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한소은도 가슴이 쿵쾅거렸다.한소은은 프레드가 자신을 밖으로 나오게 한 목적이 무엇인지, 어쩌면 실험이 막바지에 이르러 마침내 여왕 폐하에게 기억을 이식할 때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건가?정말 가망이 하나도 없는 건가? 정말 여기서 죽게 되는 건가?한소은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곳곳에 경비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모두 감시 카메라와 각종 총기를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한소은은 의무실로 끌려가 아주 자세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리고는 혼자 남겨진 채 방에 갇혔다.한소은은 의문이 들었고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설마 마지막으로 휴식할 시간을 주는 건가?한소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방문이 다시 열렸는데 예상외의 사람이 걸어들어왔다....진정기가 주현철을 다시 만났을 때, 주현철의 모습은 이미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살이 많이 빠진 데다가 몸에는 멍이 좀 있었다. 주현철은 안에 있는 사람과 싸워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수염은 덥수룩했고 눈빛도 많이 흐리멍텅해졌다.진정기가 주현철을 불렀을 때, 주현철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듣지 못한 듯하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현철아.”주현철의 이름을 부르는 진정기의 마음은 복잡했다.주현철은 아내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진 부인은 임종 때 동생을 잘 보살펴 달라고 했었지만 진정기는 결국 아내의 부탁을 저버렸다.주현철이 이렇게 되기까지 진정기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개를 떨군채 주현철은 그 자리에 앉아서 진정기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듯했다.“나야.”진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때? 요즘 괜찮아?”“괜찮냐고요?”주현철은 고개를 숙이고 바보같이 웃었다. 주현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정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괜찮냐고요? 여기에 있는 게 괜찮냐고요? 당신이 들어와 보시든가요, 대체 얼마나 좋은지!”주현철의 갑작스러운
자애로운 현모양처였던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면 진정기는 동생이 왜 저런 성격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정기는 한숨을 내쉬며 정색했다.“네가 이 안에서 지내기가 힘들다는 건 나도 알아. 애초에 네가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를 뺏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전 규칙을 따랐어요, 규칙대로 했을 뿐이라고요!”주현철이 소리를 질렀다.“제가 한 모든 수속은 합법적이었어요! 그 프로젝트는 당신이 나에게 준 거잖아요! 다 잊었어요? 당신이 줬잖아, 드디어 양심이 생겨서 날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날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어!”“진정기, 양심은 개나 줘버린 놈, 나를 모함하다니, 나를 모함하다니!”주현철은 손을 내밀어 진정기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목을 졸라 진정기를 죽일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철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데다가 거리도 부족해서 손이 닿을 리 없었다. 모두 헛수고일 뿐이었다.그러나 손이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주현철은 계속 발버둥을 쳤다. 주현철이 진정기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내가 널 모함한 게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널 모함한 건 네 딸이야. 주효영이라고!”진정기가 또박또박 말했다.“주효영이 약물로 나를 조종해서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를 너에게 준 거라고! 아니면 왜 그렇게 순조로웠다고 생각해?”“합법적이고 규칙에 따랐다고 했지. 애초에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는 이미 김씨 그룹에서 낙찰했어. 자금, 실력, 세력, 배경, 어느 부분을 놓고 봐도 넌 김씨 그룹과 비교도 안 돼. 왜 이 프로젝트가 다시 회수됐는지, 또 왜 하필 네가 이 프로젝트를 가지게 됐는지 생각 좀 해봐. 정말 합법적이고 규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아직도 모르겠어?”진정기의 물음에 주현철은 말문이 막혔다.“나와의 관계 덕분에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아서는 다른 회사나 기업을 배척할 때는 언제고 자기가 위험에 빠지니까 이제 와서 합법적? 규칙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법이나 규칙이 어디있다고...”주현철은
주현철은 눈을 깜빡깜빡하며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만약 주효영이 어딘가에 숨는다면 그게 어디냐는 말이야.”진정기가 주현철을 쳐다보면서 다시 물었다.진정기는 문득 부모라면 주효영의 약점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현철은 주효영이 숨으려 한다면 어디에 숨을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곳의 CCTV를 조사했지만 여전히 주효영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주효영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어딘 가에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이렇게 생각해 이미 이틀 동안 사람을 보내 주씨 집안을 지키라고 했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래서 진정기는 주현철에게 물어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효영이가 왜 숨어요?”주현철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물었다.“효영이를 잡고 있는 거예요? 효영이...”“네 말이 맞아, 주효영은 법을 어겼어. 그래서 잡으려고 하는 거야. 주효영을 잡으면 이 사건도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거야. 주효영이 혼자서 저지른 일이니, 너랑 아무런 연관도 없게 돼. 넌 아무것도 모르니까 곧 여기에서 나올 수 있을 거야.”진정기가 진지하게 말했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이었다.주현철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고 또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따라서 책임도 크지 않을 것이었다. 게다가 주효영을 잡으면 주현철의 벌을 줄일 수 있었다.“딸을 팔아먹으라는 건가요?”진정기의 말뜻을 알아듣고 주현철의 표정이 복잡해졌다.“팔아먹는 게 아니지. 지금 주효영은 법을 어긴 범죄자야, 영웅이 아니라고. 넌 지금 주효영을 돕고 있는 거야. 이대로라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칠지 몰라!”진정기가 정색하고 말했다.“아니요, 전 몰라요.”주현철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더니 난간에 기대앉았다.주현철은 그대로 주저앉아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주현철은 진정기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앉아 있었다.“현철아, 잘 생각해 봐. 주효영은 지금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어. 이대로 내버려두면 정말 돌이킬 수
