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는 빙긋 웃었다.“시간 문제는 통제하기 쉽지 않아 장담할 수 없어요. 프레드는 어쨌든 우리 Y 국 사람이고, 또 어머니를 여러 해 동안 보좌해 왔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의 한쪽 말만 들을 수 없어요.”“왕자 전하.”김서진이 말했다. 결국, 지금은 공적인 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왕자님에 대한 존중과 이 일에 대한 정중한 뜻을 표하고 싶었다.“왕자 전하께서 우려하는 것도 맞아요. 그러나 지금 프레드가 하는 이 실험은 제 아내뿐만 아니라 여왕 폐하께도 상처를 입혔어요.”“이 실험은 꼭 성공한다고 보증할 수 없고 리스크도 높아요. 아시다시피 프레드가 우리 나라에서 한 실험은 그를 잡기에 충분하지만 귀국을 존경하고 또 여왕 폐하와 왕자 전하를 존경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일을 설명해 드릴 뿐이에요.”“네!”진정기도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을 공식적인 방식으로 말하지 않은 것은 너무 크게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는 귀국과 항상 우호적이었고 지금은 평화로워 누구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아요.”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더니 이어서 말했다.“더군다나 우리는 프레드가 한 이 실험에 관한 상세한 증거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정말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비난, 그리고 귀국이 받게 될 압력에 대해서는 왕자 전하께서 우리보다 더 잘 아실 거예요.”“나에 대한 협박인가요?”고개를 떨군 로사의 눈빛이 음침해졌고 안색도 어두워졌다.진정기는 고개를 흔들었다.“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 왕자 전하는 똑똑하시니 내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예요.”로사는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지켰다.김서진은 진정기와 마주 본 후 입을 열었다.“이 일의 영향이 매우 크고 예사롭지 않아요. 우리는 대사관에 두 번이나 갔지만 여왕 폐하를 만나지 못했어요. 로사 님, 혹시 여왕 폐하와 연락이 있어요? 아니면... 여태껏 여왕 폐하의 소식이 없었어요?”“어머님은 Y 국 왕궁
“당연하죠.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친구로서 한마디 귀띔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로사의 집안일이기 때문에 로사가 알아서 처리하세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나와 김서진은 친구로서 도울 거예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할 거예요.”진정기는 빈틈없이 말했고 잠자코 가만히 있던 로사는 문득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오늘은 단지 친구의 모임이니 공식적인 일은 논하지 말고 그저 술을 마시고 이야기해요.”“맞아요, 공식적인 얘기는 그만 해요!”진정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다.“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뻐요! H 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요!”“고마워요!”로사도 웃으며 김서진을 향해 잔을 기울였다.김서진도 잔을 들었다.“H 국에서 즐겁게 지내길 바라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제가 도울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최선을 다해 도울 거예요!”“네, 고마워요.”로사는 웃으며 잔에 든 와인을 단번에 마셨다.이때부터 진정기는 실험, 프레드 등에 대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 마치 오랜 친구들끼리 만나서 최근에 있었던 재미있는 뉴스, 아름다운 장소, 맛있는 음식 등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로사가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속셈이 있으니 김서진은 이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만약 김서진의 예전 성격대로라면 진정기의 이런 절차로 진행했을 것이다. 이 절차는 문제가 없었고 또 합당했지만 한소은이 연루되었기 때문에 그는 시름을 놓을 수 없었다.희망은 로사에게 있는데 그가 손을 쓰면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로사의 처지에서 보면 자연히 쉽게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로사의 신분 때문에 마음대로 말을 하고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또 말을 잘못하면 남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우울한 김서진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밤늦도록 술을 마셨다. 로사를 배웅하고 돌아선 진정기는 말없이 조용히 서 있는 김서진을 보았다.그윽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는 김서진은
“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그러나 우리는 한소은을 믿을 수밖에 없어.”진정기는 한숨을 내쉬었다.“아 참, 너에게 알리지 않은 일이 있어.”잠시 머뭇거리던 진정기는 달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주효영도 대사관에 갔어.”김서진은 어리둥절했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다.“주호영도 이 조직의 배경에 대해 알고 있어요.”“음. 그쪽은 진전이 있어?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고개를 끄덕이며 진정기가 물었다.“증거는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그는 고충이 있는 것 같아요.”김서진은 고개를 저었으며 마음이 착잡했다. 한편으로는 배신감이 들어 기분이 언짢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조금 공감되기도 했다.“이건 너답지 않아!”진정기는 그윽한 눈길로 김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확실히 예전의 자신과 달랐음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예전의 진정기는 살벌하고 결단력이 있어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었으나 이젠 망설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마음이 여려진 것이 아니라 경험이 많았기에 생각에 영향을 주었다.요즘 두 아이와 한소은이 위험에 빠져서 걱정하고 있던 김서진은 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좀 더 지켜볼게요. 주효영이 연구한 그 물건은 사람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임을 알고 있어요. 난 그가 이전의 당신처럼 어쩔 수 없었을 것을 믿어요.”김서진의 말을 들은 진정기는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이렇게 말하니 그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이 일은 그에게 있어서 워털루처럼 제일 큰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그의 경계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주효영이 다시 손을 쓰려고 하는 틈을 타서 역전했다. 주호영은 진정기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진 줄 오해했다.“그래. 하지만 어떤 이유든지 법을 어겼을 경우 법률은 너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아.”진정기가 귀띔해주었다.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로사 왕자님은 H 국에 며칠 머무를 예정인가요?”잠시 생각에 잠겼던
