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뭘 하려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남궁 수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예전과 같았으면 남궁 수호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을게 분명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사가 이강현 손에 달려있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다.“이 어르신의 뜻을 저희가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부디 어르신께서 저희들한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남궁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그 머리로 장사를 하다니, 운도 참 좋은것 같아.”남궁 수호가 어색한듯 웃어보였다.전 사장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이 어르신 우리들한테 가르침을 주시려고 그러는거죠? 어르신의 가르침 받들겠습니다.”“하하.”이강현이 무표정으로 말했다.“가르친다고? 난 너희들같은 병신 손주들을 둔 적이 없어.”“어르신 말이 맞으세요, 우리가 병신들이에요, 어르신께서 어떤 벌을 내리시든 저희가 달갑게 받겠습니다.”이강현이 담배를 꺼내자 남궁 수호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부쳤다.이강현은 남궁 수호를 발로 뻥 차버렸다,“내가 불 부쳐라고 했어? 뭐가 틀렸는지 알것 같아?”“제가 어르신을 몰라뵜어요, 제가 눈이 멀었어요, 제 잘못이에요.”이강현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남궁 수호를 바라보았다. 지금 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남궁 수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강현의 어두워진 표정에 남궁 수호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어르신의 충고를 무시하는게 아니었어요. 앞으로 고운란과 고씨 집안에 그 어떠한 도덕을 넘나드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에요.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우리는 고씨 집안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것입니다.”남궁 수호는 사건의 요점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이강현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다.“이것으로는 모자라.”이강현이 냉정하게 말했다.“저희는 어르신이 내린 지시 받들겠습니다.”남궁 수호가 말했다.기업의 부도를 막을수만 있다면 이강현이 하라는 모든걸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고씨 집에 직접 방문하여 사과하도록 해.”남궁 수호를 비롯한 네 사람이 안도의 숨을
“그건 너희들이 하는 것에 달렸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수가 있어.”말을 마친 이강현이 방을 나섰다.남궁 수호는 이강현의 뒷모습을 보고 김 빠진 고무공처럼 쏘파에 늘어졌다.“이제야 살 것 같네, 이강현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거야? 분명한 건 보통 사람이 해낼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거야.”남궁 수호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말했다.“엄청난 부자 집안 2세대일 거야,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고씨 집안 데릴사위가 되어있는 거지? 심지어 고씨 집안 사람들의 질책을 받으면서까지…….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임 사장은 피가 흐르고 있는 이마를 감싸 쥐고 말했다.“얼른 병원에 가서 상처치료 해야겠어요, 저 이마 다 까졌어요, 우리 아직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내일 사과하러 갈 준비도 해야 하잖아요.”“이 어르신이 만족하게끔 사과를 준비해야 할거야. 이 어르신의 표준을 모르겠어서 준비를 잘 해가는게 좋을거야.”남궁 수호를 비롯한 네 사람은 다시 긴장해났다. 내일 사과하러 가는 것이 제일 긴급한 일이었다. 이 어르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이강현이 집에 들어서자 최순의 욕설이 들려왔다.“네가 이 집에 들어와서 뭐해? 밖에서 죽던지 말던지 하라고 했잖아.”이강현이 문어구에 서 있었다.“너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어르신 앞에서 그렇게 잘난척하더니, 내가 낯 뜨거워서 못 살 것 같아.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일을 네가 무슨 수로 해결한다는 거야?”“남궁 사장이 우릴 봐주지 않으면 어떡해? 우리 집 망하는 거 아니야? 너 행동하기 전에 머리로 생각 좀 해볼 수는 없었어?”고운란이 최순의 욕설을 듣고 방에서 나왔다.고운란은 이강현 옆으로 다가가 이강현을 팔을 잡아당겼다.“나랑 방에 들어가.”“운란아, 너 그 손 안놔? 저런 찌질이를 집에 둬서 뭐해? 저런 애는 사고만 칠뿐이야, 이번에 그런 사고를 쳐놓고도 넌 쟤랑 같이 살고 싶어? 너
