 건강을 되찾고 있었어.’‘거짓말하는 게 분명해. 세상이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야.’심장이 멎은 듯 숨이 막혀온 온다연은 몸을 떨면서 중얼
유강후는 단호하게 말했다.“얼른 막아.”그러자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서며 온다연을 가로막았다.“사모님, 밖에 비가 옵니다. 여기 있는 게 좋을 거예요.”온다연이 계속 피하려고 하자 몇몇 경호원은 아예 문을 막아버렸다.다급함과 초조함이 밀려온 그녀는 또다시 경호원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다행히 이를 알아챈 경호원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사모님, 또 총을 쓰시려고요?”온다연은 자신의 의도가 간파되자 뒤로 돌아서더니 주저 없이 창문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창가에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창밖에는 건장한 경호원이 자리 지키고 있었다.절망은 밀물처럼 온다연을 덮쳤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슬픔에 잠식할 듯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유강후를 째려봤다.유강후도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끝내 벽 모퉁이에 다다르고서야 온다연은 품에 있는 아이를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후 씨, 이건 내 아이예요.”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그 고통을 애써 참으며 온다연에게 손을 내밀었다.“다연아, 우리의 아이는 우림이야. 그러니까 이리 줘.”“싫어요.”온다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무 긴장하고 불안한 탓인지 그녀의 옷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이마와 손바닥도 땀투성이였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아이를 빼앗아 그녀의 곁에서 떼어 놓을까 봐 극도로 두려워했다.온다연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녀는 품에 있는 아이를 꼭 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가 내 아들이잖아요.”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유강후를 바라봤다.“내 아이 맞잖아요! 강후 씨, 제발 부탁인데 빼앗지 마요. 사실 이미 알고 있어요. 우림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는걸.”유강후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심장이 터질 듯 아팠다.“이 아이는 재혁이의 아들이야. 경호원 이재혁 알지? 우리의 아이는 우림이가 맞아.”그 말
온다연은 말없이 진시현의 품에 있는 포동포동한 아이를 바라봤다.유강후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넋이 나갔다.그녀의 영혼은 아이에게 빨려 들어갔고 아이의 모든 움직임에 매료되었다.유강후는 혼이 나간 듯 얼굴마저 창백해진 온다연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열은 없었다.그는 온다연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이 사람이 진시현이야. 로운의 부하이자 네가 말한 그 여자... ”온다연의 눈에는 아이밖에 없었기에 유강후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시현 앞으로 걸어갔다.진시현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진시현이라고 합니다. 저랑 대표님의 관계를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온다연은 정신이 멍해져서 진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다만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있었다.‘네 아이잖아. 이건 네 아들이라고.’온다연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생김새를 관찰했다.하얗고 토실토실한 아이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맑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유강후의 모습이 언뜻 스쳐 갔다.호흡마저 가빠진 온다연은 재빨리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아봐도 될까요?”얼굴은 식겁할 정도로 창백했지만 온다연의 아름다운 미모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진시현은 지금껏 멀리서만 온다연을 봤었다. 물론 그때도 청순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가까이에서 보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온다연의 피부는 매우 하얗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했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납득되었다.다만 아이를 바라보는 온다연의 눈빛은 평소와 매우 달랐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아이를 빼앗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게다가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하니 진시현은 무의식적으로 유강후의 눈치를 살폈다.유강후도 온다연의 이상함을 눈치챘다.“다연아, 아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장 집사한테 얘기해서 우림이 데려올게.