말을 마치자 곧 누군가가 들어와서 주효영을 끓어냈다.주효영은 떠날 때 한소은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유치해!’프레드는 코웃음을 쳤다.‘이 여자는 자기가 매우 중요해서 이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여기는 걸까?’비록 프레드는 인재가 소요되었지만 아무나 필요로 할 정도로 급박한 것은 아니었다.주효영이 말한 R20에 대해 흥미가 있지만, 주효영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이 실험은 처음에 초보적인 구상을 하고 있었지만 몇 번 실패했다. 지금 주효영은 성공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목석처럼 앉아 있는 한소은을 보며 프레드는 이 여자가 운명을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몰래 무슨 잔꾀를 꾸미고 있는지 궁금했다.그러나 프레드는 이미 사람을 보내어 한소은을 깨끗하게 수색하여 아무 물건도 없게 했다. 아무리 작은 도구라도 허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소은에게 어떤 약도 쓰지 못하게 했다. 몸의 청정도를 보장해야만 실험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잠시 생각하던 프레드는 엘리베이터로 다가가서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한 후 그는 빙빙 돌다가 마침내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걸어갔다.아래로 두 층쯤 걸어가니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 방 몇 칸을 나누어 놓고, 긴밀하게 앉아서 실험 분석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실험 장비가 부딪치는 소리,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리 외 사람의 소리가 없었다.이렇게 은밀한 곳은 프레드가 몇 년 동안 몰래 만들어 낸 것이다.프레드는 일찍이 방비하고 있었다. 여왕조차 이곳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H 국 눈에 띄지 않는, 또 아주 은폐된 곳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지금 프레드는 대담하게 이곳에서 R10의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디어 성공할 때까지 여기에서 안심하고 대담하게 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프레드가 들어서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그를 보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프레드는 매우 만족해하였다. 이것이 바로 프레드가 원한
지하 실험실에서 나온 프레드는 위층으로 올라가 여왕의 방으로 들어갔다.푸드트럭을 끌고 들어가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여왕 폐하, 저녁 드셔야 합니다.”“저녁을 먹어야 하나요, 아니면 제가 가야 하나요?”냉소를 지으며 여왕은 휠체어 방향을 돌렸다.“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프레드는 웃으면서 접시의 뚜껑을 열었다.“모두 폐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여왕은 움직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프레드, 솔직히 말해봐요, 대체 뭘 하려는 거죠?”“여왕 폐하,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믿지 않으시는군요! 제가 할 일은 당신이 우리 Y 국을 계속 관장하여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여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소은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한소은은 단지 스스로 빠져나가고 싶을 뿐입니다.”“하지만 이 실험이 실패했다면?”여왕이 말했다.“결국, 당신도 실험의 성공률을 보장할 수 없어요.”“아닙니다. 이전에 우리는 유사한 실험을 여러 번 수행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몸을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프레드를 깊이 바라보던 여왕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휠체어를 돌려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여왕의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드는 미소가 짙어지며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여왕 폐하, 당신에 대한 나의 충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당신은 정말 저를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은 그야말로 비상시의 비상수단일 뿐...”충성을 표달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프레드는 안색이 변했다.“방해하지 마!”“공작님! 왕자님께서 오셨습니다.”바깥의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말했다.여왕의 손에 들려 있던 나이프와 포크가 멈추었고, 손놀림도 정지된 듯했다.프레드도 어리둥절해했다.“잠깐만요!”프레드는 여왕을 한 번 쳐다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천천히 드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말을 마치고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나가서는 방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프레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라고요?!”“
