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아가 임서우와 함께 나갈 때면 항상 임서우가 운전했다.임서우는 신수아의 BMW를 몰고 먼저 장서윤을 데리러 갔다. 장서윤과 신수아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절친이었다. 장서윤은 웹 소설작가였는데 계속 집에서 소설만 쓰면서 일하러 나가는 경우가 절대 없었다.하지만 수입은 어마어마했다. 월수입이 적어도 몇백만 정도는 되었고 웹 소설 사이트의 인기 순위에 오르면 제일 많아서 월 몇천만도 받은 적이 있었다.차에 오른 장서윤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임서우를 보고 예상치 못했다는 듯 멈칫했다.“서윤아,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신수아는 장서윤의 놀란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수아야, 설마 너 임서우 데리고 동창 모임을 가려는 거야?”장서윤은 엄청나게 의아해하는 말투로 신수아에게 되물었다.“맞아, 임서우랑 같이 가려고. 동창 모임에 애인을 데리고 가면 안 된다는 말 없었잖아.”“그건 맞는데, 임서우 아직 제대로 된 직업도 없잖아. 혹시나 데리고 가면 누가 뭐라고 함부로 지껄일까 봐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 거야.”장서윤은 신수아랑 임서우가 다른 사람의 비꼬는 대상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괜찮아, 나 그런 일 신경 안 쓰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신수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그렇긴 하지. 그런데 임서우가 제대로 된 직장은 없어도 너한텐 엄청나게 잘해주잖아. 또 다른 방면에서도 우수하고.”장서윤은 신수아의 태도를 보고 그제야 시름을 놓고 말했다.“진짜? 어떤 방면에서 우수한데? 난 잘 모르겠는데.”신수아는 장서윤의 말을 듣고 절친이 자신의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우선 피지컬부터 엄청 우월하잖아.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엄청 힘 있어 보이잖아. 그리고 저 눈매를 봐봐, 볼 때마다 남다른 기품이 흘러넘치잖아?”장서윤은 일부로 고급스러운 단어까지 써가면서 임서우를 평가했다.웹 소설작가여서인지 묘사가 아주 생동했다. 게다가 장서윤은 카리스마 넘치는 잘생긴 회장과 여리고 귀여운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
장서윤은 신수아와 임서우의 말을 듣고 의심을 내려놓았다.“그건 임서우가 진짜 결혼식을 올려줄지 아니면 네 말대로 거짓말일지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좋아, 그럼 우리 결혼식 때 장서윤이 신부 들러리를 한다고 결정한 거야.”임서우는 아주 진중하게 말했다.“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우리 수아 실망하게 하지 마.”......동창 모임 장소는 서울시 상명 호텔이었다.동창 모임이라고는 했지만 그냥 서울시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동창 몇 명끼리 간단히 모여서 밥 먹는 장소였다. 인원도 여덟 또는 아홉 명밖에 되지 않았다.신수아, 임서우와 장서윤이 예약한 방으로 들어갔을 땐 나머지 사람들이 이미 다 도착해 있었다.학창 시절 신수아는 학교에서 제일 이쁘게 생긴 여자애로 소문났었다. 이런 애가 갑작스레 결혼한다고 하니 동창생들도 그녀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하지만 결혼 상대가 일자리 하나도 제대로 못 찾고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무능한 남자라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진 상황이어서 다 알고 있었다.대학 동기들은 오만방자하게 구는 사람들과는 달리 다들 존중할 줄 알았기에 신수아와 임서우를 비아냥거리지는 않았다.하지만 학창 시절 신수아를 좋아했었던 애들은 하나둘씩 임서우를 질투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몇몇 여자애들은 대학교 시절 잘 나가던 신수아가 임서우처럼 무능한 남자와 결혼한다는 걸 알고 약간 웃음거리 구경을 하려는 기미가 보였다.하지만 다 생각만 했지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모임에 가면 꼭 자신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나 있는 사람 몇 명쯤은 있는 게 국룰이었다.자랑하는 사람이 없는 모임은 성공한 모임이 아니라고 설예빈이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설예빈은 임서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그쪽이 바로 우리 이쁘다고 소문났었던 신수아 남편이군요.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역시 사람은 실물을 봐야 하네요.”설예빈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말 속에는 가시가 있었다. 임서우가 무능한 밥통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동휘가 보았을 때, 신지아의 각 방면 조건은 다 설예빈보다 우수했다. 둘 사의 차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심지어 장서윤도 설예빈보다 수십 배는 더 나았다.