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원은 이미 몇 병을 마셨는지 모른다. 그는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 그의 인생은 단 한순간도 이렇게 암담했던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린 느낌이었다!"잘 생긴 오빠, 혼자 술 마시면 재미없잖아요. 나랑 같이 한잔해요!"섹시한 여인이 다가와 그의 옆에 붙어 웃고 있었다.눈꺼풀을 치켜들었지만 그는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고, 몽롱해서 잔을 들었다. "좋아! 자, 같이 마셔!"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의 앞에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한쪽으로 내던졌고, 노형원은 술 트림을 하며 성질을 냈다. "너 누구야? 감히 내..."뒷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멱살을 잡힌 채 술집에서 끌려 나갔다."너, 너 누구야. 뭐… 뭐 하는 거야?"술집에서 끌려나와 밖에 찬바람을 맞아 그는 몸서리를 치더니 술을 좀 깼다.비록 큰 소동을 일으켰지만, 술집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며 매일 밤 일어나기 때문에, 술집은 다시정상으로 되돌아가 방금의 번화와 오락은 계속되었다."펑!"그는 바로 차 뒷좌석에 던져졌고 문이 닫혔다. 그는 넘어져서 들어갔으며 반쯤 자리에 엎드려서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감히 나를...""훅......" 찬물 한 잔을 그의 머리 위에 그대로 쏟아부었으며 이런 날씨에 그는 몸을 흠칫 떨고 눈을 제대로 떴다."술 깼어?"이 익숙하고 냉담한 목소리를 듣고 노형원은 바로 누구인지 알았고, 차의 전조등이 켜지면서 요영의 정교하고 도도한 얼굴이 비추어졌다."어머니… 우우우우…"모든 답답함과 억울함이 이 순간 모두 방출되어 그는 갑자기 달려들어 그녀의 다리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온갖 괴롭힘을 당한 아이처럼 마침내 의지할 사람을 찾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었다.이번에 요영은 자신을 '요영 여사'라고 부르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울게 내버려두었다.잠시 울었다가 노형원도 아마 지쳤는지 몸을 일으켜 곧게 앉아서 팔을 들고 콧물 눈물이 가득
“됐어, 그냥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잖아. 이번에 참가 안 하면 어때! 그리고 아직 신청 기간도 아니잖아.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 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무서워서 그래!”“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요!”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직 2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참가 신청은 이미 마감되었다. 수정할 수는 있지만 다시 신제품을 연구하고 결과를 내야 했기에 다시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했다.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또 개발한다 해서 반드시 상을 받을 수 있을까?게다가 지금 직면한 문제는 단지 대회뿐만 아니라, 이 두 신제품의 개발자가 큰 사건에 연루되어서 향수와 회사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회사의 평판과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고 이사회에도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또한 회사의 수익과도 큰 관련이 있다.이렇게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졌다.“한 달 전에 명단 변경하고 회사 일 처리하면...”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요영 여사가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이 한마디가 그의 심장을 강하게 때렸다. 그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정말로요?!”최근 몇 년 동안 요영 여사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줄곧 노형원과 요영 여사가 모자인 것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요영 여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만약 스스로 성과를 내서 증명해낸다면 그녀도 그를 인정하지만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아들의 존재조차 부정당할 수 있었다.그래서 노형원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그녀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도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번 일에 어머니가 먼저 그를 도와주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만약 그녀가 도움을 준다면 이 일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먼저 기뻐하진 마라, 물어볼 것이 있다. 2분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틀림없이 성공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착오가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강시유가 한소은을 납치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아이인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곁눈질하며 말했다. “저도 엄마가 소개해 주신 로젠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은 사람이었더라고요.”이것도 강시유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듣고 사람을 시켜 알아낸 것이다.어쩐지 나중에는 그녀와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로젠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받을 수 없었다. 나중에 프랑스 경찰에 잡혀 끌려들어 갔다는 것을 들었다.“알아, 나도 그에게 속았어!”로젠을 언급하자 요영 여사도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확실히 그녀도 당시엔 생각이 짧았고 단지 로젠이 능력이 있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상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표절 작품 위주라 국제적으로 평판이 좋지 않을 줄은 몰랐다.“오, 엄마도...”노형원은 놀라 탄식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요영 여사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도 그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을 뿐이야! 나도 속았어.”“오...”