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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노형원이 그녀에게 이렇게 화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리 그녀가 억지를 부려도 항상 인내심 있게 달래주던 그였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도 있는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소리를 지르다니.

충격에 눈물도 흐르지 않고 그저 멍하니 노형원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조금 이성을 되찾은 노형원은 고개를 돌려 강시유의 상태를 살폈다. 충격을 심하게 받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다가가서 위로를 해줄까 싶다가도 지금 회사 상황을 생각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한숨을 푹 내쉰 노형원이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좀 많이 혼란스러워. 난 회사로 들어가서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볼 테니까 집에는 알아서 들어가.”

말을 마친 노형원은 그렇게 강시유를 덩그러니 남겨둔 채 커피숍을 나섰다.

혼자 남겨진 강시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때 한소은을 헌신짝처럼 버려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마지막 한 단계만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시원 웨이브는 풍전등화 상태고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노형원의 사랑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다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이야! 너만 가만히 있었어도... 네가 모든 걸 다 안고 넘어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변호사님,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까지 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한소은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런데...”

잠깐 망설이던 나현우는 의아한 한소은의 얼굴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대화를 들어보니 시원 웨이브에서 한소은 씨의 제조법을 훔쳐갔고 오히려 지금 표절로 한소은 씨를 고소한 상황인 것 같은데 맡습니까?”

“네, 하지만 방금 전 대화는 법정에서 확실한 증거로 쓰이기 어렵겠죠?”

한소은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네.”

고개를 끄덕이던 나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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