세 사람을 비교하는 순간 설예빈이 아주 미천한 존재로 느껴졌다.이동휘는 신수아 몸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임서우는 이동휘의 경망스러운 눈길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다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성격이 털털한 편이어서 편하게 대해주세요. 이젠 서로서로 다 친구인데 필요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시간 되면 룸살롱에 놀러 오셔도 좋고요. 제가 다 쏘겠습니다.”이동휘는 못생긴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신수아에게 우선 자신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 좋은 인상을 남긴 후에 어떻게 자신의 여자로 만들지 천천히 생각할 예정이었다. 신수아와 같은 여자를 가지려면 절대 급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사장님 의리가 있으시네요!”“기회 되면 꼭 한번 들르겠습니다.”“그러게요, 이후에 이 사장님 덕 많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동창들은 하나둘씩 전전긍긍해 하면서 체면을 위해 좋은 말만 했다. 그들은 속으로 룸살롱 같은 곳을 왜 가냐고 혀를 끌끌 찼다.동창생들은 다시 신수아에게로 돌렸다.“지아야, 남편분은 어디서 일하셔?”설예빈은 고의적으로 신수아에게 물었다.“내 회사에서 일해.”신수아는 아주 담담하게 답했다.“뭐? 네 남편 진짜 소문대로 기생오라비인 것 아니지? 설마 너한테 업혀 사는 거야?”설예빈은 신수아와 임서우를 비꼬았다.설예빈의 말을 듣고 있던 장서윤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래도 우리 수아는 스폰서에게 의탁하면서 사는 누구랑은 달리 능력이 출중해서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신수아의 절친으로서 장서윤은 당연히 신수아의 편에 들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장서윤도 다른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설예빈의 꼴을 더는 보기 싫었다.“장서윤, 너 말 다 했어? 누가 스폰 받으면서 산대!”설예빈은 장서윤이 직설적으로 까발릴 줄은 생각 못
임서우의 말 한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신수아는 동창 모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라 술잔을 들고 이동휘에게 말했다.“이 사장님, 제 남편이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술 제가 마시겠습니다.”신수아가 신분을 내려놓고 자신이 권하는 술을 마시는 걸 보면서 이동휘는 그제야 얼굴에 웃음을 보였다.“좋네요, 전 다 마실 테니 신수아 씨는 편한 대로 하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동휘는 술잔에 들어있는 술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셔버렸다.신수아도 그런 이동휘를 보면서 술을 마시려고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려고 할 때 임서우가 술잔을 뺏어 다시 내려놓으면서 말했다.“누구도 네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할 순 없어!”이동휘는 아까부터 음탕한 눈빛으로 신수아를 노려보았는데 임서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이동휘의 웃고 있던 얼굴이 다시 굳어버렸다.“임서우,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이동휘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신수아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소름 끼쳤다. 그녀는 다급히 임서우를 나무랐다.“신수아 씨, 생각과 달리 남편이 아주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군요. 저토록 오만스럽게 굴다가 언젠간 코가 깨질 일이 생기겠어요.”이동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돌아가서 제가 잘 단속하겠습니다. 너무 개의치 마세요.”신수아는 이동휘가 주먹이라도 휘두를까 봐 무서워 연신 좋은 말을 해가면서 이동휘를 달랬다.“내 남자 친구 서울시 강동 일대에서 으뜸으로 가는 사람이야. 얼마 전 룸살롱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을걸!”설예빈은 또 기회를 타 자랑하기 시작했다.“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금방 사회에 들어섰을 땐 다들 한창 구역 다툼을 하고 있었는데…”이동휘는 득의양양해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과장해가면서 자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했던 일까지 털어놓았다.“자기야, 너무 멋져! 진짜 너무 멋있어!”설예빈은 아양을 떨면서 이동휘를 우러러보았
