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지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운란아, 네가 그렇게 감싸고도는 건, 이강현이 불쌍해서 모성애가 넘쳐나는 거 아니야? 아들로 키우고 있는 거야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강현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야. 단지 실력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고운란은 억지로 이강현을 위해 변명을 했다. 고운란은 이강현이 도대체 어떤 이물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결코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금품, 명성, 권력이 이강현에게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고운란은 만약 이강현이 원한다면 손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서은지는 원래 참고 말하지 않으려 했다. 중요한 건 고은란을 속여 와이너리 디너파티 현장에 데려가는 것이다. 고운란이 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강현이 실력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서은지는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다.“운란아, 이강현을 지키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건 좀 지나쳐. 너 나를 절친으로 생각하긴 하는 거야? 난 그냥 네 남편을 병신 새끼라고 했을 뿐이지,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고운란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서은지를 바라보자, 서은지는 순간 긴장했다.“저, 운란아, 화내지 마. 내가 입이 싸서 그래. 무심하게 말한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 난 정말 악의가 없었어.”서은지가 당황하며 설명했다.“이강현에게 사과해.”고운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은지는 백미러를 통해 이강현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화를 억누르자, 화가 나서 얼굴마저 붉어졌다.‘이 병신 새끼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됐어, 다가올 이득을 위해서 좀 참아야지. 디너파티에 가서 사람을 찾아 이 찌질한 새끼를 혼내주면 되지!’‘고운란에게도 본때를 보여줄 거야.’서은지는 마음속에 증오가 가득 차 있었지만,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미
서은지는 이강현의 한마디에 화가 나서 울게 되자, 고운란이 운전석에 앉아 계속 운전했다.이번에는 차 안이 조용해졌다. 서은지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자, 차 안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BMW가 와이너리 밖 주차장에 멈췄을 때, 이미 고급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은지의 BMW5 시리즈는 여기서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차에서 내린 서은지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사방의 고급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베이런, 맙소사!”고급 차들을 보면서 서은지는 금빛 찬란한 재벌 2세들을 보는 듯 가슴이 설레어, 황급히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서은지는 자기 눈시울이 약간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확인하고,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봤다. ‘이게 다 이강현 때문이야!’“화장 좀 고칠게. 좀만 기다려 줘.”서은지는 말을 마치고 차에 돌아가서니, 허둥지둥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이강현과 고운란은 함께 서서 주변의 고급 차를 보고도 마음속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너 은지와 말 적게하고, 더 울리지 마. 우리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러 온 거야.”고운란은 말하면서 이강현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스포츠카 엔진의 굉음이 들렸고, 포르쉐 911 두 대가 한쪽 빈 공간에 멈춰 섰다.껄렁해 보이는 도련님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의 눈은 무심하게 이강현과 고운란의 방향을 바라보더니, 고운란의 미모에 사로잡혔다. 눈은 마치 쇠구슬을 만난 자석처럼 고운란의 몸에 찰싹 붙어서 자세히 보고 싶은 정도였다.“한성 이 형편없는 곳에 이런 일품 계집이 있다니. 이번에 괜히 오지 않았어.”“가자, 가서 미녀에게 말을 걸어야지. 우리 형제의 세련되고, 멋있고, 돈도 많은 젊은 도련님 신분은 미녀의 곁에 있는 촌놈보다 훨씬 낫지.”껄렁해 보이는 도련님 두 명이 포악무도한 걸음으로 이강현과 고운란 앞에 다가왔다.“미녀, 이 촌놈의 옷을 정리하지 말고, 와서 내 옷 좀 정리하고, 내 따뜻한 가슴을 느껴봐요. 그리고 이 단단한 바위 같은 근육은, 분
서은지는 차 안에서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두 도련님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뛰쳐나왔다.“이강현!”서은지는 화가 나서 두 손을 휘저었다.“너 저 사람들 누군지 알아? 네가 감히 저 사람들을 때리다니, 너 정말 큰 문제를 일으켰어!”“저 사람들이 누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너 눈멀었어! 저 사람들은 진씨 가문의 둘째 진형진과 셋째 진형준이야! 서울 진씨 가문!”서은지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서울의 진씨 가문의 도련님을 건드리는 일은, 서은지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한성의 도련님들이라도 진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보면 모두 굽신거리며 환심을 사야 했다.“아, 그럼 걱정할 필요 없어.”이강현은 차분하게 말했다.서은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놈 정신이 나갔나,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나 해대다니. 정말 지가 천황이라도 되는 줄 알아!’“걱정할 필요 없다니. 서울 진씨 가문이 얼마나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진씨 가문이 발만 굴러도, 한성 전체가 덜덜 떨 거야!”“은지야, 강현 걱정은 하지 마. 자기가 일으킨 문제는 당연히 혼자 알아서 해결할 거야.”고운란은 서은지의 정서를 달래줬다.서은지는 어이없는 듯 고운란을 바라봤다.“너는 정말 담도 커. 조금 있다 일이 생기면 후회할 거야.”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가자. 가서 디너파티가 어떤지나 보면서 식견을 넓혀보자고.”