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모습이 요영 여사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저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언젠가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더 잘하고 싶었는데 제가 모든 것을 망친 것 같아요.” 그는 매우 낙담하고 있었다.그의 풀이 죽은 모습을 생각하고 다시 한번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어찌 됐든 자신이 낳은 아들이고 오랫동안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기에 요영 여사도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어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모든 것을 망친 것은 아니고 적어도 최악은 아니야. 한소은을 쫓았다면서?”“...”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언급하자 더 답답했다.“거절당했다고? 거절당하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네가 애
“직접 봤다라...”요영 여사는 믿을 수 없는 듯했다. “김서진? 환아의 김서진?”그녀도 당연히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소성은 물론 전국에서 김 씨 집안의 명성은 대단했다. 김서진은 김 씨 집안의 역대 가장 뛰어난 후계자로 많은 여자들이 그를 원했다.그런 남자가 한소은과 같이 있다고?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한소은이 보통 여자였다면 김서진이 그냥 갖고 놀다 버리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한소은도 차 씨 집안의 여자였다. 두 가문의 혼인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말 클 것이다.“엄마, 한소은은 더 이상 저에게 맘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요. 어떡하죠?” 노형원은 매우 창백한 표정이었다. 만약 서한이라면 그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았지만 김서진이라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요영 여사는 화가 났다. “어떡하냐고? 나한테 물어보면 답이 나오니! 진작 내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후회할 일도 없었을 거다!”“하지만 저... 잠시 정신이 나갔을 뿐이에요...”그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 와서 얘기한들 의미가 없었다.당연히 요영 여사도 잘 알고 있었기에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만해! 세상에 여자 한소은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앞으로 누굴 만나든 간에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만나라, 알겠니? 강시유 같은 여자는 단지 가지고 놀다 말 정도이지 너랑 결혼할 상대는 아니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몇 마디 반박했겠지만 최근의 일을 겪은 후에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말이 맞아요. 앞으로는 엄마 말 들을게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비록 그는 어머니께 결과를 보여주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선견지명과 수완을 가지고 있어 증명하지 못했다. 이번 일 또한 혼자서는 해낼 수 없었기에 어머니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그 두 개의 향수 이
그녀는 손을 들어 그를 때리며 말했다. “넌 회사의 대표야. 너의 태도는 매우 중요해. 왜 아직도 논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거야. 만약 그녀와 헤어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네가 공정하고 사심이 없고 의리가 없는 정도로만 인식할 거야.”“아...” 그녀의 이 말을 듣고는 노형원의 안색이 더욱 좋지 않았다. 너무 인간미 없지 않나요?”“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 말을 하자 그녀는 화를 냈다. “네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이 일은 조용히 처리해야 하고 너무 많은 말을 해서도 안돼. 당분간 조용히 지내고 있어 오늘처럼 술 마시러 가지 말고. 빨리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제가... 잘못했어요.” 그는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어서 노형원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로 하여금 네가 상처받았다고 느끼게 해야 해. 참, 강시유와 로젠이 정분을 나눴다고 하지 않았어? 인터넷에서 사람을 고용해 자료를 흘리고, 혼자 하게 두지마. 이 일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말고 네가 피해자처럼 느껴지도록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마.”노형원은 고개를 들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포정을 지었다. “이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하는 거 아닌가요?”그는 여전히 체면을 중시하는 듯 자신의 체면이 망가질까 봐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지금 네가 쓰는 모자 색깔이 중요하니 아니면 네 미래가 중요하니?”요영 여사는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정말 자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피해자는 동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네가 말을 하지 않고 피해자 행세를 할수록 사람들은 널 더 동정할 거고 사람의 동정심은 널 도와줄 수 있을 거야.”“이해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어요!”노원형은 마침내 그녀의 지시에 대해 납득했다. “엄마, 고마워요! 만약 엄마가 아니라면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전 엄마가 신경 쓰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다시 말하지만, 그래도 내가 낳았는데 어떻게
