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겨우 하루였지만 윤소겸은 한 세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초조하기는 윤중성도 마찬가지다. 회사로 출근했지만 조바심이 나 안절부절못했다. 틈만 나면 일어나 밖을 내다보고 감정 부문에서 검사보고서를 보내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윤소겸이 절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어도 그의 마음은 여전히 놓이지 않았다.윤중성은 진작에 사람을 시켜 그 조향사를 찾아오게 했다. 어떻든 간에 우선 그 조향사를 옆에 두어야 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한시름 놓을 수 있다. 다만 향수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 조향사는 가장 큰 주범이다.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윤설아가 서류 봉투를 들고 문을 두드렸다."아빠.""어떻게 됐어?" 윤중성이 바로 일어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윤설아의 복잡한 눈빛으로 사무실의 문을 닫고 커튼마저 내려버렸다.그녀를 보던 윤중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아야, 무슨 일인데 그래?""아빠, 놀라지 말고 들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서류 봉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결과가 나왔는데......"윤중성이 떨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를 받았다. 보고서를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성분 검사 결과가 빼곡히 적혀있는 보고서를 쓱 보더니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을 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나도 진짜가 아니길 바라. 이런 결과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아빠, 정말 우리 향수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그녀가 축 처진 얼굴로 이어 말했다.“감정 보고서에 금지 성분이 들어가 있다고 똑똑히 적혀 있어. 향수에 독특한 향을 내는 향료 첨가제가 들어가 있대. 이런 첨가제는 향을 맡은 사람이 중독되게 만들어 향수 판매량을 높일 수 있어. 하지만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이 난다고 해.”그렇다는 건 양미나가 그들을 모함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향수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향료 첨가제?!"
"설아야, 이 보고서...... 정말 믿을 수 있는 거니? 혹시......"그가 머뭇거리다 마음속에 있던 의심을 제기했다."내 말은, 혹시 누가 향수 샘플을 바꿔치기하거나, 검사를 맡겼던 샘플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공장에서 실험실까지 가는 동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을 텐데 거기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해서.”윤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아빠! 지금 아빠가 생각한 거 나도 다 생각했던 문제야. 실험실까지 가는 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고 내가 직접 공장에서 향수를 받아 간 거라고. 만약 아빠가 나조차 믿지 못한다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솔직히 그녀는 윤중성이 자기를 의심했다고 인정할 리가 없다란걸 잘 알고 있다."설아야, 아빠가 어떻게 널 의심하겠어. 아빤 단지...... 이런 중요한 시기에 누가 우리를 해치려 한다면 어떻게든 손을 썼겠다는 생각에 하는 말이야.”"사실 한 가지 의심 가는 일이 있는데 아빠한테 말 해야 할지 모르겠어."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아이고, 지금 할 말 못 할 말 가릴 상황이 아니잖아!" 윤중성이 다급히 말했다.“사실 나도 중간에 누가 손을 쓸까 봐 걱정돼서 집에 있던 향수 두 병도 함께 감정 의뢰를 했어. 향수가 출시 되었을 때 겸이를 응원하려고 내가 두 병 샀었잖아.”"어, 그래, 맞아!" 윤설아의 말에 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그래서 어떻게 됐어?"“사실 그 두 병에도 금지 성분이 검출되었어.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중간에서 손을 쓴 게 아니라 향수 조향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걸 엄마에게 알려줄 수도 없었어. 아빠도 잘 알잖아. 엄마는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체질이라는 거. 다행히도 아직 그 향수를 뿌린 적 없대.”‘이 말은 요영이 그 향수를 뿌렸다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을 거라는 말인가?’이렇게 생각하던 윤중성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이제 이 사건은 더 이상 모함이나 돈을 뜯어 내려는 사기 문제가 아니다. 향
"설아야, 설아야......"윤중성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거는 거였다.윤설아가 그의 떨리는 손을 잡으며 그를 진정시켰다. "아빠, 진정해!"그리고는 윤중성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판매부 부장에게 지시해서 소비자와 언론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전해. 우리 대윤 그룹은 절대로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고. 지금 향수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확인된 게 없으니 감정 결과가 나온 후에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고 해. 만약 정말 향수의 문제라면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테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는 사람은 고소하겠다고 말해.”“그리고 홍보팀에서도 바로 통보를 내라고 해야 해. 현재 회사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향수 사건은 곧 합리적인 해명을 진행하겠다고.”윤설아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침착하게 말했다.