여기에서도 쓸만한 정보를 얻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막 돌아서려 할 때 주현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정기.”주현철은 형부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진정기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뒤로 돌아섰다. 주현철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당신도 딸이 있고 누군가의 아버지잖아요. 당신 딸이 잘못을 저지르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정말 그렇게 차갑게 혈연관계를 무시할 수 있나요?”“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 지경까지 오는데 형부라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줄 아세요?”천천히 돌아앉아 진정기를 바라보는 주현철의 눈빛은 희미했다.“당신이 애초 사업과 일에 매진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우리 누나 혼자 집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힘들고 우울해서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이도 우리에게 맡겨서 저희가 봐줬잖아요! 그러니까 효영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비뚤게 자란 거라고요!”“그런데 당신은요? 잘 지내고 있으면서 저를 도와주려 하지도 않고... 다들 저를 비웃는 거 아세요? 제 형부는 가짜 형부라고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별 노릇을 다 하면서 잘 보이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진정기, 당신이 효영이보다 더 냉혈한 인간이에요!”“...”“효영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상관없어요. 저랑 제 아내를 해친 적은 없으니까요. 효영이는 제 딸이에요. 전 말하지 않을 거예요. 이만 가세요.”주현철이 또박또박 말했다.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주현철은 고개를 들어 뿌연 천장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주현철은 바보같이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모르는 건 둘째 치고 안다고 해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정기는 믿을 사람이 못 됐다. 진정기가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총으로 자신을 쏴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될 정도였다.하지만 주효영은 달랐다. 주효영에게 그렇게 좋은 능력이 있는 이상, 차라리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게 하는 것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진정기는 주현철마저 이런 태도인데 주 부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주 부인이 주효영에 대한 애정은 진정기도 보아왔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주효영이 죽다가 살아난 후, 주 부인은 딸에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주효영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옳고 그름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모두 지지했다.때문에 주현철의 아내에게 물어보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이 극치에 달할 것이었다.“아빠, 외숙모를 보고 싶지 않으신 거죠? 괜찮아요, 제가 가서 물어볼 수 있어요. 기껏해야 혼날 뿐이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진가연은 아버지가 자신이 욕을 먹을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다.“아니야.”진정기는 웃으면서 말했다.“넌 이미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줬어. 아빠가 고마워.”“몇 마디 말을 전했을 뿐이에요,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니죠.”진가연은 요즘 아빠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저 말을 전하는 것뿐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이젠 부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기에 함께 할 수 있는 1분 1초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아빠, 혹시... 주효영이 그 실험 조직의 두목을 찾아간 건 아닐까요?”진가연은 이렇게 추측했다.“전부터 그 조직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니까요.”“아닐 거야.”진정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조직의 배경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찾겠어?”주효영은 예전부터 임상언과 협력해서 조직이 정확히 어디인지, 연락하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조직을 찾으러 갔겠는가?진정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가연도 옆에서 주효영에게 숨을 곳이 어디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주효영은 집도 없는 데다가 공개수배 되었으니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먹고 자야 하는데 그럼 주효영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계속 생각하던 참에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의사도 프레드도 아닌 주효영이었다.주효영을 보았을 때, 한소은은 잠깐 의아해했지만 주효영도 의아해하는 걸 보니 그녀도 모르는듯했다.하지만 주효영은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하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주효영이 웃으며 말했다.