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녀가 과음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부터 김서진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해서 그후로 그녀도 적당히 마신다.“오늘처럼 이렇게 즐거운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술을 좀 마셔야지! 마셔. 취하면 내가 데려다줄게." 오이연은 그녀가 쥐고 있는 컵을 가져갔다."됐어. 나 자신을 믿는 게 나아."지난번에 그녀가 데려다 줄 때, 하마터면 문도 못 들어갈 뻔했으며 다행히 입구에서 김서진을 만났다.오이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지난번엔 다르지. 이번에도 못 들어가면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면 되지."조현아는 계속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렸다. "말리지 마요. 과음하면 확실히 일을 망쳐요. 그런데 소은씨, 난 당신이 도대체 뭘 기다렸는지 궁금해요. 이 증거들은 이제 손에 넣은 것도 아니잖아요? 왜 꼭 오늘까지 기다려서 터뜨렸죠?"노형원 그 쓰레기 같은 남자를 며칠 동안 우쭐거리게 한 후에 비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라고?"영상 자료는 있는데 대회 수상, 그리고 상품을 보내주시는 날이 마침 요 며칠이니까요."그녀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침착하고 담담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회 쪽 소식을 기다렸던 거구나!""사실 대회 소식이 있느냐 없느냐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이왕 사람을 망가뜨리려면 제대로 끝까지 망가뜨려서 더 이상 날뛰지 못하게 해야죠.”그래서 그녀는 모든 증거와 자료를 모아서 한꺼번에 노형원에게 보냈다.만약 하나하나씩 보내면, 그는 방법을 생각해서 대응할 것이며, 그러면 또 어떤 나쁜 짓을 꾸밀지 모른다. 하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증거를 터뜨리면 생각할 기회조차 없어지고 망가진다.이제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고 아무리 발뺌하려 해도 소용없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소은은 매우 공식적으로 자신의 SNS 계정을 운영했을 뿐이며, 모두 신제품이나 회사 관련 콘텐츠를 전달했고 어떠한 주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막연히 휴대폰을 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그녀의 엄한 꾸지람이 떠올랐다. 나한테 전화하지 마!맞아. 그렇게 바쁜데 자기 전화를 받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있겠는가.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멈추었다가 결국 통화 화면에서 나와 대신 문자 화면을 열고 한 줄 입력했다. “저 망했어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노 대표님…" 그의 비서는 상자를 안고 문 앞에 서서 머뭇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힘없이 손을 흔들며 그녀가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가요. 다 가요!"억지로 버티고 일어나서 통유리창 앞에 가서 밖을 내다봤다.이 도시는 여전히 차량의 왕래가 끊이지 않고, 여전히 그렇게 번화하고 눈부시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것이 아니다.그는 어렴풋이 이 사무실로 처음 이사할 때 광경을 떠올렸다. 그때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소은이 개발한 향수의 판매량은 매우 좋았고,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이었다. 당시 제품의 가격은 비싸지 않고 실속형이었지만, 향수의 품질이 좋고, 구매자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장사는 나날이 번창했다. 주문이 계속 늘어서 오늘날 신생 같았다.그때 그는 많은 돈을 벌었고, 투자도 받았고, 주주들이 투자를 해서 회사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는 사업에서 득의양양했고, 사랑도…. 한소은이 뒤에서 그를 위해 목숨 걸고 일했으며, 강시유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품에 안겨 있어 그야말로 인생의 위너였다.그는 이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만 발전할 것이며 부와 지위, 명예와 권력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어머니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의 도움이 없어도 자신의 힘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재벌이면 어때서? 노형원도 언젠가 그 대열에 들어갈 것이다.여기가 그는 시작인 줄 알았는데, 여기가 끝인 줄은 몰랐다.언제부터 시작된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지금 이 순간, 그는 이미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단지 자신이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밤이 되자 눈이 내렸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소성의 경우, 눈이 내려도 그리 크지 않고 나무 위에 얇은 한 층이 쌓이고 조금 더 쌓이기도 전에 녹았다.소성에서 빠져나와 강성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풍경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소성의 눈은 정확히 말하면 모두 진눈깨비, 빗물에 싸락눈이 섞여 있어 투명해 보이지만, 강성은 다르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눈이 점점 커지며 싸락눈이 아니라 큰 눈송이다. 게다가 땅 위에 쌓인 눈도 점점 깊어지면서, 차 씨 집안에 도착할 때쯤에 길가에 쌓인 눈은 이미 발목을 넘었다."강성은 소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큰 눈이 내릴 줄이야."차에서 내리자 한소은은 손을 뻗어 눈송이를 받았다.흩날리는 눈이 그녀의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손바닥에 떨어져도 바로 녹지 않았다. 그녀는 몇 년 동안 눈을 보지 못했다. 지금 이 눈밭에 서 있으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바로 앞이에요. 오랜만에 돌아오는 거죠?"그녀에게 숄을 걸쳐주고 김서진은 또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건네주었다.차에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이 있었고 뜨거운 코코아는 향이 매우 진했다. 비록 집에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밖에서 마시니 매우 편안했다.한 모금 마시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한 ......6, 7년쯤 되었을 거예요!" 그녀는 대충 회상해 보았다.대학 다닐 때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어차피 평일에는 학교에 있었고, 방학이 되면 실험하고 자료 조사도 하고, 각지에서 채취도 하고, 어쨌든 온갖 핑계를 찾아서 돌아오지 않았다.어르신의 성격은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도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 그분의 말로는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자신이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청해야 되는 법은 없다고 한다.그리고 그녀도 사실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기억에는 전부 끝없는 연습, 공부, 각종 시련과 시험이며 집에 있어도 쉴 수 없었고 편안히 한번
