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일 거예요.” 김서진은 중얼거렸다. “그때 당시에, 아마... 7살 정도?”김서진도 단지 미루어 짐작했을 뿐,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기억이 있었다. “그때 올 때, 부모님과 같이 왔었어요.”“부모님...” 이 명칭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 먼 얘기였다.심지어 기억 속에 있는 부모님도 이미 얼굴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다.“전 기억이 없어요.” 그녀는 조금 풀이 죽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자신의 부모님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았고, 기억이 희미해져갔다.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큰 충격을 받았고 이전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당시 외할아버지는 기억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앞으로 잘 살아보라고 말씀하셨지만 개인에게 있어서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었다.“제가 일곱 살이면 당신 나이는 몇 살이었길래 사랑에 빠진 거예요? 아니다. 짝사랑?” 그녀는 생각한 뒤 다시 물었다. “맞다, 겨우 7살 애한테 마음이 흔들렸던 거예요?”“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김서진은 그녀의 이마를 살짝 치며 웃었다. “그때 당시, 당신은 귀여운 아이였어요.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있었고, 마치 한 줄기 햇살 같았어요. 그리고...”그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쳐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말랑한 볼을 만졌다. “그리고 얼굴이 좀 통통했어요.”“아!” 그녀는 탄성을 지르며 그의 손바닥을 쳤다. 그 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계속 물었다. “그다음은요? 그다음은요?”“우리 부모님이 당신 집으로 가셔서 뭐 하셨는지 기억나요?”“그 해는 할머니가 100세 되는 해였어요. 아마 축하해 주러 오셨을 거예요.” 그녀의 흥미에 비해서 그는 별로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너무 오래됐어요. 저도 별로 기억이 없어요!”한소은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별로 추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유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윤소겸은 공장에서 조립라인에 예쁘게 포장된 향수 한 병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물건을 시장에 출시하고 그다음 돈을 벌 것을 생각하니 돈 버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느껴졌다.아버지께서는 장사가 쉽지 않다면서 신중하게 많이 배워두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옛날 사람이라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사상도 보수적인 것 같다. 좀만 과감해지니 이런 일도 어렵지 않았다.“사장님, 이 향수는 일주일 뒤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주일 뒤에 출시할 수 있을 거예요.” 공장의 담당자가 그에게 보고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당신들 모두가 일등공신이에요!”“감사합니다, 사장님.”“아, 맞다. 그 부장 최근에 왔었나요?” 윤소겸이 물었다.“아니요, 오지 않았습니다.” 담당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본격적으로 조립라인에 오른 뒤로는 부장님은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 두 통으로 몇 마디 당부하고 공사 날짜 물어본 게 전부입니다.”“안 왔다고?” 윤소겸은 목소리를 높이며 안색이 변했다. “아주 한가하군.”노형원, 노형원. 입만 번지르르하지 결과적으로 게으름만 피우고, 업계에서 아주 경험이 많다더니 게으름 피운 경험만 많은 것 같았다.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때 가서 누구의 공이 더 높은지 따지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일을 기회로 퇴출시킬 수도 있다. 그가 정말 자신에게 복종하는지 아니면 윤설아가 보낸 스파이인지 알 순 없다. 하지만 어쨌든 윤설아의 사람이라 그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가 회사를 장악하면 모두 자신의 사람들로 바꿀 것이다.“너무 바빠서 그런가 봐요.” 담당자는 윤소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듯 웃으면서 말했다. “사장님은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자주 오셔서 관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이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해요, 사고가 나서는 안돼요. 당연히 와서 지켜봐야죠.”그는 문으로 걸어간 뒤 다시 몸을 돌렸다. “맞다, 제게 먼저 한 병 주세요.”“넵!” 그는 즉시 사람을 시
“제가 어떻게 그러겠어요. 엄마, 저 엄마 보러 왔잖아요.” 그는 손을 떼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진고은이 그의 손목을 꽉 잡았다. “가지 마! 너마저 가버리면 엄마는 아무도 없어.”윤소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마, 저 어디 안 가요. 물 한 잔 따라드릴게요. 입술이 다 말랐어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진고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고 확실히 말라 있었다. “피가 마른다고 해도 누가 신경이나 써주겠니.”“엄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이렇게 있잖아요! 아빠도 신경 써 주시고!”“네 아빠? 됐어!” 그녀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네 아버지는 오랫동안 우리 모자를 달콤한 말로 속였을 뿐이야. 네 아버지는 그 집에 있는 여자에게 마음이 가 있어.”“화나서 그런 소리 하시는 거죠.” 윤소겸은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를 일으켜 세운 뒤 그녀가 물을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빠의 마음을 몰라주신 거예요? 다시 말하지만, 전 다 보여요. 아빠는 여전히 엄마를 아껴주고 있어요.”“너무 아껴서 그 100억 짜리 목걸이를 다른 사람에게 줘?” 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했고 물도 마시기 싫어서 컵도 그냥 그 자리에 두었다.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운소겸은 그녀가 여전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달려주려고 말을 이었다. “아 그 목걸이 때문이구나!”“봐, 너도 알잖아! 바깥사람들한테 어떻게 전해질까? 나 정말...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틀 동안 뉴스도 보지 못했고, 인터넷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비웃는 게 무서워서.심지어 전화도 잘 받지 않았고 평소에 자주 가던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비웃을 것 같아서.“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윤소겸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웃었다. “전 다른 사람들이 비웃는 걸 보지도 못했는 걸요. 소문일 뿐이고, 엄마는 그 목걸이 하나 때문에 그러시는 거
