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아둬,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어.” 프레드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전 못 갑니다.”원청현은 갑자기 몸을 버둥거리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차라리 저를 죽이시지 그래요!”“내가 못할 줄 아나?” 프레드는 원청현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에 어이가 없어 냉소를 보냈다.“마음대로 하세요!” 원청현은 바닥에 앉아 두 손으로 침대 기둥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도저히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그는 비록 왜소해 보였지만, 막상 버티면 힘이 대단했다. 몇 사람이 잡아당기자 침대까지 같이 흔들려 소은이 얼굴을 찡그렸다.“스승님...” 소은이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멈춰!”소은이가 입을 열자 프레드는 기뻐하며 한 손을 들어 모두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천천히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소은의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소은을 보며 말했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드디어 말을 하는구나? 한소은, 넌 참 독하구나! 네가 죽으면 내 계획이 망가질 거라 생각한 거야?”“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소은은 고개를 살짝 돌려 원청현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우리 사이의 일은 스승님과 아무 관련이 없어. 당장 놔줘.”“놔주라고?” 프레드가 웃으며 말했다. “놔주면 네가 다시 자살하려고 하겠지?”프레드는 이 모든 것이 소은의 짓이라고 생각했다.우선, 여기에 내통자가 있다 하더라도 소은을 제거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 그녀를 구출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프레드 쪽 사람이라면, 오히려 여왕을 노렸을 것이다.또한, 최근에 소은에게 접촉한 사람도 없었고, 그녀의 건강 상태는 항상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방법은 알 수 없지만, 프레드는 소은이가 스스로 한 짓이라고 확신했다.“스승님을 함부로 대한다면 지금 당장 계획을 망칠 수도 있어.” 소은을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프레드는 말없이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마치
“무슨 이런 불길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게냐! 넌 원래 이런 애가 아니잖아. 언제부터 이렇게 얄팍한 소리를 하게 됐느냐!” 원청현은 매우 불만스럽게 말했다. 소은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스승님도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분이시면서 왜 여기에 오셨나요?”“난...” 소은의 말에 원청현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보러 왔지!”소은은 대답도 반박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의 웃음에 원청현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네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말대꾸를 하는 걸 봐서는 거의 다 회복됐나 보구나!”“그래요, 회복됐어요!” 소은은 한숨을 쉬며 아직 뽑히지 않은 은침을 보고 손을 뻗어 뽑으려 했다.“움직이지 마!” 원청현이 말했다. 그는 다가와서 절차에 따라 하나씩 은침을 뽑아주면서 중얼거렸다. “네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 심박수가 극도로 느려져서 곧 멈출 거라길래, 네가 혹시...”원청현은 잠시 멈추고 소은을 한 번 쳐다보더니 뒷말은 하지 않았다.“넌 정말 네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구나. 어떻게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참고 있었던 게냐!”원청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소은이를 꾸짖는 것 외에는 더 나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스승님은 저를 이해하시잖아요.” 소은은 변명하지 않았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노인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청현은 화가 난 듯 말했다. “이해는 개뿔! 넌 어째서 그렇게 무모한 거냐!”원청현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매우 화가 난 듯했다. “이것 좀 봐, 넌 어쩌면...”“이 일은 저를 두고 벌어진 일이라 저도 피할 수가 없었어요!” 소은은 무력하게 말했다. 그녀는 운 좋게도 여왕과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다. 체질이 그런 걸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원청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다 알고 있었지만, 도울 수 없어서 더 화
그러나 소은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원청현의 손을 잡고 그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선생님, 혹시 맞으셨어요?”소은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분노가 가득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자, 원청현은 결국 고개를 들었다. “별거 아니야!”“별거 아니라뇨, 정말 맞으신 거예요?” 소은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막 깨어난 몸은 아직 약해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누가 그랬어요? 프레드가 그런 거예요?”“넌 내가 그렇게 쉽게 맞고만 있을 사람으로 보여?”원청현은 손을 흔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감히 스승님을 때리다니!” 소은은 이를 악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반복했다. 그녀는 원청현의 말을 한 마디도 듣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원청현이 맞은 것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소은은 평소에는 그를 노인이라고 부르며 장난을 치곤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친할아버지처럼 존경했다.의학을 배운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원청현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소은에게는 선생님이자 은인이었다.더구나, 원청현은 평생을 의술에 헌신해 많은 고위 인사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는데, 이제 나이 들어서까지 맞다니! 그것도 자신 때문에.