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30분 시간을 줄게.”프레드가 말했다.“아니 1시간을 줄 테니 이곳을 정리하고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은 후 내 사무실로 오거라. 따로 시킬 일이 있으니.”주효영은 조금 당황했지만, 곧 흔쾌히 대답했다.“네.”...얼마 지나지 않아 효영이 프레드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착장은 프레드가 사람을 시켜 보내준 등이 드러나는 드레스였으며 효영의 몸매를 부각했다.효영은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머리와 재능은 팔아도 자기 몸을 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며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프레드는 이런 효영을 빙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지 않군! 자 이제 계획을 말해보거라.”효영은 짜증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일단 약물을 준비해 두었으니 몰래 술에 섞을 겁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때 최면을 걸어 자신도 모르게 컨트롤할 것입니다.”“안돼!”프레드는 단박에 거절했고 효영의 의아해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사람은 경계심이 강해서 네가 가지고 간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을 것이야.”효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잘 달래서 마시게 할 겁니다. 약물도 반드시 먹게 할 거고요.”“그 사람을 너무 얕잡아봤어.”프레드는 효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직접 로사 왕자와 만나본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럼...”프레드의 말에 효영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했다.“약물은 상관하지 말게나. 내가 알아서 먹게 할 테니.”프레드는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자네는 최면만 신경 쓰게. 그리고 그 약물이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해야 하네.”프레드는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경고를 담아 말했다.효영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입꼬리를 올렸다.“장담합니다. 반드시 약효가 있을 겁니다.”비록 많이 불안했지만 절대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효영은 임상언의 최면이 성공했으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주문을 넣었다.상언에게 약효가 있었다는 건 약에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했다. 성공 사례가 있으니 두 번 세 번은 어
방문 밖에 서서 주효영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문을 두드렸다.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 유창한 Y 국 언어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체크하고 효영은 쟁반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왕자 폐하.”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효영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렸다.해외 유학파 효영은 Y 국 언어에도 유창했다.로사 왕자는 편한 차림으로 탁자 위의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류 옆으로는 다른 부하가 가져온 와인과 여러 음료수, 그리고 간식이 놓여있었다.이제 보니 효영이 가져온 음식은 조금 불필요해 보였다.“무슨 일이죠?”로사는 가볍게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효영이 이런 옷차림이라고 할지라도 로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효영은 이를 악물고 쟁반을 든 채로 앞으로 걸어갔다.“왕자 폐하, 저는 Y 국 외교부에서 일하고 있는 웨이터입니다. 프레드 공작님께서 음료수와 간식, 그리고 작은 공연을 보여드리라고 했습니다.”“그래?”그 말에 로사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찬찬히 효영을 살폈다.“프레드가?”“네. 프레드 공작님이 지시하셨습니다.”효영이 빠르게 말을 붙였다.“아직 떠나지 않은 건가?”로사의 말에 효영은 머쓱해졌다.“...”입꼬리를 다시 올리고 효영이 말했다.“공작님께서는 다른 분에게 일을 지시하고 간단한 짐 정리를 마치고 나서 늦게 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평소 프레드는 참 깔끔하게 움직이더니, 이렇게 질질 끌 때도 있나 보군.”작게 웃음을 터뜨린 로사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돌렸고 효영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효영은 말을 걸기도 뭣해 쟁반을 든 채로 옆에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로사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효영이 먼저 입을 열 수 없었다. 행여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면 바로 쫓겨날 것이다.30분가량 가만히 서 있었는데 로사는 서류만 읽을 뿐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효영은 높은 하이힐에 딱 붙는 드레스 차림이라 오래 서 있으니, 다리가 저리고 아파졌다.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효영은 감히 움직이지
“그래?”로사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내가 먹어보지 못한 맛인 게 확실한가?”“네. 그렇습니다.”주효영은 쟁반 위의 와인을 탁자에 올렸다. 일반 와인병이 아닌 고풍스러운 도자기에 담긴 와인이었다.“이건 저희 Y 국의 특색 와인입니다. 아마 드셔보지 못했을 겁니다.”“Y 국은 예전에도 여러 번 다녀왔고 각지의 음식도 먹어봤다네. 그런데 이 술은 내가 먹어보지 못한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로사는 효영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효영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이 술은 저희 가문이 직접 빚은 술입니다.”“그래?”“제가 태어나는 해에 아버지가 땅에 파묻었는데 며칠 전에 꺼냈고 향이 아주 좋습니다. 왕자 폐하께서 괜찮다면 한 잔 따라드려도 되겠습니까?”이 말을 하며 효영은 자연스레 술을 따랐다.과연 뚜껑을 열고 술을 따르자, 방 안 가득 와인 향이 풍겼다.로사는 향을 맡으며 감탄을 자아냈다.“정말 향이 남다르군.”“한번 맛보세요.”효영은 미소를 지으며 술을 권했다.“왕자 폐하가 예전에 드셨던 와인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합니다.”효영이 와인에 대한 찬사를 잔뜩 늘여놨지만 로사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다가 손으로 앞을 막았다.“잠깐만...”“방금 와인을 먹었는데 이것까지 마신다면 취할 것 같구나.”로사는 정말 신중한 사람이었다.“자네의 아버지가 자네를 위해 준비한 술이니 잘 간직하시게.”“왕자 폐하,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해도 잘 아는 사람이 마셔야 그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저는 술을 잘 모르니 제가 아닌 왕자 폐하가 드셔야 더 가치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진지해 보이는 효영의 얼굴을 보며 로사는 탁자 위를 두어 번 두드렸다.“여기에 두게.”그러나 효영은 포기하지 않았다.“왕자 폐하, Y 국에는 술 문화가 있습니다. 제가 술을 따라주었으니, 맛을 보고 평가를 해주셔야 합니다.”“오래 숙성되어 향이 좋고 취하지 않는 술입니다. 그리고 과음하셔도 이튿날 숙취가 전혀 없지요.”효영이 계속해서
