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 씨, 오늘은 내가 정말 잘못했어. 당신이랑 그런 자리를 처음 나가봐서, 내가 실수한 거야. 오늘만 용서해 줘! 미안해.” 진고은은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팔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다음부턴 내가 조심할게. 응? 화 풀어.”윤중성은 사실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고은은 나이가 마흔이 넘었지만, 그녀의 외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가녀린 눈빛을 보자, 그는 어느새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는 또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그의 팔을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이번 일은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말자. 나도 당신한테 더 이상 화내지 않을게!”“오늘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그런 자리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해. 알겠어? 그리고 내 말에도 잘 따르고.”진고은은 힘껏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하지. 다음부터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나저나, 아까 낙찰받은 목걸이는?”“응?”“그 사파이어 목걸이 말이야. 내 목에 채워주겠다고 약속했잖아.”그녀는 윤중성에게 더욱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이 말을 들은 윤중성은 방금까지 있었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고은아, 넌 아직도 그 목걸이만 생각하는 거야?”“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얼른 내 목에 채워줘.”윤중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목걸이는 이미 언론 앞에서 아내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했잖아. 다음번에 더 좋은 걸 사줄게.”“싫어. 난 그 사파이어 목걸이가 마음에 든 단 말이야!”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그 사파이어 목걸이가 마음에 든 것뿐만 아니라 그 목걸이는 자신의 자존심이 달려있는 문제였다.윤중성이 언론 앞에서 요영에게 선물하겠다고 밝혔으니, 요영도 그 사실을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랬던 목걸이가 자신의 목에 걸리게 된다면, 자신의 입지를 다시금 그녀에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요영은 소파에 앉아 고급스러운 보석함을 들고 있었다. 그 보석함에 담겨있는 목걸이는 오늘 경매에서 100억 원을 주고 산 사파이어 목걸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기색이 단 1도 없었다.윤설아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 요영을 보았다. 그녀는 헐레벌떡 외투를 벗고 다가와 말했다. “우와! 목걸이 너무 예쁘다! 엄마 이리 와. 내가 목에 걸어줄게!”“됐어. 뭘 또 걸어보기까지…”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상 이 목걸이는 언론 때문에 자신에게 준 것이지,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사 온 선물이 아니었다.경매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겉으로 보기에 윤중성은 자신의 아내에게 100억 원을 들여 목걸이를 선물하는 최고의 남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엄마, 아빠가 진심이든 아니든 이 목걸이는 이제 엄마 거야.” 윤설아가 말했다. “경매장 일은 나도 알고 있어. 기자들 앞에서까지 엄마를 위해 이 목걸이를 샀다고 말했는데, 설마 다시 가져가겠어? 지금 그 여자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걸?”“그 여자는 어쩜 갈수록 더 뻔뻔해질 수 있지? 어떻게 엄마 자리를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정말 멍청한 년이라니깐!”윤설아는 목걸이의 사파이어 보석을 어루만졌다. “엄마, 그 여자는 절대 엄마를 대신할 수 없어. 엄마도 참고 있지만 말고, 화 좀 내. 남자는 이래서 믿을 게 못 돼. ““그래, 설아야. 너도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해. 알겠지?” 요영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이런 상황을 견뎌내면서 단단해졌다. 그녀는 힘들 때마다 윤중성이 밖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여도 어차피 윤 씨 가문의 안방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왔다.“응.”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설아는 그 사파이어 목걸이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좀 아쉽기는 해. 그치? 이게 어딜 봐서 100억짜리 목걸이야?”“아니야, 설아야.