소은은 분노와 함께 자책감에 휩싸였다. “제가 스승님을 끌어들였어요!”“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원청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그만해!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고 맞고 싶어서 맞은 거라고! 모든 걸 네 탓으로 돌리지 마!”“난 아무렇지도 않아! 이 늙은이가 반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신선했어!” 원청현은 손을 허리에 얹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소은은 놀라서 할 말을 잃었지만, 그 말을 듣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원청현은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진짜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옛날에 독충에게 물리고 야인에게 쫓길 때도 겁내지 않았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소
저녁 무렵, 로사는 주효영에게 위치를 보냈다.물론 가짜 위치였다. 여정과 시간을 계산하여 위치를 추정한 다음, IP 위치를 변경해 바로 전송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효영이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김서진이 미리 준비를 해둔 덕분에, 배경 세팅이 이미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통화가 걸려오자 로사는 세팅된 장소로 가서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되었다.전화가 연결되자, 효영은 그의 뒤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왕자님, 뒤에 있는 숲이 너무 울창한데, 교외에 계신 건가요?”[위치가 좀 외진 곳이긴 해. 공식적인 경로를 피하려다 보니 큰길로는 갈 수 없었지.]로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대사관 쪽은 잘 있나? 프레드가 잘 대응하고 있겠지?]“공작님은 잘 해내실 거예요. 왕자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효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로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고생이라니!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다행이네요. 왕자님, 가는 길은 평안하셨나요? 위험한 일은 없었나요?” 효영은 계속 주변을 살피며 질문했다. 로사가 대답했다. [아무 문제 없었으니 걱정 말거라.]“다행이네요!” 효영은 로사를 깊이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왕자님, 위치를 좀 바꿔 주실 수 있나요? 반사광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요.”로사는 순간 멍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가 밖이라서 신호도 좋지 않은데, 그냥 끊도록 하지.]그 말을 마치고 로사는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임상언이 달려왔다. “왜 갑자기 전화를 끊으셨나요? 그럼 그 여자가 의심할 거예요.”“하지만 자리를 바꾸면 배경이 들통날 텐데?” 로사는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배경이 가짜라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 것이다.“그럴 리 없어요!” 상언은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이 세트는 아주 비싸게 제작한 거예요. 특수효과 대가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의아해하는 사이, 효영의 방 문이 열리고 프레드가 거침없이 들어왔다.“오늘 연락했어?” 프레드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효영은 그가 무엇을 묻는지 알고 있었다.“방금 연락했어요. 위치는 맞았고, 영상 통화도 했으니, 문제없습니다.” 효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비록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프레드 앞에서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실험이 완벽하게 성공하지 않았고, 여전히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 없었다.프레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다면 다행이군! 다시 영상 통화를 걸 거라.”“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효영이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프레드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아닙니다, 방금 통화를 끝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효영은 이해하지 못했다.‘날 신뢰하지 않는 것일까? 이미 문제없다고 말했는데 왜 다시 통화를 걸라고 하는 걸까?’“그냥 내가 직접 몇 마디 하고 싶어서 그래.” 프레드는 효영은 보며 말했다. “안 되나?”효영은 감히 거절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됩, 됩니다.”“그럼 얼른 걸 거라!” 프레드는 성급하게 재촉했다. 효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손에 술병을 꽉 쥐고,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전화가 몇 번 울리고 나서야 연결되었고, 화면 속의 로사 왕자는 모자와 안경을 쓰고 반쯤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효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제 전화를 끊었나요?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신호가 좋지 않아 끊어졌어. 여기는 산속이라 신호가 별로 좋지 않아. 그리고 아까 누군가가 미행하는 것 같았어.] 로사 왕자가 비밀스럽게 말했다. [아마 H국 사람들이 눈치챈 것 같아.]“미행?” 프레드가 머리를 내밀자 효영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켜주었다.로사 왕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프레드?]“접니다, 왕자 폐하!” 프레드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까 미행을 당했다고 하셨죠?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모두 몇 명이고 무기는 가지고 있었나
