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철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경호원들이 이강현의 솜털이라도 건드린다면, 일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저 사람은 용성호 어르신까지 때릴 수 있는 이강현이야!’‘용성호 어르신이 그날 얼마나 처참하게 맞았는데. 그렇게 대단 인물을 이강현이 그냥 때렸다고. 진씨 가문은 어르신의 솜털 하나도 못 따라가는데, 어디 이강현과 맞설 능력이 되겠냐고.’구경꾼들도 모두 멍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진광철을 바라보았다. 진광철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인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을 때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경호원들은 다들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진광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강현을 잡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큰, 큰 도련님, 이게 대체?”선두에 선 경호원이 긴장해서 물었다.“형님, 미쳤어요? 왜 우리를 걷어차세요!”진형진은 화가 난 채 진광철을 노려봤다.‘체면 다 깎였어!’“얘네 둘 잡아서 샌드백처럼 패!”진광철은 멍청한 두 동생을 가리키며 경호원에게 말했다.“헙!”많은 사람이 놀라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모여 큰 소리가 울렸다.“이게 무슨 일이야. 진광철 같은 노련하고 악랄한 인물이 괜히 이런 일을 하진 않을 건데.”“자기 동생을 때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이강현이라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신분 배경이 있는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진광철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이건 왠지 도덕의 해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성의 왜곡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진광철이 동생을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할 준비를 하는 건가? 그러면 좀 너무 악독한데.”구경꾼들은 나지막한 소리로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았는데, 모두 상황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느꼈다.서은지는 완전히 멍해져 고청아를 붙잡고 물었다.“청아야, 이게 무슨 일이야. 이강현과 진광철이 아는 사이야?”“저 병신 새끼가 알긴 개뿔.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등이나 처먹는데 알고 모르고가 어디 있어요. 설령 안다고 해도
“때려! 세게 때려! 죽을 때까지 때려!”진광철이 매섭게 말했다.“형님 정말 미쳤어요, 왜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때리게 해요?”진형진이 당황해서 물었다.“그걸 감히 물어? 너희들이 이 선생님을 건드리는 것은 죽음의 길을 걷는 거야! 그들 몸에 있는 모든 뼈를 부숴버려!”진광철은 말을 마치자 먼저 시범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두 멍청한 동생의 어깨를 향해 때렸다.매서운 주먹을 맞은 진형진과 진형준은 꽥꽥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때려, 빨리.”시범을 마친 후 진광철은 경호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경호원들은 억지로 손을 써서 진형진과 진형준을 때리기 시작했다.구경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형제한테까지 이렇게 모진 손을 썼는데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절대 말이 안 된다.구경꾼들의 주목하에 진광철은 이강현에게 다가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이강현에게 110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조금만 더 세게 하면 머리가 발끝에 닿을 것 같았다.“이 선생님, 제 두 망나니 사촌 동생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들은 태산을 몰라봤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저는 반드시 그들을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한 발자국도 더 귀국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 더 이상 따지지 않겠습니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진씨 집안을 대표하여 선생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리겠습니다.”진광철은 말을 마치고 또 연속 허리를 굽혀 사과하면서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구경꾼들은 이미 철저히 멍하니 있었고 다양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의 정체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그러나 이강현의 평범한 옷차림은 미혹성이 너무 커서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이 이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신성이기에 진광철을 이렇게 두렵게 하다니. 아마도 강을 건너 맹용이겠지.”“이 맹용은 너무 맹렬하잖아. 진형진과 진형준을 해외로 보내지는 거 아니야. 어쩌면 농사를 짓기 위해 어디로 보내
