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변호사라고 소개하는 한소은의 말에 노형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소은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냥 대화만 하려는 거라니까...”노형원은 한소은과 눈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하지만 여전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한소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뭐? 결국 약속 장소에 나오기까지 했잖아? 왜? 내가 너무한 것 같아? 그럼 너희 두 사람이 한 일은? 게다가 소송도 먼저 그쪽에서 건 거 아닌가? 소송에 문제가 생기면 너희 두 사람한테도 좋을 게 없을 텐데. 법률 대리인 한 명 정도는 자리에 있어야 너희 마음도 편하지 않겠어?”“말했잖아. 소송 철회하겠다고. 우리 한때는 연인이자 친구였잖아. 꼭 이렇게까지 끝을 봐야겠어?”노형원의 애원 섞인 설득에도 한소은의 시선은 여전히 휴대폰을 향해 있었다.한참을 침묵하던 강시유가 입술을 깨물었다.“소은아, 형원이랑 나 때문에 화 많이 난 거 알아.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거잖아? 네가 실험실에만 있는 동안 형원이도 많이 외로웠어. 그냥 외로운 형원이 위로해 주다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야. 우리 두 사람을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 화를 시원 웨이브에 풀면 되겠어? 시원 웨이브는 네 피와 땀도 담긴 회사잖아. 우리 공사 구분은 그대로 하자. 응? 너 하나 때문에 지금 회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 형원이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 신생이 너한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업계 생각보다 좁은 건 알지? 이제 다른 회사에서 일한다 해도 오며 가며 부딪힐 텐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강시유의 설득 아닌 설득에 한소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나현우를 쳐다보던 그녀가 말했다.“변호사님, 저 사람들이 하는 말 다 기록하셨죠? 필요하면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해 주시기 바랄게요.”“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기록해 두었습니다.”나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두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오만한
여유로운 눈빛으로 노형원을 힐끗 바라보던 한소은은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한소은이 일부러 두 사람을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노형원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화를 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사실 나랑 시유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이건 우리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이잖아. 사적인 일로 회사에까지 피해를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리고 창업 초기부터 네가 회사를 위해 많은 걸 한 것도 사실이고. 누구 잘못이 더 크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소송 철회하고 앞으로 네가 어느 회사에서 일하든 신경 안 쓸 테니까 너도 이제 그만해. 어떻게 생각해?”“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한소은은 노형원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나 변호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세 사람의 대화를 기록하던 변호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당연히 안 됩니다.”“이건 우리 세 사람 사이의 일이야.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하는 거야!”지금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던 노형원도 드디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한소은, 어디서 이딴 짝퉁 변호사 같은 자식을 데리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 저 남자가 정말 진심으로 널 위해 저런 말을 하는 것 같아? 지금 이 상황에서 법정에 서면 네가 승소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이렇게 합의를 보는 게 너한테는 최선이라고!”“그래? 뭐, 내가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건가?”차가운 미소를 짓던 한소은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분은 신생의 법률 고문이셔. 네가 뭔데 짝퉁이네 뭐네 함부로 말하는 건데? 그러는 넌? 내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성과를 모두 훔쳐 간 넌 도둑놈인가?”“너...”한소은의 도발에 노형원의 표정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한소은, 너 말 조심해!”“내가 왜 조심해야 해? 내가 시원 웨이브에 했던 실수는 묻어두겠다고? 하,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왜 실험실에 처박혀 있었는데? 시원 웨이브가 누구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정말 내가
“이거 놔!”한소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똑바로 말하기 전엔 못 놔!”하지만 아직 머릿속이 의문투성이인 노형원이 그렇게 쉽게 그녀의 손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노형원 씨, 지금 이 행동 성추행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나 변호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형원이 버럭 소리쳤다.“넌 빠져!”그리고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소은을 노려보았다.“똑바로 말해. 제조법에 네가 장난친 거 맞지? 설마... 제조법 자체가 가짜인 건 아니지?”최악의 경우를 묻는 노형원의 목덜미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하지만 한소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잡힌 손목을 내려다볼 뿐이었다.“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이 손 놔! 안 그럼 저번처럼 개망신 당할 수도 있으니까!”저번이라...노형원의 머릿속에 저번 골목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놀랍도록 빨랐던 한소은의 주먹...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거렸다.한소은의 말이 통했을까 노형원은 슬그머니 손목의 힘을 풀었다.