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일찍 로사 왕자는 대사관을 떠나 곧바로 고속도로를 탔다.H국의 시선을 피해 다른 사람에게 행적을 알리고 싶지 않아 비행기는 탑승하지 않고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제성에 도착하면 다시 차를 바꿔 여왕의 행방을 찾아가기로 했다.베란다에서 차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프레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주효영은 이런 프레드의 옆에 서서 그의 미소를 쳐다보았고, 만족시켰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자님이 이렇게 떠나고 여왕을 찾지 못한다면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요?”효영이 떠보듯 물었다.“당연히 예상하고 있어!”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나 돌아올 때쯤엔 할 일을 모두 마쳤을 거야. 게다가...”프레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몸을 돌려 효영을 쳐다보았다.“자네가 이미 조종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언제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게 하고 떠나게 하고 싶으면 떠나게 하면 되지.”“...”“왜, 설마 이렇게 할 수 없는 건가?”프레드가 인상을 쓰자 효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그러면 됐어. 걱정할 게 뭐 있어? 그리고 왕자를 시켜 매일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보고를 올리라고 해. 위치 추적을 켜고 상시 연락을 하면서 절대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해.”프레드는 꽤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로사가 이곳을 떠났지만 그래도 대체 어디에서 뭘 하는지는 알아야 했다.원래는 사람을 시켜 따라가게 하려 했지만, H국 경내에서 주의를 끌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일은 그저 로사를 떠나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고 다른 지시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사람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매일 연락을 하고 구체적인 위치만 알아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효영은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약효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최면은 어느 정도 유효 시간이라는 게 있었다. 로사가 멀어질수록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이고
“찾았으면 빨리 데리고 와!”프레드가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저희도 거칠게 움직이긴 무리가 있습니다. 움직임이 크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어서...”전에 했던 행동 때문에 경찰은 이미 그들은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바로 들통이 날 것이다.더구나 신의는 현지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고 정원 문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확한 장소를 찾아내 상대를 확인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그러니 한 무리 사람이 정원 밖에서 들어가지도, 떠나지도 못한 채로 프레드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욕을 하려는 충동을 참으며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최대한 신의가 원하는 것에 맞춰줘. 입만 열라고 해, 뭐든지 해준다고!”“그게... 공작 전하! 이 신의는 명리에 무관심해 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그들도 난처했다. 협박도 못 하고 회유도 할 수 없었다.자신의 구역이 아니다 보니 일 처리가 힘들었다.“돈이 필요 없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명리에 무관심하다니, 그건 모두 제시한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야!”프레드는 너무 화가 나서 머리를 쥐어 잡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쥔 채로 소리쳤다.“돈을 쏟아부어. 그렇게 쏟아부어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믿지 않으니!”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하려던 프레드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야. 내가 직접 갈 테니 거기에서 기다려.”이 일은 본인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프레드는 사람을 시켜 정원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가는 길에 신의의 정보를 핸드폰에 전송하라고 지시했다.거의 도착할 때쯤 정보를 받은 프레드가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프레드의 부하는 이미 정원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공손히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했다.“공작 전하!”“그만하거라. 밖에서 그렇게 유난 떨 필요 없어.”프레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하고 정원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야?”“네. 나온 사람이 없습니다.”