주변의 부잣집 도련님들이 모두 밀어내는 것을 보고 고청아는 더욱 분개하여 이강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강현, 이 쓸모없는 놈. 여기 와서 감히 날뛰다니!”“고청아?”이강현은 의아하게 고청아를 쳐다보았고 뒤이어 서은지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음속으로 순간 알게 되였다.고운란도 고청아가 서은지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눈빛으로 서은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서은지는 속으로 놀랐다. 자신이 폭로되었음을 깨닫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청아의 곁에서 도망쳤다.서은지는 고운란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운란아, 네가 오해했어. 고청아가 구경하러 왔을 때 우리가 만났어. 방금 사람이 붐벼서 우리를 한데 모았어.”“허허.”고운란은 냉소하며 서은지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잡아당겼다.서은지는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눈빛이 이강현을 보았을 때 마음의 화를 가라앉혔다.“운란아, 나를 믿어. 방금 내가 도망간 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아. 그건 내가 무서워서 그랬어. 만약 이강현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분명 도망가지 않았을 거야”고청아는 서은지가 고운란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가 이마로 치솟아 빠른 걸음으로 서은지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오려고 했다.그러자 진광철은 고청아를 가로막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더 가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네가 뭔데 나를 막아. 네가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지 마! 이강현 같은 폐인도 무서워하다니. 너의 이 진 씨 도련님의 위명은 모두 허풍에서 나온 것이지!”고청아는 화가 났고 게다가 임시현의 저력이 있어 진광철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내가 무슨 위명이 있겠어. 나 진광철은 이 선생님의 앞잡이일 뿐, 이 선생님께서 물으라 하면 난 바로 물어뜯을 것이야.”“누가 이 선생님에게 공손하지 않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를 물어뜯을 것이야.”진광철은 무표정으로 말했다.구경꾼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진광철과 친분을 쌓은 적이 있고
고청아가 울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을 보고 서은지는 당황하여 이강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이 모든 것이 환각인 건가?’‘이강현 이 쓸모없는 놈이 왜 갑자기 궐기한 거지? 이것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서은지는 완전히 멍해졌다. 방금 발생한 일은 정말 그녀를 놀라게 했다.구경꾼 중 적지 않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모두 몰려와 이강현과 인사를 나누려 했다. 이강현과 관계를 맺을 수 있든 없든 먼저 얼굴을 익힌 후 나중에 다시 이강현을 만나도 이야깃거리가 있어 관계를 맺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이 선생님, 저는 진씨 가문의 진하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같이 앉아서 한잔하시지요.”“저는 장씨 집안의 장천성이라고 합니다. 저와 광철 형은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니 이 선생님도 앞으로 저의 좋은 친구이니 앉아서 이야기를 좀 나누시지요.”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밀려오는 부잣집 도련님들을 상대할 마음이 없어 고운란을 끌고 한쪽의 한적한 곳으로 걸어갔다.한 무리의 부잣집 도련님들은 호의가 무시당하자 안색이 좀 보기 흉해졌다.“이봐, 이게 무슨 사람이야. 우리가 이렇게 아부하는데도 우리한테 좋은 낯빛을 주지 않다니, 정말 우리가 모두 신분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광철 형,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내력이기에 형까지 진씨 집안의 채면을 구기고 그의 앞잡이라고 하는 거야.”“광철아, 이번에는 좀 지나쳤어. 이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너의 동생까지 때리다니. 네가 돌아가서 둘째 삼촌, 셋째 삼촌한테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부잣집 도련님들은 이강현이 떠난 것을 보고 분분히 진광철을 에워싸 그의 입에서 유용한 소식을 얻으려 했다.진광철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너희들의 입을 잘 단속해. 누가 입에서 이 선생님에 대한 불공손한 말이 튀어나온다면 나 진광철이 예전의 정분을 보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아니, 광철아, 너 열난 거 아니지. 우리 이 친구들의 정분을 보지 않는다고? 저 이강현이라는 사람이
