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김승철에게 술을 따랐다.“투명 인간일 리는 없다고 하셨잖아요.”“그러니까 말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 허세 부리는 사람이 누군지 나도 좀 보고 싶어.”김승철은 눈을 부릅뜨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김서진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잡히면 꼭 뵙게 해드릴게요.”두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다.“아빠, 아빠예요?”앳된 목소리와 감격스러운 말투의 김준이었다. 그 조그마한 형체가 바람처럼 빠르게뛰어왔다.하인이 그 뒤를 바싹 따르며 김준을 쫓아다녔다.“아빠, 진짜 아빠네요!”김준은 김서진의 품에 와락 안겨 격한 포옹을 했다.“아빠, 아빠!”“맞아, 아빠야.”김서진도 설레는 마음으로 김준을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김준의 몸에서 나는 우유 향과 젖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이 여리고 자그마한 몸뚱이가 김서진으로 하여금 차마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이 꼬맹이가!”김승철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호통을 쳤다.“네 아빠만 보이냐? 이제 할아버지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지?”“할아버지, 할아버지!”김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입술을 삐죽거렸다.“할아버지 또 술 마셔요?”“어쭈? 꼬맹이가 내가 술 마시는 것도 참견해?”김승철은 말하면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네 아버지가 널 데려간다는데 내가 마음 편하게 술도 마셔? 나도 좀 즐길 수도 있지. 네가 있을 때, 정말 오랫동안 술 마시고 싶었는데도 참았거든!”김승철의 말에 김준은 기뻐하며 김서준을 돌아보았다.“아빠, 정말요? 정말 절 데리러 온 거예요?”“응, 맞아.”김서진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승철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아셨어요?”“데려갈 줄 어떻게 알았냐고?”김승철은 코웃음을 치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두 아들딸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으니 꼬맹이도 데려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김승철은 사실 김서진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김승철은 감격스러운 말투로 말했
그곳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주효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주효영도 그렇게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프레드 앞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자신만만하지 않았다.R20은 진짜였고 사람의 마인드를 통제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성공률이 100퍼센트인 건 거짓말이었다.주효영은 R20의 효능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비록 이번에는 성공한 셈이었지만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지 않았다.시간은 촉박했지만 중요한 임무인 데다가 혼자서 틈틈이 연구를 했다. 주효영은 홀로 탐색하면서 끊임없이 실험을 반복했다.사실 주효영은 전에 진정기의 실험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이 약은 그것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었다.주효영은 줄곧 인간의 뇌와 생각은 매우 신기하고 복잡한 것이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약이라고 왜 그걸 통제할 수 없겠는가.약은 인간을 잠시 마취시킬 수 있고 최면은 깊은 잠과 회상에 빠지게 할 수 있는데 왜 더 나아가서 인간의 생각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없겠는가.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인간의 생각은 모두 자기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최면과 약물을 결합하는 것이 R20의 궁극적인 비밀이었다.물론 주효영은 이 사실을 프레드에게 말하지 않았다. 항상 한 수 남겨두는 것이 주효영에게 유리했기 때문이었다.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김서진와 진정기 등에게 다시 쫓길 염려가 없었고 아무리 쫓아온다고 해도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을 것이었다.주효영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효영은 다행히 총명했기에 임상언에게서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Y국 왕실임을 알게 되었다.어쩐지 세력이 막강하고 신비롭더라니.주효영은 줄곧 모르고 있었다.그 연락 판에 대해서는 “사장님”께서 찾아낸 것이 맞았지만 주효영은 그 위의 도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말한 건 그저 얼렁뚱땅 넘어가기 위해서였다.어쨌든 이제 한 걸음 내디딘 것이었다. 주효영은 한소은을 찾아서 프레드에게 부탁해 한소은을 없애도록 하려 했다.그리고는 자신이 그 조
잘 지내고 있을 거야.김서진은 아이들에게 매우 세심했다. 김준이 어렸을 때 습진이 난 적이 있었는데 김서진이 한소은보다 먼저 발견한 덕분에 빠르게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김서진은 평소에는 바깥일에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집안의 사소한 일도 한소은보다 잘했다.때로는 하인이 휴가를 낼 때면 김서진이 소매를 걷고 밥을 짓기도 했었다. 한소은은 김서진과 결혼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한소은은 남편과 자식 생각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계속 웃다가 문득 자신이 거의 죽기라도 할 사람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인생의 막바지에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한소은은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아니야, 아니야!’이렇게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됐다.한 사람이 진짜 무너지게 된다면 그건 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 무너진 것이었다.신념이 무너져 버리면 그 누구든 상관없이 톡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것이었다.한소은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고 프레드가 들어왔다. 뒤에 두 사람을 데리고 말이다.“한소은, 너도 잘 알잖아. 이제 때가 됐다는 거.”프레드는 매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때? 네가 죽을 때?”한소은은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너!”프레드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프레드는 어두워졌던 표정을 재빨리 바꾸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난 너같이 어린애처럼 굴지 않아. 