프레드는 향에 익숙하지 않아 손을 들어 코를 가리고 기침을 두어 번 헸다.그 소리에 신의가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대충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할 일을 했다.“신의 님, 안녕하십니까? 한번 만나 뵙기 정말 힘드네요.”프레드가 미소를 지으며 신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맞은편에 앉으려 했다.그러나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신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마!”그러자 깜짝 놀란 프레드가 닿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의아하다는 얼굴로 신의와 의자를 번갈아 쳐다봤다.“그 의자는 거의 무너질 것 같으니 저 의자에 앉게나.”신의는 부채로 작은 쪽걸상을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고개를 돌린 프레드는 할 말을 잃었다.아이가 앉을 법한 작은 걸상이었는데 자신이 그곳에 앉는다면 정말 볼품없이 구겨질 것이다.잠시 고민하던 프레드는 아예 몸을 일으켰다.“괜찮습니다. 서서 말하면 됩니다.”“신의 님,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신의 님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신의 님께서 한 사람을 살려주시길 바랍니다.”프레드는 신의를 향해 고민 없이 말했다.그러나 신의 원성태가 고개를 저었다.“사람을 살려? 내가 사람을 살리지 않은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오랜 은거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제 상황에 대해 조금만 들어보지 않겠습니까?”프레드가 말을 이었다.“정말 그 어떤 사람이든 살리지 않으실 겁니까?”원성태는 들리지 않은 것처럼 달이고 있는 약을 천천히 부채질했으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신의 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자도 살리지 않으실 겁니까?”프레드가 한 걸음 다가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원성태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부채질을 몇 번 세게 해 매캐한 연기가 프레드를 둘러싸게 했다.프레드는 황급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기침했다.“뭐라고 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는군!”차가운 얼굴로 프레드를 쳐다보던 원성태는 부채질을 이어 했다.기침을
예상과는 달리 원성태는 여전히 천천히 부채질하며 말했다.“사람은 각자 정해진 명이 있다네. 죽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죽고, 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지.”“하늘에는 천도가 있으니, 사람이 천도를 거스르고 하늘을 거스르면 하늘이 곧 벌을 내릴 것이야.”원성태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그 말에 프레드는 인상을 찌푸렸다.비록 H국어에 익숙하지 않았으나 원성태가 자신을 비꼬고, 또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걸 느꼈다.“신의 님. 저는 한소은이 너무 걱정되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권하는 술을 안 마시면 벌주를 마신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프레드는 거의 협박 어조로 말했다.원성태는 이런 프레드를 바라보다가 부채 날로 프레드의 손등을 내리쳤다.“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으니 권하는 술이든 벌주든지 모두 마시지 않을걸세!”“지금...”프레드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제 손등을 어루만지며 원성태를 노려보았다.“한소은의 심박수가 너무 느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제가 직접 신의 님을 만나 뵙고 모시러 온 겁니다. 만약 신의 님이 도와주지 않으시면 소은은 곧 죽을 겁니다.”“의원들은 모두 자신의 원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은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의 님의 제자이지 않습니까? 대체 왜 고민하고 계신 겁니까?”프레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가 말했다시피 사람은 각자 정해진 명이 있고 소은이도...”뒷말을 끝내지 않았는데 프레드가 갑자기 손을 들어 까만 권총을 원성태의 머리에 가져다댔다.“신의 님, 제가 좋은 말로 할 때 일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합시다. 제 계획을 망친다면 그 어떤 사람이든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프레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 왜 굳이 고집을 피우세요? 정말 소은이를 관심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돌봐주거나 만나주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죠.”“지금...”프레드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원성태가 당황해했다.옆을 지키던 도우미가 이상을
“왕자 폐하!”김서진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리고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로사는 가만히 서진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고, 이어 손을 뻗어 악수에 응했다.“안으로 들어가시지요!”서진은 빠르게 안으로 안내했고, 한 무리 사람들이 서재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어 감시 카메라를 작동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서진은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내려주었고 나란히 앉은 후에는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왕자 폐하, 이런 곳에서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네.”로사는 한 손을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 비록 왕자이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내보았었네. 그리고 여긴 꽤 괜찮은 조건으로 보이네.”로사는 주변을 빙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며칠 동안만 불편하시더라도 이곳에서 지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서진이 말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바로 임상언을 소개했다.“이분은 임상언입니다. 전화 통화로 연락한 분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그래요.”로사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하네.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정말 짜놓은 판에 들어설 뻔했어.”“왕자 폐하, 과찬입니다.”상언이 바로 손을 휘휘 저었다.“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요.”“하하하, 그런가요?”로사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들뜬 표정이었다.아침 일찍 차를 타고 제성에 도착했으나 차를 바꾼 후로는 빙빙 돌아 다시 제성에 돌아왔고 조용히 이곳으로 왔다.프레드는 아마 로사가 최면에 걸려 제성밖으로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들이 날 조종하려는 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네.”첫 만남과는 달리 로사가 편한 말투로 그들에게 물었다.서로 시선을 마주하다가 상언이 입을 열었다.“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직접 겪어보았습니다.”“그래, 통화할 때 주효영이 자네를 조종하려고 최면에 약까지 썼다고 했지? 그런데 자네한테 성공하지 못했던 약을 왜 내가 조종당할까 봐