다음 날, 제대로 자지 못한 고운란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남궁 수호의 일로 인해 걱정이 가득한 고운란이 침대 머리맡에서 멍 때리고 있었다.이강현은 멍 때리고 있는 고운란을 보고는 고운란을 품에 안았다.“걱정하고 있는 거야?”이강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고운란이 머리를 끄덕이며 이강현의 품에 안겼다.“오늘 왜인지 피바람이 불 것만 같아.”고운란이 말했다.어제 이강현이 했던 말을 고운란은 믿을 수가 없었다. 남궁 사장 같은 사람을 이강현이 처리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성에 남궁 수호의 생각을 꺾을 사람은 없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고운란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강현의 품속에서 나왔다.“나 회사 갈 준비 해야겠어, 오늘 회사에서 해결 방안 논의하기로 했어.”“가서 씻어, 내가 아침 준비해 놓을게.”이강현은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강현의 뒷모습을 본 고운란은 행복했다.하지만 행복감보다는 몰려오는 압박감이 더 컸다.준비를 마친 고운란은 이강현이 준비한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설거지를 마친 이강현은 남궁 수호한테 사과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메세지를 보냈다.고운란은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회의실에 들어섰다. 고 어르신이 어두운 안색으로 가운데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고민국, 고건강, 고흥윤과 고청아가 앉아있었다.다섯 사람이 일제히 고운란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보았을 때 이번에 회사가 맞이한 위기는 고운란 때문이었다.“네가 감히 회사에 들어올 생각을 해? 이것 좀 봐봐, 우리랑 합작을 거절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심지어 환불까지 요청하고 있어.”고청아가 고운란을 향해 서류를 날렸다.고운란은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고운란, 우리 회사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네가 남궁 수호의 미움을 산것때문에 지금 부도 위기를 맞이했잖아, 네가 해결해.”고건강이 외쳤다.지금 모든 문제는 남궁 수호한테 달려있었다. 남궁 수호의 마음이 풀려
고흥윤은 멸시하는 눈길로 머리를 떨군 고운란을 바라보았다.“지금이 어느 때라고 불쌍한척 하는거야? 너 우리 집 망하니까 아주 신이 났지? 이게 다 너랑 너의 남편이 저지른 일이야, 그러니까 네가 나서서 해결해.”“제가 책임 지고 해결할게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그 방법은 아니에요.”고운란이 씁쓸해하며 말했다.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장면들이 지나치게 익숙했다.“우리 회사가 지금 내일 모레면 문 닫게 됐는데 여기서 지금 그런 말이 나와?”“네가 처음 다른 사람이랑 자보는것도 아니고 너 설마 남궁 사장님이 눈에 차지 않는거야? 남궁 사장님이 연세는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아버지처럼 대하면 되잖아, 남궁 사장님이 기분이 좋으시면 너한테도 득이 될거야.”고청아는 마치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듯 얘기했다.고흥윤은 그 장면들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것 같았다.“청아 말이 맞아, 운란이 네가 자존심 좀 버리고 눈 딱 감고 하면 되잖아. 솔직히 남궁 사장이 네 남편보다는 백배 낫잖아, 이 사회에서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우는 법이야.”고운란은 치가 떨렸다. 내뱉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어르신이 말했다.“운란아, 네가 친 사고 네가 수습해. 남궁 사장 쪽에는 네가 사죄해, 남궁 사장이 무슨 요구를 제기하든 들어주도록 해. 지금 당장 남궁 사장한테 가서 사죄드려.”고운란이 고개를 들어 믿을수 없다는듯이 어르신을 쳐다보았다.“보긴 뭘 봐.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얼른 움직이지 않고, 성모 마리아 노릇 그만하고 얼른 가서 사죄해, 안 그럼 우리 회사 문 닫게 생겼어.”고흥윤이 재촉했다,그러자 고청아가 핸드폰을 집어들며 말했다.“네가 하기 싫으면 내가 대신 연락해줄게.”“당신들…….”고운란이 입술을 깨물었다.“우리가 뭐, 너의 남편이 남궁 사장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너희 집안은 모두가 쓸모없는 인간들이야.”고민국이 책상을 치며 말했다.“