한소은은 욱신거리는 손목을 돌리다 병균이라도 닿은 듯 물티슈를 꺼내 노형원의 손이 닿은 곳을 벅벅 닦아냈다.“노형원, 경고하는데 다시 내 몸에 손 대지 마. 다음엔 경고 없이 바로 기술 들어갈 테니까!”말을 마친 한소은은 물티슈를 휴지통에 버린 뒤 멋지게 돌아섰다.한소은과 나 변호사가 자리를 뜬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강시유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저렇게 그냥 보내면 어떡해! 아직 제대로 말도 안 했잖아! 그냥 이렇게 보내면 어떡하냐고! 놓으란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놓는 게 어딨어!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저 계집애가 제조법에 뭔가 장난을 친 게 분명하다고!”바락바락 소리를 치는 강시유의 모습에도 노형원은 여전히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지금 내 말 듣고 있긴 해? 노형원, 너 설마 이제 와서 미련이라도 느끼는 거야? 아까 말한 저번은 또 뭔데? 두 사람 나 몰래 만난 거야?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한 건데
노형원이 그녀에게 이렇게 화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리 그녀가 억지를 부려도 항상 인내심 있게 달래주던 그였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도 있는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소리를 지르다니.충격에 눈물도 흐르지 않고 그저 멍하니 노형원을 바라볼 뿐이었다.한편, 조금 이성을 되찾은 노형원은 고개를 돌려 강시유의 상태를 살폈다. 충격을 심하게 받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다가가서 위로를 해줄까 싶다가도 지금 회사 상황을 생각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한숨을 푹 내쉰 노형원이 입을 열었다.“지금 내가 좀 많이 혼란스러워. 난 회사로 들어가서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볼 테니까 집에는 알아서 들어가.”말을 마친 노형원은 그렇게 강시유를 덩그러니 남겨둔 채 커피숍을 나섰다.혼자 남겨진 강시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때 한소은을 헌신짝처럼 버려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마지막 한 단계만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시원 웨이브는 풍전등화 상태고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노형원의 사랑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이게 다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이야! 너만 가만히 있었어도... 네가 모든 걸 다 안고 넘어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변호사님,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까지 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한소은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런데...”잠깐 망설이던 나현우는 의아한 한소은의 얼굴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대화를 들어보니 시원 웨이브에서 한소은 씨의 제조법을 훔쳐갔고 오히려 지금 표절로 한소은 씨를 고소한 상황인 것 같은데 맡습니까?”“네, 하지만 방금 전 대화는 법정에서 확실한 증거로 쓰이기 어렵겠죠?”한소은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네.”고개를 끄덕이던 나현우
러시아워 시간대라 그런지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한소은은 차 한 대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그녀가 타던 차는 노형원이 사고 노형원 명의로 된 차였다. 그때는 누구 명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뭐, 어차피 노형원이 잔뜩 쌓아놓은 쓰레기 따위 이젠 관심도 없지만.시간을 확인하던 한소은이 차라리 지하철을 타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남자의 손이 분명한 두터운 손바닥과 손에 담긴 힘까지, 왠지 호의를 가지고 다가온 사람이 아니란 생각에 한소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리고 낯선 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던 그때.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한소은, 지금 나 때리려고 그러는 거야?”조금 마른 체격, 빳빳하게 다린 정장에 목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 그리고 코랄트 블루 빛을 내뿜는 커프스단추...“차성재?!”한소은의 눈이 커다래졌다.“자리 옮겨서 얘기하지?”차성재가 눈썹을 실룩거렸다. 비록 어깨에 올린 손은 내려놓았지만 말투는 여전히 강압적이었다. 그 모습에 왠지 기분이 불쾌해졌지만 도로에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법, 한소은은 차성재의 뒤를 따라 작은 골목으로 향했다.도망칠 곳도 없이 한쪽이 벽으로 막힌 골목길의 끝까지 들어간 뒤에야 차성재는 천천히 돌아섰다.“한소은, 오랜만이다?”차성재는 한소은의 모든 변화를 분석해 내려는 듯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나 만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말도 안 되는 우연에 한소은이 질문했다.차성재의 정보력으로 그동안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아는 건 숨 쉬는 것보다 더 쉬울 터, 그럼에도 손길 한 번 내밀지 않았다는 건 그녀를 도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애초에 매정하게 돌아선 건 한소은이 먼저였으니 이제 와서 아쉬울 것도 없었다.한소은을 바라보는 차성재는 온갖 감정들이 몰려왔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당연한 거 아니야?”차성재가 한발 다가섰다.“지금 네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아직 화가 덜 풀린 거네.”차성재가 고개를 저었다.“할아버지가 말씀 심하게 하신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때는 할아버지가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잖아. 홧김에 하신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면 어떡해. 그동안 밖에서 혼자 지내면서 너도 느낀 게 많을 거 아니야. 남자한테 호구 잡힌 것도 모자라서 소송까지... 그런데도 집으로 안 돌아오겠다고?”“영원히 안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내가 돌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 돌아갈 거라고.”한소은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내가 차씨 집안사람이라는 거 사람들은 모를 거니까 걱정하지 마.”하지만 그 말에 차성재가 발끈했다.“너 말 그렇게밖에 못해? 지금 우리가 네가 쪽팔려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착각이든 뭐든 좋을 대로 생각해. 