이강현이 용성호 어르신을 수습하는 장면을 돌이켜보면 진광철은 점점 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진씨 가문에서 쫓겨나더라도 이강현에게 앞잡이가 될 것이다!……고청아는 빗물에 배꽃을 동반한 듯 울고 있었고 몇몇 절친들은 모두 고청아의 곁에 에워싸 그녀의 처지에 대해 동정을 표시했다.“청아야, 울지 말고 얼른 눈물 닦고 화장 좀 고쳐. 이강현 그 자식 정말 건방지네. 이따가 우리가 사람을 찾아서 복수해 줄게.”“그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이강현을 도와주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고청아는 눈물을 닦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기다려 봐. 난 분명 사람을 찾아서 그들을 수습할 거야. 개뿔 같은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 그는 그냥 정신 나간 사람일 뿐이야!”“그리고 이강현 그 쓸모없는 놈, 난 분명 그를 무릎을 꿇게 하고 절하며 잘못을 인정하게 할 것이야!”“청아야, 너 무슨 큰 인물을 알았어? 네가 말한 적도 없었잖아. 혹시 몰래 독식을 하고 우리한테 소개도 안 해주는 거 아니야?”“그건 아니야.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가 좋아하는 것은 고운란 그 천한 년이야.”“그래도 좋아. 고운란을 그의 노예로 만들면 이강현은 녹색 거북이가 돼서 어떻게 내 앞에서 날뛰는지 지켜볼 것이야!”고청아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꺼내 임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시현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고민국의 조카 고청아입니다.”고청아는 아리따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운란이 왔지?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어? 난 이미 참을 수가 없어. 요 며칠 동안 정말 게걸스러워 죽겠네, 하하하.”임시현은 지체 없이 말했다.“시현 도련님, 저는 최선을 다해서 고운란을 속여서 대려 왔는데 방금 그녀의 쓸모없는 남편이 사람을 지시하여 저를 때렸어요. 도련님께서 저를 위해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응?”임시현은 약간 의아해하더니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허허, 보아하니 그 쓸모없는 놈은 또 강인한 사
임시현은 게으르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고 한 무리의 요염한 미녀들은 임시현을 위해 춤을 추고 있었다.가녀린 허리는 연약하고 뼈가 없는 듯 흔들고 있었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흰 다리는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다.와인잔을 들고 흔들며 임시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춤을 잘 추네. 매 사람마다 10만 원씩 선물해 줄게.”“시현 도련님, 감사합니다.”한 무리의 미녀들은 간드러지게 고마워하며 임시현의 곁으로 몰려가 주물럭주물럭 안마하기 시작했다.“하하하, 이 계집년들아. 오늘은 내가 너희들을 예뻐해 주기를 생각하지 마. 난 오늘 정말 좋은 미인을 예약했거든.”임시현은 고운란을 떠올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시현 도련님, 어떻게 우리 자매들을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요? 도련님께서 아무리 좋은 미인을 찾더라도 우리는 도련님을 도와 밀고 흔들며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요.”“너희 이 계집년들은 참으로 놀 줄 알아. 하지만 그것은 모두 이후의 일이야. 순정 양갓집 부녀들은 시작하자마자 그렇게 미친 듯이 놀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어.”미녀들은 입을 삐죽 내밀고 애교를 부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임시현의 태도는 단호하기 그지없었기에 그녀들은 순순히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금주를 화나게 하는 일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홀로 안내된 고청아는 멍하니 한 무리의 미녀들이 임시현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미녀 서너 명이 한 남자를 시중드는 장면을 고청아는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며 체구가 서지 않는 미녀 7~8명이 한 남자를 에워싸고 파렴치하게 환희를 구하는 장면을 고청아는 처음 봤다.다만 이 장면은 고청아로 하여금 머리가 좀 부족하다고 느끼게 했다. 임시현의 실력이 어떠한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를 다루는 수법은 충분히 대단했다.“시현 도련님, 고청아가 왔습니다.”조수가 임시현의 뒤로 가서 말했다.임시현을 에워싼 한 무리의 미녀들은 분분히 고청아를 쳐다보는데 눈빛이 모두 칼처럼 날카로워 고청아는 순간적으로
