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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이거 놔!”

한소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똑바로 말하기 전엔 못 놔!”

하지만 아직 머릿속이 의문투성이인 노형원이 그렇게 쉽게 그녀의 손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

“노형원 씨, 지금 이 행동 성추행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나 변호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형원이 버럭 소리쳤다.

“넌 빠져!”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소은을 노려보았다.

“똑바로 말해. 제조법에 네가 장난친 거 맞지? 설마... 제조법 자체가 가짜인 건 아니지?”

최악의 경우를 묻는 노형원의 목덜미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한소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잡힌 손목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이 손 놔! 안 그럼 저번처럼 개망신 당할 수도 있으니까!”

저번이라...

노형원의 머릿속에 저번 골목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놀랍도록 빨랐던 한소은의 주먹...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한소은의 말이 통했을까 노형원은 슬그머니 손목의 힘을 풀었다.

한소은은 욱신거리는 손목을 돌리다 병균이라도 닿은 듯 물티슈를 꺼내 노형원의 손이 닿은 곳을 벅벅 닦아냈다.

“노형원, 경고하는데 다시 내 몸에 손 대지 마. 다음엔 경고 없이 바로 기술 들어갈 테니까!”

말을 마친 한소은은 물티슈를 휴지통에 버린 뒤 멋지게 돌아섰다.

한소은과 나 변호사가 자리를 뜬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강시유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렇게 그냥 보내면 어떡해! 아직 제대로 말도 안 했잖아! 그냥 이렇게 보내면 어떡하냐고! 놓으란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놓는 게 어딨어!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저 계집애가 제조법에 뭔가 장난을 친 게 분명하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치는 강시유의 모습에도 노형원은 여전히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지금 내 말 듣고 있긴 해? 노형원, 너 설마 이제 와서 미련이라도 느끼는 거야? 아까 말한 저번은 또 뭔데? 두 사람 나 몰래 만난 거야?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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