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이 모두 감옥에 가게 되자 그녀도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 윤 씨의 가업이 자기 자식의 것이 될 줄 알고 애써서 공들인 반평생이 물거품으로 될 줄 몰랐다.홀몸이 된 그녀는 아무것에도 흥미를 갖지 못했다. 몇 년이나 다투며 조심스럽게 살아온 게 무엇 때문이고 왜 그랬는지.노형원은 이미 그녀가 알던 아들이 아니었다. 너무 극단적이어서 심지어 친동생까지 가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설아는…… 그녀와 만나는 걸 거부했다.그녀는 엄마로서 실패했고 아내로서도 실패했다.윤중성이 진고은과 바람을 피우고 아들까지 낳게 내버려 뒀다. 심지어 그가 윤소겸을 집으로 데려와 가업을 물려줄 거라고 할 때 그녀는 그저 아내의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부질없었다. 모든 게 다 부질없었다. 결국엔 다 헛수고일 뿐이었다."무슨 사심을 품었든 네가 형수를 돌본 건 사실이야. 윤 씨는 네 집이야. 설령……."어두운 얼굴로 침묵하고 있는 윤중성을 한번 보더니 그가 계속 말했다."설령 중성이랑 이혼했다 해도 넌 이 가족의 일원이야.""감사해요, 형님!"요영이 고마워서 눈물이 글썽했다.윤백건은 자기 동생을 보며 천천히 한숨을 내뱉었다.--한소은은 요즘 모든 일이 잘 풀렸다.유란과의 소통이 잘 됐고 두 브랜드의 합작 기사도 나왔다. 그러자 업계에서 찬사가 가득했고 조향 산업협회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하 씨 어르신이 후각을 잃은 게 증명됐고 시간을 유추하니 꽤 오래된 일이었다.이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 전체, 심지어 다른 업계에서도 크게 놀랐다.한 조향사가, 그것도 업계에서 이름난 조향사가 향기와 악취를 구분해 내지 못하는 데 무슨 자격으로 심사위원을 하고 무슨 자격으로 평판을 내리며 무슨 자격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겠는가.전에 그의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도 모두 나서서 항의했다. 많은 글이 올라오면서 하 씨 어르신은 하룻밤 사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다.정말 탄식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사람들은 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소은의 이름은 빈번히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다. 전에 노형원과 소송을 볼 때보다 더 심했다. 그리고 짜증이 나는 건 자기 이름이 또 노형원과 엮이게 됐다는 거였다.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현재와 과거를 대비하며 감탄한 글을 올린 것뿐이었다.당시 한소은이 타인의 작품을 훔치고 표절했다는 루머 때문에 거짓말쟁이라고 많이 욕먹었는데, 지금 그 모든 일이 우스운 증거가 되었다.노형원은 시원 웨이의 사장에서 사람들의 욕을 먹다가 갑자기 대윤의 신임 회장이 될 뻔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감방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 천지 차이의 변화가 사람들의 흥미를 일으켰다.드라마도 이렇게 못 찍는데 더구나 이건 현실이었다.많은 사람이 이 과정을 봐 왔기에 지금 더 많은 사람이 한소은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그래서 한소은과 노형원, 한소은과 하원진, 한소은과 조향 산업협회, 이런 검색어가 다수를 차지했다.그 인기를 피하고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집에 틀어박혀 쉬게 되었다. 전화도 모두 끊고 그냥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다.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소은한테 조향 산업협회를 관리하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녀가 업계의 내막을 들췄고 혼자의 힘으로 업계의 인식을 뒤엎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소문 속의 한소은은 마치 신화 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들을수록 신기했다.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긍정적인 뉴스든 부정적인 뉴스든 다 그녀의 본의가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증서 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협회에서 고소하겠다고, 이 업계에 다시 발을 못들이게 하겠다고 그녀를 몰아세우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 지경까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고 후회되진 않았다. 하 씨 어르신도 나이를 그만큼 드셨는데 후각이 퇴화하는 건 정상이었다. 더구나 이 직업은 코를 많이 쓰기에 과도 사용과 다른 문제들로 퇴화할 가능성이 있었다.발견 당시에 물러났으면 그만인데 하필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심지어 후배들을 전혀 배려해 주지 않았다.정말 권력과