“시현 도련님을 뵙겠습니다. 저는 고청아입니다.”고청아는 몸을 약간 숙이며 말했다.“하하하, 긴장하지 마. 난 너를 안 잡아먹어. 고운란이 왔다며. 그러면 어서 그녀를 만나러 가자.”“시현 도련님, 방금 제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좀 발생했습니다.”“현재 서울의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진광철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만약 도련님께서 고운란을 데려가려면 진광철이라는 관문을 먼저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고청아는 여전히 먼저 일을 똑똑히 말해야 하고 진광철을 대처할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임시현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임시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웃기 시작했다.“진광철? 그건 그냥 개똥 같은 놈이야. 하루 종일 하류 인물들과 어울려 킬러 몇 명을 통제하고 있을 뿐인데 정말 자기가 인물인 줄 아나 봐. 내가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너희 이곳의 가문들은 모두 찌꺼기일 뿐이야.”“그 개뿔 가문들이 만약 우리 그곳에 간다면 절대 3일도 못 버티고 온 가족이 다 죽을 것이야. 내가 진광철이라는 놈을 처리할 수 없을까 봐 걱정하지 마.”“방금 네가 괴롭힘을 당했지? 내가 반드시 진광철이라는 놈을 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게 할 것이야.”임시현의 호언장담을 듣고 고청아는 눈이 밝아지자 마음속에는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다.만약 정말 진광철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장면은 분명 매우 장관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부잣집 도련님들은 자신을 아첨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자신을 핥아야 할 것이다!고청아는 이미 헛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임시현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며 조수에게 말했다.“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해. 무기들도 모두 챙기고 이젠 우리의 위풍을 보여줄 때가 됐어.”“시현 도련님, 위세를 세우시려는 건가요?”조수가 공손하게 물었다.“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너는 정말 내가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서 온 줄 알아? 특별히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주요한 것이지. 미녀 놀이는 부수적인 오락일 뿐이야.”“마침
진효영은 화려한 옷을 입고 롤스로이스 차량에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와이너리 문을 바라보았다.마음속에 슬픔도 기쁨도 없는 진효영은 이미 자신이 노리개라는 운명을 받아들였다.권무영의 노리개가 되든 황후에게 던져져 이강현을 꼬시게 하든 이는 진효영에게 있어서 모두 마찬가지였다.모두 남자를 시중하는 것이기에 누구를 시중하든 상관없었고 시중하는 상대의 외모가 뛰어나든 못 생기든 상관없었다.진효영은 단지 살고 싶을 뿐이었다. 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의미였다. 다른 꿈과 이상 따위에 대해서 그녀는 감히 바라지도 못했다.집사복을 입은 한 중년은 진효영의 곁에 앉아 그녀의 요염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효영아, 황후께서 이 일만 잘하면 너의 가족을 풀어주고 자유를 주겠다고 하셨어.”진효영은 눈을 반짝였지만 곧 눈빛이 또 어두워졌다.“황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런 태도만 있으면 돼. 이강현 그 녀석은 아무런 능력이 없어. 나는 너의 미모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진효영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응, 이따가 자유롭게 해. 나는 간섭하지 않을게.”롤스로이스가 와이너리에 들어서자 많은 부잣집 도련님의 눈길을 끌었다. 그 부잣집 도련님들의 차는 와이너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 바깥 주차장에 세워졌다.하지만 지금 이 롤스로이스의 진입에 부잣집 도련님들은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고 어떤 큰 인물이 왔는지 추측하고 있었다.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멈추자 고백승이 먼저 차에서 내려 진효영 쪽 차 문 옆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고 오른손을 내밀어 차 문틀을 막는 표준적인 영륜집사의 풍모를 보였다.하얗고 곧게 뻗은 종아리가 차에서 내밀자 수많은 크리스털로 엮은 하이힐이 눈부시게 빛났다.남자들은 그 종아리를 보면서 피가 점점 타오르는 것을 느꼈고 여자들은 그 크리스털 하이힐을 보며 부러움의 눈빛을 발했다.차에서 내민 종아리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의욕을 불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