와인 한 모금을 넘긴 로사의 눈에 빛이 돌았다.입밖으로 찬사를 쏟지는 않았으나 와인을 꽤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게 느껴졌다. 로사는 계속해서 와인을 따르더니 한 병을 다 마실 기세였다.지금 로사의 모습을 보며 주효영은 자신이 도박에 성공했음을 감지했다.아버지가 몇십 년 전 담근 와인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았다. 그럴 조건이 있었다면 주현철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와인은 그저 해외의 유명한 술 장인에게 사 온 것이었다.물론 와인은 프레드의 도움을 받아 고액으로 사 온 것이었지만 로사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므로 그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무사히 R20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왕자 폐하, 술맛이 어떤가요?”효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술이군.”고개를 끄덕인 로사가 드디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H국에서 좋다는 술은 다 마셔봤는데 이건 정말 확실히 다른 맛이야. 이 술에 이름이 있는가?”“당연하지요.”효영이 미소를 터뜨렸다.“이름이 대체 뭔가?”로사는 호기심이 가득해서 효영을 쳐다보았다.효영은 술잔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영웅 취라고 합니다.”“영웅이 마셔도 취해 쓰러진다는 의미이죠.”효영이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을 참 잘 지었군. 영웅조차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아. 영웅이 마셔도 취한다니 정말 좋은 술이야!”“정말 좋은 술이니 왕자 폐하 몇 잔만 더 마셔요.”그리고 효영은 계속해서 술을 따르려고 했다.“어이쿠.”로사는 바로 술병의 뚜껑을 닫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할지라도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법이야.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하지. 더 마시다가는 정말 영웅 취 이름대로 가겠어.”효영은 이런 로사를 말리지는 않았다. 술잔을 내려놓고 효영이 입을 열었다.“역시 왕자 폐하는 자제력이 대단한 분이시니 큰일을 하실 겁니다.”“큰일이 어떤 일이라는 건 알고 있느냐?”로
“당연히 환영하고 말고. 그러나 그 어떤 안 좋은 이력이 있어서는 안 되네.”“당연합니다!”로사의 말에 주효영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리고 술잔에 다시 손을 대며 말했다.“왕자 폐하, 밤이 깊었습니다. 술 한 잔 더 마시고 이만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그럴 필요 없어!”로사는 다시 거절했다.“아까 말했다시피 술 욕심을 부리면 일을 그칠 것이야.”“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프레드도 지금쯤이면 출발했겠지?”그리고 로사는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향했다.효영은 술잔을 톡톡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요,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왕자 폐하도 얼른 쉬셔야죠.”“난 아직 졸리지 않구나. 볼일이 남았으니 이만 나가거라.”로사는 효영을 내쫓으며 옆에 놓인 문서를 다시 손에 쥐었다.그러나 손에 쥐자마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더니 머리가 핑핑 돌고 잠이 몰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도 이리저리 흔들어보았으나 몽롱한 기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왕자 폐하, 밖에서도 이렇게 많은 공무를 처리하셔야 하니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효영은 로사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했다.“왕자 폐하,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그러지 말고 일찍 쉬시는 게 어떻겠어요?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효영은 다시 한번 말을 반복했다. 방금까지 버틸만하던 로사는 피곤해 보인다는 효영의 말에 눈꺼풀을 들 힘도 없어졌다.몸속에 강대한 힘이 로사를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기분이었다.로사는 스스로에게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쉴 수 없다고 말했으나 머릿속으로 다른 목소리가 로사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하자며 빨리 쉬자고 말하고 있었다.게다가 출처를 알 수 없는 윙윙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소리는 겹겹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몸이 너무 무거워 빨리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빨리 주무세요, 왕자 폐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로사는 반박하고 싶었으나 입을 열 힘도 남