"어디 그렇게 쉽게 해체되겠어."그녀가 꽃을 다루며 천천히 말했다."협회가 어떻게 발전한 건데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존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사라지지도 않아. 난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고."따지고 보면 그녀는 그저 도화선에 불과했다. 조향 산업협회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만약 하 씨 어르신이 사심이 없었다면, 만약 정하진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조급해 하지 않았다면, 만약 협회 전체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기를 쓰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초심을 잃었기에 그녀가 손가락을 까닥하니 무너진 것이었다.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녀 덕분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그럼…… 지금 어떻게 해?""대꾸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있으면 돼. 이것도 잠시일 뿐이야. 진심인지 악의를 품은 건지 어떻게 알아?"튀어나온 가지를 자르고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생각해 봐. 만약 정말 그 자리에 앉게 되면 얼마나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지. 난 그럴 그릇이 안 돼. 그럴 능력도 없고."그녀는 그저 향수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싶었다. 회사 관리하는 경험이 없어서 자기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더러 회장 자리에 오르라는 사람도 어쩌면 한순간의 생각일 뿐, 그저 맹목적인 숭배에 눈이 먼 것뿐이었다. 사실 그사이에 악의를 품고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이 일이 잠잠해지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것이다. 한소은과 실력이 비슷한 조향사는 몇 없겠지만 그녀보다 관리를 잘하고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주 많을 것이다."어쨌든 난 조향 산업협회에 안 들어갈 거야."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부인님, 손님이 오셨습니다."그녀와 김서진의 사이가 공개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그가 집에 가사 도우미를 몇 명 들였다. 두 사람이 자주 집에 있다 보니 집안일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그리고 도우미들은 모두 한소은을 부인이라
"그냥 내쫓으세요!"그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녀도 김서진이 어쩌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대놓고 사람을 쫓아내려고 할 줄 예상 못했다."하지만…….""아직 들여보내지 않았다면 그냥 가게 하세요. 만나지 말고.""하지만 도우미 말로는 어쩌면 축하해 주려고 선물까지 들고 왔다는데."그녀는 김서진이 그의 고모에 대한 적의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축하는 무슨. 분명 좋은 의도가 아닐 거예요!"김서진이 코웃음을 쳤다."그냥 내버려 두세요. 도우미한테 몸이 불편해서 이미 쉬고 있다고 다음에 오라고 하세요.""네, 알겠어요."그가 이렇게 말했으니, 그만의 도리가 있겠지 싶어 한소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할게요?""네."전화를 끊은 한소은이 도우미더러 자기가 아파서 약 먹고 쉬고 있으니, 다음에 오라고 전했다. 도우미는 이해가 안 갔지만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이 장면을 본 오이연도 이해가 안 갔다."정말 친고모 맞아? 들어오지도 못하게 그냥 내보내라니!"지금 생각해 보니 서로 안 지도 오래됐는데 한 번도 김서진의 친척을 만난 적 없었던 것 같았다. 그가 김씨 가문의 후손이 아니었다면 아마 고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나도 잘 몰라. 그냥 가족들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거 같아."한소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도 김서진이 시켜서 그런 거니까.그런 복잡한 가족이랑 만나지 않아도 되니 그녀로서는 좋았다. 차씨 집안의 일 때문에 그녀는 이미 트라우마가 생겼다."쯧쯧, 역시 재벌 집의 물이 깊어!"어차피 할 일도 없기에 이연이는 자리에 앉아 신나게 과일을 먹었다."근데 난 지금 이대로도 좋은 것 같아. 동서 갈등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되고. 그런 게 좀 귀찮잖아.""너도 걱정할 필요 없잖아."한소은이 그녀를 흘겨보았다."나?"이연이가 고개를 들며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서한은 고아니까. 김서진 빼고 다 사업파트너잖아. 너도 이런 복잡한 상황이 없을 거라고."