고운란은 서은지를 끌고 이강현의 뒤를 따랐고, 세 사람은 와이너리 안으로 걸어갔다.와이너리 입구에서 초대 카드를 확인한 후, 세 사람은 무사히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갔다.완전히 빈티지로 건설된 와이너리 안은 편안하고 조화로운 분위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그윽한 와인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각종 농염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답고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 미녀들이 정원을 누비고 있었고, 서너 명의 미녀가 한 명의 부자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진형진이 서둘러 이강현의 앞에 다가가 손을 세차게 휘젓자, 뒤에 있던 경호원 한 무리가 이강현과 고운란을 둘러쌌다.“하하하, 이 개새끼야 이제 겁나지? 방금 나를 때릴 때는 아주 건방지게 굴더니, 이전 반대로 내가 건방 떨 타이밍이야!”진형준은 진형진 곁으로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고운란을 바라보았다. 고운란을 아래위로 샅샅이 훑어보더니 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헤헤, 이 미녀는 자연미인 것 같아, 전혀 성형 흔적이 없어. 어린 비제이들보다 천배는 더 나아. 한성에 이런 미녀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진광철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 두 동생의 모습은 마치 얼마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건드려도 하필 이강현을 건드리다니. 이건 죽음으로 내모는 거잖아.’진광철은 두 동생의 뒤에 서서 미안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동생을 혼내 주려고 할 때, 진광철은 이강현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살짝 흔드는 걸 보았다.진광철은 얼른 발을 들어 걷어차려던 동작을 멈추고, 말없이 두 멍청한 동생의 뒤에 서서 이강현의 분부를 기다렸다.구경꾼들이 좀 더 모여들자, 서은지는 군중 속에 섞여 담이 조금 더 커져, 조용히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운란이 이번에 아마 망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건 다 쟤가 자초한 거야. 내가 친구로서의 정을 저버린 게 아니라, 쟤가 따라오지 않은 거야.”서은지는 한 마디 중얼거리고 바로 눈동자를 굴리더니, 휴대폰을 들고 고운란, 이강현과 진씨 가문이 대치하는 사진을 두장 찍어 고청아에게 보냈다. 일단 고청아의 손에서 이득을 얻어 오기 위해 자신이 그녀가 시킨 일을 처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고청아는 사진을 받은 후 장소를 물었고, 절친 몇 명을 데리고 서은지의 곁으로 모였다.“청아야, 나 운란이를 데리고 왔어. 근데 이강현 저 병신 새끼가 방금 진형진을 때렸어. 아마 진씨 가문이 이강현을 잡아먹으려 할 거야. 하지만 내가 일은 해냈으니, 좋은 일은 나를 빼면 안 돼.”“알았어요, 절대 빼지 않
진광철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경호원들이 이강현의 솜털이라도 건드린다면, 일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저 사람은 용성호 어르신까지 때릴 수 있는 이강현이야!’‘용성호 어르신이 그날 얼마나 처참하게 맞았는데. 그렇게 대단 인물을 이강현이 그냥 때렸다고. 진씨 가문은 어르신의 솜털 하나도 못 따라가는데, 어디 이강현과 맞설 능력이 되겠냐고.’구경꾼들도 모두 멍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진광철을 바라보았다. 진광철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인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을 때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경호원들은 다들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진광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강현을 잡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큰, 큰 도련님, 이게 대체?”선두에 선 경호원이 긴장해서 물었다.“형님, 미쳤어요? 왜 우리를 걷어차세요!”진형진은 화가 난 채 진광철을 노려봤다.‘체면 다 깎였어!’“얘네 둘 잡아서 샌드백처럼 패!”진광철은 멍청한 두 동생을 가리키며 경호원에게 말했다.“헙!”많은 사람이 놀라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모여 큰 소리가 울렸다.“이게 무슨 일이야. 진광철 같은 노련하고 악랄한 인물이 괜히 이런 일을 하진 않을 건데.”“자기 동생을 때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이강현이라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신분 배경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진광철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이건 왠지 도덕의 해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성의 왜곡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진광철이 동생을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할 준비를 하는 건가? 그러면 좀 너무 악독한데.”구경꾼들은 나지막한 소리로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는데, 모두 상황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느꼈다.서은지는 완전히 멍해져 고청아를 붙잡고 물었다.“청아야, 이게 무슨 일이야. 이강현과 진광철이 아는 사이야?”“저 병신 새끼가 알긴 개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등이나 처먹는데 알고 모르고가 어디 있어요. 설령 안다고 해도