“너는...”몽롱해 보이는 로사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주효영은 로사의 눈을 바라보며 술병을 일정한 박자에 맞춰 두드렸고 천천히 한 글자씩 말했다.“나는 주효영이고, 너의 친구이자 너의 주인이란다!”“내 친구이자, 내 주인이라고?”인상을 찌푸린 로사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렇다. 네 친구이자 주인은 바로 나야.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는가?”효영이 재차 질문했다.“내 이름은 로사이고 Y 국 왕자야.”자신의 신분은 기억했으나 효영에 대해 인지를 못 하고 있었다.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넌 왕자가 맞아. H국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H국에는... 어머니, 여왕 폐하를 찾으러 왔어.”로사가 아주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효영이 잠시 뜸을 들였다.효영은 여왕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만난 사람은 프레드뿐이었다.왕자를 이렇게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여왕도 이곳에 있다니.효영은 심호흡하며 다시 천천히 물었다.“왜 여왕 폐하를 찾고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나도 몰라. 어머니가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지셨어.”로사는 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어머니가 실종되셨어.”“여왕 폐하가 실종되었다고?”효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높여 되물었고, 빠르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럼 찾았어?”효영이 다시 질문했다.“아니.”로사는 고개를 저었다. 효영의 질문에 로사는 바른대로 대답했다.그리고 효영은 이번 실험 역시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영은 이 기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임상언은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로사 왕자를 통해 실험이 정식으로 성공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러니 로사 왕자가 이렇게 효영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니겠는가?감출 수 없는 흥분을 짓누르며 효영이 또 물었다.“그럼 프레드를 내보내 뭘 하려는 거야?”“내 어머니인 여왕을 찾으려는 거야.”“프레드, 프레드를 떠나게 해야 해!”말을 하던 로사는 빠르게 핸드폰을 손에 쥐
“그래, 네가 아들이니 직접 찾으러 가는 게 맞지 않겠어? 이건 네가 응당해야 하는 일이잖아.”주효영의 목소리는 마치 마법처럼 부드럽게 로사를 설득했고 로사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래, 난 어머니의 아들이니 내가 직접 가야 해!”고개를 끄덕이며 로사가 말했다.효영은 만족스러운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러니 일단은 먼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거야. 알겠어?”효영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응, 알겠어.”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대답을 들은 효영은 술병을 다시 두드렸고 윙윙 울리는 소리는 다시 로사에게 최면을 건 것처럼 눈을 감고 잠에 들게 했다.깊은 잠이 든 모습을 확인한 효영이 방을 나섰다.나서자마자 효영은 부하를 따라 프레드의 사무실로 향했으며 프레드는 한참 전부터 그곳에서 효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로사의 권위 때문에 그 방에는 카메라가 달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응당 달려있어야 할 카메라가 로사 입주 후 강제로 해체되었다.그러니 프레드는 방금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프레드가 물었다.“성공한 거야?”“축하드립니다, 공작 전하, 원하시는 대로 되었습니다.”효영은 꾸벅 인사를 하며 프레드에게 말했다.성공했다는 대답을 들은 프레드는 입이 귀에 걸렸다.로사를 조종한 것으로 눈앞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를 치우게 되었다. 그리고 약물과 효영의 최면으로 더 많은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비록 투명 약에 관한 관심이 더 컸지만, 사람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래, 잘했다!”프레드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이 약을 대량으로 생산해 말을 듣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먹일 수 있게 하거라.”“하지만...”효영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바로 말을 멈췄다.“하지만 뭐?”프레드는 불만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우물쭈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하거라.”“아닙니다!”효영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오직 주효영만 조종할 수 있다면 프레드에게는 또 다른 잠재적인 리스크가 되었다.“당분간은 그렇습니다.”효영이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공자님께서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R20은 오직 약물로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닌 최면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최면은 조금 복잡해 바로 가르쳐 드리기는 무리입니다. 최면을 걸려면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사전에 반복적인 암시를 걸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내색하지 않고 술병을 두드린 게 바로 로사에게 내린 암시였다. 로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효영이 짜놓은 판에 들어섰고 그 소리에 주도권을 뺏겼다.“그래그래 알겠어!”프레드는 그 말을 모두 들을 인내심이 없었다.“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 안된다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경고하는데, 아무리 네가 많은 사람을 조종한다고 해도 넌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해. 알겠어?”“네, 알겠습니다.”효영이 고개를 숙이고 복종한 모습을 보였다.프레드는 효영을 백 퍼센트 믿고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프레드가 오늘 여기까지 진정으로 믿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여왕이 바로 좋은 실례였다. 여왕은 자기 자신을 너무 믿었다. 하지만 프레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현실적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그 어떠한 사람도 믿지 않았다.“주효영, 나한테 R20을 주입할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긴 내 구역이니까. 그러나 어느 날 네가 날 조종한다고 해도 Y 국 전체를 손에 넣을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내 말대로 고분고분 따르다가 내가 세상을 가지면 너한테도 몫을 나누어줄게.”효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놀랐던 건 프레드의 야망이 세상을 가지는 것이었다는 점이었다.실험 자체도 인류를 개조하고, 더 선진적인 기술을 손에 넣으려는 데에 포커스가 잡혔다. 하지만 효영은 프레드가 세상을 손에 쥘 생각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과 손에 넣는 건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었다.‘이렇게 큰 세상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