서울에서 올라온 차라는 말에 고 어르신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남궁 수호밖에 없었다.남궁 수호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건 죄를 물으러 온게 분명했다.고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운란을 노려보았다.“운란아, 남궁 사장이 널 찾으러 왔어,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할거다, 할수 있겠어?”“아버지, 쟤랑 무슨 말을 그렇게 에둘러서 해요. 고운란 너 이번에 남궁 사장님 비위 잘 맞춰드려야 해. 남궁 사장이 뭘 시키면 시키는 다 해야 할거야.”“넌 네 몸이 귀한줄 알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남궁 사장과 함께 있기만 하면 재부를 얻을수 있는데 얼마나 쉬워?”고운란은 두 손을 꽉 쥐었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남궁 사장과 전 사장을 비롯한 네 사람이 시야에 나타났다.고 어르신은 잔뜩 긴장한채로 웃으며 남궁 사장을 맞이했다.“어서 오세요, 남궁 사장님,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흥윤아, 어서 운란이더러 남궁 사장님한테 인사 올리라고 해.”고민국은 의자에 앉아있는 고운란을 노려보았다.고흥윤이 고운란을 일으켜세우려고 할때 남궁 사장이 막아나섰다.남궁 사장 눈에 고운란은 이미 조상님이나 다름 없었다.“뭐 하시려는거에요? 운란 아가씨는 앉아계시면 되요. 전 오늘 운란 아가씨한테 사죄드리러 왔어요. 어서 선물 드려.”남궁 수호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마냥 허리를 굽신거렸다.고씨 집안 사람들은 남궁 수호의 행동에 어쩔바를 몰라했다.‘사과하러 왔다고? 남궁 수호가 고운란한테 사과하러 왔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루밤만 지났을뿐인데 뭐가 이렇게 달라진거야? 남궁 수호가 오늘 약 잘못 먹고 온건가? 어젠 우리 고씨 집안을 망하게 하려고 하더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사과하러 직접 찾아왔다고?’고 어르신은 도저히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고운란도 놀란 나머지 미간을 찌푸리며 남궁 수호를 바라보았다.‘이게 다 계략인건가? 설마 엄청난 사실이 날 기다리고 있는건가? 남궁 사장이 저렇게 변할리가 없는데.’“무엇들 하고 있어? 얼른 선물 드려.”남궁 사
‘도대체 남궁 사장이 왜 고운란에게 사과하고 선물 주는 거야!’‘명품 옷, 가방, 화장품, 손목시계에다가 액세서리까지 준다니, 도대체 왜!’고청아가 분노했다.이 선물들 합치면 10억 정도이다. 남궁수호는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다."급하게 와서 잘 준비 못했습니다. 다른 선물도 주문했는데 제작한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나중에 제가 운란 씨에게 직접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선물 리스트입니다."남궁 수호는 리스트를 꺼내며 두 손으로 고운란에게 주었다.고운란은 리스트를 보고 조금 충격받았다.고흥윤도 힐끗 쳐다보았는데 순식간에 충격받아서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남궁 수호를 바라보았다.리스트를 똑똑히 잘 보지 못했지만 첫 번째에 있는 것만 봐도 고흥윤이 기절할 뻔했다.샤넬 수석 디자이너, 수제 고급 원피스 10벌.국내의 아이돌이나 연예인이라도 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수제로 만든 옷을 입지 못한다!최고급의 옷은 무엇인가?이른바 유명한 브랜드의 옷은 기껏해야 중상급 정도이다.상급은 디자이너가 수제로 만든 옷이고 최상급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수제로 만든 옷이다.그것은 돈뿐만 아니라 지위의 상징이다."남궁 사장님, 농담하신 거 아니죠."고흥윤은 온몸이 떨리고 쓰러질 뻔했다.남궁수호는 고흥윤을 힐끗 보고 곧 웃음을 지으며 고운란에게 말했다."운란 씨는 만족하신가요?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린 겁니다."“제가 너무나 뻔뻔스럽고 비열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운란 씨에게 그런 말을……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남궁수호는 말을 마치고 고운란에게 90도 인사를 하면서 옆에 있던 사장들도 같이 사과했다.10초 동안 허리를 굽히면서 남궁수호는 다시 한번 고운란에게 절을 했다.연속 9번이나 했다.고 어르신은 의자에 앉으면서 자기가 잘못 봤는지 의심했다.고민국도 매우 답답했다. ‘이때까지 다 헛수고였네.’고운란은 멍때리고 있어서 남궁수호의 사과를 보지 못했다.‘어떻게 된 거지?’고운란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궁수호는 매우 당황했다