여왕은 손에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이 나이가 되면 많이 먹지 못했고 또 입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여왕은 고개를 돌려 평온한 눈빛으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무엇을 하러 왔으면 좋겠어요?”프레드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존경하는 여왕 폐하, 우리 왕자 전하께서는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닙니다. 어떻게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로사는 당신과 같은 배를 타지 않을 겁니다.”손가락을 하나 내밀며 프레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여왕도 웃었다.“로사는 내 아들인데 나와 같은 배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과 한패가 될 수 있을 것 같나요?”“아닙니다. 나와 여왕 폐하만 한배를 탔습니다.”프레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프레드, 농담해요?”여왕은 웃음을 터뜨렸다.“웃기긴 했어요!”“사랑하는 여왕 폐하, 시치미 떼실 필요 없습니다. 여왕 폐하의 장수를 바라는 아드님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든지 당신을 대신하여 Y 국을 관장하고 싶어 하지 왕자만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프레드는 직설적으로 말했고 말소리에서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나만 진심으로 여왕 폐하께서 장수하시길 바랍니다.”“H 국 속담에 천자가 바뀌면 신자도 바뀐다고 했습니다. 만약 여왕 폐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혹은 돌아가셨다면 나도 잘살 수 없을 겁니다. 그 때문에 여왕 폐하, 저야말로 당신과 한배를 탄 사람입니다. 오직 나만 진심으로 폐하를 위한다는 것을 믿어주세요.”프레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여왕은 침묵을 지킬 뿐 반박하지도, 또 동의하지도 않았다.프레드는 잠시 여왕을 쳐다보았다.“왕자 전하께서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가봐야겠습니다. 여왕 폐하, 편히 쉬십시오!”“여왕 폐하, 새롭게 재탄생하는 날을 기다리셔야 합니다.”푸드트럭을 치우라고 지시한 후 프레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그러나 급하게 왕자를 만나러 가지 않고 오히려 옷을 갈아입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프레드는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눌렀지만 프레드는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이 왕자는 비록 많은 실권을 관장하지는 않았지만 신분이 왕자님이고, 또 지지하는 대신들도 있기에 홀대할 수 없었다. 로사 왕자가 갑자기 여기에 온 영문을 프레드는 파악할 수 없었다.엘리베이터는 곧 그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프레드는 몸을 비키며 왕자를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게 했다.“당신의 사무실은요?”로사가 직접 물었다.“이쪽입니다, 왕자 전하 저를 따라오세요!”공손히 몸을 구부린 채 프레드는 왕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한 후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로사는 이미 한 걸음 빨리 손을 뻗어 방문을 밀었다.책상에는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바닥과 벽에도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이때 프레드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렷다.“왕자님, 보세요!”프레드는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전화를 받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왕자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요!”로사는 프레드의 곁에 서서 전화기의 핸즈프리 버튼을 누르며 통화를 시작하라는 손짓을 했다.프레드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여보세요, 프레드예요.”“공작님, Z 국 외교사가 내일 도착합니다, 오후 3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고 M 국 외교사도 있습니다...”업무보고를 들은 프레드는 신속하게 안배하며 로사를 쳐다보았다. 로사가 별 반응이 없자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공작님은 여전히 바쁘시군요.”로사는 말하며 의자에 앉았고, 프레드는 빙그레 웃었다.“과찬이십니다. 모두 제가 맡은 소임입니다.”“매일 외교업무로 바쁘시고 어머니도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어머니께 사실대로 말씀드려 잘 포상해 드려야 한다고 말씀해야겠어요.”로사는 프레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왕자 전하님, 고맙습니다. 사실 별거 아닙니다. 모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이런 일로 여왕 폐하를 귀찮게 할 필요 없습니다!”프레드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힐끗 쳐다보았다. 컴퓨터 화
“아, 아닙니다! 난 그저 왕자님께서 밖에서 떠도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듣고 여왕 폐하와의 모자 관계에 영향을 줄까 봐 두려울 뿐입니다!”프레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로사는 고개를 저었다.“어머니와의 관계가 터무니없는 소문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어요. 그러면 저의 어머니는 이곳에 왔었지만 이젠 떠났고, 지금은 당신조차도 행적을 모른다는 뜻인가요?”“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어머니는 며칠 동안 당신에게 연락한 적이 없어요? 당신의 정무는 어머니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어요?”로사는 서류 하나를 집어 들고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내동댕이쳤다.프레드는 충격에 목을 꼿꼿이 세웠지만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모르시겠지만 여왕 폐하의 기분이 좋지 않으십니다. 이런 정무에 관해서는 중요한 것은 휴대폰으로 보내면 시간이 있으시면 보시겠다고 했습니다. 일반 정무는 돌아오신 후 보고드리라고 했습니다.”프레드는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보세요,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계속 밀려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왕자님께서 마침 오셨으니 처리 좀 도와주시겠습니까?”로사는 찬웃음을 날렸다.“왜요, 내가 당신의 일도 분담해야 하나요?”“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오히려 일이 많다 보니 왕자님을 소홀히 할까 봐 걱정입니다.”프레드는 겉보기에는 공손하고 심지어 약간 비천해 보였지만 말속에는 자신이 바쁘다 보니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오히려 로사가 한가하면 일을 거들어 달라고 했다.프레드는 항상 빈틈이 없었고 말과 행동을 할 때는 더더욱 자신에게 여지를 남겼다.로사는 그윽한 눈빛으로 프레드를 쳐다보고는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가다가 문득 멈춰 서서 프레드를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당신은 정말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나요?”“알게 된다면 왕자 전하께 제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프레드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왕자 전하께서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