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9화

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뺨을 얻어맞은 것 처럼 얼굴이 얼얼하게 아파져 왔다. 분노로 들끓던 가슴이 그녀의 눈짓 한 번에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김승엽은 지금 자기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저번 데이트 때 만났던 여자와 완전 딴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과 똑같은 얼굴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한 말이 저번 데이트와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면 아마 자기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김승엽은 더 이상 기세등등하지 않고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미안해요. 내가 말이 헛나왔어요. 하지만 당신이 이해해 줬으면 해요. 세상에 어느 남자가 자기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해영 씨, 난 당신을 사랑해요!”

말을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김승엽이 손을 뻗었다.

우해영은 그가 자기의 손을 잡을 기회를 주지 않고 획하고 손을 빼버렸다. 그녀가 손을 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김승엽은 엉거주춤하게 손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해영 씨.”

“그렇게 부르지 마요!”

우해영이 차갑게 그를 쏘아보았다. 그가 자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른다는 것 만으로도 역겨웠다.

“왜요? 저번엔 이렇게 불러도 뭐라 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그래서 화가 난 거예요? 아까 그 일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아까는 내가 잘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잠시 고민하다 김승엽은 방금 산 팔찌를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건넸다.

“자요. 당신 생각이 나서 선물도 샀는데 여기서 마주치다니. 우린 정말 운명인가 봐요.”

“여기서 당신을 우연히 마주친 게 얼마나 기쁜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해영 씨, 이제 그만 용서......”

“한 번 더 말하겠는데 그렇게 내 이름 부르지 마요!”

우해영이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말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어찌나 차가운 말투였는지 김승엽은 몸서리를 쳤다. 한 번만 더 그렇게 불렀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겁에 질려 조금 떨리는 손으로 다시 팔찌를 그녀에게로 밀었다.

“그럼, 마음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