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는 며칠간 바쁜 나날을 보내던 소은은 마침내 결과물을 얻어냈다. 호박색 오리지널 에센셜 오일이 담긴 작은 병 하나를 손에 든 소은은 마치 값진 보물이라도 발견한 마냥 들뜬 얼굴이었다. 이연도 향을 맡고는 너무 기뻐 흥분한 상태였다.작업실 안은 독특한 향으로 가득 찼다.이것은 소은이 처음으로 발견한 향으로 여러 종류의 꽃향기가 어우러져 허브향처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비록 작은 병 하나일 뿐이었지만, 이 정도의 양이면 시리즈 테마로 사용하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생각과도 잘 맞아떨어진 까닭에 소은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이연아, 이건 서늘한 곳에 놓고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소은이 장갑을 벗고는 손을 깨끗이 씻었다.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확실해지자 소은은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보낸 후, 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네가 원하는 건 보름이 채 안 돼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행사에 늦진 않을 거야.”“우와 잘됐다! 난 네가 해낼 줄 알았어!”리사는 제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참, 요즘 너에게 귀찮은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내가 도와줄까?”“아니야, 작은 문제야. 그럴 것 없어.”소은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리사가 딱히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래, 알았어.”리사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참, 얼마 안 있어 임 대표가 온대. 혹시 너 시간 있어? 너에게 밥 한 끼 사고 싶다고 하던데.”“임 대표?”잠시 멍하던 소은은 불현듯 그때 그 사람이 떠올랐다.“사양할 이유는 없지. 그런데 우린 별로 공통점이 없는데.”“모두 친구잖아! 게다가, 아이리스가 널 그리워하고 있어. 네 이야기도 자주 해.”소은은 어린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그래. 그럼,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응. 이번 테마 향수 건 잘 부탁해. 지금 나 바로 달려가고 싶은 걸 참는 중이야. 마치 전화기에서 향이 풍겨 나오는 것 같다니까.”한껏 과장된 말투에 소은이 웃음을 터뜨렸다.“됐어
“현재 한소은 씨는 경제 관련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경찰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경제 범죄 사건요?”소은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조향협회가 저를 고발했나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경찰이 고개를 저었다.“조향협회가 아닙니다. 현재 대윤 그룹 쪽에서 당신과 대윤 그룹 부장 윤소겸을 공모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사익을 위해 대윤 그룹 향수에 금지된 성분을 넣은 혐의입니다.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사실, 경찰은 나름대로 소은에게 예의를 갖춘 것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유 같은 건 설명해 주지도 않은 채 무작정 경찰서로 연행했을 수도 있었다.소은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누구라고요? 윤 누구요?”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었다.‘대윤 그룹 부장이요? 그게 누군데요?’“일단은 저희와 함께 가시죠. 자세한 건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경찰은 더는 설명하길 거부했다.“좋아요. 같이 가죠.”소은은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때, 이연이 경찰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잠깐만요!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대윤 그룹을 전혀 알지 못해요. 부장이라는 그 사람과 결탁하여 공모할 가능성은 더욱 없고요. 분명 이건 모함이에요.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어떻게 함부로 사람을 잡아갈 수 있죠?”“조사하면 밝혀질 겁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합니다.”경찰이 이연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지만…….”몇 마디 더 하려는 이연을 소은이 말렸다.“괜찮아. 내가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볼게. 나 역시 대윤 그룹이 어째서 나에게 이런 큰 혐의를 뒤집어씌웠는지 궁금해.”‘말도 안 돼. 내가 대윤 그룹과 공모했다고?’‘난 윤설아와 단 두 번 만났어. 요영과 노형원이라는 대윤 그룹 사람들도 인사만 하는 사이일 뿐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아예 모르는데 대체 내가 무슨 공모를 어떻게 했다는 거지? 아무런
윤중성의 초조한 모습에 반해, 윤설아는 침착했다.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녀의 책상 위는 온갖 종류의 서류들로 가득했다. 최근 회사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데다 위기도 많았다. 윤설아는 몇 명의 부장을 제외하고 회사 내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만 내세운 회사의 주주일 뿐, 일상적인 경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전에는 윤백건이 회사의 모든 걸 맡아 관리했으며, 가끔 윤설웅에게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 누구의 개입도 없이 윤설아가 제일 강력한 실권자가 되었다.책상 앞에 앉은 윤설아는 더욱 과감한 화장에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윤중성은 딸이 무언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은 윤중성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설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빠한테 설명해 봐. 어째서 소겸까지 고발한 거냐?”윤중성이 노발대발하며 물었다.윤설아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윤중성을 힐끔 바라보더니, 보고 있던 서류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서류를 검토하던 설아는 자신이 이름에 서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윤중성을 바라봤다.“아버지, 지금 저를 질책하시는 거예요?”“나는…….”매서운 설아의 말투에 윤중성이 우물쭈물했다.“이 모든 일이 누구 때문인지는 분명한 거 아닌가요?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는 저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거예요. 제가 직접 계획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제가 불렀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기어이 이 프로젝트를 윤소겸에게 주셨죠. 윤소겸은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는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가 모든 공을 차지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했어요.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거고요. 그런데 지금 아버지가 저를 질책하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세요?”윤설아는 매서운 눈빛으로 윤소겸의 죄목을 조목조목 늘어놓았다.“설아, 너…….”“제가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 이 회사에서 윤소겸의 무능력을 모르는