“지금 프레드는 왕자 폐하께서 이미 떠난 줄 알고 바로 행동을 취할 겁니다.”김서진이 양팔을 테이블에 척 뻗으며 말했다.“프레드가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아 한소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저희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프레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소은의 위치는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이제 모든 게 바라던 대로 되기를 기도해야 했다.눈썹을 찡그리던 로사가 물었다.“그 사람들이 자네의 아내를 납치한 이유가 대체 뭔가?”“불로장생?”로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영원히 미신을 믿고 집요한 사람이 있는 법이죠.”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더구나 불로장생은 여왕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로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모순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로사는 어머니가 무사하길 바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만약 여왕이 불로장생한다면 왕자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자신이 하루하루 늙어가는데 어머니가 계속 젊음을 유지하고 집권을 이어간다면 로사는 평생 왕자일 테고, 죽어서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왕자 폐하, 속인 걸 주효영이 눈치채지 못했겠죠?”상언이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절대 그럴 리 없네.”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누구에게도 그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네.”왕자로 태어나 고귀한 신분으로 살아온 로사가 효영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면 효영이 절대 연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매일 일정을 보고하고 위치를 보내며 영상통화도 하자고 그러더군.”로사가 서진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건 자네가 해결해 줄 수 있겠지?”서진이 호언장담하며 말했다.“당연합니다. 컴퓨터로 조금만 손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IP주소 변경, 위치 추적, 그리고 배경 판만 미리 준비해 두면 영상통화를 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자, 지금 궁금한 게 하나 있다네.”로사는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며 주위를 빙 둘러보
“왕자 폐하, 김 사장님. 공작이 이런 일을 벌인 건 어쩌면 여왕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서한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그래?”로사가 관심을 보였다.“그러면 대체 무슨 이유인가?”“저는 실험실에서 지낸 적이 있어 그 약품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직접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불로장생이 아닌 더 큰 욕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서한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불로장생이라면 R10 실험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굳이 이렇게 많이 연구할 필요가 없을뿐더러...”이어 임상언을 쳐다보며 말했다.“임 사장님도 알다시피 실험실에는 많은 독초가 있습니다. 불로장생에 그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독초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입니다. 그러니 모두 여왕을 위한 실험은 아닐 것입니다.”로사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자네의 분석에도 일리가 있지만 왜 굳이 더 리스크가 큰 H국에서 프레드가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프레드가 몰래 이런 일을 벌이려면 Y 국이 더 편할 것이다.Y 국의 공작이자 여왕의 편애를 받는데 그곳이라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해외까지 오게 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제가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김서진이 말했다.“어떻게 Y 국에서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하십니까?”“???”“왕자 폐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프레드가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Y 국에 이런 곳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습니까?”서진의 질문에 로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진의 말이 아주 날카로웠다.어쩌면 Y 국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로사가 모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로사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서진이 막아섰다.“왕자 폐하,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일정에 따르면 왕자 폐하는 이주에 도착하셨습니다.”“...”지금 프레드에 의해 조종당한 상황인데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면 누군가 프레드
김서진의 반응이 너무 컸던 탓에 원철수는 조금 당황했지만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 할아버지가 납치되어 갔다고 정원 도우미가 전화가 왔어. 차량이 두 대였고 외국인이었대.”도우미는 상대의 신분을 몰랐지만 원성태가 그들에게 강제로 이송되었으니 빠르게 연락을 돌린 것이었다.그리고 도우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평소 자주 연락하던 철수였다.철수는 원성태가 정식으로 받은 제자는 아니었지만, 친손자였고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았으므로 대부분 도우미가 철수를 거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더구나 직접 도우미들을 구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철수를 믿고 따랐다.이 소식을 들은 철수는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고 곧장 서진을 찾아왔다.“외국인이라고?”서진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서진 역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너도 그 사람을 생각한 거지? 프레드?”철수는 서진의 표정을 읽었다.“그래, 그런 것 같아.”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왜 둘째 할아버지를 데려간 거지? 또 무슨 실험을 하려고?”비록 실험에 여러 의학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성태가 필요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데려갔을 것이다.“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도우미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자진해서 따라갔다고 하네.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아.”철수가 인상을 찌푸렸다.두 사람이 침묵했고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철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방안을 흘깃 쳐다보았다.그제야 서진은 문을 활짝 열었다.“안으로 들어와서 얘기해.”굳이 철수에게 숨기려는 건 아니었으나 왕자의 신분상 많은 사람이 알지 않는 게 좋았으며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되었다.철수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히 방을 찾은 이상 말한다고 해도 괜찮았다.“그게... 내가 들어가도 될까?”철수가 멈칫했다. 서진이 자신을 부르지 않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조금 궁금하긴 했다.“괜찮아, 다 아는 사람인데 뭐.”서진이 말을 이었다.“특수한 상황이라 널 굳이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