게다가 이런 자리에서 진짜 주먹을 휘둘러 보았자 자신의 평판만 피해 볼 거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부풀어 오르는 화를 참았다.‘절대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 신수아에게 내가 얼마나 훌륭한 남자인지 꼭 보여줄 거야!’‘돈 많고 권위 있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어딨어. 설예빈도 그렇다시피 신수아도 그럴 거야!’이동휘는 술 몇 잔 마시고는 핑계를 대고 방에서 나왔다.설예빈도 같이 따라나섰다.“자기야, 신수아가 저토록 사리분별 할 줄 모를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리고 그 무능한 자식 임서우도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꼭 한번 제대로 혼내줘야 해. 안 그러면 계속 우리를 만만하게 볼 거야!”설예빈은 이동휘 옆에서 재잘거리며 불 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이동휘의 화를 돋우었다.“당연히 걔네 둘 가만히 두면 안 되지. 사람 불러올 예정이야.”이동휘는 성가셔하면서 말했다.“특히 신수아는 잘 난 척할 줄밖에 모른다니까. 사람 찾아서 망쳐버려야 해. 다시는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하게.”설예빈도 이동휘가 신수아를 보는 눈빛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신수아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은 마음이었다.“알았어.” 이동휘는 설예빈의 말에 답하면서 전화를 꺼내 들었다.방안은 전과 완전 다른 분위기였다.“아까 수아 남편이 이동휘를 완전 꼴 먹게 했는데 이동휘한테 보복당하는 거 아니야?”동기 한 명이 밖을 내다보면서 물었다.“그럴 수도 있지. 이동휘처럼 재물 약탈부터 살인까지 해본 흉악한 인간이 절대 참고 넘어갈 리가 없지.”“수아야, 너희 빨리 가. 이동휘가 사람 부르러 갔을 수도 있잖아.”“그래, 지금 때마침 두 사람 없는데 이 타이밍에 빨리 여기서 나가.”“설예빈은 눈이 먼 거 아니야?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붙어 다닐 수가 있어?”...방 안에 있는 동기들은 임서우와 신수아 보고 빨리 가라고 두 사람을 달랬다.“임서우, 우리 빨리 가자. 이럴 줄 알았으면 널 데리고 오지도 않았어!”신수아도 불안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빨리 자리를
임서우의 말을 들은 동기들은 다시 망설였다. 특히는 남자 동기들에게 있어서 이번 모임은 여신 신수아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모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떠나야 한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게다가 이동휘가 진짜 손찌검을 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고 다 추측일 뿐이었다.당사자인 임서우도 급해 하지 않는 걸 보며 동기들은 더는 가라고 달래지 않았다.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설예빈은 마주 오는 섹시한 몸매를 가진 여자와 부딪쳤다.설예빈은 이미 동창 모임에서 있었던 일로 심란해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까지 하니 더는 화를 참지 못했다. 게다가 이동휘와 같은 든든한 스폰서가 있었는지라 더 눈에 뵈는게 없었다. 그래서 자신과 부딪친 여자를 화풀이 상대로 삶았다.‘짝!’하는 소리와 함께 설예빈은 그 여자의 뺨을 내리치고는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눈 멀었어? 감히 날 밀쳐?”‘짝!’하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 여자도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설예빈의 뺨을 내리쳤다.“너 죽고 싶어? 감히 날 때려?”설예빈은 그 여자가 도로 자신의 뺨을 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설예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두 사람은 맞잡고 싸우기 시작했는데 무작정 한데 엉켜 떼올 수 없을 정도로 때리면서 싸웠다.전화를 치던 이동휘도 이 상황을 목격하고 달려가서 설예빈을 도와줬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혼을 내줘야 정신 차리지!”이동휘는 손발을 다 써가면서 그 여자를 팼다.여자가 이동휘처럼 건장한 남성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곱게 화장을 한 얼굴이 뒤죽박죽이 되었다.“나랑 싸워? 네가 무슨 자격으로?”설예빈은 고래고래 부르짖으면서 여자의 뺨을 한 번 더 내리쳤다.돼지 얼굴처럼 퉁퉁 부어오른 여자를 보면서 설예빈은 겨우 화가 풀리는 듯했다.설예빈과 이동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여자는 얼굴빛이 음흉해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이동휘와 설예빈이 방으로 돌아왔는데 동기들은 설예빈의 이리저리 엉켜있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의문스
