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연은 그녀에게 연락한 조향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그녀는 이 조향사도 여자일 줄은 몰랐고, 두 번째로 그녀는 이 조향사가 이미 50세가 다 되어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를 보니 서른 살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았다. 만약 나이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관리를 상당히 잘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하 선생님."허우연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존중을 표했고, 여자는 웃어 보였다.“제 이름은 하인나입니다, 저를 인나 씨라고 불러 주세요.”“……인나 씨, 안녕하세요.”곧 바로 허우연은 물 흐르듯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인나 씨는 뭘 드시고 싶으세요?” "아무거나요."하인나는 맞은편에 앉은 허우연을 계속 바라보며 무언가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고, 허우연은 온몸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옷을 잡아당겼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난 당신 기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고, 당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죠.” 하인나가 말했고, 그녀의 말을 들은 허우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럼 인나 씨는 제가 어떤 향수를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사실 그녀는 향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평소에 쓰는 것도 다 패션에 맞춰 사는 유명 브랜드였고 어쨌든 냄새가 좋다고 생각해서 쓰는 거지, 향수라는 게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김서진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하죠.”하인나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가볍게 하나로 묶었고, 이것은 그녀를 매우 세련되고 여성스럽게 보이게 했으며 얼굴의 라인은 매우 선명했다.특히 그 눈은 유난히 깊으며 눈언저리가 보통 사람보다 약간 움푹 들어가 있어 눈이 더욱 생기있어 보였다. 한 줄기 그윽한 향기가 소리 없이 공기를 타고 왔고, 허우연은 무의식적으로 코를 들이마시자 그 향기가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숨을 두 번 들이마시며 그 냄새는 그녀로 하여금 잡고 싶게 만들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허우연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향수만의 매력이 있고, 향수 한 병마다 의미가 다 달라요. 맞춤 제작은 더 영혼이 있고, 향기만 맡아도 당신이 생각나고, 당신만의 냄새가 떠오르며 그 향기는 당신만의 것이고 다른 사람은 생각나지 않아요. 그게 향수의 의미이자 향수의 매력이죠. 어떻게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향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습니까?"향수 얘기를 할 때 하인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끊임없이 말하고 심지어 약간 빠져들기도 했다. 허우연은 그녀의 말에 약간 마음이 흔들렸고, 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인나 씨의 말이 맞아요, 향기만 맡아도 저를 떠올리게 하는 저만의 향수를 갖고 싶어요.”자신에게 미련이 생기게 만들고 싶다…..이 말은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하인나가 말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죠?” "……" 그녀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고, 허우연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숙인 채 묵인했다."남자를 향기로 당신에게 빠져들게 하고 싶다?” 그러자 허우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저는 그저……”"왜 불가능하죠?”그녀의 말을 끊은 하인나가 말했다."향수는 마력이 풍부하고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보물이에요, 잘 사용하면 남자를 미치게 하고 당신에게 빠져들게 할 수 있죠.” "……" 허우연은 그녀의 말을 듣자 멍해졌다, 이게 사실이라고? "동물들은 짝짓기를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하인나가 돌발 질문을 던졌다.“어떻게 하죠?”허우연이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바로 냄새죠! 동물들은 인간만큼 위선적이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직접적이고 냄새로 서로의 짝을 찾아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만의, 사람을 미치게 하는 향수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마치 인나 씨가 뿌린 그 향수처럼요?”그녀의 말을 듣던 허우연이 들뜬 채 물었다. 그녀는 하인나의 말이 일리가 있
김서진의 행동력은 정말 최고다. 그날에야 그녀에게 작업실을 따로 배정해 주겠다고 했는데 일주일 동안 장소뿐만 아니라 인력 배치, 장비, 기구 등도 이미 제자리에 배치되었다.그의 말로는 그녀가 브랜드 이름을 스스로 정하고 정식으로 개업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물론 이것은 '신생' 산하로, 최근 '신생'의 명성도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환아'의 가장 빛나는 자회사로 알려져 있다.그동안 계속 이 일로 바빴고, 힘들지만 즐거웠다. 새 작업실은 신생과 거리가 멀지만, 작업실 근처에 넓은 꽃밭 기지가 있는데 김서진 말로는 재료 구하기도 편하고, 영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그의 섬세하고 주도면밀한 처사에 대해 한소은은 이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이 조금씩 모양을 갖추는 것을 보고 그녀도 자신의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처음에 조향을 배운다고 할 때, 사실 집에서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노형원과 함께 있은 후 가족들과 더욱 사이가 틀어졌다.경기에서 패배하여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깊이 의심했고, 몇 년 동안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다른 사람을 위해 일했지만, 지금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인생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명확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느꼈다.