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몽롱해 보이는 로사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주효영은 로사의 눈을 바라보며 술병을 일정한 박자에 맞춰 두드렸고 천천히 한 글자씩 말했다.“나는 주효영이고, 너의 친구이자 너의 주인이란다!”“내 친구이자, 내 주인이라고?”인상을 찌푸린 로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렇다. 네 친구이자 주인은 바로 나야.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는가?”효영이 재차 질문했다.“내 이름은 로사이고 Y 국 왕자야.”자신의 신분은 기억했으나 효영에 대해 인지를 못 하고 있었다.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넌 왕자가 맞아. H국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H국에는... 어머니, 여왕 폐하를 찾으러 왔어.”로사가 아주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효영이 잠시 뜸을 들였다.효영은 여왕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만난 사람은 프레드뿐이었다.왕자를 이렇게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여왕도 이곳에 있다니.효영은 심호흡하며 다시 천천히 물었다.“왜 여왕 폐하를 찾고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나도 몰라. 어머니가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지셨어.”로사는 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어머니가 실종되셨어.”“여왕 폐하가 실종되었다고?”효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높여 되물었고, 빠르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럼 찾았어?”효영이 다시 질문했다.“아니.”로사는 고개를 저었다. 효영의 질문에 로사는 바른대로 대답했다.그리고 효영은 이번 실험 역시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영은 이 기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임상언은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로사 왕자를 통해 실험이 정식으로 성공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러니 로사 왕자가 이렇게 효영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니겠는가?감출 수 없는 흥분을 짓누르며 효영이 또 물었다.“그럼 프레드를 내보내 뭘 하려는 거야?”“내 어머니인 여왕을 찾으려는 거야.”“프레드, 프레드를 떠나게 해야 해!”말을 하던 로사는 빠르게 핸드폰을 손에 쥐
“그래, 네가 아들이니 직접 찾으러 가는 게 맞지 않겠어? 이건 네가 응당해야 하는 일이잖아.”주효영의 목소리는 마치 마법처럼 부드럽게 로사를 설득했고 로사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래, 난 어머니의 아들이니 내가 직접 가야 해!”고개를 끄덕이며 로사가 말했다.효영은 만족스러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러니 일단은 먼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거야. 알겠어?”효영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응, 알겠어.”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대답을 들은 효영은 술병을 다시 두드렸고 윙윙 울리는 소리는 다시 로사에게 최면을 건 것처럼 눈을 감고 잠에 들게 했다.깊은 잠이 든 모습을 확인한 효영이 방을 나섰다.나서자마자 효영은 부하를 따라 프레드의 사무실로 향했으며 프레드는 한참 전부터 그곳에서 효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로사의 권위 때문에 그 방에는 카메라가 달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응당 달려있어야 할 카메라가 로사 입주 후 강제로 해체되었다.그러니 프레드는 방금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프레드가 물었다.“성공한 거야?”“축하드립니다, 공작 전하, 원하시는 대로 되었습니다.”효영은 꾸벅 인사를 하며 프레드에게 말했다.성공했다는 대답을 들은 프레드는 입이 귀에 걸렸다.로사를 조종한 것으로 눈앞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를 치우게 되었다. 그리고 약물과 효영의 최면으로 더 많은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비록 투명 약에 관한 관심이 더 컸지만, 사람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래, 잘했다!”프레드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이 약을 대량으로 생산해 말을 듣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먹일 수 있게 하거라.”“하지만...”효영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바로 말을 멈췄다.“하지만 뭐?”프레드는 불만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우물쭈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하거라.”“아닙니다!”효영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오직 주효영만 조종할 수 있다면 프레드에게는 또 다른 잠재적인 리스크가 되었다.“당분간은 그렇습니다.”효영이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공자님께서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R20은 오직 약물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닌 최면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최면은 조금 복잡해 바로 가르쳐 드리기는 무리입니다. 최면을 걸려면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사전에 반복적인 암시를 걸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내색하지 않고 술병을 두드린 게 바로 로사에게 내린 암시였다. 로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효영이 짜놓은 판에 들어섰고 그 소리에 주도권을 뺏겼다.“그래그래 알겠어!”프레드는 그 말을 모두 들을 인내심이 없었다.“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 안된다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경고하는데, 아무리 네가 많은 사람을 조종한다고 해도 넌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해. 알겠어?”“네, 알겠습니다.”효영이 고개를 숙이고 복종한 모습을 보였다.프레드는 효영을 백 퍼센트 믿고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프레드가 오늘 여기까지 진정으로 믿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여왕이 바로 좋은 실례였다. 여왕은 자기 자신을 너무 믿었다. 하지만 프레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현실적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그 어떠한 사람도 믿지 않았다.“주효영, 나한테 R20을 주입할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긴 내 구역이니까. 그러나 어느 날 네가 날 조종한다고 해도 Y 국 전체를 손에 넣을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내 말대로 고분고분 따르다가 내가 세상을 가지면 너한테도 몫을 나누어줄게.”효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놀랐던 건 프레드의 야망이 세상을 가지는 것이었다는 점이었다.실험 자체도 인류를 개조하고, 더 선진적인 기술을 손에 넣으려는 데에 포커스가 잡혔다. 하지만 효영은 프레드가 세상을 손에 쥘 생각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과 손에 넣는 건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었다.‘이렇게 큰 세상을, 이