“때려! 세게 때려! 죽을 때까지 때려!”진광철이 매섭게 말했다.“형님 정말 미쳤어요, 왜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때리게 해요?”진형진이 당황해서 물었다.“그걸 감히 물어? 너희들이 이 선생님을 건드리는 것은 죽음의 길을 걷는 거야! 그들 몸에 있는 모든 뼈를 부숴버려!”진광철은 말을 마치자 먼저 시범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두 멍청한 동생의 어깨를 향해 때렸다.매서운 주먹을 맞은 진형진과 진형준은 꽥꽥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때려, 빨리.”시범을 마친 후 진광철은 경호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경호원들은 억지로 손을 써서 진형진과 진형준을 때리기 시작했다.구경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형제한테까지 이렇게 모진 손을 썼는데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절대 말이 안 된다.구경꾼들의 주목하에 진광철은 이강현에게 다가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이강현에게 110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조금만 더 세게 하면 머리가 발끝에 닿을 것 같았다.“이 선생님, 제 두 망나니 사촌 동생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들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저는 반드시 그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한 발자국도 더 귀국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 더 이상 따지지 않겠습니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진씨 집안을 대표하여 선생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리겠습니다.”진광철은 말을 마치고 또 연속 허리를 굽혀 사과하면서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구경꾼들은 이미 철저히 멍하니 있었고 다양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의 정체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그러나 이강현의 평범한 옷차림은 미혹성이 너무 커서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이 이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신성이기에 진광철을 이렇게 두렵게 하다니. 아마도 강을 건너 맹용이겠지.”“이 맹용은 너무 맹렬하잖아. 진형진과 진형준을 해외로 보내지는 거 아니야. 어쩌면 농사를 짓기 위해 어디로 보내
주변의 부잣집 도련님들이 모두 밀어내는 것을 보고 고청아는 더욱 분개하여 이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강현, 이 쓸모없는 놈. 여기 와서 감히 날뛰다니!”“고청아?”이강현은 의아하게 고청아를 쳐다보았고 뒤이어 서은지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음속으로 순간 알게 되였다.고운란도 고청아가 서은지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눈빛으로 서은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서은지는 속으로 놀랐다. 자신이 폭로되었음을 깨닫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청아의 곁에서 도망쳤다.서은지는 고운란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운란아, 네가 오해했어. 고청아가 구경하러 왔을 때 우리가 만났어. 방금 사람이 붐벼서 우리를 한데 모았어.”“허허.”고운란은 냉소하며 서은지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잡아당겼다.서은지는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눈빛이 이강현을 보았을 때 마음의 화를 가라앉혔다.“운란아, 나를 믿어. 방금 내가 도망간 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아. 그건 내가 무서워서 그랬어. 만약 이강현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분명 도망가지 않았을 거야”고청아는 서은지가 고운란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가 이마로 치솟아 빠른 걸음으로 서은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오려고 했다.그러자 진광철은 고청아를 가로막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더 가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네가 뭔데 나를 막아. 네가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지 마! 이강현 같은 폐인도 무서워하다니. 너의 이 진 씨 도련님의 위명은 모두 허풍에서 나온 것이지!”고청아는 화가 났고 게다가 임시현의 저력이 있어 진광철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내가 무슨 위명이 있겠어. 나 진광철은 이 선생님의 앞잡이일 뿐, 이 선생님께서 물으라 하면 난 바로 물어뜯을 것이야.”“누가 이 선생님에게 공손하지 않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를 물어뜯을 것이야.”진광철은 무표정으로 말했다.구경꾼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진광철과 친분을 쌓은 적이 있고
고청아가 울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서은지는 당황하여 이강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이 모든 것이 환각인 건가?’‘이강현 이 쓸모없는 놈이 왜 갑자기 궐기한 거지? 이것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서은지는 완전히 멍해졌다. 방금 발생한 일은 정말 그녀를 놀라게 했다.구경꾼 중 적지 않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모두 몰려와 이강현과 인사를 나누려 했다. 이강현과 관계를 맺을 수 있든 없든 먼저 얼굴을 익힌 후 나중에 다시 이강현을 만나도 이야깃거리가 있어 관계를 맺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이 선생님, 저는 진씨 가문의 진하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같이 앉아서 한잔하시지요.”“저는 장씨 집안의 장천성이라고 합니다. 저와 광철 형은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니 이 선생님도 앞으로 저의 좋은 친구이니 앉아서 이야기를 좀 나누시지요.”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밀려오는 부잣집 도련님들을 상대할 마음이 없어 고운란을 끌고 한쪽의 한적한 곳으로 걸어갔다.한 무리의 부잣집 도련님들은 호의가 무시당하자 안색이 좀 보기 흉해졌다.“이봐, 이게 무슨 사람이야. 우리가 이렇게 아부하는데도 우리한테 좋은 낯빛을 주지 않다니, 정말 우리가 모두 신분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광철 형,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내력이기에 형까지 진씨 집안의 채면을 구기고 그의 앞잡이라고 하는 거야.”“광철아, 이번에는 좀 지나쳤어. 이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너의 동생까지 때리다니. 네가 돌아가서 둘째 삼촌, 셋째 삼촌한테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부잣집 도련님들은 이강현이 떠난 것을 보고 분분히 진광철을 에워싸 그의 입에서 유용한 소식을 얻으려 했다.진광철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너희들의 입을 잘 단속해. 누가 입에서 이 선생님에 대한 불공손한 말이 튀어나온다면 나 진광철이 예전의 정분을 보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아니, 광철아, 너 열난 거 아니지. 우리 이 친구들의 정분을 보지 않는다고? 저 이강현이라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