평소에도 오늘에 만난 동기들과 비교적 친했는데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도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설예빈은 제외였다.“수아야, 그보다 오늘 너희 남편이 호텔에서 걸어 나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설예빈은 음험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설예빈의 말은 동기들을 다시 긴장되게 만들었다.‘설마 이동휘가 진짜 임서우를 해코지하려는 거야?’“설예빈, 너 무슨 말이야?”장서윤은 초조해하면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야.”설예빈은 두리뭉실하게 말을 넘겼다. ‘이동휘가 부른 사람들이 오기도 전에 임서우랑 신수아가 겁먹고 달아나 버리면 재미가 없지.’설예빈이 아무리 말을 하지 않고 감추려고 해도 다들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번 동창 모임에 곧 큰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어때? 다음 기회에 다들 시간 될 때 한 번 더 모이자. 나 계산하고 올게.”반장 황재윤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황재윤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으로 쳐들어왔다.무리의 우두머리는 얼굴에 흉악한 군살이 가득한 대머리 남자였다.대머리 남자 뒤에는 섹시한 옷차림을 하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여자 한 명이 있었다.“원섭 오빠, 날 이렇게 때린 사람, 바로 저년이랑 저 새끼야.”여자는 설예빈과 이동휘 두 사람을 가리키면서 대머리 남자를 끌어안고 말했다.여자 이름은 최진란이였고 대머리 남자에게 스폰을 받는 사람이었다.대머리 남자는 조원섭이라고 근처 일대에서 비교적 이름 있고 잘 나가는 깡패였는데 그에 비해 이동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원섭의 십 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했다.이동휘는 대머리 남자가 근처 일대의 깡패 두목 조원섭이란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러자 이동휘는 저도 모르게 무서워 나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의 부하들을 다 불러와도 아무것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맞기만 할 것이 뻔했다.“때려! 저 두 사람을 사정없이 내리쳐! 감히 겁도 없이 내 여자에게 손을 대? 어디 한번
이동휘와 설예빈은 줄곧 앓는 소리를 내면서 빌었지만 조원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호텔에 있는 사람들은 조원섭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신고도 못 하고 옆에서 보기만 했다.동기들도 조원섭이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 추측되어 두 사람이 맞는 걸 그냥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예빈처럼 오만방자하고 어디 가서든 잘난 척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동정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가 먼저 싸움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조원섭은 이동휘와 설예빈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걸 보고서야 부하들한테 물러서라고 손짓했다.동기들은 설예빈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생겨났다.최진란은 두 사람의 뺨을 후려갈겼다.“아까 그 기세는 어디 갔어? 계속해 봐!”최진란은 계속 두 사람의 뺨을 치면서 씩씩거리며 말했다.“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설예빈은 최진란을 향해 두 손을 싹싹 비벼가면서 빌었다.그녀는 동기들 앞에서 잘난 척 한번 해보려다가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진짜 누님이 원섭이 형 사람이라는 걸 몰랐어요. 알았더라면 제가 무슨 담으로 누님을 때렸겠어요. 오해에요, 다 오해라고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네?”이동휘는 땅에 꿇어앉아 손발이 닳도록 빌었다.그는 설예빈이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 났다. ‘저년이 사고를 치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야!’아쉽게도 최진란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짝짝짝!”한 번 두 번...최진란은 쉬임없이 두 사람의 뺨을 내리쳤다. 하지만 이동휘와 설예빈은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묵묵히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다들 조원섭과 최진란이 화풀이를 다 하고 곧 떠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안도하던 그때, 조원섭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신수아와 장서윤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저 두 여자 데리고 가!”그 말을 들은 신수아와 장서윤은 너무 놀란 마음에 선 자리에 경직되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