“그 여자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야. 네 아빠 카드로 긁은 물건들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어. 난 그 여자가 이 목걸이를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한 게 아니야. 내가 내 물건들 중 어떤 물건을 내놓든지 그 여자는 마음에 들어 했을 거야.”윤설아가 생각해도 요영의 귀중품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비할 데 없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 사파이어 목걸이가 요영의 보석함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네 아빠가 그 여자를 경매장에 데려갈 거라는 건… 사실 정말 생각도 못 했어.” 그녀는 무심하게 한쪽에서 가위로 꽃가지를 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매년 자선경매가 열릴 때마다 조금씩 물건들을 기부해왔어. 그런데 때마침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치도 못했었어.”그녀의 입가에는 조롱의 미소가 가득하였다. “그 여자가 경매장에 올 거라는 소문을 듣고 나서, 나는 이번 경매 물품에 사파이어 목걸이가 있다는 소식을 살짝 흘렸어. 거기 있는 부잣집 사모들도 그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 여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니.”“그러면 경매장에서 계속해서 높은 가격을 불렀던 그 사람은 엄마가 보낸 사람인 거야?” 윤설아는 골똘히 생각하였다.요영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의 의미는 대답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나는 엄마가 속상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결국 이번 일은 다 엄마의 손아귀 안에 있었네.” 윤설아가 말했다.사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나이가 많아서 그 젊은 여자와 싸울 힘조차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생각보다 강했고, 묵묵히 뒤에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번 일로 인해 윤중성도 적지 않게 피해를 보았다.요영은 본래도 고의적으로 그 목걸이의 가격을 높여, 윤중성에게 경제적으로 출혈을 일으키게 할 목적이었다. 결국 그 둘은 이번 일로 크게 싸웠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입혔으니, 요영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또한, 목걸이도 결국 다시 자신
윤설아도 확실히 그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정하진과 가까워질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제성 정씨 가문과 연줄을 대기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방법은 당연히 있지. 조금 번거롭겠지만.”잠시 뜸을 들이던 요영이 윤설아에게 물었다.“회사에서 준비한다는 새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그 잡것이 담당하고 있어. 나는 손댈 틈도 없다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윤설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랑 왜 상관이 없어? 그놈이 담당자면 당연히 너랑 상관있지. 그놈이 잘 해내든 실패하든 너랑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영은 딸의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가더니 말했다.“명심해. 네 것은 언제나 네 것이야.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너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모친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바라보던 윤설아의 눈빛이 음침하게 빛났다.환아의 이번 기자회견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세간에 떠도는 “독극물 향수”에 관한 소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가끔은 소재로 다루는 문장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환아에게 유리한 기사였다.그에 반해 한소은이 제기한 수면에 좋은 아로마 향초에 관한 얘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응원을 보내면서 대량 생산을 청원하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이성적인 사람들은 먼저 안전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로마 향초와 함께 한소은은 단연 스타가 되었다!그녀의 이름은 수시로 인기 검색어에 떠올랐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만든 향수를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한소은이 직접 제작한 향수는 그 값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환아 직원들도 바빠졌다. 특허 신청을 하고 가짜 상품을 감별해 내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회사는 그녀를 위해 그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한소은을 향한 다른 직원들의 눈빛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처음에는 대표가 미인계에 넘어가서 신분도 능력도 아무것도 없는 여자와 결혼한다고 투덜거렸다면, 지
“뭐라고요?”조현아와 오이연은 눈이 휘둥그래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에이, 설마요!”“진짜라니까요!”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나도 처음에는 자격증 따고 싶어서 시험을 많이 봤죠. 실기는 합격인데 필기가 계속 걸리는 거예요. 솔직히 협회에서 멋대로 필기시험 추가한 거잖아요. 해외에서는 이런 거 필요 없었다고요.”조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해외에서는 실기만 합격하면 괜찮은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다르죠. 아무리 그래도….”“소은 씨가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조현아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불만을 터뜨렸다.“회사 말단 사원도 있는 자격증인데 소은 씨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조현아는 일전에 면접 볼 때 자격증부터 내놓으라고 했으면 한소은은 면접에서 탈락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그때 자격증 제시하라는 말을 안 해서 다행이네.’물론 그 대단한 한소은이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그러니까! 나도 있단 말이야!”오이연도 맞장구를 쳤다.한소은은 그런 그녀를 힐끗 노려보고는 말했다.“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래! 이제 됐지?”“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다시 생각해 보면 자격증 필기시험은 이론적인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 기초적인 이론과 향료의 종류, 사용 방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향과는 상관없는 역사에 관한 주제가 많았다. 그래서 한소은이 통과하지 못했던 걸까?“사실 문제는 많이 풀다 보면 알아서 암기가 돼. 문제집만 몇 번 훑어보면 끝날 일이야. 언니는 똑똑하니까 시험 통과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야.”두 사람의 집요한 설득에 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사실 그냥 시험 보기 싫었어.”잠시 말을 끊은 그녀는 조현아를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조향과 연관된 거라면 당연히 시간을 내서 공부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낸 문제는 향료를 만드는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
