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우해영과 함께 지내면서 성격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쩔 땐 얼음처럼 차가우면서, 물처럼 부드럽고, 어쩔 땐 호랑이처럼 사나우면서 양처럼 귀엽다, 승엽은 계속 이대로 가다가 정신분열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서진의 할머니는 그가 말한 사람이 당연히 누구인지 알고 웃으며 말했다.“여자는 원래 그래, 설마 이제 알았어?”“그런데 해영이는 너무 감정적이어서, 마치 두 사람 같아요!”“그건 아마, 해영이는 원래 일반인이 아니었을 거야. 소문에는 해영이가 변덕스럽다고 하는데, 나도 알아. 엄마가 사실대로 말하자면, 만약 우 씨네 집안이 정말 괜찮은 집안이고, 우리 집이 지금 상황이 이러지 않아, 또, 네가 서진이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엄마는 이 혼사에 동의 안 했을 거야.”“이런 여자가 며느리 노릇을 한다니, 정말 못 봐주겠어!”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부스러기를 털고, 다시 차를 마셨다.묵묵히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런데 너도 너무 당황할 필요가 없어. 어쨌든 해영이가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하고, 마음속에 여전히 네가 있다는 거잖아.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아마 여전히 언니가 티를 내는 것 같아, 너를 기다린다는 걸…….”잠시 뒤 그녀는 고민하며 말했다.“너희들은 아직……그게?”김승엽은 잠시 멍해졌다. “어떤 거?”“쯧쯧!”혀를 차자 서진의 할머니는 그의 머리를 토닥였다.“어쩜 이렇게 또 어리둥절해, 바로 그거야!”“어…….”그는 문득 모든 걸 깨닫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아니에요! 해영이가 그렇게 사납고 차가운데, 저를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요. 조금 전만 해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저는 결혼해도 해영이가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예요.”“이 바보야!”승엽의 다리를 다시 건드리자,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정말 안 건드릴 거야? 너는 여자들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몰라? 요 몇 년 동안 여자 꼬신 실력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어쩐
“오늘 밤 9시에 내 방으로 와주세요.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김승엽은 심심해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문자를 잘못 본 줄 알았다.눈을 비비고 봐도 확실히 틀림없었다, 하마터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를뻔 했다!역시! 여자는 겉과 속이 다른 동물이야, 방금까지 그녀 근처에도 가지 말고, 방에 안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벌써 참을 수가 없다고?오늘 밤 9시, 왜 지금이 아니고? 무슨 말이길래 지금 말 못 하고, 아래층에서도 아니고, 꼭, 방에서, 저녁... 이건 분명 시그널이잖아. 만약 이것조차도 눈치 못 채면, 그건 정말 헛수고가 될 거야.김승엽은 흥분해서 하마터면 위층으로 바로 달려갈 뻔했지만 이성은 남아있었다.그녀가 이미 자진해서 제안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명문가의 귀한 따님이니 진중하고 수줍어하는 것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아예 더 기다렸다가 9시에 가서 그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지켜보기로 했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스스로 술을 한 잔을 따라 맛있게 한 모금 마셨다. 마치 이미 부와 미인이 그의 품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본 것 같았다.“서진아 서진아……, 내가 너를 김씨 집안의 권력자 자리에서 끌어내릴 때까지 기다려라!”——밤이 깊었다.이 레스토랑은 사람이 많지 않고 서진의 별장에서 멀지 않다. 여기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은 서진의 뜻이다.리사는 어린이를 데리고 한소은과 함께 도착했는데 오히려 두 남자가 늦게 왔다.서진에게 전화를 한 후, 한소은은“우리 기다리지 말고, 먼저 음식을 주문해요, 먹으면서 기다리면 돼요.”라고 말 했다.“그래요.”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봐봐, 이 남자들도 뭐가 그리 바쁜지 애들을 데리고 다닐 시간이 없어요.”“그럼 아이리스는 어떻게 하죠?. 평소에 당신이 데리고 다니는데 당신은 임 선생님이랑…….”라고 한소은은 잠시 리사를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리사는 사레가 들 뻔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아니,아니, 제가 어떻게 그이랑 함께! 저는
“늦어서 죄송합니다.”뒤에서 김서진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그가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소은의 어깨를 감싸고 양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으악, 징그러워!” 리사는 손등으로 눈을 가리고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은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아요.”라고 임상언이 웃으며 말했다. 그와 김서진은 동시에 왔다. 보아하니 두 사람은 같이 온 것 같았다.상언은 먼저 아들을 보았다.“잘했어?”“OK.”아주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녀석이 내뱉은 말은 꽤 묵직했다.임상언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아들 옆에 앉았고, 그제야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소은 씨, 오랜만이에요.”“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 저도 아이리스를 오랜만에 봤어요, 와줘서 너무 기뻐요.”라고 한소은이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같이 왔어요?““글쎄요, 제가 이번에 온 것은 콜라보에 관한 이야기인데, 겸사겸사 김 선생에게 볼일이 있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진은 헛기침하고 한 손을 그녀의 의자 등받이에 갖다 댔다.“임 선생님께서 콜라보 건으로 오셨는데 마침 회사에서 얘기가 끝나서 같이 왔습니다. 여기가 집도 가깝고, 당신들도 너무 멀리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허허, 그래요, 일 얘기 합시다.”임상언은 따라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임선생이 환아랑 같이 일을 한다고요? 아니면 향신료랑 관련이 있나요? 지난번 마르세유 비누와 콜라보는 재미있었습니다..“당초에 그녀는 의도치 않게 마르세유 비누를 개선했고, 그 후 계속 거래처를 얻었다. 이후 그녀는 계속 새로운 향수 에센셜 오일을 개발하는 등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마르세유 비누......”임상언은 망설이며, 김서진을 보고 웃었다.“그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에는 사실 다른 사업들도 있고, 환아도 끊임없이 판로를 확장하고 있어요. 왜, 소은 씨도 이 주제에 관심 있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장사에 서툴러서 향수 같은 작은 것만 취급해요.”“그게 어떻게 작은 거에요. 소은씨는 너무 겸
