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이강현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아주 담담하게 말한다. “도대체 누가 죽을 지는 나중에 알게 될거야.”“푸하, 하하하.”건장한 사내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참 웃기는 놈이군, 네가 이길수 있다고 생각해? 링에 오를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니 놈은 내랑 붙어도 짝수가 안돼.그냥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알아 둬.”정중천은 이강현이 한바탕 붙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일단 먼저 들어 가시죠.”정중천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강현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떡이고는 정중천과 원욱을 따라 격투기 운동관으로 향해 걸어갔다.“퉤!”건장한 사내는 더럽다는 식으로 침을 뱉고는 두손을 허리에 두른채 그들 뒤를 따라가며 중얼거린다.“잠시후 네가 어떻게 맞아 죽는지 함 두고 볼거야.흥”이강현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경기장의 활동 전조등이 즉시 이들 셋을 향해 비췄다.강한 불빛으로 세사람은 일제히 팔로 눈을 가리며 실눈을 하고 있었다.“어허, 정중천 네가 감히 응전할줄이야, 나는 네가 놀라서 바지에 오줌 싼 줄 알았어.”남문빈은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다리를 틀어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리고는 하찮은 눈빛으로 정중천을 쳐다보며 말한다.“자, 내가 소개해줄게. 이쪽의 대머리는 마 어르신이고, 저쪽에 팔자수염은 황 어르신이야. 우리 셋은 모두 너의 지반이 마음에 들어한다고.눈치가 빠르면 이만 조용히 이 판에서 꺼져.그렇게 되면 우린 너의 개 목숨 하나는 남겨줄 수 있어.”정중천은 속이 바질바질 타기 시작했다.만약 이강현이 없었다면 그는 바로 무릎을 끓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틸수 밖에 없다.“남 어르신, 마 어르신, 황 어르신, 내 정중천은 이 판에 몸을 담근후로는 좋은 결말이 있을거라 생각지 않았습니다.그니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들과 한번 붙어 볼겁니다.”정중천이 말했다.대머리를 한 마 어르신은 호두 한쌍을 손안에 쥐고 요리조리 돌리고 있었다.그리고는 조중천의 뒤에 서 있는 이강현과 원욱을
“작은 도련님님, 아니면……올라가지 맙시다.”정중천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모두 다 허수아비 들이야. 요 정도에 놀래 버렸어?”이강현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렇다.정중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기만 했다. “정씨, 자네 그리고 그 옆의 놈. 잘 보고 있어.내가 한 방에 이 놈을 서방극락 세계로 보내 줄거란 말이야.하하하.”왕태리는 트집을 잡듯이 정중천과 이강현을 바라보며 지껄인다.그는 이강현이를 안중에 두지도 않고 있다.이에 원욱은 분노로 가득찼으며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져 있었다.그는 노호하며 왕태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왕태리는 흉물스럽게 웃더니만 온몸에 힘을 한껏 주었다.그러자 근육덩어리가 불룩불룩 튀여나오더니 몸 전체가 한 바퀴 더 커졌다.“그래 니한테 두대 정도는 양보할 게. 아니면 니 놈이 너무 빨리 쓸어지면 재미가 없잖아.”왕태리는 그 자리에 선채 마음대로 한번 때려보라는 식으로 꿈쩍 않고 있었다.원욱의 눈은 이글이글거렸고 그는 두 손을 잽싸게 휘두르며, 왕태리의 명치와 목을 향해 연거퍼 펀치를 날렸다.펑펑펑.연속적이고 빠른 타격 소리가 들려왔다.근데 왕태리는 바위마냥 꿈쩍도 않고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한바탕 연타후 원욱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쳐다보았다.왕태리의 하찮은 표정에서 그는 아뿔싸! 안좋은 기분이 들었다.자기 자신이 왕태리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느꼈다.물러나자!뒤로 후퇴하려는 찰나 왕태리의 팔이 원욱의 배를 세차게 올리쳤다.“헤헤, 죽어!”그 순간 원욱의 몸은 고공으로 날아 올라갔고 링위를 넘어서 정중천과 이강현의 앞에 떨어졌다.정중천을 본 원욱은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였지만 찰나에 한 줄기 선혈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원욱의 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갔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하하하, 정씨 이놈, 그리고 그 옆의 꼬맹이, 무서워 죽겟지? 빨리 와서 우리 셋 앞에 무릎 꿇어 봐. 우리가 선심을 쓰면 너희 목숨 한