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왜, 넌 와도 되고 나는 오면 안 되냐?”주효영은 큰소리를 치며 걸어오더니 두 손을 짚고 병상 위에 앉았다.“여기서 아주 잘 지내나 보네?”이어서 한소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시선은 평평한 아랫배에서 멈췄다.“짐을 떼어냈네?”주효영의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소은이 입을 열었다.“뭐 하려고?”“나?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하지만 긴장할 필요 없어. 적어도 내가 실험해 주는 건 아니니까.”주효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주효영은 침대 끝에 앉아 다리를 공중에 띄우고 두 발을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보아하니 건강검진을 한 것 같은데... 그럼 마지막 단계야? 축하해!”주효영은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한소은의 불행을 즐기는 듯 했다.“그래, 날 축하해 주는 건 마땅한 일이지. 나는 전 세계의 역사에 남을 아주 위대한 실험을 완성할 거거든.”한소은은 입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말했다.“아쉽네, 넌 그럴 기회가 없어서.”한소은의 반응은 주효영의 예상과 달랐다. 한소은이 기뻐하는 걸 본 주효영은 굳어진표정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안 무서워?”“무섭다고? 뭐가 무서워? 사람은 누구든지 결국 한 번 죽게 돼 있어. 하지만 나는 전 세계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일을 하고 죽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원해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한소은은 오히려 이렇게 죽는 걸 바라고 있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넌 죽을 거야, 그때면 넌 의식도 없고 영혼도 없을 거라고. 몸뚱이는 살아 있어도 넌 이미 네가 아니라는 의미야!”곧 죽는 사람은 한소은이고 영혼을 잃게 되는 사람
질문을 받은 주효영은 당황해하더니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흥, 말도 안 되는 소리!”주효영은 속으로 한소은의 말이 거짓이라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한소은의 말은 주효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 와 닿았고 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부모님은 항상 자신을 소홀히 대했었다. 매번 그렇게 열심히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가연이었다.돈과 권력 앞에서 가족이든 뭐든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그 역겨운 얼굴 집어치워! 이익 앞에서 부모는 아무것도 아니야.”주효영이 차갑게 말했다.“지금 네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자. 대가는 네 아이들이야, 자식으로 바꿔야 해. 넌 안 바꿀 수 있어?”주효영은 한소은을 믿지 않았다.“당연히 안 바꾸지!”한소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너라면 바꿀 거야? 아니면 네 부모님이 바꾼대?”이 두 마디 말은 그야말로 주효영의 약점을 정곡으로 찌른 셈이었다. 주효영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너랑 무슨 상관이야!”“그럼 내 선택이 너랑 무슨 상관인데?”한소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되물었다.“...”“됐어, 나도 더는 죽어가는 사람과 따지지 않겠어. 네가 며칠 동안 득의양양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너랑 달라, 난 아직 중요한 실험도 많고 대단한 발명품도 많거든. 아쉽게도 넌 볼 기회가 없겠네.”주효영은 일부러 한소은 앞에서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며 말했다.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내게 기회가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에게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는데?”“한소은, 넌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항상 그렇게 잰말놀이나 하고 있고... 어디서 철학이라도 배웠어?”주효영은 실눈을 뜨면서 한소은과 말다툼하는 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나는 정말 의심스러워. 넌 네 운명이 무엇인지 알기나 해?”“내 운명을 네가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 넌 네 운명이나 걱정해.”한소은은 고개를 저었고 더는
저녁 무렵 김서진은 아주 은밀하게 위치한 개인 클럽의 문 앞에 도착했다.엄격한 심사와 검사를 거쳐 안으로 들어가 마지막 VVVIP 룸에 도착한 김서진은 몇 가지 준비를 했다. 거의 다 끝난 후 진정기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을 데리고 왔다.근엄하던 진정기는 오랜만에 웃는 얼굴로 무언가를 조용히 속삭이며 공손하게 손을 내밀어 거실로 안내했다.김서진은 기다리던 사람이 오자 얼른 맞으러 나갔다.“로사 님, 제가 말씀드렸던 김서진이에요! 제경의 유명한 상인이고 아주 유능해요! 아참, Y 국에서도 많은 사업을 하고 있어요.”진정기기 웃으며 소개하자 김서진이 황급히 대답했다.“진 부장님, 과찬이세요. 별말씀을요. 왕자님께서 왕림하게 되어 정말 더없는 영광이에요. 그냥 편히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김서진.”왕자님은 정말 편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당신을 알아요. 사업을 잘해서 우리나라에서 많은 돈을 벌었어요.”진정기는 껄껄 웃었고 김서진은 재치있게 대답했다.“왕자님, 과찬이세요. 장사란 원래 서로 주고받는 거예요. 저는 귀국에서 장사하여 확실히 많은 돈을 벌었지만, 마찬가지로 귀국도 많은 경제적이고 실속있는 상품을 얻었어요. 그리고 귀국도 우리나라에서 장사를 적지 않게 하고 있는데 당신들도 우리에게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이 자체가 바로 윈-윈이에요.”로사 왕자는 말없이 덤덤히 김서진을 바라보았다.진정기는 입을 열어 원만하게 수습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뜻밖에도 왕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좋아요, 나도 김서진 씨의 능력을 보았어요! 그냥 농담일 뿐이니 개의치 마세요.”김서진도 웃으며 말했다.“저도 장난이에요! 왕자님께서 이렇게 친밀하고 유순할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나의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어요!”“로사라고 부르면 돼요. 공식적인 만남이 아니기에 예의를 갖출 필요 없어요.”로사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서진은 멍해져서 무의식적으로 진정기를 쳐다보고는 그가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후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