차 씨 가문 집의 위치는 시중심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교외인 셈이다. 교외에 있는 아주 큰 장원은 넓은 면적의 부지를 차지하고 산과 강에 인접해 있으며 풍수에 따르면 기운이 넘치는 땅이다.그런데 차 씨 가문이 언제 이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차 씨 가문이 고대 무술 가문이라고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도 모두 전설이다. 차 씨 집안사람들이 정말 무술을 할 줄 아는지 직접 본 사람도 없고 검증한 사람도 없다.오늘날 차 씨 가문은 주로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물론 사업뿐만 아니라, 공부해서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의사가 된 사람도 있다. 워낙 대가족이라 방계가족도 비교적 많아서 차 씨 가문을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숙연하고 경건해진다. 하지만 진짜 직계가 어느 집인지도 잘 구분되지 않는다.그래서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어르신 생신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와 있었다. 도로에 바큇자국이 뚜렷하고 눈이 오가는 차들에 눌려 다 녹아버렸다.차가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 막았으며, 초대장을 제시해야 했다.김서진은 옷깃을 조금 열고 초대장을 꺼내려는데, 한소은은 이미 차창을 내리고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나예요.”아마 오래간만에 돌아와서 문지기 하인은 어리둥절했지만 자세히 보더니 금방 알아보았다. "아가씨?! 아가씨 돌아오셨어요.”“네,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리러 왔어요.”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얼른 들여보내!"그 사람은 손을 흔들었다. "어서 어르신께 아가씨가 돌아오셨다고 말씀드려!"그들은 모두 매우 흥분해 보였으며 그녀가 돌아온 것을 환영한 것 같았다.김서진은 그녀가 차창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안색이 매우 엄숙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한쪽 손만 살짝 잡았다.장원 입구로 들어가 10분 정도 더 운전해서 독채 집 앞에 멈춰 섰다.입구의 주차장에 이미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한소은은 밖을 내다보니 차성재의 차도 있었다.오늘 같은 날, 그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가 시선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한소은은 그제야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차성재를 보았다.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시선을 꼿꼿이 그녀 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이미 모습을 드러냈고, 하인들도 말을 전해왔을 거고 가족들이 그녀가 온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어떻게 차에서 내릴 때 하인조차 없을 수 있을까?이것은 차성재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며 너무 많은 소동을 일으키지 않도록?기왕 돌아왔으니 당연히 숨어 있을 필요는 없으니 그녀는 옷을 정리하고 그가 있는 위치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갔다."드디어 돌아왔네."자기 앞에 서 있는 사촌 여동생을 보고 차성재가 입을 열었다."돌아오겠다고 말했잖아."그녀의 말속에는 이미 약속했으니 꼭 지킬 것이라는 뜻이다."할아버지가 벌써 기다리고 계셔."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가 안내해 주면 당연히 더 좋고,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많이 덜어줄 것이고 가는 길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을 분명 비웠을 것이다."참, 지난번에 준 자료들 고마워."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가 특별히 준 자료들이 생각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차성재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고맙긴. 어차피 쓰지도 않았으면서."자료는 그녀에게 주었지만, 결국 그녀는 보류하고 모든 것을 터뜨리지 않았다.차성재가 처음 그녀를 찾아왔을 때부터, 차 씨 집안에서 그녀의 일에 대해 겉으로는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상황을 이렇게 잘 알 수가 없을 것이며 노형원의 개인 자료까지 수집해서 그녀에게 전달하지 않았을거다."아무튼 고맙다는 말은 해야겠어."옆에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서 뒤쪽까지 걸어간후 긴 복도를 지나면 뒤에 있는 건물에 도착한다.앞에 건물은 기본적으로 손님 접대를 하고 뒤에 있는 건물이 바로 차 씨 가족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곳이며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뒤에 들어오면 유난히 조용한 느낌이 든다."그 많은 증거를
방은 매우 넓었고, 바닥에 카펫을 깔아 방 전체가 유난히 조용해 보였고, 어르신은 창가에 앉아 창밖의 눈송이가 솔솔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눈빛이 그윽했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단지...그것은 보통 의자가 아니라 휠체어였다.튼튼하고 고급스러워 보여도 그건 휠체어인 것이 확실하다."외할아버지?!"그녀가 부르자 목소리가 떨렸다.그에게…무슨 일이 있었나?"돌아왔구나!"어르신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담담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빠르게 몇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그의 앞에 멈춰 섰고 앞으로 더 나아가려니 겁이 났다.그제야 어르신이 휠체어를 돌려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기억 속의 모습이었다. 다만 훨씬 더 늙어 보였고, 머리카락도 많이 하얗고 주름도 많았지만, 눈빛은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으며 좀 더 평화롭고 자상한 것 같았다.