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씨 가문 집의 위치는 시중심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교외인 셈이다. 교외에 있는 아주 큰 장원은 넓은 면적의 부지를 차지하고 산과 강에 인접해 있으며 풍수에 따르면 기운이 넘치는 땅이다.그런데 차 씨 가문이 언제 이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차 씨 가문이 고대 무술 가문이라고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도 모두 전설이다. 차 씨 집안사람들이 정말 무술을 할 줄 아는지 직접 본 사람도 없고 검증한 사람도 없다.오늘날 차 씨 가문은 주로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물론 사업뿐만 아니라, 공부해서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의사가 된 사람도 있다. 워낙 대가족이라 방계가족도 비교적 많아서 차 씨 가문을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숙연하고 경건해진다. 하지만 진짜 직계가 어느 집인지도 잘 구분되지 않는다.그래서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어르신 생신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와 있었다. 도로에 바큇자국이 뚜렷하고 눈이 오가는 차들에 눌려 다 녹아버렸다.차가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 막았으며, 초대장을 제시해야 했다.김서진은 옷깃을 조금 열고 초대장을 꺼내려는데, 한소은은 이미 차창을 내리고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나예요.”아마 오래간만에 돌아와서 문지기 하인은 어리둥절했지만 자세히 보더니 금방 알아보았다. "아가씨?! 아가씨 돌아오셨어요.”“네,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리러 왔어요.”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얼른 들여보내!"그 사람은 손을 흔들었다. "어서 어르신께 아가씨가 돌아오셨다고 말씀드려!"그들은 모두 매우 흥분해 보였으며 그녀가 돌아온 것을 환영한 것 같았다.김서진은 그녀가 차창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안색이 매우 엄숙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한쪽 손만 살짝 잡았다.장원 입구로 들어가 10분 정도 더 운전해서 독채 집 앞에 멈춰 섰다.입구의 주차장에 이미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한소은은 밖을 내다보니 차성재의 차도 있었다.오늘 같은 날, 그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가 시선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한소은은 그제야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차성재를 보았다.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시선을 꼿꼿이 그녀 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이미 모습을 드러냈고, 하인들도 말을 전해왔을 거고 가족들이 그녀가 온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어떻게 차에서 내릴 때 하인조차 없을 수 있을까?이것은 차성재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며 너무 많은 소동을 일으키지 않도록?기왕 돌아왔으니 당연히 숨어 있을 필요는 없으니 그녀는 옷을 정리하고 그가 있는 위치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갔다."드디어 돌아왔네."자기 앞에 서 있는 사촌 여동생을 보고 차성재가 입을 열었다."돌아오겠다고 말했잖아."그녀의 말속에는 이미 약속했으니 꼭 지킬 것이라는 뜻이다."할아버지가 벌써 기다리고 계셔."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가 안내해 주면 당연히 더 좋고,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많이 덜어줄 것이고 가는 길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을 분명 비웠을 것이다."참, 지난번에 준 자료들 고마워."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가 특별히 준 자료들이 생각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차성재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고맙긴. 어차피 쓰지도 않았으면서."자료는 그녀에게 주었지만, 결국 그녀는 보류하고 모든 것을 터뜨리지 않았다.차성재가 처음 그녀를 찾아왔을 때부터, 차 씨 집안에서 그녀의 일에 대해 겉으로는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상황을 이렇게 잘 알 수가 없을 것이며 노형원의 개인 자료까지 수집해서 그녀에게 전달하지 않았을거다."아무튼 고맙다는 말은 해야겠어."옆에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서 뒤쪽까지 걸어간후 긴 복도를 지나면 뒤에 있는 건물에 도착한다.앞에 건물은 기본적으로 손님 접대를 하고 뒤에 있는 건물이 바로 차 씨 가족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곳이며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뒤에 들어오면 유난히 조용한 느낌이 든다."그 많은 증거를
방은 매우 넓었고, 바닥에 카펫을 깔아 방 전체가 유난히 조용해 보였고, 어르신은 창가에 앉아 창밖의 눈송이가 솔솔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눈빛이 그윽했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단지...그것은 보통 의자가 아니라 휠체어였다.튼튼하고 고급스러워 보여도 그건 휠체어인 것이 확실하다."외할아버지?!"그녀가 부르자 목소리가 떨렸다.그에게…무슨 일이 있었나?"돌아왔구나!"어르신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담담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빠르게 몇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그의 앞에 멈춰 섰고 앞으로 더 나아가려니 겁이 났다.그제야 어르신이 휠체어를 돌려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기억 속의 모습이었다. 다만 훨씬 더 늙어 보였고, 머리카락도 많이 하얗고 주름도 많았지만, 눈빛은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으며 좀 더 평화롭고 자상한 것 같았다.이것은 그녀가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모르는 사이에 그가 온화해진 건가? 이 순간 한소은은 갑자기 외할아버지가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다 컸네!"어르신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말투에는 뿌듯함과 감회가 담겨 있었다. 한때 그의 허리까지도 닿지 못했던 소녀가 벌써 이렇게 컸는데, 그는 지금 앉아서 그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이게 성장이고 이게 세대 교체인가 봐.적어도 다리는 온전하고 결함이 없어 보이지만, 휠체어…."할아버지, 다리가…." 한소은은 고개를 들고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할아버지 다리는 통풍 때문이야. 심할 때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해. 심하지 않을 때는 가끔 서 있기도 해." 그녀 뒤에 서 있던 차성재가 입을 열었다. “고질병이야. 몇 년 됐어.”“......”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몇 년간 집에서는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정말 몰랐다.집안을 떠났다는 것은 그녀가 일방적으로 생각했던 것이고 끝까지 그녀는 차 씨 집안의 자식이였다.