김승엽은 시간을 한번 확인했다. 정확히 9시경, 그가 손을 뻗어 방문을 두드렸다.그러고는 조금 어색한 듯 옷깃의 단추를 정리했다. 사실 오늘 밤 데이트를 위해 신경 써서 차려입으려 했지만, 넥타이를 매려고 할 때 김지영이 슥 보더니 장난 섞인 말투로 핀잔을 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이라도 가는 거야? 뭘 또 그렇게 차려입었대?”김지영이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그래, 무슨 파티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데이트긴 하지만 내 집에서 만나는 건데 이렇게까지 차려입을 필요가 없지.’늦은 시간, 단둘이 만나겠다고 했다는 건 우해영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에 만나자고 한 건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승엽은 목에 맨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고심 끝에 고른 양복마저 벗어 버렸다. 그러고는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옷깃의 단추를 두 개 더 풀어 가슴이 보이게 옷깃을 헤쳤다. 김승엽은 이런 자기의 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했다.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두어 번 헝클었다. 거울의 비친 자기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씩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오늘 밤 우씨 가문의 아가씨를 손에 넣은 다음 마음 편히 그녀와 결혼해 우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고, 그러고는 김서진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온 후 그 자식을 내쫓을 수 있다.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미래에 김승엽은 격동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방에서 나오며 좋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두 개, 와인에 곁들어 먹을 간식을 챙겨 쟁반에 놓고는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보고 우해영이 머무는 방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방문 앞에까지 가서는 생각을 바꾸었는지 아주머니 손에서 쟁반을 뺏어 들고 그만 가보라며 손짓했다.아주머니가 막 가려고 할 때 김승엽이 뭔가 떠오른 듯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내
금방 샤워를 했는지 우해영은 가운을 입고 있었다. 넓은 가운이었지만 그녀의 가녀린 몸매를 남김없이 드러내었다.항상 무술 연습을 빼먹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운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종아리는 가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근육이 잘 자리 잡고 있어 하얗고 매끈한 다리를 뽐내었다. 김승엽은 그런 그녀의 다리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우해영은 책상 앞에 다가가 의자에 걸쳐놓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슥슥 닦았다. 그녀는 머리를 감고 나서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극도록 싫어했다. 하지만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도 싫어해서 마른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닦아 낼 수밖에 없었다.“내가 도와줄게요!”김승엽은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내려놓고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도와주려 했다.그러나 우해영은 몸을 한쪽으로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도와주려고 뻗은 손은 허공에서 멈추었고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김승엽은 조금 주눅이 들었다.하지만 앞으로 아름다울 미래를 생각하며 뒷걸음질 치려던 마음을 꾹 참고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아요. 우린 이제 곧 결혼할 사이인데 너무 낯선 거 같잖아요. 당신처럼 그렇게 세게 닦으면 머리카락 다 상해요. 내가 해줄게요.”“필요 없다고 했잖아요!”말하는 사이 우해영은 머리카락을 다 닦고 뒤로 한번 쓸어 넘기고는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아직 덜 닦인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김승엽은 얼굴에 튄 물기를 닦지도 않고 눈을 감으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아, 정말 향기로워!’우해영은 자기의 머리카락을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말리거나 헤어스타일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머리카락 길이는 항상 어깨를 넘은 적이 없다.아무렇지 않게 두어 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그제야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한껏 도취해 있는 그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그를 방으로 부른 이유가 생각났다. 우해영은 잠시 고민했다. 만약 자기가 계속