작업실에서 나왔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위치가 시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의 조명은 그렇게 밝지 않아 하늘의 별이 유난히 빛났다. 밤바람이 지나가면 귓가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코트를 꼭 감싸고 자신이 주차한 위치를 향해 걸어갔다.그때 맞은편 도로에 갑자기 자동차 전조등이 켜지면서 그녀는 눈부신 빛에 휩싸여 눈을 거의 뜨지 못했다.한소은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가렸고, 바로 맞은편 차 안에서 누군가가 내려 그녀의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얼굴도 제대로 볼 필요 없이 그 모습과 익숙한 걸음걸이만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한소은이 웃기 시작했으며 이건 또 무슨 일이야!가까이 와서야 그녀는 그의 손에 꽃
큰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서, 그녀는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웃었지만, 김서진은 전혀 목적을 달성한 쾌락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꽃다발을 받고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웃는 것 같은데?얼굴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꽃이 안 예뻐요?""예뻐요."그녀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 안 예뻐요?"그는 또 물었다."예뻐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그럼 왜 웃어요?"그가 이렇게 묻자 한소은은 더욱 밝게 웃었다."그만 웃어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맞춤으로 입을 막고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녀의 비웃음을 막았다.마음속에서 약간의 고민이 생겼는데 첫 시작이 이렇게 되어서 좀 망친 것 같은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계속해야 하나?후회했다. 서한 그 여자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남자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경험 없는 두 남자가 토론한 결과 인터넷 검색으로 많은 방안을 골랐고, 게다가 그 자신의 생각까지 더해서 원래 낭만적이고 감미로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긴 입맞춤에 몸의 온도도 덩달아 높아졌고, 물론 그녀의 웃음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꽃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요."그녀는 품에 일부 구겨진 꽃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이 말을 듣고 이것이 올바른 대본이라고 김서진은 만족감을 표시했다."우리 돌아가도 되죠? 밖이 너무 추워요." 한소은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차 쪽으로 걸어갔다."잠깐만요."정신을 차린 김서진은 그녀를 덥석 잡아당겼다. "보여줄 게 있어요.”“???”한소은은 그가 오늘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놓고 외투 옷자락을 열고 품에서 무언가 두 대를 꺼냈다.어...보기에 불꽃놀이 막대기 같았다?!보기에 같다는 이유는 원래 길쭉한 두 대의 불꽃 막대기가 중간에서 부러져서 양쪽 방향으로 쓰러져 원래 매우 꼿꼿하던 두 개의 막대기가 지금은 고개를 떨
몰라!김서진도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는데, 그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건지 불꽃에 불이 붙었다. 비록 절반 짧았지만 손에 쥐면 적어도 분위기는 있었다.그가 처음 그렇게 어설프게 보이면서도 정색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소은은 매우 협조적으로 웃음을 거두고 다가가서 그의 손에서 불꽃 막대기 하나를 받았다. "그 다음은요?"그녀를 바라보면서 김서진은 입을 열지 않았으며, 곧이어 ‘펑’하는 소리에 한소은은 놀랐고 이어서 주변의 불이 켜졌다.한 개씩 순서 있게 원을 형성했고 그 두 사람은 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분명히 이것은 오래전부터 꾸민 것이지만, 그녀는 그가 언제 꾸몄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변의 숲에 그 램프들을 걸어 놓았는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은 마치 거대한 무대인 것 같았고, 그들은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다."이거 또 뭐예요?"고개를 돌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한소은의 웃음이 멈추었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자랑스러운 남자가 그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어느새 손에 작은 박스가 하나 더 생겼고, 열린 박스 안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당신이 일할 때 끼면 불편하다는 것을 알지만, 세리머니는 있어야 해요."그는 진지하게 말하다가 멈추고 또 다시 말했다. "한소은, 나랑 결혼해줘요!"“......”이 순간 한소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오므리고 웃고 싶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이미 결혼했어요.”혼인신고도 마쳤는데 청혼할 필요가 있을까?"그럼 재혼해요!"그는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당신이 내 것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릴 거예요."여전히 그 패기 넘친 남자. 한소은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다시 돌려 약간 간사하게 웃었다. "싫다고 말해도 돼요?"김서진은 일어서서 다짜고짜 그녀의 한 손을 꽉 잡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한번 해봐요!"한소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