상대방의 머리를 쳐서 혈장뇌장 박살내는 것이 왕태리의 지독한 성질이다.평범한 체격에 평범한 걸음걸이,거기에 전투력이0이라고 생각한 왕태리는 한시가 급했다. 신속하게 이 판 결속짓고 싶었다.근데 어딘가로 부터 휴대폰 벨소리가 갑작스레 울러퍼진다.워낙 무서움이 덮힌 경기장인데 난데없는 벨소리로 현장은 더욱더 긴장되였다.이때 이강현이가 경기를 하다 말고 휴대전화를 꺼내든다.격투장에 핸드폰을 갖고 오다니.그것도 경기중에 전화를 받아?나를 무시하는거야 뭐야!왕태리는 더없는 분노로 눈에서 불덩이 튀여나올 기세였다.남문빈은 한참 멍해져 있다가 그제야 차갑게 입을 연다.“이 녀석은 정말 죽는 줄도 모르고 링위에서 전화를 받아? 일단 그 자리에 서면 격투가 시작됐다는 걸 모르나.”“하하하, 문빈선생, 너는 이 촌놈들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어. 이놈은 그냥 짝수를 맞출라고 올라간 거야.전화를 받든 말든 상관없어.”마 나으리는 피투성으로 볼꼴 없이 일그러질 이강현의 몰골을 상상하며 웃긴다는듯이 말한다.“정말 재수없군, 근데 이 녀석이 어딘가 낯이 익지 않나.”남문빈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만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핸드폰을 찾아들었다. 그는 조카가 보내온 사진을 찾아 확인하고는 다시 이강현을 쳐다보았다.“정말로 그 놈이네.오늘 완전 일석이조구만.”남문빈은 웃으며 즉시 조카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 이강현의 목을 딸거니까 빨리 와서 구경오라는 내용이다.메시지를 확인한 남 도련님은 즉시 하빈을 데리고 격투운동관으로 달려왔다. 고흥윤은 그냥 구실을 만들어 돌려 보냈다.전화를 받은 이강현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피여져 있었다.“부인님,내가 보고싶어서 전화했나요.”“보고싶긴 누가 보고싶어.갑자기 야식생각이 나서 전화 했어.나중에 집에 들어올때 잊지 말고 사오세요.오리 모가지도 괞찮아요.”“그래 알았어, 나중에 사갈게요.”이강현의 닭살 돗는 대화 내용에 왕태리는 모욕을 당한 느낌이였다.뭐 마느라한테 야식까지 사간다고.내 상대로 여기 올라와 놓
“나 지금 친구랑 게임하고 있어.격투 게임말이야.친구가 자꾸 져가지고 지금 화가 나 있거든.나중에 집에 가서 상세하게 이야기해 줄게. 일단 내가 이 친구 혼 좀 더 내주고 갈게.”“그래,알았어. 조심해서 들어와.”전화가 끊어지는 순간, 왕태리의 주먹은 이강현의 면전에서 약 10센티 정도의 사이를 두고 있었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그의 머리를 깨뜨려 버릴 자세였다!왕태리는 마치 성공이나 한 듯 입을 헤벌적 벌리고는 기세등등해 있었다.근데 어느 순간인지 이강현이의 오른손이 왕태리의 주먹을 가로 막고 있었다.“내 주먹을 막아? 꿈 깨!”빵!충돌소리와 함께 왕태리의 얼굴은 주름투성으로 마치 늙은 쭈꾸리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었다.왕태리의 주먹은 이강현의 손에 잡혔고 이강현이는 그 손을 한번 더 천천히 조였다.왕태리의 철덩어리 같은 주먹에서 까다닥 까다닥 소리가 나고 있었다.돌보다 단단했던 왕태리의 주먹 뼈는 조금씩 조금씩 이강현에 의해 부서지고 있다.“너……너!”왕태리는 온몸에서 식은 땀이 났고 통증으로 온 근육이 떨고 있었다.“내가 뭐? 우리 부인과 통화중인데 니가 뭐라고 끼여들어? 기분 나쁘게 말이야.”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한다.그리고는 손아귀를 한번 더 쪼인다.까다닥 소리와 함께 왕태리의 주먹은 흐물흐물 고기 덩어리로 변했고 뼈 부스러기가 피와 살을 섞으며 사방으로 튀였다.“아! C팔! 내가……푸!”왕태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강현이의 발은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공중에 날아 오른 왕태리는 피를 토하며 쓸어졌고 분노에 찬 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쿵!왕태리는 남문빈이 앉은 소파에서 멀지않은 곳에 떨어졌고 피를 몇번 더 토하더니만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조용!온 격투기경기장은 쥐 죽은듯 조용했다.모두가 경악한 눈빛으로 링위의 이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 쉽게 왕태리를 죽일 줄은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1초전만 해도 전화를 받고 있었고 1초후에는 왕태리한테 치명적인 한 주먹 날렸다.아주 짧은 시간내에 거뜬
