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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연고를 받아 든 한소은은 손가락으로 연고를 조금 덜어 상처가 난 곳에 살살 발라주었다.

사실 이 정도 상처는 김서진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최대한 가볍게 연고를 발라주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한소은이 호들갑을 떠는 거라고 연고를 바르는 걸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연고를 바르고 시원한 느낌이 전해져 오자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편하게 소파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자기의 복부에서 미끄러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가 연고를 바르는 동안 시원한 느낌 외에도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급한 느낌도 들었다.

뜨겁고 조급한 느낌이 복부에서 솟아오르며 그의 입이 말라갔다.

한소은은 온 신경을 집중해 그에게 연고를 발라주고 있었다. 마음속의 벅찬 감정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감동은 여전했다. 그가 그 순간에 달려와 자기를 구해 줄 거라는걸 생각지 못했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그의 고모였고 그의 할머니였다. 그런데도 그녀를 위해 자기 앞에 막아섰고 그녀를 지켜내며 가족들과 얼굴을 붉혔다.

그전까지 한소은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안정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자기를 이토록 아껴주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안정감이라는 걸 몸소 느꼈다.

연고를 다 바른 후 한소은은 느릿하게 연고 뚜껑을 닫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상처에 붕대라도 감아야 하는 게 아닌지 뒤로 돌아 그를 바라보던 순간 김서진이 그녀의 팔을 휙 잡아당겼다. 갑작스럽게 당겨지니 한소은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에게로 픽 쓰러졌다.

“상처에 닿지 않게 조심해요!”

한소은은 간신히 한 손으로 소파를 짚으며 가까스로 그의 상처에 닿는 걸 피했다.

“괜찮아요.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요. 당신이 약까지 발라 줬잖아요.”

김서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안쪽으로 몸을 움직여 그녀가 자기 몸에 기대어 누울 수 있도록 했다.

그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차린 한소은은 눕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가만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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