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실험실에서 나온 프레드는 위층으로 올라가 여왕의 방으로 들어갔다.푸드트럭을 끌고 들어가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여왕 폐하, 저녁 드셔야 합니다.”“저녁을 먹어야 하나요, 아니면 제가 가야 하나요?”냉소를 지으며 여왕은 휠체어 방향을 돌렸다.“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프레드는 웃으면서 접시의 뚜껑을 열었다.“모두 폐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여왕은 움직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프레드, 솔직히 말해봐요, 대체 뭘 하려는 거죠?”“여왕 폐하,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믿지 않으시는군요! 제가 할 일은 당신이 우리 Y 국을 계속 관장하여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여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소은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한소은은 단지 스스로 빠져나가고 싶을 뿐입니다.”“하지만 이 실험이 실패했다면?”여왕이 말했다.“결국, 당신도 실험의 성공률을 보장할 수 없어요.”“아닙니다. 이전에 우리는 유사한 실험을 여러 번 수행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몸을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프레드를 깊이 바라보던 여왕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휠체어를 돌려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여왕의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드는 미소가 짙어지며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여왕 폐하, 당신에 대한 나의 충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당신은 정말 저를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은 그야말로 비상시의 비상수단일 뿐...”충성을 표달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프레드는 안색이 변했다.“방해하지 마!”“공작님! 왕자님께서 오셨습니다.”바깥의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말했다.여왕의 손에 들려 있던 나이프와 포크가 멈추었고, 손놀림도 정지된 듯했다.프레드도 어리둥절해했다.“잠깐만요!”프레드는 여왕을 한 번 쳐다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천천히 드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말을 마치고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나가서는 방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프레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라고요?!”“
여왕은 손에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이 나이가 되면 많이 먹지 못했고 또 입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여왕은 고개를 돌려 평온한 눈빛으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무엇을 하러 왔으면 좋겠어요?”프레드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존경하는 여왕 폐하, 우리 왕자 전하께서는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닙니다. 어떻게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로사는 당신과 같은 배를 타지 않을 겁니다.”손가락을 하나 내밀며 프레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여왕도 웃었다.“로사는 내 아들인데 나와 같은 배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과 한패가 될 수 있을 것 같나요?”“아닙니다. 나와 여왕 폐하만 한배를 탔습니다.”프레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프레드, 농담해요?”여왕은 웃음을 터뜨렸다.“웃기긴 했어요!”“사랑하는 여왕 폐하, 시치미 떼실 필요 없습니다. 여왕 폐하의 장수를 바라는 아드님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든지 당신을 대신하여 Y 국을 관장하고 싶어 하지 왕자만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프레드는 직설적으로 말했고 말소리에서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나만 진심으로 여왕 폐하께서 장수하시길 바랍니다.”“H 국 속담에 천자가 바뀌면 신자도 바뀐다고 했습니다. 만약 여왕 폐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났거나 혹은 돌아가셨다면 나도 잘살 수 없을 겁니다. 그 때문에 여왕 폐하, 저야말로 당신과 한배를 탄 사람입니다. 오직 나만 진심으로 폐하를 위한다는 것을 믿어주세요.”프레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여왕은 침묵을 지킬 뿐 반박하지도, 또 동의하지도 않았다.프레드는 잠시 여왕을 쳐다보았다.“왕자 전하께서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가봐야겠습니다. 여왕 폐하, 편히 쉬십시오!”“여왕 폐하, 새롭게 재탄생하는 날을 기다리셔야 합니다.”푸드트럭을 치우라고 지시한 후 프레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그러나 급하게 왕자를 만나러 가지 않고 오히려 옷을 갈아입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프레드는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눌렀지만 프레드는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이 왕자는 비록 많은 실권을 관장하지는 않았지만 신분이 왕자님이고, 또 지지하는 대신들도 있기에 홀대할 수 없었다. 로사 왕자가 갑자기 여기에 온 영문을 프레드는 파악할 수 없었다.엘리베이터는 곧 그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고, 프레드는 몸을 비키며 왕자를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게 했다.“당신의 사무실은요?”로사가 직접 물었다.“이쪽입니다, 왕자 전하 저를 따라오세요!”공손히 몸을 구부린 채 프레드는 왕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한 후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로사는 이미 한 걸음 빨리 손을 뻗어 방문을 밀었다.책상에는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바닥과 벽에도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이때 프레드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렷다.“왕자님, 보세요!”프레드는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전화를 받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왕자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요!”