남문빈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졌다. 이강현의 전투력은 남문빈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보통 선수인줄 알았는데 이같이 보스급 수준을 보여줄 줄은 예상도 못했다.이때 남문빈 뒤에 서있던 하얀 피부색의 젊은이가 음산한 미소를 띄우며 남문빈의 귓가에 말한다.“사장님, 이녀석이 민첩하고 힘 또한 좋긴 한다만은 저의 대상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조급해 하지마, 일단,황 나으리쪽의 실력 한번 보세.”남문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순간 남문빈은 방금전에 규칙내용을 변경한 자신의 소홀한 행동에 대해 약간은 후회가 됐다.그러나 후회막금이다. 일단 황나으리쪽의 선수가 이강현의 체력을 대량 소모하게 만들고 마지막에 자기쪽 사람을 내세워 이강현이를 넘어뜨려는 것이 지금 그의 속산이였다.황 나으리는 웃으면서 분노에 차 있는 마 나으리를 힐끗 쳐다본다.“황선생, 화내지마. 왕태리의 죽음은 어쩔수 없어.나중에 후사를 잘 해주면 돼.내 사람이 왕태리를 대신해서 복수해 줄게.”“최근에 새로 구한 챠챠라고 하는 킥 복싱 능수야. 외국 지하 권투경기에서 30연승을 거뒀어.저 놈을 넘어뜨리기엔 완전 충분해.”구릿빛 피부에 큰 반바지를 입고 웃통을 벗은 챠챠가 황 나으리의 뒤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기성 세대의 무에타이왕을 따라 킥복싱을 배웠던 것이다.그리고 16살때부터 지하 권투경기장을 휩쓸고 다녔다이제 10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는 이미 지하 권투경기의 왕이 되었다,링위에서 때려 죽인 상대수만 부지기수이다.독사처럼 음흉한 눈빛을 한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황나으리, 저는 저 놈 온몸의 뼈 한치한치를 부러뜨릴 것입니다.”“하하하, 좋아, 제대로 한번 붙어 봐.마 나으리의 노기도 풀어 줘.”황 나으리가 건방지게 말했다.황 나으리는 10명의 왕태리도 챠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삼오명의 이강현이 온다해도 이기지 못할거라 생각했다.챠챠는 아무 사전 준비동작도 없이 온몸의 순발력으로 비약하여 10미터밖의 링위로 뛰어올랐다.그의 발 밑은 순식간에
무에타이의 수법 중 가장 음험하고 악랄한 것은 바로 공격을 펼치기만 하면 독사가 구멍에서 나오는 것처럼 상대를 물리칠 때까지 끊임없이 압박식으로 공격하는 것이다.호시는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며 이강현의 볼로 향했다.그리고 왼쪽 주먹은 약간 뒤져 이강현의 인후를 향해 공격했다.두 주먹은 서로 허실이어서 이강현의 반응에 따라 전환될 수 있다.전에는 이러한 공격에 70% 의 상대가 쓰러졌었다.그러나 이강현은 호시의 공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경멸적으로 중지를 내밀며 번개처럼 불을 붙였다.“방금 네가 나에게 중지를 세웠잖아...... 이제 비겼어.”이강현이 내민 중지를 보고 호시의 눈꺼풀은 한바탕 뛰었는데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공포가 생겼다.마지막으로 이런 공포감을 느꼈을 때는 흑권 제1권왕을 상대했을 때였다.그때 호시는 죽을 힘을 써서 구사일생으로 링에서 살아났었다.그럼, 이번에는?호시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원래 공격하던 두 주먹은 더 이상 칠 수 없었다.호시는 본능적으로 두 주먹을 회수하고 두 팔로 보호할 준비를 했다.생각은 잘 하고 있었지만 두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움츠러들기도 전에 이강현이 내민 중지는 이미 호시의 두 팔을 뚫고 그의 미간을 찔렀다.“헉!”황씨 어르신은 들숨을 내쉬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남문빈도 긴장함을 감추지 못한채 오른손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그것은 남문빈이 긴장할 때의 습관적인 동작이다.그러나 마씨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왕태리가 혼자가 아니라 짝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좋았다.오늘 체면이 구겨지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더욱 좋았다.정중천은 이를 보고 마음이 안정되었다.마지막 한 가닥의 걱정도 없어졌다.이강현은 마치 신병처럼 상대를 대살할 수 있다고 느꼈다.이강현의 중지는 호시의 미간을 찌르고 있다.호시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장면은 다행이도 일어나지 않았다.중지는 미간에 살며시 눌러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고 아무런 이상한 느낌도 없다.순간 시간