노형원도 빠르게 반응하여 다음날 회사 홍보팀에게 성명을 내고 직접 이사회 주주들에게 사과를 했다. 먼저 감독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 뒤 이해관계를 명확히 했다. 만약 이 두 향수를 판매하지 않았을 시에 손해는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설명했고 마지막으로는 최대한 빨리 대체품을 생산해서 현재의 손해를 메꿀 것이라고 말했다.주주들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더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고, 노형원의 태도 또한 성실했고 누구도 자신의 돈이 이렇게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의 의견에 동의했고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주주들의 양해를 얻었기에 그에게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보팀의 즉각적인 반응까지 더해져 인터넷에서 강시유의 사건이 터지기 전에 사과 성명을 발표해 호감을 샀을 뿐 아니라 두 향수의 인기 또한 상승하기 시작했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관심마저 끌었다.인터넷에서는 이미 품절된 제품도 있을 정도였다.노형원은 그 열기를 보고는 질투가 날 정도였고 정말 재고라도 팔아서 한몫 챙기고 싶었다.하지만 그것도 요영 여사가 예상했던 일이기에 사전에 경고했다. 절대 예전 제품을 다시 팔아서는 안된다고, 그랬다가는 신용을 잃을 것이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이러한 경고 때문에 그는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고,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한 예측이 모두 들어맞은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반응을 포함해서 그녀의 예측은 모두 정확했다.과연 동정심이라는 것은 이용하기 좋았다.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동정했고 그가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사람은 한소은의 그 일까지 언급했고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운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를 동정해서 시원 웨이브의 향수를 일부러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다.이렇게 향수를 산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자발적으로 남자를 응원하자는 연맹이 결성하여 그를 응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그의 이번 행동 너무 좋았어요. 그 사람 때문에 제 명성에 금이 갔어요!” 한소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중요한 것은 누군가 그녀를 도와 글을 썼다는 것이다. 시원 웨이브와 결별했던 일을 자세히 분석했으나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글은 사실과 거의 근접했다.하지만 이 글은 많은 욕설에 의해 묻혔고 그 글을 쓴 글쓴이는 한소은의 댓글 조작 부대라며 욕을 먹었다. “복수하고 싶어요?” 그는 태블릿을 내려놓은 뒤 그녀의 몸을 손으로 받치며 조용히 물었다.“당연하죠! 그가 괴로워하는 것은 저와 상관없지만 저를 이 일에 끌어들였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에요.” 한소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게다가 저를 위해 말하는 양심적인 몇 명의 네티즌들을 위해서라도 이 더러운 짓을 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해요.”김서진은 그녀 옆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어렵지 않아요.”“도와주지 않으셔도 돼요!”그녀는 그의 양손을 누르며 말했다. “이 일은 저 혼자서 할 수 있어요!”그는 눌려진 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당신이 그렇게 하면 저는 제가 쓸모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모두 당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전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죠?”“쓸모가 없긴요, 정말 쓸모 많아요!” 그녀는 팔을 벌려 그의 품 속으로 들어갔다. “예를 들면, 이런 날에 제 핫팩, 이불, 베개가 되어줄 수 있잖아요!”그녀가 놀리자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정말 제가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웃음이 멈춘 뒤 한소은이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사실 이 일은 말하기엔 어렵지만 실행하기에는 간단해요. 그냥 사람의 도리로 그 사람을 다스리는 것에 불과해요.”노형원의 상황은 약자를 동정하는 심리에 불과했다. 이렇게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도 이전에 그녀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했고 제대로 된 방법이 없어 그들에게 맞서지 못했다. 증거도 수중에 없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보다 효력이 있는 것은 없었다.김서진은
노형원이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느껴지고 있을 때 인터넷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고 파문을 일으켰다.사실 별 볼일 없는 아이디의 주인이 올린 동영상이었는데 자막이 쓰여 있었다. : 만약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사랑을 믿었을 것이다.동영상의 내용은 노형원이 99송이의 장미를 들고 회사 로비에서 풍선을 날리고 있는 바보 같은 모습이었다.사실 이 동영상은 찾기 쉬웠다. 그날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찍었고 건물의 CCTV를 뒤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당연히 이건 한소은이 찾아서 인터넷에 올려놓은 것이다.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였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전에 그녀는 이렇게 저급한 수법이 하찮다고 여겼었지만 그가 이렇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면 끝까지 그렇게 놀아주면 되는 것이다.동영상이 유포되었을 때 노형원도 보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자신의 낭만이 누군가에게 들킨 것만 같았다.그러나 서서히 이 영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중요한 것은 그 자막이었다. : 만약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사랑을 믿었을 것이다.대중들에겐 항상 적극적이고 세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 장소는 회사 로비였고 허공에 떠다니는 풍선에 “소은아, 사랑해”라는 글자로 인해 시기가 더 명확해졌다.주인공인 노형원은 동영상에선 얼굴이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던 인물이었기에 금방 연결 지을 수 있었다.원래 그를 동정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싸우기 시작했다.‘이 동영상의 시기는 강시유가 사고가 난지 얼마 안 됐을 땐데, 설마 아직도 슬퍼하고 자책하고 있는거야?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전에 그를 동정했고 이렇게 좋은 남자가 아직 좋은 여자를 만나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건물에서 기억 잃었다고 했던 거, 그 한소은이 자기한테 매달렸다고 했던 거 기억나? 이게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매달리고 있는 거야.’‘맞아 남들에게 피해받은 것처럼 누명을 씌우다니, 정말 역겨워!’‘노형원은 역사상 가장 찌질한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