유강후는 잠시 생각했다.“같이 데려와. 다치지 않게 옆에서 잘 경호해.”그의 눈에는 착잡함이 스쳐 지나갔다.“자식은 부모의 보물이나 다름없어. 재혁이가 날 돕기 위해 기꺼이 아들을 보내줬는데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되지.”이권이 답했다.“그건 당연히 제가 할 일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재혁 씨의 아들도 하얗고 토실토실해서 엄청 예쁘더라고요. 심지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표님과 많이 비슷해요. 닮은 거로만 봤을 땐 우림 도련님보다 훨씬 더 대표님과 다연 씨를 닮았어요.”유강후는 기분이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야? 재혁이는 우리 엄마 먼 친척의 아들이야. 친척끼리 당연히 닮은 구석이 있겠지.”“권아, 왜 이렇게 뭉그적거리지? 빨리 안 가고 뭐 해.”“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두 곳은 서로 가까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현이 아이를 데리고 함께 찾아왔다.오늘 진시현은 가면 대신 가벼운 메이크업을 했다.최근 온다연을 따라 해서 그런지 눈매와 행동까지 점점 온다연과 매우 흡사해졌다.캐주얼한 운동복을 입은 그녀는 아이를 소파에 눕히고 자연스럽게 놀아줬는데 그 모습은 유난히 온화해 보였고 로운조차도 힐끔힐끔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얼마 후 유강후가 다가와 그녀에게 몇 마디 설명했다.그러고선 자연스레 시선이 아이에게 향했다.보면 볼수록 이재혁의 아들은 강씨 가문과 많이 닮았고 그제야 이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문득 세상을 떠난 아이가 생각난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우리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만하겠지?’온다연과 유강후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어쩌면 훨씬 더 예쁠지도 모른다.이때 아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유강후의 옷깃을 잡더니 옹알이했다.흠칫한 유강후는 홀린 듯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았다.어찌나 작고 가벼운지 깃털처럼 느껴졌고 말랑한 몸은 마치 작은 고양이를 안은 것처럼 부드러웠다.유강후는 씁쓸한 미소를 드러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름은 뭐야?”진시현이 웃으며 답했다.“진하림이요.”“재혁이의 아들인데 성
자연스레 유강후도 주성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곧바로 흰머리 한두 가닥을 보게 되었다.그는 겁에 질린 채로 재빨리 다가가 온다연의 손목을 잡고 흔들었다.“다연아.”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유강후는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아직 뜨거웠다.가슴을 쥐어뜯듯 고통이 밀려왔다.유강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줬고 심지어 아이까지 보여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몰랐다.이때 주성원이 입을 열었다.“다연 씨의 현재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말했다.“대표님,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를 받는 게 어떠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자칫하다가 암으로 발전될 수도 있으니 검사를...”유강후는 고개를 휙 돌렸다.“뭐라고요?”주성원은 말을 이었다.“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 일만 30, 40년 해왔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다연 씨는 위에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합니다.”“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상태가 악화된 거죠? 불과 한두 달밖에...”순간 유강후의 머릿속에는 막연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어쩌면 온다연이 아이가 없어진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저 이런 추측이 스쳐 지나갔을 뿐, 곧바로 그에게 부정을 당했다.유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연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굉장히 내성적이고 뭐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에요. 제가 아무리 옆에서 달래도 절대 입을 열지 않거든요. 아마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네요.”“혹시 다연이의 입을 열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주성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건 대표님이 공들여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연 씨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어쩌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속에 담아둔
온다연은 심장이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비틀거리며 비웃었다.“대면이라뇨? 이번에는 또 어떤 연극을 하려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협조하길 원하는 거죠?”그녀는 천천히 침대 위 아이를 바라보았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아이는 참으로 순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은 누군가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는 것처럼 아팠다.내장이 모두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온다연은 견딜 수 없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유강후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왜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지, 그리고 침대 위의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하지만 만약 지금 모든 것을 폭로한다면, 유강후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쩌겠는가?그가 침대 위의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유강후는 차갑고 냉혹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아이 하나 없애는 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온다연이 아이를 보며 움직이지 않자 유강후는 다가와 아이를 품에 안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 깼어. 안아 줘.”그는 아이를 온다연에게 건네려 했다.하지만 온다연은 받아들이지 않고 유강후를 밀쳐냈다.“꺼져요. 내 앞에서 위선 떠는 거 짜증 나니까!”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컸는지라 놀란 아이는 ‘와아’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던 유강후는 아이를 그녀에게 억지로 넘기려 했다.두 사람의 실랑이 끝에 결국 아이는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순간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온다연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아이를 안아 올려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다행히 방바닥에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고 아이도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 크게 다치지 않았다.그러나 충격을 받은 아이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온다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달랬다.그러나 왜인지 평소에는 얌전했던 아이가 이번에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유강후는 장화연에