가짜 죽음을 이곳 의사들이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프레드가 주효영에게 에둘러 물은 것이 아니겠는가?만약 상대가 정말 한소은이라면, 효영은 조금 기대가 되었다....소은의 방에는 여전히 한 무리 의사가 둘러싸고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오랫동안 바삐 움직인 건 소은의 심박수를 최대한 유지하고 더 느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은의 생명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천천히 사라져갔다.이렇게 긴 시간 동안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원인을 찾지 못해 소은이 죽는다면 자신에게 닥칠 위기에 의사들은 좀처럼 쉬지 못했다.“어떻게 되었는가?”그리고 역시나 프레드가 등장했다.프레드는 행여나 소은이 정말 죽을까 걱정이 되었다. 더구나 지금 소은이 죽으면 모든 일이 틀어질 것이다.지금이야말로 제일 중요한 시점이었다. 소은은 절대 지금 죽어서는 안 되었다!기계에 찍히는 숫자를 보며 프레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렇게 긴 시간 동안 아직도 이 모양인 거야? 너희들은 대체 뭘 하는 사람이야?”프레드가 화를 쏟아냈다.“공작 전하, 저희도 최선을 다했지만,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한소은 씨의 모든 장기가 쇠약해지고 있고 작동을 멈춘것 같습니다. 저희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알아보고 있습니다!”“최선, 모든 방법 동원? 내가 듣고 싶은 게 이런 건 줄 아는가?”프레드가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듣고 싶은 건 결과야, 내가 원하는 건 결과라고! 이딴 변명이 아니라!”프레드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그런데...”“그만해! 만약 내일 아침에 의식을 찾지 못하면 너희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각오해!”그리고 프레드가 몸을 돌려 섰다.“공작 전하!”그중 한 의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목청이 꽤 컸던 탓에 프레드가 바로 발걸음을 멈췄다.“말해!”“사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다른 방법 하나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그 말에 흥미를 찾은 프레드가 물었다.“무슨 방법이지?”“지금까지 저희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
“쓸모없는 것들! 정말 하나도 쓸모가 없어!”프레드가 욕을 퍼부었다.“업계에서 좀 쓰인다는 사람들로 불러왔더니만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너희들은 대체 뭘 할 줄 아는 건데?”프레드의 쏟아지는 욕을 들으며 어느 의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공작 전하, 저희 의술이 완벽하지 않은 게 아니라 침술이라는 건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배운 적이 없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그럼 누가 할 줄 아는데?”프레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침술할줄 아는 의사라도 찾아주리?”“그게...”의사는 뜸을 들이며 주변 의사들과 시선을 마주했다.느직느직 말을 늘리는 모습에 프레드는 또 화가 쏟아졌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 우물쭈물 뭐 하는 거야?”“그게...”“다시 한번 그게, 라는 말을 하면 죽여버릴 거야.”그 말에 의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말했다.“H국에 신의라고 불리는 대단한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칩거 생활을 오래 한터라 산 밖으로 모시고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그분이 오신다면 희망이 있을 것 같습니다.”“어느 신의이지? 왜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거야?”프레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그 신의는 전통 의학에 능통하므로 저희와 큰 연결고리가 없었습니다. 칩거 생활을 한지가 너무 오래되어 향간에는 이미 죽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의사에게 몇 명의 제자가 있는데 다들 실력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방으로 흩어지내 찾기가 힘들지만 신의는 바로 제성에 계십니다.”그 말을 들은 프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자네의 말은 그 신의를 모셔오면 한소은이 깨어날 것이다, 라는 거지?”프레드는 혼미 상태의 소은과 미약한 심박수 수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마음이 조급하고 화가 났다. 할 수만 있다면 바로 소은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이렇게 까다롭고 말을 듣지 않은 고집이 센 사람은 처음이었다.“그 가능성이 큽니다.”의사는 자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 지수
이튿날 아침 일찍 로사 왕자는 대사관을 떠나 곧바로 고속도로를 탔다.H국의 시선을 피해 다른 사람에게 행적을 알리고 싶지 않아 비행기는 탑승하지 않고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제성에 도착하면 다시 차를 바꿔 여왕의 행방을 찾아가기로 했다.베란다에서 차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프레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주효영은 이런 프레드의 옆에 서서 그의 미소를 쳐다보았고, 만족시켰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자님이 이렇게 떠나고 여왕을 찾지 못한다면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요?”효영이 떠보듯 물었다.“당연히 예상하고 있어!”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나 돌아올 때쯤엔 할 일을 모두 마쳤을 거야. 게다가...”프레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몸을 돌려 효영을 쳐다보았다.“자네가 이미 조종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언제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게 하고 떠나게 하고 싶으면 떠나게 하면 되지.”