로사는 프레드의 곁에 서서 전화기의 핸즈프리 버튼을 누르며 통화를 시작하라는 손짓을 했다.프레드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여보세요, 프레드예요.”“공작님, Z 국 외교사가 내일 도착합니다, 오후 3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고 M 국 외교사도 있습니다...”업무보고를 들은 프레드는 신속하게 안배하며 로사를 쳐다보았다. 로사가 별 반응이 없자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공작님은 여전히 바쁘시군요.”로사는 말하며 의자에 앉았고, 프레드는 빙그레 웃었다.“과찬이십니다. 모두 제가 맡은 소임입니다.”“매일 외교업무로 바쁘시고 어머니도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어머니께 사실대로 말씀드려 잘 포상해 드려야 한다고 말씀해야겠어요.”로사는 프레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왕자 전하님, 고맙습니다. 사실 별거 아닙니다. 모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이런 일로 여왕 폐하를 귀찮게 할 필요 없습니다!”프레드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힐끗 쳐다보았다. 컴퓨터 화
“아, 아닙니다! 난 그저 왕자님께서 밖에서 떠도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듣고 여왕 폐하와의 모자 관계에 영향을 줄까 봐 두려울 뿐입니다!”프레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로사는 고개를 저었다.“어머니와의 관계가 터무니없는 소문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어요. 그러면 저의 어머니는 이곳에 왔었지만 이젠 떠났고, 지금은 당신조차도 행적을 모른다는 뜻인가요?”“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프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어머니는 며칠 동안 당신에게 연락한 적이 없어요? 당신의 정무는 어머니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어요?”로사는 서류 하나를 집어 들고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에 내동댕이쳤다.프레드는 충격에 목을 꼿꼿이 세웠지만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모르시겠지만 여왕 폐하의 기분이 좋지 않으십니다. 이런 정무에 관해서는 중요한 것은 휴대폰으로 보내면 시간이 있으시면 보시겠다고 했습니다. 일반 정무는 돌아오신 후 보고드리라고 했습니다.”프레드는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보세요,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계속 밀려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왕자님께서 마침 오셨으니 처리 좀 도와주시겠습니까?”로사는 찬웃음을 날렸다.“왜요, 내가 당신의 일도 분담해야 하나요?”“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오히려 일이 많다 보니 왕자님을 소홀히 할까 봐 걱정입니다.”프레드는 겉보기에는 공손하고 심지어 약간 비천해 보였지만 말속에는 자신이 바쁘다 보니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오히려 로사가 한가하면 일을 거들어 달라고 했다.프레드는 항상 빈틈이 없었고 말과 행동을 할 때는 더더욱 자신에게 여지를 남겼다.로사는 그윽한 눈빛으로 프레드를 쳐다보고는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가다가 문득 멈춰 서서 프레드를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당신은 정말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나요?”“알게 된다면 왕자 전하께 제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프레드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왕자 전하께서 여왕
깊은 밤, 김씨 저택.손에 여행 가방을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고지호 교수는 갑자기 혼자서 김씨 저택에 왔다. 고지호는 김서진을 깨운 후 또 원철수와 임상언도 깨워서 모두 한 방에 모이게 했다.이미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습관을 지닌 원철수는 피곤한 나머지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고지호 교수님, 무슨 일이 그렇게 중요한데 한밤중에 우리를 깨웠어요? 교수님은 잠도 안 자나요?”“확실히 중요해요!”고지호 교수는 정색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김서진에게 물었다.“이 방은 안전한가요? 믿을 만해요?”고지호의 뜻을 알아챈 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는 특수한 재질이 있어 도청기를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어요!”“그럼 다행이네요!”고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내가 이제부터 하는 말은 매우 중요하고 고도의 비밀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 다들 정신을 차리고 들어야 해요! 입밖에 발설해서는 절대 안 돼요! 아셨죠?”고지호의 말을 들은 원철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신비로워요?”쿠션을 안고 잠자리에 들뻔하던 임상언도 눈에 빛이 반짝이며 똑바로 앉았다.“도대체 무슨 일이세요? 나... 나도 알 수 있어요?”원철수는 물론 김서진과 고지호 교수는 항상 사이가 좋았다. 그저 임상언만 그들과 거리가 있었다.“당신도 남으세요. 당신도 아는 사람이에요!”고지호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아는 사람?”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은신인에 관한 일이에요.”고개를 끄덕이며 고지호 교수는 소리를 낮추어 또박또박 말했다.김서진, 임상언, 원철수 모두 말이 없었다.“은신인이 왜요?”원철수는 입을 벌렸다.“그쪽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말씀이세요?”고지호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 안에서 데이터와 기록이 빼곡히 적힌 문서와 종이 한 장을 꺼냈다.그들은 비록 데이터를 알아볼 수 없으나 종이 위에 적힌 글은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결과를 밝혔다. 즉 현장에서 남겨진 물건과 주효영이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고지호 교수는 평소 말하는 말투와 비슷해 보였으나 목소리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전혀 농담 같지 않았고 심지어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서류 두 장을 꺼냈다.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비록 최근 며칠 동안 언급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미 은신인이란 불가능하며 다만 주효영이 어떤 속임수를 썼을지 모를 뿐이라는 것을 확정했다.