윤중성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있는 한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다.“설아야, 이제 아빠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회사가 절대로 이대로 무너지게 해선 안 돼!”그가 심란한 말투로 말하자 윤설아가 그의 손을 다시 꼭 잡으며 말했다."아빠 걱정하지 마. 나도 윤씨 가문 사람이잖아. 대윤 그룹이 이렇게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윤중성이 말했다."그리고 네 동생, 반드시 지켜내야 해. 이번 사건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주주들이 겸이를 못마땅하게 여길 거야.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겸이가 대윤 그룹을 물려받기 어렵게 돼.”윤설아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응 아빠. 이제 가서 좀 쉬어. 겸이도 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그래!" 윤중성도 연달아 터진 사건 때문에 힘들었는지 가서 쉬라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네게 맡기마. 겸이에게 가 봐야겠어. 내가 가서 지키고 있어야지. 여기서 더 사건이 터지면 안 되니까.”“응. 아빠가 겸이 잘 타일
윤설아는 이런 아버지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정도로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아들만 걱정하고 있다.그 귀하디귀한 아들이 친 사고를 딸보고 처리하라고 한다.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고를 친 게 윤소겸이 아니라 자기였으면 윤중성은 분명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에게 있어서 딸은 그저 마음대로 써먹고 희생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노 차장보고 사무실로 오라고 해."내선 전화로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윤설아의 말대로 그가 회사 지하 주차장을 나가자 바로 의심스러운 차 한 대가 따라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가 예상했다는 듯 냉소하며 기사에게 골목으로 운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두 개 골목을 더 지나 택시를 타고 진고은의 집으로 갔다.마치 스파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 눈을 피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의 아들이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회사 상황이 이렇게나 심각한데 태평하게 놀고 있는 윤소겸의 모습에 그는 화가 났다.“지금 이게 무슨 꼴이야! 회사 상황이 어떤지 알기나 해? 이렇게 태평하게 핸드폰이나 놀고 있다니! 내가 가기 전에 말했었지. 무슨 일이 있어도 핸드폰 전원을 켜지 말라고. 이젠 아버지 말도 귓등으로 듣는 거야?”윤소겸이 사고 친 걸 수습하느라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그는 오히려 집에서 게임을 할 여유가 있다니!그의 핸드폰 화면을 보니 윤중성은 더욱 화가 났다.“아버지, 이건 제 탓이 아니잖아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집에서 게임이라도 안 하면 미칠 지경이라고요!”안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짜증 나 죽겠는데 아버지에게 훈계를 들으니 더욱 짜증이 났다.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의 태도에 윤중성은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일이 이렇게 된 건 다 네 탓이잖아! 네가 한 일들을 봐! 이렇게 중요한
오랜 시간 윤중성의 옆에서 그를 봐왔던 진고은은 그가 정말 화가 난 것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보았다. 지금 그는 분명 화가 나 있다.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눈물을 삼켰다. 그저 넘어진 게 억울한지 입을 삐죽거리더니 혼자 일어서려 했다.“어머니.”윤소겸이 소파에서 바로 일어나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윤중성에게 말했다.“아버지, 이번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어요. 하지만 분명 누가 절 모함한 거예요. 전 제 향수가 문제 있다는 걸 믿지 못하겠어요. 분명 누가 절 해치려 한 거라구요.”사실, 그는 윤설아가 자기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손을 쓴 게 아닌지 의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공장에서부터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자기의 측근뿐이었다.양미나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향수에 문제가 있는 거면 감정을 하러 가는 길에서 누가 손을 썼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는 지금 집에서 나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조사를 할 수가 없으니 그저 집에서 마음을 조릴 수밖에 없었다.윤중성은 콧방귀를 뀌었다.“넌 아직도 네 향수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만일을 대비해서 이미 판매된 향수를 모두 회수했고 공장에 남아있던 남은 재고와 네 누나가 요영에게 선물해 준 향수까지 모두 검증 부서에 가져갔어. 결국엔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가 나왔다.”이런 말을 들은 진고은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 사람들 향수가 문제 있다고 겸이가 연구 개발한 향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잖아. 그 사람들이 겸이를 모함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어”“넌 아직도 이런 생각밖에 못 하는 구나.”윤중성이 실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설사 그들이 손을 썼다고 해도 어떤 성분을 넣어야 하는지 알았겠어? 술에 약을 타는 것과 같은 줄 알아?”“......”윤소겸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아버지, 어머니에게도 같은 향수가 있어요. 이것도 감정해 보는 게 어때요?”“됐다.”윤중성이 실망한 듯 손을 저었다.