"왜요?"그녀는 아래 경치를 내려다보며 불빛을 가리켰다. "이 불빛 모양은 누가 디자인했나요?""문제 있어요?"듣자하니 마음에 안 드는 건가?"아니요.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는지 궁금해서요."김서진도 따라 보았지만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한이요.""아..." 어쩐지 여자들의 취향을 잘 모르는 남자의 미적 감각,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서진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나!"아내 앞에서 공을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물론 그 안에 그의 아이디어도 있었다. 어쨌든 자신의 청혼식인데 전부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그 안에 반드시 그의 아이디어를 덧붙여야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한소은은 어이없었다. 당신을 칭찬해야 하나 혼내줘야 하나?"저기 양쪽의 H와 K는 한소은의 한과 김서진의 김, 바로 당신과 나예요. 중간에 그거는..." 그는 갑자기 멈추어 눈을 가늘게 뜨고, 특히 헬리콥터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괴이하게 느껴졌다. "저게......O?""당신도 알아봤죠?"한소은이 바로 말했다.그거 봐. 당신이 말한 것이지, 내가 말한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나 혼자 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모양에 문제가 있는 거다."저게 하트예요."김서진은 강조하며 말했다.지금의 각도에서 봤을 때는 그도 자신을 납득하기 어려웠다.아무리 봐도 'O' 같았다.물론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건 양쪽에 붙어 있는 알파벳까지 연결시키면 'HOK'가 된다."누군가 혹이라도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며 농담 삼아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김서진은 서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서한.""대표님?"지금쯤이면 위에서 낭만을 즐기고 있을 텐데, 지상 작업은 다 끝났는데 말이다.“불 다 꺼요.” 그가 말했다."?" 서한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원래 한 시간 동안 점등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벌써 끄라고? 그러나 그도 지시대로 말을 듣고 소등을
지상의 불이 꺼지고 서한과 다른 몇몇 조수들의 차가 떠난 후 여기는 죽은 듯이 고요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숲의 어느 나무 아래 차 한 대가 서 있었다.차 안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표정이다.운전대를 잡은 허우연의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아무리 자제하려 해도 기복이 심한 가슴은 지금 그녀의 기분을 드러냈다.그녀는 이 장면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래. 그녀는 알고 있다. 그가 그 여자에게 항상 특별하고 그 여자를 매우 총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총애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방금 그런 장면은 그녀가 몇 년 동안 수없이 환상해온 것이다. 다만 여주인공은 그녀가 되어야지 다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장미꽃, 반지, 조명, 심지어 헬리콥터까지! 김서진은 왜 그녀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거지, 도대체 그녀가 자신보다 어디가 더 나은 거지?!이에 비해 조수석에 앉은 윤설아는 침착했고 심지어 헤드라이트를 켜고 손거울을 들고 화장을 고치며 말했다. "정말 로맨틱하네! 김서진은 냉혈하고 무정하며 로맨스도 없는 남자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지금 보니 역시 소문은 믿으면 안 되는 거야!""그만해!"고개를 돌리자 허우연이 분노하면서 말했다.립스틱 바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한 윤설아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너를 좀 봐. 이렇게까지 화낼 가치가 있어? 남들은 위에서 알콩달콩 하는데, 너는 여기서 찬바람 맞고 질투하고. 무슨 소용이 있어?""신경 꺼!"손을 뿌리치며 그녀의 말이 허우연의 가슴을 찔렀다."너를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도우려는 거야."윤설아는 자신의 화장품을 거두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말하는데 너 그게 자학이야. 완전히 내려놓든지, 아니면 덤비든지.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망설이다가 애까지 낳으면 너는 울 곳도 없어!"그녀의 애까지 낳는다는 소리에 허우연은 크게 자극받았다. "그 여자가 임신했어?!""어……" 윤설아는 어리둥절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계속 이러면 저 사람들이 애 생기는 건
"그건 그 여자가 신분도 능력도 없어서 그런 거지. 나는 안 믿어. 우리 집안, 나의 신분과 지위에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오빠가 나를 버릴 수가 있겠어?”"네 말도 일리가 있어."윤설아는 생각에 잠겼다. "다만… 네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 기회가 있어야 되잖아."“기회는 사람이 만드는 거야.”허우연은 그동안 망설였지만, 이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면을 직접 보고 질투를 안 할 수 없었다.가슴이 짓밟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했을까.착하게 말을 잘 들어도 그의 사랑을 가질 수 없다면, 그녀는 마땅히 비상 수단을 이용해야 했다!——한소은은 자신이 그렇게 많은 향수를 만들었는데, 하필이면 가장 뛰어난 향수가 리사에게 만들어 준 향수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 제품은 사실 리사 혼자만 써봤고, 특별히 맞춤 제작한 거라 분량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향수의 향을 맡아본 사람은 자신과 리사를 제외하고 아마 인터뷰한 여기자일 거다.물론 리사 주변 사람들은 제외했지만 인터넷에서 촉발된 열풍은 대단했다.신비할수록 호기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을수록 더 알아보고 싶어지기 때문일 수 있으며 이 향수의 검색 열기는 급상승하여 많은 국제 유명 브랜드를 능가했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벌써 동일한 모델이 등장했다.물론 똑 같은 모델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모두 브랜드를 내세워 돈을 버는 것뿐이다.그리고 많은 상인들이 여기에서 기회를 보고 신생에게 구매 주문을 보내왔고, 순식간에 신생 영업부의 전화가 폭주할 뻔했다.이것 때문에 차석진은 어쩔 수 없이 직접 그녀를 불러 논의했다."한소은 씨, 이 주문서들을 다 봤을 텐데 어떻게 생각해요?"차석진은 매우 단도직입적으로 회사에 들어 온 주문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는 서신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말로는 의견을 구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녀가 받아주기를 원했다.그러나 한소은은 단호하게 거절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