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7화

사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무서워 보였던 김서진의 할머니가 평생 유일하게 두려워했던 사람이 바로 자기의 남편이었다.

김서진의 할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셨을 때 할머니는 그에게 단 한 번의 대꾸를 한 적이 없었다. 김씨 집안의 모든 일은 남편의 말을 따라야 했고 제아무리 큰 며느리가 싫고 손자가 싫다해도 남편이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김서진의 할아버지가 김서진을 가르치고 그에게 가업을 물려준다고 했었을 때 불만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김서진의 할머니에게 발언권이 생겼다. 문득 생긴 권력에 모두 자기를 어르신으로 모시고 뜻을 거역하지 않으니 자기가 뭐라도 된 듯 모든 일에 참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땐 김서진이 이미 성인이 된 후였고 그녀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더욱 이 손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서진이 집에서 나가 따로 사는 것도 자기 눈앞에서 거슬리게 구는 것 보다 나을 듯 해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그가 결혼하겠다고 웬 여자를 김씨 집안에 들이는 건 모른 척할수 없었다.

오늘 그녀가 한소은을 찾아온 것도 그저 겁을 좀 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김서진이 일찍이 돌아왔고 게다가 그녀 앞에서 한소은을 감싸고 도니 예전에 큰아들이 며느리를 감싸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러자 더욱 화가 났다.

“김서진! 내가 네 할머니라는 거 잊지 마라!”

몹시 노여웠는지 김서진의 할머니가 일어서며 그에게 호통을 치다시피 했다.

“내 할머니라는 거 당연히 알아요. 그 외에도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우리 집, 우리 가족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어요.”

김서진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할머니, 나이도 많으신데 이제 그만 집에서 쉬시는 게 어때요? 김씨 집안에 자손이 많은 건 아니지만 어린 손자들이 재롱을 피우는 걸 보시면서 쉬셔도 돼요.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김서진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어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