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달리 원성태는 여전히 천천히 부채질하며 말했다.“사람은 각자 정해진 명이 있다네. 죽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죽고, 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지.”“하늘에는 천도가 있으니, 사람이 천도를 거스르고 하늘을 거스르면 하늘이 곧 벌을 내릴 것이야.”원성태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그 말에 프레드는 인상을 찌푸렸다.비록 H국어에 익숙하지 않았으나 원성태가 자신을 비꼬고, 또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걸 느꼈다.“신의 님. 저는 한소은이 너무 걱정되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권하는 술을 안 마시면 벌주를 마신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프레드는 거의 협박 어조로 말했다.원성태는 이런 프레드를 바라보다가 부채 날로 프레드의 손등을 내리쳤다.“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으니 권하는 술이든 벌주든지 모두 마시지 않을걸세!”“지금...”프레드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제 손등을 어루만지며 원성태를 노려보았다.“한소은의 심박수가 너무 느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제가 직접 신의 님을 만나 뵙고 모시러 온 겁니다. 만약 신의 님이 도와주지 않으시면 소은은 곧 죽을 겁니다.”“의원들은 모두 자신의 원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은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의 님의 제자이지 않습니까? 대체 왜 고민하고 계신 겁니까?”프레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가 말했다시피 사람은 각자 정해진 명이 있고 소은이도...”뒷말을 끝내지 않았는데 프레드가 갑자기 손을 들어 까만 권총을 원성태의 머리에 가져다댔다.“신의 님, 제가 좋은 말로 할 때 일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합시다. 제 계획을 망친다면 그 어떤 사람이든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프레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 왜 굳이 고집을 피우세요? 정말 소은이를 관심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돌봐주거나 만나주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죠.”“지금...”프레드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원성태가 당황해했다.옆을 지키던 도우미가 이상을
“왕자 폐하!”김서진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리고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로사는 가만히 서진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고, 이어 손을 뻗어 악수에 응했다.“안으로 들어가시지요!”서진은 빠르게 안으로 안내했고, 한 무리 사람들이 서재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어 감시 카메라를 작동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서진은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내려주었고 나란히 앉은 후에는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왕자 폐하, 이런 곳에서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네.”로사는 한 손을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 비록 왕자이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내보았었네. 그리고 여긴 꽤 괜찮은 조건으로 보이네.”로사는 주변을 빙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며칠 동안만 불편하시더라도 이곳에서 지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서진이 말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바로 임상언을 소개했다.“이분은 임상언입니다. 전화 통화로 연락한 분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그래요.”로사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하네.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정말 짜놓은 판에 들어설 뻔했어.”“왕자 폐하, 과찬입니다.”상언이 바로 손을 휘휘 저었다.“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요.”“하하하, 그런가요?”로사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들뜬 표정이었다.아침 일찍 차를 타고 제성에 도착했으나 차를 바꾼 후로는 빙빙 돌아 다시 제성에 돌아왔고 조용히 이곳으로 왔다.프레드는 아마 로사가 최면에 걸려 제성밖으로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들이 날 조종하려는 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네.”첫 만남과는 달리 로사가 편한 말투로 그들에게 물었다.서로 시선을 마주하다가 상언이 입을 열었다.“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직접 겪어보았습니다.”“그래, 통화할 때 주효영이 자네를 조종하려고 최면에 약까지 썼다고 했지? 그런데 자네한테 성공하지 못했던 약을 왜 내가 조종당할까 봐
“지금 프레드는 왕자 폐하께서 이미 떠난 줄 알고 바로 행동을 취할 겁니다.”김서진이 양팔을 테이블에 척 뻗으며 말했다.“프레드가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아 한소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저희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프레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소은의 위치는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이제 모든 게 바라던 대로 되기를 기도해야 했다.눈썹을 찡그리던 로사가 물었다.“그 사람들이 자네의 아내를 납치한 이유가 대체 뭔가?”“불로장생?”로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영원히 미신을 믿고 집요한 사람이 있는 법이죠.”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더구나 불로장생은 여왕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로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모순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로사는 어머니가 무사하길 바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만약 여왕이 불로장생한다면 왕자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자신이 하루하루 늙어가는데 어머니가 계속 젊음을 유지하고 집권을 이어간다면 로사는 평생 왕자일 테고, 죽어서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왕자 폐하, 속인 걸 주효영이 눈치채지 못했겠죠?”상언이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절대 그럴 리 없네.”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누구에게도 그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네.”왕자로 태어나 고귀한 신분으로 살아온 로사가 효영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면 효영이 절대 연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매일 일정을 보고하고 위치를 보내며 영상통화도 하자고 그러더군.”로사가 서진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건 자네가 해결해 줄 수 있겠지?”서진이 호언장담하며 말했다.“당연합니다. 컴퓨터로 조금만 손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IP주소 변경, 위치 추적, 그리고 배경 판만 미리 준비해 두면 영상통화를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자, 지금 궁금한 게 하나 있다네.”로사는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며 주위를 빙 둘러보