그녀의 기억 속에 외할아버지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5시에 일어나 신체를 단련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정정하셨고 달리는 것도 바람처럼 가벼워 보였다.하지만 이제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입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하셨지만 정말 별거 아니었다면 앉아있지 않고 서있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괜찮다!” 보기 불편하셨는지 그는 손으로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를 치웠다. “차 씨 집안을 떠난 지 얼마나 됐지?”“칠...팔 년정도?” 이것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확히 말하자면 7년 3개월이에요.”차성재가 한 마디 거들었다.한소은: “...”“보아하니 밖에서 적응을 잘하는 것 같더구나. 그것도 좋지, 좋아.”노인이 오늘 한 말 모두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그는 날카롭게 쏘아붙여야 했지만 오늘의 그는 평범하고 자상한 노인처럼 보였다.“할아버지...”“다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그는 화제를 돌려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물었다.한소은은 어리둥절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잘해주니?” 그가 다시 물었다.“잘해줘요.” 대답을 한 뒤 그녀는 짧은 대답으로는 김서진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강조해서 말했다. “정말 많이 잘해줘요!”“그가 당신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확신해? 너가 차 씨 집안사람이라는 것은 언제 알았어?” 차성재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입을 열었다.한소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진심이라는 것 확실해, 나도 마찬가지고! 나도 내가 제멋대로라는 것을 알지만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어도 두 번은 실수하지 않을 거라 믿어.”차성재는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노인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기에 그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 아래쪽으로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저 사람이야?”한소은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바라보니 김서진이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자 마음이
목소리는 엄숙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다.김서진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한소은을 본 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 그렇네요!”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공손하게 말했다. “외손녀 사위 김서진이 외할아버지께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합니다.”“사...사위?!” 노인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할 수 있나?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뒤에 외손녀 사위라는 호칭이 튀어나오다니.“우리 차 씨 집안은 아직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침착하던 차성재가 먼저 발끈하며 말했다.노인은 차성재에게 먼저 진정하라고 한 뒤 헛기침을 하였다. “서진 씨, 당신이 후배인 만큼 소은이처럼 외할아버지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손녀 사위라는 칭호는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이 말의 뜻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김서진은 한소은을 한 번 봤지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충 그녀가 아직 그 둘의 관계를 집안에 말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 급하지 않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 어찌 됐든 전 김서진이니까요.”노인: “...”차성재: “...”한소은: “...”이 주제가 너무 어색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느낀 어르신은 아예 화제를 바꾸었다. “최근 환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미 열 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한 것으로 아는데.”“단지 진출했을 뿐입니다.”그의 대답은 여전히 겸손했다.사실 단지 진출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각국의 지사를 두고 있었고 수익 또한 적지 않았다.환아는 뷰티를 중심으로 패션, 영화계와 광고업계에도 관여하고 있었고 이 업계 내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외 뷰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사업에 있어서 차성재도 김서진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같은 연령대 중에서도 그처럼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생신잔치 시작할 시간입니다.” 차성재가 시간을 본 뒤 말했다.“그래.”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소은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묻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아버지, 저는 안 갈게요. 아시다시피 전 이런 시끄러운 곳 좋아하지 않아요.”“알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김서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즉시 한소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도 안 갈게요. 제가 그녀와 함께 하겠습니다.”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 뒤 말했다. “그럼 여기 남아있어도 괜찮아! 방 두 칸을 비우라고 말을 해놓을게. 이틀 뒤 간다고?”