“내가 낳은 아이라고요?”온다연은 유강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떻게 거짓말을 하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지? 난 대체 얼마나 어리석었길래 이 사람의 모든 행동을 사랑이라 믿었고 진심이라고 여겼던 걸까?’갑자기 온몸이 지치는 듯한 피로감에 휩싸이더니 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저씨, 나 속이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유강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빛에 잠깐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널 속인 적 없어.”“속인 적 없다고요?”온다연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눈빛이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평가하듯 차갑고 날카로웠다.유강후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으려는 듯 온다연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눈물까지 흘러내렸다.“속인 적 없다니... 아저씨, 아저씨 입에서 진실된 말이 단 하나라도 나온 적이 있긴 해요?”“하늘을 걸고 맹세해봐요. 날 속인 적 없다고. 정말 진실만 말했었다고요!”“할 수 있겠어요?”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감정을 폭발시킨 적이 없었다.목이 터질 듯 외치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여 유강후는 온다연의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어디 아픈 거 아니야? 주성원 선생님 부를까?”“손 치워요!”온다연은 그의 손을 세게 쳐내며 격렬히 숨을 몰아쉬었다.‘참을 만큼 참았어.’다정하면서도 유강후의 몸에서는 여전히 달달한 향수 냄새가 났다.역겨웠다. 정말 끔찍하게 역겨웠다.그와 얽혔던 모든 기억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쳐냈다.“아저씨는 정말 역겨워요. 진짜 끔찍해요!”순간 유강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창백한 온다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온다연,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방금 한 말 당장 취소해.”그러자 온다연은 차가운 웃음을
“예전에는 작은 도련님을 앞에 데려다만 놓으면 꼭 안아서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만지려고도 하지 않아요.”잠시 망설이던 장화연이 이어 말했다.“사모님이 아마 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것 같아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강후는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장화연은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건네며 말했다.“차라리 이제 사실을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어때요?”유강후는 마음이 죄어드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안 돼. 견디지 못할 거야. 정말 죽을 만큼 아파할 거라고...”장화연은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이제는 제 말을 믿지도 않고 제게 응답도 하지 않아요. 진시현 씨 일은 직접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에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이제 이 아이만 보면 자신의 아들이 그 여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 고통은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고 유강후에 대한 증오가 점점 깊어졌다.그의 무정함과 거짓말이 더욱 미웠다.장화연을 시켜서 외부의 여자가 자신의 대역이라는 말이나, 누군가 그녀를 암살하려 했기에 보호를 위해 대역을 세웠다는 말까지 하게 만들다니.온다연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이런 허술한 거짓말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설령 누군가 내 목숨을 노렸다 해도 어떻게 내 아들을 그 대역한테 맡길 수 있어? 웃겨서 정말!’그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진실도 나오지 않았다.온다연은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너는 내 아기가 아니지만 명목상 내 아이니까 정말 좋긴 해. 걱정 마. 내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널 데리고 나갈 거야.”“하지만 지금은 널 좋아한다는 걸 티 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널 이용해 날 또 옥죌 거니까.”“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내가 얼마나 괴
병원에서.며칠간의 치료와 정성 어린 간호 끝에 나은별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며 소이섭이 깎아준 사과를 받아들었다.“그 사람은 어떻게 처리했어요?”소이섭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죽었어. 너무 많은 걸 아는 사람은 살려둘 수 없지.”나은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 사람... 강후 씨 비서였잖아요. 갑자기 죽으면 의심을 사지 않을까요?”그러자 소이섭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강후는 지금 온다연이라는 여자애를 찾느라 온 세상을 뒤지고 있어.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야.”곧 나은별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수는 제대로 먹혔네요. 비서를 이용해 강후 씨의 말을 왜곡해서 아래 사람들에게 전달하게 하고 강후 씨가 온준휘를 구하지 않으려 한다는 오해를 만들었잖아요. 그 결과 온준휘는 골든타임을 놓쳐 죽게 됐고 지금 온다연의 눈에는 강후 씨가 살인범이나 다름없겠죠.”“온다연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했어요. 자신이 잠깐 돌봐줬다는 이유만으로 심미진이 온다연을 학대하고 유하령이 괴롭히게 놔뒀는데도 아직도 심미진을 잊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애가 가장 중시하는 건 가족이에요. 그런데 온준휘가 강후 씨의 무관심으로 죽었다고 믿고 있으니... 온다연이 강후 씨를 용서할 리 없겠죠.”“게다가 온다연은 강후 씨가 자기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버렸다고 믿고 있어요. 이제 강후 씨를 더더욱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근데 정말 보고 싶어요. 그 여자가 자기 아이가 사실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소이섭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온다연이 그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돼. 김원도와 계획한 대로 모든 걸 진행해야 해. 하지만 걱정 마. 온다연이 너한테 그런 짓을 했던 만큼 내가 온다연한테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거니까.”나은별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었다.“온다연 따위가 감히 나와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