“네가 전에 아빠한테 했던 말은 다 거짓인 거냐?”윤중성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너는 소겸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결국 그 녀석이 점점 수렁에 빠져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지…… 아니, 처음부터 네가 구덩이를 판 게 아니냐?”윤설아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건 아버지가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어요. 제가 구덩이를 파긴 했지만, 그건 기초를 닦고 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그런 거였어요. 그런데 윤소겸이 그걸 기어코 빼앗아 고층 건물을 올리는 대신, 밑으로 끝도 없이 구덩이만 파 내려간 거죠. 게다가 그 구덩이에 뛰어들기까지 했으니, 제가 무슨 수로 막겠어요?”맞는 말이었다. 윤소겸이 구덩이 안에 스스로 뛰어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단지, 윤설아는 그런 소겸을 한 번도 말리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래, 좋다!”모든 사실을 확인한 윤중성은 낙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그동안 눈치채지 못했구나. 내 딸이 이런 수완을 가지고 있었다니 말이다. 나까지 속이다니…….”“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겠어요?”윤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제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집안의 회사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해왔음에도, 아버지는 저의 재능과 능력엔 관심이 없으셨죠. 오로지 바보 같은 아들만 바라보시느라 말이에요.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놈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제가 반평생 노력해서 얻은 것을 빼앗아갔어요. 그런데도 아버진 제가 또 그놈을 도와주길 바라시니 우습네요. 윤소겸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아버지, 이제 똑똑히 지켜보세요. 멍청한 그 녀석이 과연 대윤 그룹을 인수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요.”“그것이 네가 소겸이 앞에 구덩이를 판 이유냐? 내가 소겸이를 대윤 그룹으로 데려온 첫날부터 계획한 일이었지?”오늘에서야 비로소 윤중성은 모든 걸 깨달았다.“이 일에 너희 엄마도 가담한 게 맞지?”“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알고는 계시겠죠.”윤설아도 더는 윤중성을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털어놨다.“설마
잠시 침묵하고 있던 윤중성이 갑자기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좋아, 좋아! 우리 대단한 딸, 아빠가 그동안 너를 잘못 봤었구나!”설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냉담한 태도를 유지한 채 윤중성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자리조차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그때, 윤중성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느릿느릿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나야…….”몇 마디 듣지도 않고 윤중성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쳐들었다.“뭐라고?”“샅샅이 찾아봤어? 전화도 안 받아?”윤중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선은 설아를 향해 있었다.설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 알았어. 우선 진정해. 아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기다려…….”윤중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설아를 노려보았다.“소겸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설아는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내 앞에서 더는 연기할 필요는 없다.”코웃음을 치는 윤중성의 얼굴에는 더는 설아를 믿을 마음이 없어 보였다.“지금 네가 모든 죄를 소겸에게 뒤집어씌운 이상 그를 연금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니? 대체 소겸이를 어디에 가둔 거냐?”“가둬요?”윤설아가 큰 소리로 웃었다“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그 녀석이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요. 경찰이 곧 찾을 텐데 뭣 하러 제가 그 녀석을 가둬요? 그놈을 가둬놓은들 저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없는데 말예요.”윤설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참 동안 설아를 바라보던 윤중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정말 너 아니냐?”“방금 그 전화, 진고은에게서 온 거예요?”설아가 중성을 보며 물었다.윤소겸이 실종되었는지, 아닌지 친엄마 말고 누가 신경이나 쓸까 하는 마음이었다.“이틀째 연락이 안 돼.”윤중성이 소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었다.“소겸 엄마가 초조해 미칠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이렇게 계속 연락이 안 되는 것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윤설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곧 나타날 거예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니?”윤중성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는 오랫동안 딸에게 의존했고 그것은 습관이 되었다.“향수 사건으로 곧 경찰이 찾아올 거예요. 만약 소겸이가 보이지 않는다면 자연히 경찰이 그를 찾아낼 거고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경찰에 신고하든 안하든 별 차이가 없어요.