“...”“왜, 설마 이렇게 할 수 없는 건가?”프레드가 인상을 쓰자 효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그러면 됐어. 걱정할 게 뭐 있어? 그리고 왕자를 시켜 매일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보고를 올리라고 해. 위치 추적을 켜고 상시 연락을 하면서 절대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해.”프레드는 꽤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로사가 이곳을 떠났지만 그래도 대체 어디에서 뭘 하는지는 알아야 했다.원래는 사람을 시켜 따라가게 하려 했지만, H국 경내에서 주의를 끌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일은 그저 로사를 떠나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고 다른 지시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사람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매일 연락을 하고 구체적인 위치만 알아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효영은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약효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최면은 어느 정도 유효 시간이라는 게 있었다. 로사가 멀어질수록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이고
“찾았으면 빨리 데리고 와!”프레드가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저희도 거칠게 움직이긴 무리가 있습니다. 움직임이 크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어서...”전에 했던 행동 때문에 경찰은 이미 그들은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바로 들통이 날 것이다.더구나 신의는 현지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고 정원 문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확한 장소를 찾아내 상대를 확인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그러니 한 무리 사람이 정원 밖에서 들어가지도, 떠나지도 못한 채로 프레드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욕을 하려는 충동을 참으며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최대한 신의가 원하는 것에 맞춰줘. 입만 열라고 해, 뭐든지 해준다고!”“그게... 공작 전하! 이 신의는 명리에 무관심해 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그들도 난처했다. 협박도 못 하고 회유도 할 수 없었다.자신의 구역이 아니다 보니 일 처리가 힘들었다.“돈이 필요 없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명리에 무관심하다니, 그건 모두 제시한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야!”프레드는 너무 화가 나서 머리를 쥐어 잡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쥔 채로 소리쳤다.“돈을 쏟아부어. 그렇게 쏟아부어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믿지 않으니!”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하려던 프레드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야. 내가 직접 갈 테니 거기에서 기다려.”이 일은 본인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프레드는 사람을 시켜 정원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가는 길에 신의의 정보를 핸드폰에 전송하라고 지시했다.거의 도착할 때쯤 정보를 받은 프레드가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프레드의 부하는 이미 정원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공손히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했다.“공작 전하!”“그만하거라. 밖에서 그렇게 유난 떨 필요 없어.”프레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하고 정원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야?”“네. 나온 사람이 없습니다.”
프레드는 향에 익숙하지 않아 손을 들어 코를 가리고 기침을 두어 번 헸다.그 소리에 신의가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대충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할 일을 했다.“신의 님, 안녕하십니까? 한번 만나 뵙기 정말 힘드네요.”프레드가 미소를 지으며 신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맞은편에 앉으려 했다.그러나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신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마!”그러자 깜짝 놀란 프레드가 닿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의아하다는 얼굴로 신의와 의자를 번갈아 쳐다봤다.“그 의자는 거의 무너질 것 같으니 저 의자에 앉게나.”신의는 부채로 작은 쪽걸상을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고개를 돌린 프레드는 할 말을 잃었다.아이가 앉을 법한 작은 걸상이었는데 자신이 그곳에 앉는다면 정말 볼품없이 구겨질 것이다.잠시 고민하던 프레드는 아예 몸을 일으켰다.“괜찮습니다. 서서 말하면 됩니다.”“신의 님,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 신의 님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신의 님께서 한 사람을 살려주시길 바랍니다.”프레드는 신의를 향해 고민 없이 말했다.그러나 신의 원성태가 고개를 저었다.“사람을 살려? 내가 사람을 살리지 않은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오랜 은거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제 상황에 대해 조금만 들어보지 않겠습니까?”프레드가 말을 이었다.“정말 그 어떤 사람이든 살리지 않으실 겁니까?”원성태는 들리지 않은 것처럼 달이고 있는 약을 천천히 부채질했으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신의 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자도 살리지 않으실 겁니까?”프레드가 한 걸음 다가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원성태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부채질을 몇 번 세게 해 매캐한 연기가 프레드를 둘러싸게 했다.프레드는 황급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기침했다.“뭐라고 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는군!”차가운 얼굴로 프레드를 쳐다보던 원성태는 부채질을 이어 했다.기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