로사 왕자의 모습을 본 효영은 바로 말했다. “공작님이 왕자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 하세요. 공작님의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니 잘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공작님의 질문에 잘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술병을 다시 한번 튕겼다.로사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효영은 프레드에게 눈짓을 보낸 후 뒤로 물러섰다.프레드는 고개를 내밀며 로사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왕자 폐하, 이 여정에서 여왕 폐하에 대한 소식이 있었습니까?”물론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예상대로 로사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어!][하루밖에 안 되었으니 그럴 수 있어. 자네는 어머니가 묘강이라는 곳으로 가셨다고 했지? 조사해 보니, 그곳까지 가려면 며칠이 더 걸릴 것 같아.]로사 왕자는 논리적으로 대답했다. 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으로 가셨지만, 저도 확실치는 않아요. 하지만 왕자 폐하와 여왕 폐하가 이렇게 오래 떠나 계시면, 나라를 다스릴 사람이 없으니 부적절하지 않겠습니까?”[자네가 있잖아.]로사 왕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프레드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게 바로 그가 원했던 답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안 됩니다, 저는 보좌관일 뿐이에요. 제 위치는 정당하지 않아요. 게다가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저를 반대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제가 여왕 폐하의 생각을 좌우하고 야심과 음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건 간단해. 내가 전화로 지시를 내려 자네를 전적으로 지원하라고 하면 돼. 내가 없는 동안 모든 걸 자네에게 맡기겠다고 하면 되는 거지.] 로사 왕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프레드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의심할 거예요. 더군다나 왕자 폐하를
효영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요? 그러면 저는...”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프레드가 이어서 말했다. “기억해, 이곳 내부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거지, 밖으로 나가는 건 안 돼. 알겠어? 네가 이곳을 나가면, 나도 널 보호할 수 없어.”프레드는 손을 들어 효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효영의 기쁨은 순간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대사관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프레드의 말이 맞았다. ‘내가 여기서 나가는 건 아무런 이득이 없어.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내가 대사관 문을 나서는 순간 김서진과 진정기에게 붙잡힐 게 뻔해.’진정기를 떠올리자 실험 기지가 떠올랐고, 부모님과 집도 떠올랐다.효영은 서진에게서 도망친 후 집을 보러 가려 했지만, 멀리서 집 안의 물건들이 옮겨지는 것을 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체포되어 구속되었고, 어머니는...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있었지만, 그들이 이런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진정기가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애초에 효영의 부모님이 진가연을 집에 데려와 보살펴주었는데, 진정기는 보답은커녕 효영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냈고, 가족을 파탄 냈다. 효영은 반드시 이에 보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 프레드는 효영이가 말이 없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문제가 있으면 나도 막지는 않겠지만, 네가 이 문을 나서면...”“문제없습니다.” 효영은 빠르게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그저 생각나서요.”“무슨 생각?” 프레드는 기분이 좋아져서 물었다. 평소에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관심도 없었을 텐데.효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이전의 실험 기지가 좀 아쉬워서요.”“백신 기지를 간신히 손에 넣어서 계획이 잘 진행되었는데, 성공했다면 지금쯤 H국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약물을 접종 받았을 거예요.
프레드의 기대 가득한 표정을 보자, 효영은 속으로 묻고 싶었다. ‘그럼 실패하면요?’실험실에서 해왔던 과거의 실험 데이터들을 보면, 효영은 별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프레드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다.프레드의 기분을 망치면 좋을 게 없었지만 효영은 마음속으로는 실험이 실패하길 바라고 있었다.실험이 성공하면 프레드는 기뻐하겠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반면, 실험이 실패하면 프레드는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고, 그때는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열심히 해, 성공하면 보상은 넉넉하게 줄 거야!” 프레드는 효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로사 왕자와 임상언을 잘 감시해.”잠시 멈춘 후,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 “그놈은 최근에 아들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었나?”“네, 계속 찾고 있어요. 아들이 Y국 왕궁에 있다는 것도 알지만, 접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효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 프레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조종하고 있으니 차라리 아들이 이미 죽었다고 말해줘. 단념하게 말이야.”효영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왜, 문제라도 있어?” 프레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의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효영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문제없어요! 하지만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면, 극단적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을 할지 몰라요.’ 효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어때, 내가 그놈을 두려워해야 하나?” 프레드는 무심하게 말했다. “이제 아무런 가치도 쓸모도 없는 놈이야. 예전에 스페이드 K가 그놈의 자산을 이용하기 위해 남겨두라고 했지만, 이제 별로 쓸모가 없는 데다가 오히려 내 계획을 망칠 수도 있어. 만약 자살하려고 한다면 그냥 내버려둬.”“네, 알겠습니다.”효영은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프레드가 왜 갑자기 상언에게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저 그를 단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