한소은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모님이 꼭 만나야 가겠다고 그러시는데요?"그녀도 일일이 일러바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복잡한 친척 관계에 대응하는 게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김서진이 만나지 말라고 했기에 그저 그의 말을 따랐을 뿐이고 그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매번 가족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이었고 그의 마음속에 숨겨진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모른척해요. 기다리겠다면 그냥 기다리게 내버려 둬요. 어차피 할 일도 없을 테니까!""네, 알겠어요."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연이가 옆에 있으니까 심심하진 않을 거예요. 맘 편히 일하세요. 어쩌면 있다가 혼자 갈지도 모르죠.""알았어요!"김서진이 대답했다.그의 말투가 좋지 않자, 한소은이 웃으며 혀를 찼다."우리 서진 씨 착하죠? 그러니까 말 들어요."전화 양쪽에서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김서진은 한소은이 이런 말을 할 거라 예상 못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돌아가도 싶었다. 한편 이연은 속으로 감탄했다.'정말 전화 한 통도 이렇게 알콩달콩하다니, 내가 옆에 있는 걸 잊었나?'"제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요!"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빠르게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그의 기분은 좋아 진듯했다."대단하다! 전에는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이연이가 감탄했다.한소은은 늘 일이 일 순위였고 노형원과 연애할 때도 이러지 않았다. 한소은은 한때 자신이 아주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었다.지금은 그녀도 아주 자연스럽게 김서진이랑 닭살 돋는 말들을 하고 스킨십도 자주 했다. 이건 다 그녀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한 행동들이었다.아마 이게 바로 맞는 사람과 하는 달콤한 사랑이겠지.한편 김지영은 차 안에 앉아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오늘 이 문이 열리지 안
마음먹고 기다렸지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사람을 짜증 나게 했다. 그녀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도 오랜만이었다.김지영의 짜증이 하계에 다다를 때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순간 기분이 풀렸다."서진아!""고모가 저희 집에 오셨다고 들었어요."김서진이 차갑게 말했다."오기 전에 미리 말씀하시지. 준비라도 하게요.""준비는 무슨. 다 한 가족인데. 나도 지나가는 길에 마침 들른 거야."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아쉽게도 제가 마침 집에 없어서요."그가 말했다."이만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시간 있으면 제가 본가로 돌아갈게요.""괜찮아. 네가 집에 없어도 조카며느리가 있잖아! 똑같아, 똑같아."그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근데 서진아, 네 부인이 너무 오만한 게 아닌가 싶어. 내가 문을 두 번이나 두드렸는데 한 번도 안 열어주고 밖에서 기다리게 하네.""뭐 젊은 사람이니까 성격이 좀 있을 수 있어. 오만한 것도 당연하고. 고모는 다 이해해. 여기서 천천히 기다릴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일해.""그래요? 저희 집 도우미가 제 아내의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다고 안 그랬나요?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못 들으신 거예요, 아니면 못 알아들으신 거예요?"그녀의 뜻은 명백했다. 한소은이 버릇없다고 김서진에게 이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김서진이 도리어 자기 보고 뭐라 할 줄 생각 못했을 것이다."어머? 그래? 그럼 꼭 들어가 봐야겠네. 조카며느리가 아프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야? 아니면 내가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라도 한번 할까?"그녀가 대문 쪽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이 이유가 정말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린 김지영은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남자들은 참 섬세하지 못해. 아프다는 게 어디 작은 일이야? 내가 병원에 한 번 데려가 볼게. 만약 무슨 일 있으면 너한테 전화할게.""괜찮아요. 이미 의사를 불러서 검사했으니까. 남의 방해 없이 며칠 쉬면 나아질 거예요."김서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러자 문 앞에
