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네가 이 문건들을 만지고 있던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윤설아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설마 똑같은 걸 하나 만들어 내려고 하는 건 아니지?”그녀의 이 말은 다소 비아냥거리는 느낌이었고 어쨌든 노형원은 향수 업계에서 몇 년을 힘들게 일했어도 향을 만들 줄 몰랐고 그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한소은을 속일 필요까지 없었을 것이다.“당연히 아니지.”그녀의 비아냥거림에도 노형원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근데 내가 못한다고 해서 남도 못하는 건 아니잖아? 이런 향초는 그냥 그런 작은 물건이 아냐, 안에 약간의 물건만 더한다면……”손가락으로 정말 작다는 표시를 했다.“딱 이렇게 적은 양만 있으면 사람을 사지로 내몰 수 있어.”그의 말을 듣고 그의 눈빛과 모습을 보니 윤설아는 약간 오싹해져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을 비볐다.“알겠으니까 말 빙빙 돌리지 마,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사람을 구해 한소은의 향초를 모방을 했고 그 안에다가 손을 써 뒀다는 거야? 근데 그 물건이 똑같을지는 어떻게 알아, 차성호가 이 물건이 필요할지는 또 어떻게 알고?”대충 무슨 뜻인지는 짐작이 갔지만 윤설아는 그가 무슨 근거로 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차성호가 이렇게 큰 바둑판을 만들어 놨으니 이제 곧 순조롭게 목적을 달성할 거야, 반드시 충분한 증거를 차 씨 집안사람들에게 보여줘서 완전히 승복시키겠지, 향초가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지만 내가 알기로는 차 씨 집안에는 한소은을 제외하고는 조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 즉 어떻게 해야 향초 안에 자연스럽게 치명적인 독소를 첨가하고 튀어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지는 차성호에게 어려운 문제지.”“그래서 그는 반드시 너의 ‘호의’를 받아들일 것이고 우리가 그를 도우면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한테 빚을 하나 지게 되는 거야.”윤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래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고 모든 것이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것 같았다. 뜻밖에도 차 씨 집안에 이런
오랫동안 그녀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녀가 무술에 뛰어난 사람인 줄은 몰랐다, 당시 그가 데리고 간 것은 평범한 경호원에 불과했고, 무학의 기초가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그녀는 일찍이 차 씨 집안을 떠났었고, 몇 년 동안이나 돌아가지 않았었다. 그와 함께 있는 몇 년 동안 훈련하는 걸 본 적이 없어 발과 다리를 쓰는데에 서툴게 분명했고 서툴지 않다 쳐도 여자 혼자서 뭘 할수 있을까. 오늘날의 한소은은 뒤에 김서진이 있고 환아라는 거대한 나무가 있지만, 만약 그가 대윤을 장악하고 대윤의 풍부한 재력으로 환아와 맞설 수 있다면, 그때 가서 그는 한소은을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리고 통곡하며 후회하게 하는 것으로 설욕하려 했다.그는 넋을 잃고 자신의 생각에 잠겼고 윤설아도 자신의 생각에 빠졌다.노형원이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차 씨 집안이 비록 고대 무술 명가라고 하지만 그들 가문이 가장 번영했을 때는, 지금으로부터도 백여 년이 지났다.소문이란 여태껏 전해져 내려오는 말로 결국 진실이 되는 것이었다.그중 신빙성이 있는 게 얼마나 되는지 지금의 차 씨 집안이 얼마나 위엄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그녀는 지금 겉으로는 여전히 윤 씨 집안의 품격 있는 아가씨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그녀는 근본적으로 내우외환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밖으로는 김서진이라는 그 복병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됐는데, 집에는 또….창문 쪽을 보니 블라인드 커튼이 쳐져 있어 밖은 보이지 않았지만, 문이 막혀 있다고 해도 그녀는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었다.윤 씨 집안의 가훈이 여태껏 아들을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큰아버지 윤백건의 아들이 이렇게 빈둥빈둥 놀고 있어도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녀의 아버지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사생아를 버젓이 집으로 데려오거나 심지어 회사에 직위도 줬다.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잘해도, 영원히 윤 씨의 나그
그는 들어오자마자 바로 방 안의 소파에 앉더니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한쪽 다리를 리드미컬하게 떨며, 윤설아를 향해 곁눈질했고, 노형원은 봐도 못 봤다는 듯 말했다."누나, 할 말이 있어.""무슨 일이야?"윤설아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고 보기에 더없이 부드러워 보였다.그러나 윤소겸은 말을 계속하지 않고 시선을 흘기면서 한쪽에 있는 노형원을 바라보며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노형원은 탁자에 기대어 차를 마시고 있었고, 그가 쳐다보니 무고한 표정으로 멍하니 돌아보았다.두 사람은 이렇게 잠시 눈을 마주쳤고, 결국 젊은 쪽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우리 윗사람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보이지 않아? 아직도 안 나가고 뭐해!”“......”"누구? 나?"노형원은 그를 한번 가리키고 또 자신의 코를 한 번 가리키 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여긴 내 사무실인데.""네 거 내 거가 어딨어, 이 빌딩 전체가 다 우리 집 거야, 여기서 뭘 궁시렁거리고 있어, 더 이상 눈치 없이 굴면 당장 해고시킬 거야!"그의 얼굴은 거만했고, 말투는 마치 지금 자신이 윤 씨 산업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듯했다."저……윤 부사장님…."노형원은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려 윤설아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억울한 부하가 억울한게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윤설아는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을 잃지 않았고 윤소겸의 이런 말에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는 오히려 노형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자, 방금 일이 조금 있어서 일보러 나가야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먼저 가세요. 당신 사무실 좀 빌려서 동생과 몇 마디 할게요."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노형원은 입을 삐죽거리며 달갑지 않아 했지만 당해낼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윤 부사장님, 저 먼저 갈게요, 일 보세요."말을 마치자 그는 그제야 일어나 옷을 여몄고, 또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 윤소겸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야 밖으로 나갔다.윤소겸