네가 얼마나 더 억지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데려가!”프레드는 뒤에 있던 사람들더러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한소은에게 다가갔다가 도리어 손해를 본 이후로, 프레드는 한소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쓰라고 했다.몇 사람이 가까이 오자 한소은이 몸을 일으켰다.“다가오지 마!”너무 갑작스러웠는지, 아니면 한소은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했는지 이 한 번의 호통에 그들은 모두 굳어버렸다.“내가 알아서 갈 거야.”한소은이 시큰둥한 표정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한소은도 가슴이 쿵쾅거렸다.한소은은 프레드가 자신을 밖으로 나오게 한 목적이 무엇인지, 어쩌면 실험이 막바지에 이르러 마침내 여왕 폐하에게 기억을 이식할 때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건가?정말 가망이 하나도 없는 건가? 정말 여기서 죽게 되는 건가?한소은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곳곳에 경비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모두 감시 카메라와 각종 총기를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한소은은 의무실로 끌려가 아주 자세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리고는 혼자 남겨진 채 방에 갇혔다.한소은은 의문이 들었고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설마 마지막으로 휴식할 시간을 주는 건가?한소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방문이 다시 열렸는데 예상외의 사람이 걸어들어왔다....진정기가 주현철을 다시 만났을 때, 주현철의 모습은 이미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살이 많이 빠진 데다가 몸에는 멍이 좀 있었다. 주현철은 안에 있는 사람과 싸워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수염은 덥수룩했고 눈빛도 많이 흐리멍텅해졌다.진정기가 주현철을 불렀을 때, 주현철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듣지 못한 듯하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현철아.”주현철의 이름을 부르는 진정기의 마음은 복잡했다.주현철은 아내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진 부인은 임종 때 동생을 잘 보살펴 달라고 했었지만 진정기는 결국 아내의 부탁을 저버렸다.주현철이 이렇게 되기까지 진정기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개를 떨군채 주현철은 그 자리에 앉아서 진정기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듯했다.“나야.”진정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때? 요즘 괜찮아?”“괜찮냐고요?”주현철은 고개를 숙이고 바보같이 웃었다. 주현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정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괜찮냐고요? 여기에 있는 게 괜찮냐고요? 당신이 들어와 보시든가요, 대체 얼마나 좋은지!”주현철의 갑작스러운
자애로운 현모양처였던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면 진정기는 동생이 왜 저런 성격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정기는 한숨을 내쉬며 정색했다.“네가 이 안에서 지내기가 힘들다는 건 나도 알아. 애초에 네가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를 뺏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전 규칙을 따랐어요, 규칙대로 했을 뿐이라고요!”주현철이 소리를 질렀다.“제가 한 모든 수속은 합법적이었어요! 그 프로젝트는 당신이 나에게 준 거잖아요! 다 잊었어요? 당신이 줬잖아, 드디어 양심이 생겨서 날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날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어!”“진정기, 양심은 개나 줘버린 놈, 나를 모함하다니, 나를 모함하다니!”주현철은 손을 내밀어 진정기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목을 졸라 진정기를 죽일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철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데다가 거리도 부족해서 손이 닿을 리 없었다. 모두 헛수고일 뿐이었다.그러나 손이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주현철은 계속 발버둥을 쳤다. 주현철이 진정기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내가 널 모함한 게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널 모함한 건 네 딸이야. 주효영이라고!”진정기가 또박또박 말했다.“주효영이 약물로 나를 조종해서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를 너에게 준 거라고! 아니면 왜 그렇게 순조로웠다고 생각해?”“합법적이고 규칙에 따랐다고 했지. 애초에 백신 기지의 프로젝트는 이미 김씨 그룹에서 낙찰했어. 자금, 실력, 세력, 배경, 어느 부분을 놓고 봐도 넌 김씨 그룹과 비교도 안 돼. 왜 이 프로젝트가 다시 회수됐는지, 또 왜 하필 네가 이 프로젝트를 가지게 됐는지 생각 좀 해봐. 정말 합법적이고 규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아직도 모르겠어?”진정기의 물음에 주현철은 말문이 막혔다.“나와의 관계 덕분에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아서는 다른 회사나 기업을 배척할 때는 언제고 자기가 위험에 빠지니까 이제 와서 합법적? 규칙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법이나 규칙이 어디있다고...”주현철은
주현철은 눈을 깜빡깜빡하며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만약 주효영이 어딘가에 숨는다면 그게 어디냐는 말이야.”진정기가 주현철을 쳐다보면서 다시 물었다.진정기는 문득 부모라면 주효영의 약점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현철은 주효영이 숨으려 한다면 어디에 숨을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곳의 CCTV를 조사했지만 여전히 주효영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주효영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어딘 가에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이렇게 생각해 이미 이틀 동안 사람을 보내 주씨 집안을 지키라고 했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래서 진정기는 주현철에게 물어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효영이가 왜 숨어요?”주현철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물었다.“효영이를 잡고 있는 거예요? 효영이...”“네 말이 맞아, 주효영은 법을 어겼어. 그래서 잡으려고 하는 거야. 주효영을 잡으면 이 사건도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거야. 