내가 돌아갈 준비가 되면 외할아버지한테는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니까.”“그래서 정말 싫다고?”차성재가 한발 더 앞으로 다가갔다.워낙 마른 체격에, 맑고 하얀 피부, 그리고 남자답지 않은 핑크빛 입술까지... 누가 봐도 병약한 미소년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고개를 든 한소은의 눈빛에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래.”그리고 다음 순간, 강력한 장풍이 그녀를 향해 몰려왔다.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낸 한소은은 차성재와 무예 대결을 시작했다.숨 쉴 틈 없이 밀려오는 차성재의 공격을 차근차근 막아내는 한소은이었지만 막기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열합 정도 주고받았을까 한소은은 벌써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순간 빈틈을 파악한 차성재의 킥이 날아오고.아차...!이건 막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 차성재의 다리는 그녀의 복부와 3c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추었다.“많이 약해졌네.”차성재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알아.”한소은이 담담하게 인정했다.노형원의 보디가드들과 싸울 때 이미 느낀 사실이었다. 2년 동안 수련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체력, 기술 모든 면에서 무뎌질 수밖에
시원 웨이브 실험실.모든 직원들이 모여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 실험인지 모른다. 하지만 오일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향신료가 들어간다. 설령 제조법이 있다 해도 완벽한 비율에 맞춰야 제대로 된 제품이 완성될 텐데 지금은 제조법이 정확한지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수많은 변수들에 직원들은 난감할 따름이었다.시간이 한참 흐르고 다들 뻐근한 어깨와 목을 돌리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하지만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중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오이연이었다. 자리는 지키고 있었지만 의자를 끝까지 내리고 눈까지 감고 있는 걸 보아하니 잠이 든 듯싶었다.실험실에 들어온 강시유는 퍼져 자고 있는 오이연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리고 오히려 오이연에게 담요까지 덮어주는 말도 안 되는 친절함을 보였다. 낯선 손길에 깜짝 놀란 오이연이 부스스 눈을 뜨더니 말했다.“강 팀장님, 오셨어요?”“네.”강시유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이연 씨 많이 힘들죠? 커피라도 한 잔 할래요?”처음 보는 강시유의 친절한 모습에 오이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여자가 뭘 잘못 먹었나...그 눈빛에 담긴 뜻을 읽은 강시유도 불쾌하기 그지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인내,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한소은을 설득하는 건 물 건너 간 것 같으니 지금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동아줄인 오이연을 공략할 수밖에.“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내가 뭐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못 믿겠으면 내가 먼저 마실까요?”강시유가 먼저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난 진심으로 걱정돼서 그래요.”“고맙습니다. 그런데요... 실험실에서는 커피는 물론이고 음료수 같은 건 못 마시는 거 모르세요?”실험실은 조향사의 공간, 제품 시약을 제외한 다른 향기가 변수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더군다나 특히 향이 강한 커피라니... 조향사로서, 기술 총 디렉터로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오이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
그러자 강시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성거렸다. 움직임을 멈추기라도 하면 참아왔던 화를 다 쏟아낼 것 같아 자신을 억제하고 있었다. 오이연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기지개를 켠 채 몸을 돌려 나른하게 실험에 임했는데, 동작이 느릿느릿한 것이 작업 중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은 강시유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요, 이연 씨가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최대한 맞춰줄게요.”위기가 닥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참아야 했고, 그녀가 한소은에게 빌러 가느니 차라리 여기서 이 계집애와 조건을 협상하는 게 낫지, 적어도 오이연은 자신의 범위 안에 있을 거니 말이다.오이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오......강 팀장님의 권력이 이렇게 대단했나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겠다고요? 정말 감동적으로 들리네요. 정말 뭐든지 들어주실 수 있는 건가요?”그녀의 흥미진진해하는 모습을 본 강시유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경멸했다, 결국 모두 하나의 거래일뿐 의리나 인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이연이 이렇게 물었으니, 역시 중요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겠지.강시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권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들 이렇게 오래 헌신을 해주셨잖아요? 저는 비록 팀장일 뿐이지만, 저와 노 대표와의 관계가 어떠한지 아실 거라 믿어요. 오늘 이 일만 잘 처리하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노 대표님 앞에서 몇 마디 해줄게요. 이연 씨가 실험실에서 10년, 8년을 견딘 것보다 절대적으로 나을걸요, 아닌가요?”오이연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듯 한참을 망설였고, 이내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정말로 어떤 조건이든 들어 주시는 건가요?”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매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강시유는 속으로 약간 웃기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또 아주 진지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당연하죠, 이연 씨는 뭘 원하죠? 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