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은신 약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하니 인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만약 이런 것이 정말 발명되고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어떤 혼란 속에 빠질까? 분명 많은 사람이 은신 약물을 얻으려고 할 것이고,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이번엔 임상언은 입을 벌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이 세상에 정말 이런 물건이 있을 수 있어요?”“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의 인식도 끊임없이 깨지고 있어요. 사람 세포의 분열과 성장을 가속하는 약, 사람의 정신 의지를 제어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사람에게 전파하여 병들어 죽게 하는 약도...”“은신 약물, 가속 약물, 잠깐 나타나게 하는 약물은 물론 시공을 넘나들거나 불로장생약도 불가능한 것만 아니에요!”잠시 머뭇거리다가 고지호 교수는 계속해서 말했다.“이것은 현재의 실험장비에서 우리가 지켜본 결과에요. 만약 이게 은신 약물이 아니면 무엇일까요?”“저... 저는 몰라요.”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실눈을 뜨고 그 서류들을 들여다보았다.자료를 보는 원철수의 미간은 점점 더 세게 찌푸려졌다. 원철수는 고개를 들어 고지호 교수를 보다가, 또 머리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당신들의 의견은요?”“고지호 교수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엔 불가능한 것이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믿지 않는 것은 직접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만약 주효영이 우리
고지호 교수는 용건을 말한 후 그의 물건을 가지고 떠났다.세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 일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다만 만약 은신 약물이 존재한다면 주효영을 찾기는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워질 것이다. 주효영은 어디로 갔을까?동이 틀 무렵 원철수는 견디지 못하고 자러 갔고 임상언도 졸린다며 잠을 자러 갔다. 이렇게 세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철수의 방문이 다시 열렸고 그는 복도에 서서 조용히 살피다가 김서진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려 했다. 이때 문이 안에서 열렸다.김서진은 마치 원철수가 올 것을 짐작한 듯 방문 앞에 서서 ‘쉿’하는 손짓을 했다. 원철수를 방으로 들인 다음 방문 앞에서 주변을 살펴본 후에야 다시 방문을 닫았다.방에 들어간 후 여전히 말이 없던 김서진은 원철수를 안방으로 들였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너도 낌새를 알아차렸군.”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서류에는 오류가 너무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고지호 교수의 엄숙한 모습을 보니 아마 둘이 공모해서 판을 만든 것 같았어.”“맞아! 역시 똑똑해!”고개를 끄덕이며 김서진이 말했다.“티가 안 나서 다행이야.”“그런데 이렇게 명백히 잘못된 문서는 아예 어떤 연구 자료와도 관계가 없는데 고지호 교수님이 감히 꺼내면 들킬까 두렵지 않아?”원철수는 비웃었다.김서진은 머리를 흔들었다.“네가 보기엔 잘못된 부문이 많아 보이지만 그 사람이 알아챌 것 같아?”원철수는 말문이 막혔다.하긴!원철수가 알아챈 것은 자신이 이것을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이 자료를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았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뭘 하려는 거야?”원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서 물었다.“그 사람들이 먼저 움직일지 보고 싶어.”표정이 엄숙해진 김서진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원철수는 그 원인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사실 넌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라고 단정했지?”전에는 의심만 했
‘이 물건이 정말 그렇게 효과가 있을지 몰라.’주효영은 우울해졌다.주효영은 김서진에게 갇혔을 때는 자신이 어떻게 도망칠지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주효영은 언제 조직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또 프레드가 언제 그녀를 써줄지 몰랐기에 무기력한 느낌을 받았다.주효영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또 한소은의 실험도 직접 보고 싶었다.실험실에서 그 아이디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주효영은 매력도 느꼈다.‘장생한다니?!’이는 영원한 화제로 사람마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정말 연구에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큰 획기적인 진보가 될 것인가!직접 만들지 않았더라도 직접 목격할 수 있어도 다르다.물론 주효영도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에 여러 번 실험했지만 번마다 실패했다. 솔직히 실패는 성공한 차수보다 더 많았다.주효영이 헛된 생각에 빠졌을 때 방문이 열리며 프레드가 들어와 그녀를 잠자코 주시했다.“공작님!”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주효영은 흥분하여 소리쳤다.“나 이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프레드는 주효영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여기에 당신과 어울리는 일이 있어?”주효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어서 웃으며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공작님을 위해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그럼 먼저 말해봐. 이 물건은 어떻게 쓰니?”프레드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 조그마한 약병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향수병과 비슷했지만 또 달라 보였다.주효영은 웃으며 그 작은 병을 꺼내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실제로 사용하기엔 아주 간단해요. 다만 약물 외에도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야 하며 두 개가 함께 사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최면?”의심스러운 듯 주효영을 쳐다보는 프레드는 호기심이 발동했다.새로운 단어는 아니었지만 합치니 새롭기만 했다.“네!”고개를 끄덕이며 주효영은 정색해서 말했다.“한때 배웠었지만 최면은 사람을 잠시 통제할 수 있어도 계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