"왜, 안 돼?"그녀의 이 소리를 듣고 윤소겸은 기분이 언짢았다."나도 얼마 전에 회사에 들어온 거 알고, 또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인 것도 알아. 동일시한다느니, 다 한 가족이라느니, 다 거짓말이잖아, 또 경험 한 번 해보라느니, 쳇…."그가 찻상 위에 놓인 휴지 한 봉지를 집어 들고는 중얼거리면서 손을 흔들자 휴지가 다 흩어졌다."다 말로만 하고, 다 위선이잖아! 에휴…."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지만, 몇 마디 말을 하고 나면 윤설아의 두 눈을 봤고, 말고리는 길게 끌었다."겸아, 그런 말 하지 마!"윤설아는 일어나서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한 손을 가볍게 그의 어깨에 얹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어, 근데 어떻게 이 새로운 프로젝트 부서에 올 생각을 했어?"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윤소겸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누나 내가 맡길 원하는 거야?”"아니, 네가 먼저 이유를 대야지."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담당자,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 부서 같은 것은 한두 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일단은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 해."윤소겸은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 그저 성을 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새로운 프로젝트 부서는 도전적이어야 돼! 회사의 그 오래된 프로젝트들은 이미 다 완성됐고, 나도 잘 몰라, 내가 아빠한테 성과를 좀 보여 주고 싶다면, 새로운 프로젝트야말로 가장 좋은 선택지잖아!""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은 향수 화장품이라 듣기만 해도 재밌고 훨씬 쉬워 보이니까 나 아마 잘 할 수 있을 거야!""쉽다고?”. 윤설아가 웃기 시작했다."간단하다고 생각해?""여자가 쓰는 물건이잖아. 내가 다 알아봤는데, 사람을 불러서 신제품을 만들고, 스타 모델 몇 명을 데려와서 광고하고, 포장하고, 홍보하면 무조건 대박이야!"그는 말을 할수록 신이 나서 마치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맡은 것처럼 말을 계속했다."에이, 누나
윤소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노형원은 그제야 여유롭게 다시 천천히 걸어 들어와 윤설아를 흘겨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간 거야? 별로 만족한 것 같지 않은데.” “쟤가 만족하면, 네가 만족하지 못해, 어렵지."그녀는 공교롭다는 듯 탄식하면서도 근심 없는 얼굴로 흐뭇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됐어, 연기하지 마. 저 잡놈, 네 앞에서는 아직 너무 어리네!"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노형원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진지한 얘기나 하자, 나 곧 출장 가, 여긴 네가 잘 감시해야 돼.”"소성으로?" 윤설아가 눈썹을 치켜 세우며 물었다."물론이지, 이 연극에서 어떻게 우리를 빼놓을 수 있겠어."얼굴의 웃음을 거두고, 향초들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런 걸로 정말 자신 있는 거야?""내가 하는일에 대해 걱정하지마!" 노형원이 가슴을 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일은 먼저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아, 나랑 한소은의 원한을 근거로 차성호도 나를 무조건 믿고 협력할 거고 그가 자리에 오르고 나면 또 우리의 손에 약점이 잡히게 될 거야, 그때 가서 차 씨 집안의 세력의 도움을 빌리면, 원한는 모든걸 우리가 장악할 수 있어.”그가 말한 것은 바로 윤설아도 생각한 것이었고 그녀는 흔쾌히 대답했다."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게!"——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차 씨 집안은 여느 때와 같이 너무나도 조용해서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첫날에 한소은은 차성호가 와서 트집을 잡을까 봐 경계했는데, 하루가 지나서야 그녀는 하루 종일 그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둘째 외할아버지 차국동은 이곳에 살았는데, 나이만 드셨을 뿐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아 서진 씨, 소성에 많이 안 와봤죠?"한소은이 창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고 있던 김서진이 대답했다."네! 비록 소성에도 환아 지부가 있지만, 이쪽의 실적은 줄곧 안정적이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요. 저도
