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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한소은은 이런 복잡한 관계에 대응하기 귀찮았지만 이미 그와 결혼한 이상 피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매번 그를 부르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무척 아끼고 지켜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걸 알기에 더욱더 그와 함께 서 있고 싶었다. 혼자서 대응할 수 있다면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아도 되고 그가 자신을 걱정할 일도 없을 것이다.

약을 먹고 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든 것 같았다.

"부인님, 괜찮으세요? 병원에 안 가셔도 되겠어요?"

도우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한소은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먹을 거라도 있나요?"

"호박죽을 끓여 놓은 게 있어요. 아직 따뜻한데 드실래요?"

"먼저 준비해 주세요. 금방 내려갈게요."

그녀가 말했다.

"참, 죽을 뜬 다음에 그 사람들을 들여보내세요."

"네."

도우미가 대답하며 나갔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한소은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으며 일어섰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조금 창백해서 생기 있어 보이려고 가볍게 화장했다.

'오라고 해. 설마 날 물겠어? 호의로 왔으면 손님처럼 잘 대접하겠지만 악의를 품고 온 거라면 쫓아내겠어. 내 구역인데 행패를 부리게 놔둘 순 없지.'

문밖의 김지영은 부채질하며 열을 식혔다.

점심이라 햇빛이 쨍쨍했다. 이런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니 견딜 수가 없었다. 김서진의 할머니는 이마를 찌푸리며 짜증 난 표정이었다.

"보셨죠? 어제 제가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김지영이 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거절 안 한 게 그나마 괜찮은 거예요.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건지. 다른 사람이 저희 집안일을 들으면 얼마나 웃겠어요."

"할머니가 손자 집에 왔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서진이도 예전엔 예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 여자한테 홀려서 정말 갈수록 말이 아니에요!"

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매우 불쾌해했다.

어제부터 불만이 쌓여 왔다. 김서진의 할머니는 그녀의 말을 듣고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그만 해. 덥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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