“왕자 폐하, 김 사장님. 공작이 이런 일을 벌인 건 어쩌면 여왕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서한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그래?”로사가 관심을 보였다.“그러면 대체 무슨 이유인가?”“저는 실험실에서 지낸 적이 있어 그 약품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직접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불로장생이 아닌 더 큰 욕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서한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불로장생이라면 R10 실험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굳이 이렇게 많이 연구할 필요가 없을뿐더러...”이어 임상언을 쳐다보며 말했다.“임 사장님도 알다시피 실험실에는 많은 독초가 있습니다. 불로장생에 그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독초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입니다. 그러니 모두 여왕을 위한 실험은 아닐 것입니다.”로사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자네의 분석에도 일리가 있지만 왜 굳이 더 리스크가 큰 H국에서 프레드가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프레드가 몰래 이런 일을 벌이려면 Y 국이 더 편할 것이다.Y 국의 공작이자 여왕의 편애를 받는데 그곳이라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해외까지 오게 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제가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김서진이 말했다.“어떻게 Y 국에서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하십니까?”“???”“왕자 폐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프레드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Y 국에 이런 곳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습니까?”서진의 질문에 로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진의 말이 아주 날카로웠다.어쩌면 Y 국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로사가 모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로사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서진이 막아섰다.“왕자 폐하,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일정에 따르면 왕자 폐하는 이주에 도착하셨습니다.”“...”지금 프레드에 의해 조종당한 상황인데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면 누군가 프레드
김서진의 반응이 너무 컸던 탓에 원철수는 조금 당황했지만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 할아버지가 납치되어 갔다고 정원 도우미가 전화가 왔어. 차량이 두 대였고 외국인이었대.”도우미는 상대의 신분을 몰랐지만 원성태가 그들에게 강제로 이송되었으니 빠르게 연락을 돌린 것이었다.그리고 도우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평소 자주 연락하던 철수였다.철수는 원성태가 정식으로 받은 제자는 아니었지만, 친손자였고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았으므로 대부분 도우미가 철수를 거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더구나 직접 도우미들을 구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철수를 믿고 따랐다.이 소식을 들은 철수는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고 곧장 서진을 찾아왔다.“외국인이라고?”서진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서진 역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너도 그 사람을 생각한 거지? 프레드?”철수는 서진의 표정을 읽었다.“그래, 그런 것 같아.”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왜 둘째 할아버지를 데려간 거지? 또 무슨 실험을 하려고?”비록 실험에 여러 의학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성태가 필요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데려갔을 것이다.“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도우미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자진해서 따라갔다고 하네.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아.”철수가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이 침묵했고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철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방안을 흘깃 쳐다보았다.그제야 서진은 문을 활짝 열었다.“안으로 들어와서 얘기해.”굳이 철수에게 숨기려는 건 아니었으나 왕자의 신분상 많은 사람이 알지 않는 게 좋았으며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되었다.철수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히 방을 찾은 이상 말한다고 해도 괜찮았다.“그게... 내가 들어가도 될까?”철수가 멈칫했다. 서진이 자신을 부르지 않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궁금하긴 했다.“괜찮아, 다 아는 사람인데 뭐.”서진이 말을 이었다.“특수한 상황이라 널 굳이 부
