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9화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아직 화가 덜 풀린 거네.”

차성재가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가 말씀 심하게 하신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때는 할아버지가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잖아. 홧김에 하신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면 어떡해. 그동안 밖에서 혼자 지내면서 너도 느낀 게 많을 거 아니야. 남자한테 호구 잡힌 것도 모자라서 소송까지... 그런데도 집으로 안 돌아오겠다고?”

“영원히 안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내가 돌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 돌아갈 거라고.”

한소은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내가 차씨 집안사람이라는 거 사람들은 모를 거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그 말에 차성재가 발끈했다.

“너 말 그렇게밖에 못해? 지금 우리가 네가 쪽팔려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

“착각이든 뭐든 좋을 대로 생각해. 내가 돌아갈 준비가 되면 외할아버지한테는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니까.”

“그래서 정말 싫다고?”

차성재가 한발 더 앞으로 다가갔다.

워낙 마른 체격에, 맑고 하얀 피부, 그리고 남자답지 않은 핑크빛 입술까지... 누가 봐도 병약한 미소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든 한소은의 눈빛에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래.”

그리고 다음 순간, 강력한 장풍이 그녀를 향해 몰려왔다.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낸 한소은은 차성재와 무예 대결을 시작했다.

숨 쉴 틈 없이 밀려오는 차성재의 공격을 차근차근 막아내는 한소은이었지만 막기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열합 정도 주고받았을까 한소은은 벌써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빈틈을 파악한 차성재의 킥이 날아오고.

아차...!

이건 막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 차성재의 다리는 그녀의 복부와 3c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추었다.

“많이 약해졌네.”

차성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한소은이 담담하게 인정했다.

노형원의 보디가드들과 싸울 때 이미 느낀 사실이었다. 2년 동안 수련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체력, 기술 모든 면에서 무뎌질 수밖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