“그렇긴 하지만 국내 조향 시장은 협회가 꽉 잡고 있어. 이 바닥 룰이 이런 걸 어떡하겠어.”오이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룰은 깨라고 있는 거야.”몸을 일으킨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애초에 우리와 그 사람들은 엮일 일이 없었어. 그런데 그쪽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하지만 회사 측에서는….”주저하던 조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을 거예요. 어차피 대표님은 소은 씨 편에 설 테니까요.”한소은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건 제 일이에요. 회사의 이익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제가 사직하죠.”만약 예전이었다면 자신이 없었겠지만 1년 사이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한소은도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의 실력으로 충분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어쨌든 나도 소은 씨 편이에요!”조현아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오이연도 한소은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응, 나도 응원할게!”“다들 고마워요.”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니 한소은은 가슴이 뿌듯했다. 진짜 친구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한편, 오늘따라 몸 상태가 좋아진 윤백건은 윤중성의 방문을 허락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형님, 몸은 좀 어떠세요?”윤중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아.”윤백건은 기침을 하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가 아내에게 눈짓하자 아내가 다가와서 그의 등 뒤에 두꺼운 베개를 받쳐주었다. 겉보기에도 많이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윤중성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 것이 놀라웠다.“형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픈 곳은 치료하면 되죠. 며칠 요양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회사에 형님 결단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요.”그는 의자를 침대 가까이 끌어와서 앉았다.윤백건은 그런 동생을 힐끗 바라보고는 한
“에휴!”아들 얘기가 나오자 윤백건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애들이 컸다고 이제 부모 말을 안 들어.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아픈데 코빼기도 안 내밀다뇨.”윤중성이 투덜거렸지만 윤백건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됐어! 아들 하나 없는 셈 치지 뭐. 나 피곤하니까 너도 얼른 가봐.”윤중성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윤백건은 이미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그럼 형님, 형수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회사는 제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윤백건을 잠시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바래다 드릴게요. 이제 나가시죠.”윤중성이 그녀를 불러세웠다.“형수님, 의사는… 뭐라고 했습니까?”“만성피로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요양을 해야 한다고만 했어요. 특별히 어디 안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요.”형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다행이네요. 그런데 설웅이는 도대체 어디를 간 겁니까? 제가 전화라도 해볼까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삼촌인데 제 말은 듣지 않겠어요?”“그러실 필요 없어요!”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뭔가 일이 있어서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곧 돌아오겠죠. 애를 너무 다그치지는 마세요. 도련님, 이제 그만 돌아가요. 형님은 제가 잘 보살필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말을 마친 형수가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섰다.윤중성은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윤설웅은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연락이 두절된 게 분명했다. 사람을 보내 조사했으나 그에 관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걸까?‘정말 그렇다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잖아?’윤중성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모든 게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윤 그룹을
“예산?”윤중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라고 돈은 충분히 줬었잖아?”“그게요… 조향사를 섭렵할 때 돈이 좀 많이 들어갔어요. 아시다시피 지금 일류 조향사는 몸값이 비싸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산이 조금… 부족하게 되었네요.”재무제표를 훑어본 윤중성의 미간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따지듯 물었다.“예전에 내가 말했잖아. 예산은 충분히 줬으니 더 요구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어떻게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수 있어! 일류 조향사는 무슨! 몸값이 왜 이렇게 비싸? 너 사기당한 거 아니냐?”그는 손가락으로 액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아… 아닙니다!”윤소겸은 다급히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지인을 통해 겨우 찾아낸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까지 받았어요. 홍보 영상은 이미 나갔고 인지도도 높아서 인터넷에 이름만 쳐보시면 아버지도 납득되실 겁니다.”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윤중성의 컴퓨터에 윌리엄의 이름을 입력했다.“보세요. 이 사람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쓴 실력자라고요. 게다가 일을 시켜봤는데 향이 정말 좋아요. 저 믿어 주세요!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이만한 액수의 가치를 하는 사람이에요.”인터넷에 기재된 상대의 프로필을 확인한 윤중성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조향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네 누나는 뭐라고 했어?”“누나는 저를 전폭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잘했다고 했어요.”윤소겸이 대답했다.윤중성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된 사업이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렇다면 계속 진행해 봐. 돈이 부족하면 재무부에 연락해 놓을 테니까 조금만 가져가고.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얼마를 쓰든 그럴 가치가 있는 곳에만 돈을 써! 제값을 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네 엄마처럼 허투루 쓰지 말라는 얘기야!”그녀가 날린 돈만 생각하면 윤중성은 지금도 배알이 뒤틀렸다.자그마치 100억이었다! 일부분은 그의 개인 자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