친숙해 보이는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 같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이 광경이 낯설게 느껴졌다.“나한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이해해. 하지만 나도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나와 로사 왕자는 오랜 친구야. 해외로 유학가서 의학을 배울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지.”원철수가 웃으며 말했다.“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언제 온 거야? 나한테 말도 없이.”철수는 원망하는 것처럼 말했다.“의리 없이.”로사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번에는 공적인 일 때문에 온 거라 시간이 아주 촉박했어.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해서 연락하지 않았던 거야. 이렇게 만나게 된 걸 보아 우린 인연이 있는 거야!”그리고 두 팔을 벌려 철수와 포옹했다.남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그럴 줄 알았으면 철수를 처음부터 불러오는 거였다. 유일하게 부르지 않은 사람이 로사 왕자의 오랜 친구였다니.“그러게 인연이 있네.”포옹을 마치고 철수와 로사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사이가 보기보다도 훨씬 다정했다.“두통은 좀 나았어?”“네가 봐준 후로 2년 동안 괜찮긴 했는데 요즘 들어, 또 가끔 잠을 설쳐.”로사는 아까보다 훨씬 더 편해 보였다. 역시 오랜 친구만큼 든든한 건 없었다.철수도 스스럼없이 말했다.“거야 당연하지. 매일 신경 써야 할 일이 그렇게 많은 데다 자신에게 각박하게 구니 잠을 설칠 수밖에. 내가 너라도 잠을 잘 수 없을 거야.”“하하하, 철수. 또 날 놀리는군.”로사가 웃음을 터뜨리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하다가 철수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 잠깐만! 우리 옛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고, 내 둘째 할아버지 일이 더 급해.”“둘째 할아버지라면... 은거하는 신의?”역시 오랜 친구라 로사는 철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철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진에게 말하려다 다시 로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래, 네가 Y 국 왕자잖아. 그러니까 그 공작을 네가 좀 어
한 번, 두 번 실패하는 건 이해하지만 실패율이 너무 높은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험실에서 연구하던 주효영을 보면 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효영은 예전의 연구를 토대로 개선할 수 있지만, 스스로 연구 개발을 하는 건 실패 확률이 아주 높았다.지금 사용 중인 실험 약품, 그리고 남아시아 역병 치료제 모두 효영이 연구해 낸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기와 서한의 조종은 효영과 연관이 있었다.결과는 모두 실패였다.진정기는 완전히 조종되지 않아 스스로 조종에서 벗어났고 서한도 마찬가지였다.흥미로운 건 효영은 늘 사람을 조종하는 약을 개발했고, 사람을 조종하는 걸 즐기는 듯싶었다. 비록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그래서 효영은 네가 최면에 실패한 걸 모른다는 말이지?”원철수가 로사를 보며 물었고 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성공했을 거로 생각할 거야.”“허 참...”철수는 냉소를 터뜨렸고 무언가 떠오른 듯 바로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혹시 둘째 할아버지를 데려간 게 이 일과 상관이 있는 건 아닐까? 효영의 실력을 의심해 내 할아버지를 데려가 연구시키려는 거지.”“그럴 수도 있고.”서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그런데 할아버지가 자발적으로 따라갔다고 그랬지?”서진의 물음에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점이 제일 이상해. 우리 할아버지 성격상 아무리 많은 돈을 제시하고 칼을 목에 꽂는다고 해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는 않을 거야.”“할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일이면 죽여도 따라가지 않았을 거란 말이지.”그렇다는 건 할아버지가 동의했다는 말인데 설득이 된 이유가 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서진이 방안을 부산스레 걸어 다니며 할아버지의 얼굴, 평소 말투를 떠올렸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할아버지는 원해서 따라갔다...’몸을 돌린 서진이 모든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철수를 향해 말했다.“혹시 한소은 때문이 아닐까?”기꺼이 따라나섰다는 건 할아버지가 신경이 쓰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었다.평
김서진은 할 말을 잃었다.말을 꺼낸 임상언과 로사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다른 가능성을 제시하자면 둘째 할아버지는 한소은을 치료하러 간 게 아닐까?”서진의 말에 네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진을 쳐다보았다.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내가 떠날 때 프레드는 아주 건강해 보였어. 그러니 절대 병에 걸린 게 아닐 거야. 내 어머니는 늘 전문의가 따로 있었으니 더더욱 병에 걸린 게 아닐 거고. 더구나 야심으로 가득 찬 프레드가 내 어머니를 위해 이렇게 애쓰지 않을 거야. 신의 님이 아끼는 제자가 아프다고 하니 따라나섰다는 게 가장 일리가 있어.”로사의 말에 사람들이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소은은 그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는데 왜 갑자기 병에 걸린 걸까? 평소 스스로 진찰도 하기도 했고, 더구나 그곳에 대단한 의사들이 많을 텐데 프레드가 왜 굳이 직접 움직여 할아버지를 모셔갔을까?”상언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속에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어쩌면 직접 보아야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아.”상언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졌다.만약 그들의 분석이 틀리지 않아 소은이 병에 걸린 게 맞다면, 병세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걸 설명했다. 그렇기에 프레드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원성태를 데리고 갔을 것이다.‘소은아, 대체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대사관.원성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느 방으로 안내받았다.방을 열자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무리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그리고 프레드를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공작 전하.”고개를 끄덕인 프레드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어떻게 됐어?”“...”침묵이 다시 찾아왔고, 침묵이 곧 답이었다. 기계는 여전히 옅은 심박수를 찍어냈고 침대에 누운 사람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다들 나가!”프레드가 손을 휘휘 저어 내쫓았고, 의사들은 구원이라도 받은 듯 숨죽여 빠르게 방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방안에는 프레드와 그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