그녀는 향수를 받아 본 뒤 말했다. “오, 너무 기대돼!”그녀는 이리저리 살펴본 뒤 포장을 뜯고 병을 꺼내 바로 자신의 손목에 뿌려보았다.“어때요?” 윤소겸은 웃으며 칭찬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다.진고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고개를 끄덕였다. “향기로워! 정말 향긋해! 내가 지금까지 써본 향수 중에서 가장 좋아, 우리 아들 너무 대단하네!”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나니 윤소겸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제가 말했잖아요. 아들이 좋은 소식 들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진고은도 기뻐하며 웃으면서 두 번 더 뿌렸다. 공중에 향긋한 향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얼굴을 젖힌 채 향수의 향기를 즐겼다. 윤소겸은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응?”진고은은 코를 훌쩍거린 뒤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왜 그래요?” 엄마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윤소겸은 급히 물었다.“아니야, 그냥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녀는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확실히 별로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어디가 이상해요?” 윤소겸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궁금해져서 그녀를 따라 숨을 들이마셨지만 너무 깊게 들이마셔서 향기가 바로 코로 들어와 몇 차례 재채기를 했다.“아이고, 소겸아 괜찮니?” 진고은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는 코를 비비며 물었다. “엄마, 어디가 이상해요?”진고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데 이상한 느낌이 있어.”향수병을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주 예쁜 하늘색의 액체와 병도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어디가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그녀는 평소에도 향수를 사용하지만 깊이 이해하고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들이 선물해 준 것이기에 그녀는 정말 기뻐했다. “상관없어. 이게 성공의 향기인가 봐.”“성공의 향기요?”“그래! 곧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 모자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왔는데 결국 출세할 날이 왔어. 이게 성공의 향기가 아니면 뭐겠니?
이른 아침, 윤설아는 노형원의 집 문을 세게 두드렸다.그는 윤설아의 노크 소리에 잠이 깬 듯, 눈을 잔뜩 비비며 문을 열었다. “하암, 졸려. 설아야,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한소은에 대한 자료 좀 줘. 전부 다!” 그녀는 문이 열리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노형원은 하품을 하다 말고 당황한 표정으로 윤설아를 바라보았다. “뭐라고?”“한소은에 관한 자료면 다 좋아. 전부 다 줘!” 윤설아는 노형원의 허락도 없이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윤설아의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의 모습은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그렇게 그녀의 자초지종을 들은 노형원은 피식 웃더니,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윤설아에게 건넸다. “마실래?” 윤설아는 얼굴을 찌푸린 채 소리쳤다. “대낮부터 무슨 술이야!”“대낮이면 뭐 어때!” 노형원은 곧장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데, 어떻게 날 바로 찾아올 생각을 한 거야?”“게다가 한소은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잖아.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날 찾아온 거야?” 그는 이어서 또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난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원하는 게 아니야. 그래서 널 찾아온 거고!” 윤설아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보기에 마치 시간에 쫓기는 것만 같았다. “빨리!”그런 윤설아의 모습은 노형원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였다. “그 자료들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넌 또 한소은이랑 오래 알고 지냈으니, 걔가 학교에 다닐 때, 그리고 너와 회사를 운영했을 때 어땠는지 자세하게 알 거 아니야? 난 그런 자료들을 모두 원해!”노형원은 윤설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이 자료들을 너에게 준다고 쳐. 그런 다음 누구에게 주려고 하는 거지?”“내가 누구에게 주든 네가 알 필요 없어. 중요한 건 난 지금 그 자료가 필요하다는 거야! 최대한 빨리 준비해 줘.” 노형원은 흥분한 윤설아를 가라
