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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간 건 그녀 마음의 상처였다. 그런데 오자마자 그녀의 상처를 들쑤시자, 한소은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제가 알고 있는 건 남을 존중해야 존중받는다는 거예요.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와서 신분도 모르는데 어떻게 인사를 드리죠?"

"그럼 지금은 알았잖아!"

김지영이 말했다.

"그런데도 인사 안 해?"

"두 분이 일방적으로 한 말이에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너……."

김지영은 그녀가 일부러 이러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나 그녀의 뺨을 갈기고 싶었다. 그러자 김서진의 할머니가 손을 들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말장난은 그만하지. 내가 서진이의 할머니인지 아닌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너랑 말장난하려고 오늘 온 게 아니야. 이 한마디만 하지. 김씨 가문에 들어오려면 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진이가 허락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내 동의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해."

한소은이 가볍게 웃었다.

그녀가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웃자, 김서진의 할머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뭘 웃는 거야? 내 말을 안 믿어?"

"아니요. 그저 할머니께서 제 뜻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아 웃는 거예요. 전 김씨 가문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요."

"김서진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

그녀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서진 씨랑 결혼하는 거랑 김씨 가문에 들어가는 거랑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은데요. 전 그저 김서진,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김씨 가문에 들어갈지 말지는 관심 없고 신경도 안 써요. 할머님의 허락은……."

여기까지 말한 한소은이 뜸을 들이며 웃었다.

"죄송하지만 별로 받고 싶지 않네요. 제가 할머니랑 평생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

김지영이 그녀가 한 말에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이 계집애가 감히 엄마한테 이런 말을 해?'

전에 김지영의 시어머니도 이렇게 겁을 주었었다. 그때 김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었음에도 아무 말 못 했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엄마랑 평생 사는 게 아니라고? 이게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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