마지막 말은 한소은에게 묻고 그녀에게 의견을 구하는 듯했다.할아버지가 조언을 구하다니 한소은은 분명 그의 총애를 받고 있을 것이다. “네, 그렇게 할게요.”그의 말을 들은 뒤 노인은 만족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성재야, 가자.”차성재는 즉시 반응한 뒤 휠체어를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한소은을 보았다. “좀 이따 동진 씨가 당신 방으로 갈겁니다.”“알겠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을 따라 같이 밖으로 나가 그들을 건물 밖까지 바래다주었다.잠시 후 과연 동진이 찾아왔다. “소은 님, 괜찮으시다면 저 따라와 주세요.”동진은 두 사람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 두 칸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그 두 방은 동쪽과 서쪽 즉 양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한소은: “...” 김서진은 평온한 채 아무 의견이 없어 보였다.“소은 씨, 힘드실 테니 먼저 쉬세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불러주세요. 이따 음식 가져다 드릴게요.” 동진이 말했다.이 방 배정은 좀 믿기 힘들었다.“동진 씨, 이 두 방이 너무 멀리 위치한 것 같아요.” 양옆을 둘러봤지만 역시 멀어 보였다. 동진은 고개를 숙였다. “이건 성재 님이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서진님은 외부 손님이었기에 손님방으로 안배해 드렸습니다.”그의 말은 공손했지만 그의 말 뜻은 김서진은 외부인이라는 뜻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가
“네, 섭섭해요!”그녀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두 팔을 그의 목에 건 채 말했다. “섭섭하면 뭐요?”“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어요!”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일단 방부터 보죠.”방은 예전에 그녀가 차 씨 집안에서 살던 방이었는데 한소은이 방을 여는 순간 그녀는 감동을 받았다.방은 그녀가 떠날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안에 물건들은 손도 대지 않았지만 방은 깨끗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지만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그대로였다.침대 위에 있는 이불만 새것이었고 건조를 한 듯 따뜻해 보였다.하지만 방에 온기가 없었고 김서진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히터가 설치돼있지 않아 점점 더 으슬으슬 해지는 느낌이었다.“방에 히터가 없네요?”그는 다시 한번 둘러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정말 없는 것임을 확신했다.그가 이렇게 말하자 한소은은 갑자기 생각났다. “아 이 말 하는 거 잊었네요. 여기 집은 전부 히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라디에이터도 없어요. 그러니...밤에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정말 히터가 없나요?”정말 믿기 어려웠다.요즘같이 전자제품이 보급화된 시기에 일반 가정에서 히터가 없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며 차 씨 집안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었다.당연히 차 씨 집안이 히터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설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밖에서 떠도는 전설을 아시나요? 차 씨 집안은 예전에 무술을 배웠다는 거?” 침대에 앉으니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본 적 있어요.”“그건 사실이에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워야 했어요. 차 씨 집안의 아이로서 좋든 싫든 무술을 배우는 것은 밥 먹고 자는 것과 같았어요. 외할아버지는 무술을 익힌 사람은 배고픔과 추위를 견딜 수 있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 씨 집안에는 히터와 라디에이터를 설치하지 않았어요.”“겨울
이렇게 추운 날 방에 히터가 없어서 냉동고처럼 추웠다.“손님 방에도 히터 없나요?” 그렇다면 차 씨 집안에 잠시 머물러 온 손님도 똑같이 단련해야 하나요?” 김서진은 궁금해서 물었다.축하하러 온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고 그날 바로 가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분간 머무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똑같이 단련해야 하는 건가?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에 있는 건물이야말로 손님 방입니다. 거기에 몇 개 방은 히터가 있긴 합니다.”자기 집안사람들은 누리면 안되지만 외부인은 가능했다.김서진은 어디가 잘못됐는지 생각해 본 뒤 말했다. “그럼 저도 여기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건가요?”그래서 뒤에 에어컨이 없는 건물로 배정한 건가?이렇게 생각하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맞아요, 이론상으로는 그 뜻이 맞아요.” 그녀는 뜻밖에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진은 울먹였다. “그렇다면 정말 영광이에요!”두 사람은 몇 마디 농담을 했다. 하지만 좀 누워있으니 몹시 추웠다.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려웠기에 아예 일어났다. “아래층 좀 둘러봐요. 전 이제 두 번째 방문하는 거라 아직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어요.”당시는 비즈니스 일로 잠시 왔기에 잠시 돌아다닌 뒤 바로 떠났다. 어떻게 남의 집에서 목적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겠는가?하지만 오늘은 신분도 달랐고 마음도 달랐다.잠시 머뭇거렸지만 한소은도 거절하지 않았고 두 사람 모두 외투를 입고 마당으로 나갔다.앞에 연회장은 매우 시끄러웠다. 차 씨 집안의 지위로 봤을 때 방문객들은 적지 않을 것이고 생일을 축하하러 온 사람 외에도 차 씨 집안 아래의 제자들도 많이 찾아왔을 것이다.모두 앞에서 손님들을 접대했기에 정원은 유난히 조용했다.눈은 어느새 그쳤고 하얗게 쌓인 눈이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었다.강성에는 눈이 많이 내려 밟으면 더욱 단단해졌고 “우두둑” 하는 소리만 들렸다. 눈밭에는 발자국이 이어졌다.둘이 손을 잡고 조금 걸었을 무렵, 한소은이 고개를 돌려 발자국이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