김지영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문을 두드리려 하자 갑자기 울리는 경적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모도 참 남의 충고를 안 들으시네요."김서진이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방금 전만 해도 통화 중이었는데 언제 돌아온 거지? 그러니까 통화했을 때 이미 여기로 오는 길이었고 날 보면서 말했다 이거야? 아내를 끔찍이도 아끼네. 출근 중에도 이렇게 부리나케 돌아오다니.'그녀가 속으로 냉소하며 그를 반겼다."난 그저 조카며느리가 걱정돼서! 마침 잘 왔네. 같이 들어가자."'잘 왔어. 그럼 나도 같이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소은이가 불편해서 손님을 안 들린다고 했잖아요? 왜 자꾸 강요하세요?""……."김지영이 이마를 찌푸렸다."네 고모인데 집안에도 못 들어가?""네."그가 자신의 체면을 한치도 고려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할 줄 생각 못했다.김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단단히 화가 났다."뭐야?""그만 하세요, 고모! 서로 다 잘 알잖아요. 꼭 털어놓고 말해야 해요? 고모가 어른이라서 몇 번이나 좋게 말했어요. 몇 년 동안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잘 살았잖아요. 무슨 속셈으로 오늘 갑자기 찾아왔는지 서로 다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연기하지 마세요."원래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김서진의 무례와 무정한 태도에 김지영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진아, 똑똑히 기억해! 어쨌든 난 네 고모야. 네 할머니도 그렇고. 넌 어쩔 수 없는 김 씨의 후손이라고. 이 건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안 돼.""지금 컸다고 우리가 널 간섭 못하는 건 아니야.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씀 기억하지. 효자인 네 아버지 말도 안 들을 거야?"그녀가 어른 행세를 하며 당당하게 서서 김서진에게 호통을 쳤다.그녀의 말을 들을수록 김서진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고 주위의 공기마저 얼려 버릴 기세였다."말 다 하셨죠?""…….""다하셨으면 그만 꺼지세요!
"……."그의 이상을 눈치챈 한소은이 당황하더니 이내 힘을 풀고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옆에 있던 오이연도 너무 놀라서 얼어버렸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기가 여기 있으며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손을 뻗어 자기 물건을 가지고 한소은에게 가겠다는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갔다.방안에 둘만 남게 됐지만 한소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김서진이 자신을 안게 내버려 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조금 진정된 듯했다.그가 천천히 손을 놓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아팠어요?"아프진 않았지만, 그의 머리가 어깨를 누르고 있어서 조금 시큰했다."아니요."한소은이 어깨를 움직이면서 웃으며 말했다."왜 이 시간에 돌아온 거예요? 제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문을 열지도 그렇다고 나가지도 않을 건데. 더구나 이연이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당신은 몰라요."그가 말했다."그들이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지, 당신은 몰라요.""……."확실히 잘 알지 못했다. 김서진이 말한 그들이 누구인지. 밖엔 그저 김지영밖에 없었는데 혹시 김씨 가문을 말하는 건가?"아무리 비겁해도 문만 닫으면 다 바깥사람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한소은이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녀의 손은 크지 않았지만, 그에게 많은 힘을 줬다. 따듯한 온기가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 왔다. 전에는 그런 환경 속에서 혼자 몸부림치며 자라왔지만, 지금은 한소은이 곁에 있었다.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긴 숨을 내쉬었다."미안해요. 감정 통제가 안 됐어요."한소은이 얼굴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감정을 억제할 필요도 없고요. 제 앞에선 숨기지 않아도 돼요. 하고 싶은 말 하고 울고 싶으면 우세요.""울긴 누가 울어요. 당신이나 울지!"그가 그녀의 코를 톡 쳤다. 한소은의 말에 김서진의 기분이 조금 풀렸다.그리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