김승엽은 피식 웃었다. 조금 의기양양해하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해영 씨, 우리 집을 너무 얕본 거 아닌가요? 밖에서 보기엔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우리 집의 보안 시스템은 국내 최고의 보안업체에서 만든 시스템이에요.”“감시 카메라가 여기저기 다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레이저와 도둑을 잡을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여긴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에요.”그는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한마디 덧붙였다.“하지만 당신이 여기에서 지내는 게 싫다면 나가서 살아도 괜찮아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 부근에 집 한 채 사서 당신이 하고 싶은 스타일로 인테리어 하고 우리 둘만 사는 거죠.”말하면서 김승엽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내려가 쇄골을 지나서 더욱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다만, 그의 손이 더 내려가기 전에 우해영이 그의 손을 잡아챘다.그가 더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손을 꾹 누르고 입술을 삐죽이며 살짝 웃었다.“그렇게 대단해요?”김승엽이 더 자랑하기도 전에 우해영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내가 듣기론, 어젯밤 당신 집에 도둑이 들었다던데...”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김승엽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가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이 일이 발생하고 김승엽은 바로 소식이 외부로 흘러 나가지 못하게 봉쇄했다. 김씨 가문 내부의 몇몇 사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도록 단단히 경고했었다. 그러면 우해영은 어떻게 알았을까?그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소식이 당신에게 빨리도 전해졌군요.”“그저 좀도둑 몇 명 들어온 거뿐이에요. 딱히 비싼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해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을 걱정했나 봐요?”김승엽은 허리를 숙여 우해영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며 그녀의 속마음을 떠보았다.그는 우해영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화가 나서 파혼하려는 건가? 아니면 자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김승엽은 두 손으로 우해영의 어깨를 주무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밑으로 내려보면 그녀의 쇄골과 부드러운 피부가 보인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우해영은 자기의 몸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샤워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빈틈없이 자기를 꽁꽁 감추었다.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던 김승엽의 손에 탄탄한 피부의 촉감이 전해져 왔다. 이건 늘 무술을 연습하는 사람의 그런 탄탄함이다. 다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때 키스를 했을 때 와도 다른 느낌이다.저번에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었을 때 자기의 품에 기대었던 그녀의 허리는 말랑하고 부드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몸이 후끈해질 만큼 그의 마음을 흔들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동일하게 스킨십을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다.‘내가 잘못 느낀 것일 거야! 지금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서 그럴 거야.’김승엽은 그때의 그 키스가 다시 떠올랐다.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는 그때의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해영 씨...”김승엽이 허리를 굽혀 우해영의 귓가에 입김을 불었다. 그녀의 앙증맞은 귓불에는 다이아몬드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저번에 선물해 준 귀걸이를 하지 않은 게 조금 실망스러웠다.“왜 내가 선물해 준 귀걸이 안했어요?”“...”우해영은 무의식적으로 김승엽을 한 대 칠 뻔했다.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집에 잘 챙겨 두었어요. 중요한 건 잘 보관해 둬야죠. 당신네 집처럼 귀중한 물건은 잘 챙겨 두어야 좀도둑이 들었을 때 쉽게 훔쳐 가지 못할 거 아니에요?”우해영은 김승엽을 떠볼 생각이었다. 김승엽은 그녀의 말에 다른 뜻이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자기가 선물 해 준 귀걸이가 중요하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역시, 마음속에 내가 있으면서 일부러 고고한 척하는 거구나.’‘이렇다는 건 내가 뭘 더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이렇
지금 이 정도는 우해영이 김승엽을 많이 봐준 것이다.그녀는 남자와 접촉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아직 큰일이 남아 있기에 지금 당장 김승엽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작게 혼내는 것뿐이다.무방비 상태였던 김승엽은 그녀에게 입술을 물려 버렸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아파서 이를 악물다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질러 버렸다.“미쳤어요? 정말 정신이 이상한 거예요?”그냥 가볍게 혼내고 지나가려 했던 우해영은 그가 욕을 하자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녀의 눈빛도 서리가 어려있는 듯 한층 더 차가워졌다.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참지 못하고 욕을 했지만,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치자 김승엽은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사람도 잡아먹을 듯 소름 끼쳤다.“아니, 정말... 아프다고요!”김승엽은 자기도 모르게 기세가 약해졌다. 그녀를 마주 보고 있으니 약간 위축되는 것도 같았다.씁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손으로 입술을 만지려다 아플까 봐 만지지 못하고 이내 손을 내리며 엄살을 부렸다.우해영의 살기는 그를 남자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살기 대신 한심한 느낌이 마음속에 가득했다.‘정말 못났어.’만약 김씨 가문에서 고서를 그렇게 꼭꼭 숨기지만 않았어도 자기 이렇게 직접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우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물 한 컵을 받아 그에게 전해 주었다.“그래요.”“???”마치 다음 순간 그녀가 자기 얼굴에 물을 뿌리기라도 할 듯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물로 좀 헹궈봐요. 그럼 덜 아플 거예요.”우해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여전히 차가운 태도였지만 조금 전까지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보다는 훨씬 나았다.그녀에게서 물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입을 헹구려던 순간 문득 무언가 떠올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소금을... 넣은건 아니죠?”우해영은 어이가 없었다.“내 방에 그런거 없는 거 당신이 누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