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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윤중성이 사인할 리가 없었다. 그가 서류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안 해요! 사인 안 할 거예요!"

"맘대로 하세요. 사인 안 하면 고소하거나 한동안 별거하면 되니까요. 아무튼 전 꼭 이혼해야겠어요. 더 이상 의미 없어요, 중성 씨."

"의미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저희가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지금 제가 이런 꼴 되니까, 초라해지니까, 이혼하려는 거예요?"

윤중성이 자기 다리를 치며 화를 냈다. 그의 다리는 이미 감각을 잃었다.

"이것 때문이 아니란 거 알잖아요. 그래요. 다들 제가 재벌 집에 들어왔다고 부러워하지만, 당신도 잘 알잖아요. 당신이 저한테 뭘 해줬고 또 제가 이 집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그런데 당신은 바람이나 피고 그 아이를 집에까지 데려왔어요. 제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 심정을 고려한 적 있냐고요? 단 한 번도 이혼을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녀의 물음에 윤중성의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봤었다. 당연히 그녀와 이혼할까 고민해 봤다. 매번 진고은의 부드러운 속사임에 넘어갈 때마다 이혼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혼하면 문제 될 게 너무 많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대로 지내기로 했다. 두 여자를 달래면서 자기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점에 요영이 이혼하겠다고 할 줄 생각 못했다.

"아무튼 전 이혼 안 해요."

그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옆에 서 있는 윤백건을 바라보았다.

"형님도 말려보세요. 정말 무슨 미친 짓인지."

"요영아……."

윤백건이 윤중성을 한번 보고 또 요영을 한번 보았다.

"형님, 말리지 마세요."

요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만약 결정을 내렸으면 그렇게 해."

그가 이렇게 말할 거라 생각 못 한 윤중성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님, 무슨 말이세요? 미쳤어요? 지금 저랑 이혼하라고 부추기는 거예요?"

"중성아, 내가 그랬지. 넌 아직 이해 못 했다고. 네가 네 아내랑 아이, 그리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적이나 있어?"

"이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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