남궁수호의 말을 듣고 다들 눈살을 찌푸리면서 이 선생님이 누군지 생각했다.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이강현이고, 가장 불가능한 사람도 이강현이다.어제 이강현은 남궁수호를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다들 믿지 않았다.‘만약 이강현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꼴로 되지 않겠지.’‘하지만 이 선생님은 도대체 누구일까?’고 어르신은 자기가 아는 성이 이 씨인 사람을 다 생각해 보았지만 남궁수호보다 대단한 사람이 없었다.남궁수호의 꼬라지를 보면 이 선생님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인물이었다.고운란도 이 선생님은 누군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애초에 이강현을 생각하지도 않았다.고청아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운란을 보면서 최근에 퍼지는 소문을 떠올랐다.[어느 성이 이 씨인 사람이 3조 원으로 한성에서 가장 큰 의료산업그룹을 건설했다.]‘그 그룹의 이름이 바로 원일그룹이다!’‘그리고 지난번 병원에서 솔이가 받은 의료 기계도 성이 이 씨인 사람이 준 거였어.’ 고청아는 이 모든 것을 연결해 깨달았다."고운란! 너 참 대단하네! 이 도련님을 꼬시다니 진짜 발랑까진 년이네!"고청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이 도련님은 의료산업그룹을 건설하기 위해 교외에서 많은 땅을 구매했다.지금 한성의 땅값이 많이 올라서 그 땅의 가치도 많이 올랐다.‘고운란이 이 도련님을 꼬셨다니……’고청아는 매우 질투했다.‘내가 고운란보다 못하나?’‘그녀가 나보다 예쁘냐?’‘그녀가 나보다 눈치 빠르냐?’‘왜 나랑 안 사귄 거야!’다들 고청아를 바라보았다.고건강이 물었다."청아야, 이 선생님이 누군지 생각해 냈니?”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고운란을 째려보았다."그전에 이 도련님은 3조 원을 투자해서 원인그룹을 건설했어요. 그게 한성에서 가장 큰 의료산업그룹이에요.""지난번에도 이 선생님이고 이번에도 이 선생님이 너를 도와줬네. 내가 봤을 때 이 여우년이 이 도련님을 꼬신거야!"고청아가 말을 마친 후 다들 깨달았다.남궁수호도 깨달았다.
‘이강현에게는 3조 원이라는 것은 별것도 아니다.’남궁수호가 이렇게 생각했다.하지만 고 어르신은 다른 생각 하고 있었다.‘이게 만약에 진짜라면 우리 집안도 대박 날 것이다!’고운란만 이해하지 못했다.‘이 도련님 또 누구야?’‘원일 그룹 또 뭐야, 들어본 적도 없어.’고흥윤은 경멸하게 고운란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발랑 까진 년이 부자를 꼬셨네. 창피하지도 않니?""허허, 남편이 너무 멍청해서 만족스럽지 않나 봐. 근데 고운란 너 참 대단하구나. 이 도련님을 꼬셨다니 우리한테도 소개해 주라."‘나도 이 도련님을 꼬셔야해. 나도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싶어.’고청아는 상상에 빠졌다."어차피 성이 다 이 씨잖아, 운란아, 너는 그냥 이강현이랑 이혼하고 이 도련님을 잘 모셔라.""어차피 네 몸도 이미 더러워졌는데 이강현이 알게 되면 너를 죽일지도 몰라. 저 X끼는 항상 이래. 살고 싶으면 빨리 이혼해라."‘만약에 고운란이 이 도련님과 결혼한다면 고씨 가문도 대박 날 것이다.’남궁수호와 전 사장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가만히 있었다.이게 고씨 가문의 집안일이라서 그들은 감히 말하지 못한다.고운란은 분개하여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이 도련님이 누군지 모르고 원일 그룹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리고 이강현을 욕하지 마세요.""아이고, 아닌 척하는 거 봐라. 제발 순수한 척하지마라. 너무 웃겨."고흥윤은 비웃었다."콜록콜록."남궁수호는 기침하고 허리를 굽혀 말했다."운란 씨, 저희 사과에 만족하신가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없어요, 빨리 가요.”고운란은 머리를 가리고 화가 나서 말할 힘도 없었다. 남궁수호는 매우 기뻐했다."이전에 우리가 상담했던 거래는 다 운란 씨가 원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또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저희는 이만.”남궁수호와 다른 사장들은 떠났다.‘이렇게 쉽게 해결됐다니, 헛수고했네.’다들 긴장을 풀렸다."운란아, 너는 진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