그녀가 여유롭게 말했다.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건 상관없어요. 근데 당신한테 명령을 내린 그 사람이 직접 와서 말하라고 하세요!"말을 하고는 돌아서서 차에 타려고 했다."아가씨, 아가씨......" 그 사람이 다가가서 막으려 하자, 한소은이 갑자기 몸을 돌려 호통을 쳤다. "비켜! 당신들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그녀의 기세에 눌렸을 수도 있고, 혹은 감히 그녀를 막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결국 길을 비켜줬다.차에 타자마자 서한은 즉시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아갔고 전방을 집중적으로 바라보았다.김서진은 성이나 뾰로통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사탕을 입에 넣었다.“말 다 했으니 날 데리고 가서 구경시켜줘요, 화내는 건 별로 가치가 없어요.”“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잖아요.” 그녀가 화를 내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요!”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차의 백미러를 한번 보았는데 방금 그녀를 막은 사람은 이미 집으로 달려 들어갔다. 분명히 소식을 전하러 갔을거다.차성호의 야심을 그녀는 잘 알 수 있었지만, 둘째 외할아버지가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몰랐다, 차성호와 같은 배에 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각자 사심이 있어서 잠시 동맹을 맺은 것인지.차는 더 이상 막힘없이 순조롭게 차 씨 집안의 집을 떠났고, 그 장원을 떠나 나왔을 때 그녀는 마음의 압박감이 많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차 씨 집안의 2층 객실.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둘째 어르신, 큰 아가씨를 막을 수 없었어요, 아가씨는….""알았어, 물러나라!"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행히 화를 내지 않자 바깥에 있던 사람들은 얼른 명령을 듣고 물러났다.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다."둘째 삼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저한테서 뺏어 가시려는 거예요?" 몸 뒤에 있는 긴 테이블에 기대고 있는 차성호의 눈빛이 좋지 않았다.노인은 넓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아침 햇
“네가 오해한 거야. 널 배신해서 나한테 좋을 일이 뭐가 있어? 예전에 이미 얘기가 다 됐었잖아.”차성호의 매서운 추궁에도 차국동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조급한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기다린 세월이 있는데 며칠을 더 못 기다려? 내가 이 나이에 슬하에 자식도 없는데 어차피 내가 가진 건 전부 네가 물려받을 거잖아.”차성호는 음침한 눈빛으로 차국동을 노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걸 아시면 됐어요. 둘째 삼촌, 제가 감히 충고 한 말씀 드리자면 이상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비록 영감한테 내쳐져서 폐인이 된 신세지만 제가 데려온 사람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차씨 가문은 조용한 걸 좋아하잖아요? 정말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저도 가족을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차국동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래도 가족인데 왜 싸울 생각부터 해.”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곧 다가오니 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니. 어르신들이야 집안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만 어쨌든 형식적인 절차라도 필요하잖아.”“그건 둘째 삼촌께서 대답한 일이니까 둘째 삼촌이 해결하셔야죠.”차성호는 차국동을 도울 마음이 전혀 없다는 듯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한 가문의 수장 노릇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휴….”차국동은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차성호는 이미 방을 나선 뒤였다.그는 씁쓸한 눈빛으로 텅 빈 문가를 바라보았다.차국동의 저택을 나온 차성호는 바로 차를 운전해 어딘가로 향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물론 차국동 몰래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밖에서 방랑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히든카드를 무조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차국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도 않았다.차는 황폐한 길을 질주했다. 이곳은
노형원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상대가 텃세를 부릴 거라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었다.그를 힐끗 바라본 차성호는 노형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담배 연기를 정통으로 맞은 노형원은 기침을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귓가에 오만하고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었어?”연신 기침을 한 노형원은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네, 접니다! 차 선생님은 제가 온 게 별로 마음에 안 드시나 보죠? 그렇다면 제가 가진 것도 흥미가 없겠네요.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노형원이 뒤돌아서려는 순간.“거기 서!”차성호의 불쾌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차성호는 상대가 일부러 밀당을 한다고 생각해서 불쾌했지만 노형원이 미련 없이 돌아서서 차에 시동을 걸자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노형원의 차를 가로막고 소리쳤다.“멈춰!”끼익!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서자 차를 가로막고 있던 차성호가 살짝 비틀거렸다.차성호는 잔뜩 똥 씹은 표정으로 운전석의 노형원을 쏘아보았다.노형원이 냉소를 머금고 물었다.“다른 볼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나랑 거래를 하러 왔으면 허세 그만 부리고 내려서 이야기하지!”차성호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노형원이 대수롭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먼저 성의를 보였는데 차 선생님께서 제 성의를 거절하셨잖아요. 서로 볼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지금 어떻게든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가문의 대권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차 선생님이잖습니까?”차성호는 노형원을 뚫어지게 쏘아보며 차갑게 물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협박까지는 아니고 그냥 충고 한 말씀 드리자면 어차피 거래를 하러 나온 이상 우리는 평등한 관계라는 겁니다. 하지만 차 선생님은 오히려 저한테 허세를 부린다고 모함하셨죠. 저는 차 선생님한테 그에 맞는 예의를 취했으니 차 선생님께서도 저한테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