이것은 그녀가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모르는 사이에 그가 온화해진 건가? 이 순간 한소은은 갑자기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다 컸네!"어르신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말투에는 뿌듯함과 감회가 담겨 있었다. 한때 그의 허리까지도 닿지 못했던 소녀가 벌써 이렇게 컸는데, 그는 지금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이게 성장이고 이게 세대 교체인가 봐.적어도 다리는 온전하고 결함이 없어 보이지만, 휠체어…."할아버지, 다리가…." 한소은은 고개를 들고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할아버지 다리는 통풍 때문이야. 심할 때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해. 심하지 않을 때는 가끔 서 있기도 해." 그녀 뒤에 서 있던 차성재가 입을 열었다. “고질병이야. 몇 년 됐어.”“......”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몇 년간 집에서는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정말 몰랐다.집안을 떠났다는 것은 그녀가 일방적으로 생각했던 것이고 끝까지 그녀는 차 씨 집안의 자식이였다.
그녀의 기억 속에 외할아버지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5시에 일어나 신체를 단련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정정하셨고 달리는 것도 바람처럼 가벼워 보였다.하지만 이제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입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하셨지만 정말 별거 아니었다면 앉아있지 않고 서있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괜찮다!” 보기 불편하셨는지 그는 손으로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를 치웠다. “차 씨 집안을 떠난 지 얼마나 됐지?”“칠...팔 년정도?” 이것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확히 말하자면 7년 3개월이에요.”차성재가 한 마디 거들었다.한소은: “...”“보아하니 밖에서 적응을 잘하는 것 같더구나. 그것도 좋지, 좋아.”노인이 오늘 한 말 모두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그는 날카롭게 쏘아붙여야 했지만 오늘의 그는 평범하고 자상한 노인처럼 보였다.“할아버지...”“다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그는 화제를 돌려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물었다.한소은은 어리둥절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잘해주니?” 그가 다시 물었다.“잘해줘요.” 대답을 한 뒤 그녀는 짧은 대답으로는 김서진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강조해서 말했다. “정말 많이 잘해줘요!”“그가 당신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확신해? 너가 차 씨 집안사람이라는 것은 언제 알았어?” 차성재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입을 열었다.한소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진심이라는 것 확실해, 나도 마찬가지고! 나도 내가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지만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어도 두 번은 실수하지 않을 거라 믿어.”차성재는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노인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기에 그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 아래쪽으로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저 사람이야?”한소은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바라보니 김서진이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자 마음이
목소리는 엄숙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다.김서진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한소은을 본 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 그렇네요!”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공손하게 말했다. “외손녀 사위 김서진이 외할아버지께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합니다.”“사...사위?!” 노인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할 수 있나?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뒤에 외손녀 사위라는 호칭이 튀어나오다니.“우리 차 씨 집안은 아직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침착하던 차성재가 먼저 발끈하며 말했다.노인은 차성재에게 먼저 진정하라고 한 뒤 헛기침을 하였다. “서진 씨, 당신이 후배인 만큼 소은이처럼 외할아버지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손녀 사위라는 칭호는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이 말의 뜻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김서진은 한소은을 한 번 봤지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충 그녀가 아직 그 둘의 관계를 집안에 말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 급하지 않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 어찌 됐든 전 김서진이니까요.”노인: “...”차성재: “...”한소은: “...”이 주제가 너무 어색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느낀 어르신은 아예 화제를 바꾸었다. “최근 환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미 열 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한 것으로 아는데.”“단지 진출했을 뿐입니다.”그의 대답은 여전히 겸손했다.사실 단지 진출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각국의 지사를 두고 있었고 수익 또한 적지 않았다.환아는 뷰티를 중심으로 패션, 영화계와 광고업계에도 관여하고 있었고 이 업계 내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외 뷰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사업에 있어서 차성재도 김서진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같은 연령대 중에서도 그처럼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