윤설아는 비록 노형원의 말에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노형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가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적어도 우리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야. 그러니 더 이상 내 행동에 관여하지 마!” 윤설아는 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자료는 정리되는 대로 바로 보내줘.”노형원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윤설아는 몇 걸음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맞다. 우리 회사 향수가 곧 출시된다고 하던데, 공장에 한번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어때?”“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들은 다 주시하는 판국에, 내가 굳이 이 공로를 빼앗을 필요가 있겠어?” 사실 그는 윤설아가 몇 번이나 공장에 가서 현장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자신 있어? 향수가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에 문제라도 발견되게 된다면, 어쩌려고 그래?” 윤설아는 호의로 그를 일깨워 주었다.“문제가 있었다면, 너와 내가 지금 여기서 다른 것에 대해 의논하지는 않았겠지.”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야. 문제가 일어났다면, 진작에 일어났을 거야.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아무런 문제 일어나지 않을 거야.”“응!” 노형원은 이때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각났는지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뭐야?” 윤설아가 물었다. “victory!” 노형원이 소리쳤다.“승리?” 윤설아도 웃으며 말했다. “너 정말 자신만만 하구나!”노형원은 고개를 저었다.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모르잖아!”그들이 윤소겸을 위해 구덩이를 파고, 그가 안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은 둘째치고, 이번 향수가 정말 성공한다고 했을 때, 그는 과연 윤 씨 가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일이 쉽게 돌아간다면, 그간 윤설아의 오랜 노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다년간 쌓아온 업적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됐어. 그렇다고 너무 방심하지 마. 이럴수록 사
작업실에서는 한참 새로 도착한 기가재를 옮긴다고 분주하였다. 한소은은 한 쪽에서 재고들을 확인하고 있었다.오이연은 일하다가 말고, 작업실을 한참 둘러보았다. 이 새로운 작업실은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적인 모습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마침내 자신들만의 스튜디오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이건 이쪽에, 아니, 저건 저쪽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건 깨지는 물건이니, 조심하고!”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는 모습은 그녀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바쁜 와중에, 오이연은 한소은을 찾았다.한소은은 한 손에 펜을 쥐고, 또 다른 한 손에는 노트를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언니, 왜 그래?” 오이연이 물었다. “언니 방금 한참을 멍 때리고 있었어! 알아?”그제야 한소은은 정신을 차렸다. “아, 괜찮아! 기자재는 다 옮겼어?”“얼마 안 남았어. 원래 남아있던 물건들도 꽤 있어서, 전에 우리 작업실 때보다 짐이 더 많아진 것 같아. 그리고 몇몇 기자재는 최신형으로 바꿨어.” 오이연은 새로운 작업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실, 원래 있던 물건들도 괜찮기는 했는데, 서진 씨가 새로운 기자재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생각나는 대로 주문한 건데, 혹시나 또 필요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 한소은이 말했다.“고마워! 정말 언니밖에 없다니깐!” 오이연은 한소은에게 기대었다.“언니, 나 정말 지금 너무 행복해. 정말 너무 기뻐! 우리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어!”“그치?” 오이연이 물었다.“응, 당연하지. 그런데 언제 나한테 정식으로 소개해줄 거야?”한소은은 오이연과 서한 사이의 일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오이연이 먼저 얘기하지 않아서, 굳이 추궁하지는 않았다.한소은의 말에 오이연은 얼굴이 곧 붉어졌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놀리고 그래!”“아니, 난 네가 먼저 얘기하길 기다렸어. 하지만, 지금껏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길래…” 이때 밖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현아 언니?!” 오이연
“병원 말이에요.” 조현아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진짜든 아니든 가서 확인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병원에는 아직 안 갔어요.” 한소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못 간 거예요? 아니면 안 간 거예요? 제가 같이 가줄까요? 소은 씨 원래 이런 성격 아니잖아요.”한소은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이미 검사했어요.”그녀의 말에 조현아는 곧바로 다시 물었다. “그럼…결과는요? 정말…생겼어요?”망설이고 우물쭈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현아는 대답을 듣지 않고도 알 것 같았다.“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실, 이 일을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머릿속은 계속 매우 혼란스러웠다.“세상에…” 조현아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축하해야 되는 일 맞죠…?”사실 이런 일은 당연히 축하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막 자신의 작업실을 열었으며, 지금 매우 바쁠 때이다. 하지만,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조현아는 지금 그녀를 축하해야 할지, 아니면 탄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저도 모르겠어요. 사실 지금 제 몸에 아이가 생길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제 일이 화학 시약을 많이 만지는 직업이다 보니, 행여나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두려워요.”그녀는 말하면서도 매우 혼란스러웠다.“이런 것들은 의사와 상의하는 게 맞아요. 아이는 어떻게 할 생각이죠?” 조현아는 일침을 가했다.이 질문도 줄곧 그녀가 고민하던 것이었다.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도 너무 혼란스러웠다.“김 대표님은 아직 모르시죠?”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조현아는 지금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갔다.“네. 어떻게 아셨어요?” 한소은이 물었다.“지금 소은 씨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아요. 우선 이 아이는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작은 생명이잖아요. 작업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