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윤설아는 침착한 태도로 서류 하나를 꺼내 들더니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중성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됐다, 됐어. 네가 찾기 싫으면 내가 직접 찾을 거다.”자리를 박차고 나온 윤중성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초췌해져 있었다.마침 문을 열고 들어서던 노형원은 하마터면 윤중성과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왜 저러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윤설아는 담담한 표정이었다.“그런데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어? 네 그림자도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야.”“하늘을 걸고 맹세하는 건데, 난 최선을 다해 윤설아 사장님을 돕고 있어!”노형원은 긴장한 기색 없이 히죽거렸다.“요즘에 너무 일이 많아. 감정보고서도 작성해야 하고, 언론도 달래야 해. 게다가 그 조향사도 찾아야 한다고. 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내 얼굴 좀 보라고. 너무 피곤해서 살이 다 빠졌단 말이야.”형원은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윤설아는 도무지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형원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조향사는 아직 찾지 못했어?”“응, 아직. 도무지 행방을 찾을 수가 없단 말이야.”형원이 고개를 저었다.이번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짜 조향사를 준비해 두었고, 몇 단계를 거처 윤소겸에게 소개하였다. 모두 노형원의 아이디어였다.윤소겸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까닭에 경험도 인맥도 부족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이익을 남기느냐 마느냐 하는 것뿐이었다.몇 단계를 거쳐 소개받은 조향사의 뒤에 누가
“내가 맡긴 일만 얌전히 잘 처리한다면 네 몫은 톡톡히 챙겨 줄게!”윤설아가 차가운 말투로 말하면서 노형원을 힐긋 보았다.벽에 기대어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굴리고 있는 노형원을 보더니 아까 있었던 일이 생각 났다.“아참, 윤소겸 그 자식 실종된 거 알아?”노형원이 고개를 들며 말한다.“응? 실종되었다고? 난 모르는 일인데. 정말 실종된 거 맞아? 당신 아버지가 어디에 숨겨 둔 건 아니고?”“집에만 있으라고 했는데 갑자기 실종되었대. 아빠는 내가 그런 줄 의심하고 있더라고.”윤설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형원이 그런 게 아니라면 윤소겸이 실종된 건 누구 짓이지?’“널 의심한다고? 니가 그 자식을 납치해서 뭐 해? 그 자식은 지금 경찰에게 찍힌 몸이야. 우리에겐 더 이상 이용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하지만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날 제일 먼저 의심했겠지.”그녀가 서류에 사인을 하며 노형원에게 지시한다.“네가 사람을 써서 그 자식 좀 찾아봐. 찾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그 자식은 왜 찾으려 하는 건데. 어차피 경찰들이 알아서 찾을 거 아냐.”노형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찾으라면 찾아!”윤설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이제 나가봐. 할 일이 산더미야!”노형원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그의 입가에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같은 시각 경찰서에서.자기 앞에 쌓여 있는 사진을 보며 한소은은 침묵했다.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고작 이거 가지고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한소은 씨, 당신은 대윤 그룹 윤소겸 부장과 짜고서 대윤 그룹을 망하게 하려던 게 아닙니까?”경찰이 관례에 따라 물었다.“대윤 그룹을 무너뜨리는 게 저에게 무슨 좋은 점이라도 있나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과 대윤 그룹은 사업에서 서로 경쟁인 관계가 아닙니까? 게다가 당신과 대윤 그룹 향수 프로젝트를 맡은 차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지 않습니까?”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한소은 명의로 된 계좌는 적지 않았다. 경찰이 내민 증빙서류에 적힌 계좌 번호는 그녀가 자주 쓰는 계좌가 아니다. 그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그녀도 잘 몰랐다. 자주 쓰는 게 아니다 보니 돈이 들어와도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그녀에게 돈을 보내도 그녀가 모를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큰돈이 들어왔는데 몰랐다는 말입니까?”경찰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했다.“이 돈이 적진 않죠. 하지만 제겐 큰돈이 아니에요.”한소은은 경찰의 말이 우습다는 듯 말했다.“제가 조향 사업을 하는 몇 년간 이렇게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게 벌었어요. 지금 제 능력으로 2억을 벌고 싶다면 어려운 것도 아니죠.”“어렵지 않겠지요. 입만 몇 번 놀리고 향수 레시피에 금지 성분 조금만 추가하면 쉽게 벌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어요?”현재 경찰이 내놓은 증거들은 모두 그녀에게 불리한 증거들이다. 그렇다 해도 의심이 가는 점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아니다.경찰은 공식적인 질문만 던졌다. 대윤 그룹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고 대중들도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론을 내려야 했다.“경찰관님! 지금 증거로는 저와 윤소겸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어요. 첫째, 저는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해요.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요. 둘째, 만약 제가 그 사람과 짜고 친 거라면 증거를 내놓을 수 있나요? 거래 기록은요? 이 돈이 증거라고 하지 마세요. 누구라도 제 계좌 번호만 안다면 얼마든지 돈을 보낼 수 있어요. 셋째......”“제가 백번 아니라고 해명해 봤자 믿지 않으실 테니 윤소겸을 불러오세요. 제가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겠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누군가가 그녀를 모함한 게 확실하지만 윤소겸은 아니었다.지금 그도 이 늪에 빠진 상황이다. 사건이 결론 나면 그에게도 이득 될 게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까지 끌어들이면서 이런 죄를 덮어씌우려 했을 리가 없다.지금 유일하게 확인된 것은 이 판을 짠 누군가는 그와 그녀를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