주효영이 혼자서 저지른 일이니, 너랑 아무런 연관도 없게 돼. 넌 아무것도 모르니까 곧 여기에서 나올 수 있을 거야.”진정기가 진지하게 말했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이었다.주현철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고 또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따라서 책임도 크지 않을 것이었다. 게다가 주효영을 잡으면 주현철의 벌을 줄일 수 있었다.“딸을 팔아먹으라는 건가요?”진정기의 말뜻을 알아듣고 주현철의 표정이 복잡해졌다.“팔아먹는 게 아니지. 지금 주효영은 법을 어긴 범죄자야, 영웅이 아니라고. 넌 지금 주효영을 돕고 있는 거야. 이대로라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칠지 몰라!”진정기가 정색하고 말했다.“아니요, 전 몰라요.”주현철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더니 난간에 기대앉았다.주현철은 그대로 주저앉아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주현철은 진정기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앉아 있었다.“현철아, 잘 생각해 봐. 주효영은 지금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어. 이대로 내버려두면 정말 돌이킬 수
여기에서도 쓸만한 정보를 얻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막 돌아서려 할 때 주현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정기.”주현철은 형부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진정기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뒤로 돌아섰다. 주현철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당신도 딸이 있고 누군가의 아버지잖아요. 당신 딸이 잘못을 저지르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정말 그렇게 차갑게 혈연관계를 무시할 수 있나요?”“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 지경까지 오는데 형부라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줄 아세요?”천천히 돌아앉아 진정기를 바라보는 주현철의 눈빛은 희미했다.“당신이 애초 사업과 일에 매진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우리 누나 혼자 집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힘들고 우울해서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이도 우리에게 맡겨서 저희가 봐줬잖아요! 그러니까 효영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비뚤게 자란 거라고요!”“그런데 당신은요? 잘 지내고 있으면서 저를 도와주려 하지도 않고... 다들 저를 비웃는 거 아세요? 제 형부는 가짜 형부라고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별 노릇을 다 하면서 잘 보이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진정기, 당신이 효영이보다 더 냉혈한 인간이에요!”“...”“효영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상관없어요. 저랑 제 아내를 해친 적은 없으니까요. 효영이는 제 딸이에요. 전 말하지 않을 거예요. 이만 가세요.”주현철이 또박또박 말했다.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주현철은 고개를 들어 뿌연 천장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주현철은 바보같이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 모르는 건 둘째 치고 안다고 해도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정기는 믿을 사람이 못 됐다. 진정기가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총으로 자신을 쏴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될 정도였다.하지만 주효영은 달랐다. 주효영에게 그렇게 좋은 능력이 있는 이상, 차라리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게 하는 것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진정기는 주현철마저 이런 태도인데 주 부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주 부인이 주효영에 대한 애정은 진정기도 보아왔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주효영이 죽다가 살아난 후, 주 부인은 딸에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주효영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옳고 그름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모두 지지했다.때문에 주현철의 아내에게 물어보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화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이 극치에 달할 것이었다.“아빠, 외숙모를 보고 싶지 않으신 거죠? 괜찮아요, 제가 가서 물어볼 수 있어요. 기껏해야 혼날 뿐이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진가연은 아버지가 자신이 욕을 먹을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다.“아니야.”진정기는 웃으면서 말했다.“넌 이미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줬어. 아빠가 고마워.”“몇 마디 말을 전했을 뿐이에요,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니죠.”진가연은 요즘 아빠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저 말을 전하는 것뿐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이젠 부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기에 함께 할 수 있는 1분 1초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아빠, 혹시... 주효영이 그 실험 조직의 두목을 찾아간 건 아닐까요?”진가연은 이렇게 추측했다.“전부터 그 조직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니까요.”“아닐 거야.”진정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조직의 배경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찾겠어?”주효영은 예전부터 임상언과 협력해서 조직이 정확히 어디인지, 연락하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조직을 찾으러 갔겠는가?진정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가연도 옆에서 주효영에게 숨을 곳이 어디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주효영은 집도 없는 데다가 공개수배 되었으니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먹고 자야 하는데 그럼 주효영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계속 생각하던 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