윤소겸은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살고 싶어서 죽기 살기로 잡은 동아줄이 사실은 썩은 동아줄이라는 사실에 더욱 절망했다.“됐어.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지!”어딘가 잘못된 거 같았지만 정확히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아버지가 어떻게서든 방법을 찾아 보마. 이따 큰아버지 병문안이나 다녀와야겠어. 대윤 그룹에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는데 네 큰아버지도 알고 계셔야지.”이 사건뿐만 아니라 윤설웅이 죽었다는 소식도 함께 알리려고 한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하루라도 빨리 대윤 그룹을 손에 넣어야 했다. 더는 그 늙다리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권력을 가져와야 회사를 살릴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그래야만 자기 아들도 후계자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게 지킬 수 있다.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자, 윤중성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나 잠시 나갔다 올게.”“아버지, 같이 가요!”윤소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집에 갇혀 있으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었다.“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네가 가서 뭐 해. 지금 넌 대중들 시선에 띄어선 안돼!”윤중성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분장을 해서라도 나가야겠어요. 이 집에 더 있다간 미쳐버릴 거 같단 말이에요! 게다가 윤 가로 들어온 지도 오래인데 아직 큰아버지를 뵈러 간 적이 없잖아요. 가서 인사라도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윤중성이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고작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윤소겸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초췌해 보이자, 그는 마음이 아팠다.“그래. 누가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 바로 출발하자꾸나.”“하지만...... “진고은이 무슨 말을 더하려 하자 윤중성이 그만하라며 손을 들었다.“넌 여기서 쉬어. 형수님 성격 잘 알 잖아.”그녀가 입을 삐죽거리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표현했다.그녀도 함께 가고 싶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며칠 동안 집 밖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누군지 몰라?”윤중성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형님 병문안을 왔는데 이렇게 문전 박대를 당하다니. 그것도 아들 앞에서.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지난번에 형님 병문안을 왔을 때도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지 않았다.‘뭐 하는 사람들이지?’“죄송합니다.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이 있었습니다!”두 경호원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중성이 아무리 크게 호통을 쳐도 경호원들은 비켜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내가 내 형님 병문안 오는 걸 당신한테 허락이라도 받아야 한단 말이냐? 당신들 이러는 거 불법감금이야.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저리 비켜!”윤중성이 경호원을 위협하며 강제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그가 병실로 발을 들이기도 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윤소겸이 틈을 타 그들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지만, 그마저도 발 빠른 경호원에게 제압당했다.“아파, 아프다고!”윤소겸이 앓는 소리를 내자 윤중성이 바로 달려갔다.“겸아, 괜찮니? 당신들 감히 사람을 쳐?”“돌아가십시오!”경호원은 여전히 그들을 들여보낼 줄 생각이 없었다.“그래. 두고 보자고!”단호한 경호원들을 보며 윤중성이 씩씩거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사실 윤백건의 핸드폰은 이미 오래전부터 꺼져있는 상태다. 그가 전화를 거는 건 그저 경호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소리가 전해져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윤 부인이 핸드폰을 들고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윤 부인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다만 얼굴에 원망과 처절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녀가 윤중성 부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여긴 병원이에요. 소란 그만 피워요!”“형수님!” 윤중성이 다급히 말했다.“저희가 소란을 피운 게 아니라 형님 병문안을 왔는데 못 들어 가게 막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도련님이 본 그대로예요. 백건씨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해
윤 부인의 말은 그의 정곡을 찔렀다. 윤중성이 흠칫하더니 바로 마음을 그런 적 없다는 듯 말했다.“형수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형님 빨리 죽으라고 온 거라니! 전 형님 친동생이에요. 형수님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말 잘했어요. 친형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당신 딸이 찾아온 거도 모자라 이젠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려요?”평온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부릅뜬 눈에는 충혈이 되어 있었고 몸마저 부들부들 떨었다.윤중성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딸이 왔었다니?’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설아가 병문안을 다녀갔나요?”“시치미 떼지 마세요! 이틀 전에 설아가 왔었어요. 큰아버지가 아프다고 병문안 온 건 줄 알았는데 그 애가...... ”그녀가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의사가 백건씨를 겨우 진정시켜 놓았는데 이젠 당신들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니.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못 만나게 막을 거예요!”“......”윤중성 뿐만 아니라 윤소겸도 놀란 모습이다.마음속에 의심이 가득한 윤소겸이 윤 부인에게 물었다.“큰어머니,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누나가 와서 뭘 했나요? 큰아버지 병문안 온 게 아니었나요? 저와 아버지는 정말로 병문안 온 거예요. 다른 마음을 품고 온 게 아니라고요. 누나가 다녀간 건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윤 부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정말?”윤중성이 연거푸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형수님, 요 며칠간 회사에 사건이 많이 터진 거 아시잖아요. 그거 때문에 바빠서 다른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설아가 언제 다녀간 건지도 모른다고요. 그 애가 와서 무슨 말을 했나요?”윤 부인이 윤중성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가 한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그날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그날 설아가 와서 백건씨에게 회사에 일어난 일을 다 말해줬어요. 그리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