택시가 격투운동관 문앞에 멈췄다.하빈은 남군군을 부축하고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재빨리 격투운동관 옆문으로 달려갔다.“서둘러! 아직 끝나지 않았을 거야. 이강현 그 망할 놈이 죽는 걸 직접 봐야겠어!”“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뛰세요.”하빈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남군은 아직 은근히 아팠지만 이강현이 곧 시체가 될것이라고 생각하자 온몸의 피가 끓어넘치는 듯했다.문을 지키던 사나이는 남군이 오는 것을 보고 즉시 문을 열고 두 사람을 경기장 안으로 안내했다.“상황은 어때? 그 망할 놈은 죽었어? 걔 죽는 거 볼려고 한걸음에 달려왔어!”남군은 욕을 하며 말했다.“아직도 경기중입니다. 다만 상황이...... 좀 괴상합니다.”길을 안내하는 사내는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몰라 괴상하다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다.“괴상해? 괴상하긴 뭐가 괴상해! 이강현 같은 놈은 우리 작은 삼촌이 손만 까딱 거리며 죽게되있어.”“직접 가서 보시죠. 안으로 계속 들어가시면 경기장이 보일겁니다.”하빈은 남군을 부축하여 통로를 지났다.통로문을 나와서는 그의 뒤에 서서 따랐다.남군은 주위를 흩어보았는데 왕태리와 호시의 시체를 보고 그만 헛구역질을 했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왜 아직도 살아 있어요?”남군은 메스꺼움을 억누르고 분노하며 물었다.마씨 어르신과 황씨 어르신은 모두 우울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노발대발하는 남군의 모습을 보고 그와 이강현 사이에는 좋지 않을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남문빈은 미간을 비비며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앉아서 봐. 빈이, 용이는 어서 올라가서 저 자식 죽여놔!”남문빈은 뒤에 있는 용이와 빈이에게 눈짓을 주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링으로 향했다.“하하하, 넌 이제 죽었어! 용이 빈이는 무도 고수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솜씨를 지니고 있어. 어디 한번 제대로 아픔이 뭔지 두려움이 뭔지 느껴봐!”“남 도련님, 저 두사람은 누군가요?”하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두 사람은 진용산네 제자인데,
“좋았어!”남군은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미친듯이 박수를 치는데, 마치 주말 예능을 보고 있는 듯했다.황씨 어르신과 마씨 어르신도 담배를 그만 피우고 이에 몰두했다.두 사람은 지금 모두 이강현이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자기만 손해보고 남문빈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건 너무 싫었다.다같이 손해를 보고 다 같이 잃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입을 열지 못했다.남문빈의 표정 사이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있었다.마음속에는 약간의 불안한 느낌이 만연하고 있었다.이강현은 재빨리 두 손을 내밀어 용이의 발을 잡았다.거대한 힘이 용이의 발목을 잡자, 그는 깜짝 놀라 반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찰칵-용이의 발목은 산산조각이 났다.이어 이강현은 용이를 들고 도끼를 휘두르는 것처럼 용이를 휘두르며 빈이를 때렸다.빈이는 순식간에 눈알이 튀어나왔다.“형!”“피해!”용이는 고통을 참으며 소리쳤다.“당장 풀어!”빈이는 미친듯이 격노했다.그는 속도를 높여 이강현의 몸 앞으로 돌진하여 용이를 빼앗았다.팡-용이의 허리는 돌진 해오고 있는 빈이의 몸에 부딪혔다.찰칵-소리와 함께 용이의 상반신은 기괴하게 뒤로 180도 구부러졌고 뒤통수는 발뒤꿈치와 부딪쳤다.용이의 몸이 구부러진 기이한 호도를 보고 다들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이강현은 이어 용이를 바닥에 던졌다.빈이는 용이의 기괴한 모습에 눈물을 멈추지못했다.“형, 형!”빈이는 용이의 곁에 엎드려 이미 숨이 끊어진 형을 보며 두 손으로 힘껏 머리카락 한 움큼을 뽑아냈다.통증은 빈이의 복수심을 자극했다.그는 두 눈을 붉히며 차갑게 이강현을 쳐다보았다.“아!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빈이는 노호하며 이강현을 향해 돌진했다.아무런 수법과 발걸음도 없이 본능적으로 이강현을 공격했다.이강현은 그런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그러자 주먹에 맞은 빈이는 그대로 쓰러졌는데, 두 번 정도 경련을 일으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