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가!”김서진이 목소리를 깔고 명령했다.주효영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김서진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하지만 입을 틀어막은 채 서한에게 잡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웁웁’하고 공연한 몸부림만 쳤다.차고를 나서려는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튀어나와 칼을 들고 서한을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그 동작과 스피드는 서한에게 그냥 어린애 발길질 같은 것이다. 서한은 몸을 살짝 비켜서더니 곧 발을 걷어찼다.‘와’ 하는 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해나 씨?!”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던 서한이 한눈에 알아봤다.유해나임을 김서진도 똑똑히 보았다. 식칼은 이미 한쪽에 떨어졌고 유해나는 서한에게 차여 넘어진 채 가슴을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너희들, 내 딸 효영이를 풀어줘!”“유해나 씨, 따님이 죽지 않은 걸 알고 계셨군요.”김서진이 그녀를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해나는 줄곧 이를 악물고 비밀을 지켜왔다. 자신의 남편이라 할지라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지금 이 비밀이 폭로되었다. 지금 주효영이 앞에 있으니 인정하지 않아도 소용없다.“그래, 난 진작 알고 있었어. 그게 뭐 어때서,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유해나는 당당한 얼굴로 소리쳤다.“빨리 내 딸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소리 지를 거야!”김서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그럼 소리쳐요, 모든 사람에게 당신 딸이 죽은 척했다는 걸 알려요. 마침 경찰서에서 온 사람에게도 본인이 맞는지 한 번 확인하게 하죠. 뭐!”한마디로 유해나의 울부짖음이 멎었다.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잠시 멍하니 있었다.그렇다. 주효영의 죽음은 확인되었고, 장례식도 치렀는데 만약 지금 소란을 피우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효영의 죽음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그녀는 많은 사람을 죽였다. 원씨 가문에서 찾아올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효영이를 놓아줘. 제발, 뭐든 다
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빠른 걸음으로 차 쪽으로 걸어갔다....숲속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 지친 임상언은 김서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혼자서 그 냄새나고 징그러운 시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비록 이미 마대에 담았지만, 마대를 사이에 두고 아직도 그 썩고 징그러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같았다.그는 평생 향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기다리다 지쳐 다시 김서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멀리서 차의 불빛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눈을 가늘게 뜬 임상언은 자신도 모르게 김서진이라 생각하고, 찌푸린 미간이 마침내 펴지면서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곧 차가 다가오자 그는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판단을 잘못한 듯싶었다.거의 자동차 부대라고 할 만큼 규모가 컸고 위풍당당하게 다가오는 차의 기세로 보아 몰래 하는 이런 일을 해결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이 든 임상언은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은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지금 도망가는 것은 너무 현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망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이런 생각에 임상언은 아예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서 있었다. 병사가 오면 장수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덮으면 된다!차는 바로 앞까지 질주해 오더니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섰다. 차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렸다.정확히 말하자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확실했다. 전문적인 옷을 입고 있어서 의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맨 앞에 선 사람은 흰 가운을 입지 않고 안경을 쓰고 매우 반듯한 옷차림을 한 채 임상언의 앞으로 다가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인사를 건넸다.“임상언 씨?”임상언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임상언입니다.”“제 성은 고 씨이고 신분은 말하기 곤란합니다. 김서진께서 임상언 씨를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그 사람은 한 손을 내밀고 깍듯한 모습을
한소은은 침대에 종일 누워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종일 멍하니 있었는데 사실 이런 ‘안일함'은 오랜만이었다.그동안 너무 바빴다. 임신해도 쉬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쩔 수 없이 한가해졌다. 정말 지루하기 그지없었다.그날 의사는 한소은에게 소식을 전한 이후로 다시는 오지 않았다. 한소은은 심지어 의사가 발견되거나 죽임을 당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소은은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다.김서진은 그녀에게 기다리라 했지만 그녀는 계속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만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기회를 찾아보려 했다.평소대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한소은은 일어서서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하지만 강화유리라 아예 깨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물건을 부숴버릴 작정이었다. 집안에서 들어 올릴 수 있는 모든 걸, 쓸 수 있는 모든 걸 하나하나 다 부쉈다. 바닥도 부수고 벽도 부수고, 텔레비전도 부수고, 정수기도 부쉈다. 모든 걸 다 부숴버렸는데 그 속엔 CCTV도 있었다.손에 잡히는 대로 파괴할 수 있는 건 모두 한소은의 막강한 전투력으로 모두 파괴되었다.그녀도 피곤한 듯 숨을 고르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소파 위도 폐허가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 앉을 수는 있었다. 이렇게 큰 인기척을 내며 오랫동안 부쉈지만 흥미롭게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심지어 보러 오지도 않았다.이 사람들은 정말 너무 침착해서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도 않고, 한소은이 자신을 다치게 하거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한소은은 이곳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H국 경내 어느 곳이길래 그들이 이렇게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잠시 앉아 있자니 아랫배가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녀의 이런 체력 소모가 불만인 듯했다. 두 녀석은 엄마가 가져온 흥분에 기분 나쁜지 뱃속에서 싸우기 시작했다.한소은은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달랠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전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태동이 갈수록 심해지고 배가 점점 아파져 허
이 뜨거운 액체가 흐른 후 한소은은 한순간 멍해졌다.‘망했다!’이건 아마 양수가 터졌을 것이다. 이 지경이 된다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누구 없어요...”어쩔 수 없이 허약하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대문을 보고 그녀는 혼자 문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들은 한소은이 또 무슨 속임수를 써서 그들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수 없었던 한소은은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문으로 옮기려고 했다. 그때 문이 갑자기 밖에서 열리더니 곧이어 몇 명의 전문 의사인 듯한 사람이 뛰어들어 들것을 가지고 그녀를 들 것으로 옮겼다.누군가 옆에서 H국어로 말했다.“심호흡해요!”한소은은 어리둥절해졌다.그들의 설비는 꽤 완벽했다. 전에는 줄곧 외국인들이었는데, 출산할 때 뜻밖에도 H국인이 있을 줄은 몰랐다.처음부터 준비가 다 돼 있었고 한소은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한소은은 하필이면 이때 출산하게 될 줄은 몰랐다. 허름한 방을 들여다보았지만, 그 사람들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재빠르게 그녀를 들것에 태우고는 문밖으로 걸어갔다.한 손으로 들것 한쪽을 꽉 잡은 한소은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눈을 뜨고 밖을 관찰했다. 하지만 밖은 길지 않은 텅텅 빈 복도일 뿐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큰 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몰랐던 것이 이 복도에 그녀 혼자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넓은 이곳 입구에 경호원 두 명만 있었다. 겨우 그 정도였다.복도 끝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말은 아파트라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그러면 여기는... 지하?!’황급히 몇 번을 흘끗 쳐다보며 한소은은 곧 이런 정보를 얻었지만 더 많은 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가 검은 천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한소은은 울화가 터졌다.‘젠장!’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으려다 꾹 참고 입을 다물
사실, 정말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한소은은 원래 잘 생각했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고, 어쩌면 모든 유용한 소식을 볼 수도 있고, 어쩌면...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많은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이를 낳다가 기절해버렸다.너무 아팠다.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더 아팠고 움직임도 컸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배가 평평한 채 병원 같은 곳에 누워있었다. 사방이 온통 하얀 벽으로 가득 차 있고,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자신은 링거를 맞고 있었다.눈앞의 검은 천은 이미 언제 벗겨져 앞을 볼 수 있지만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아무것도 없는 곳이고,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이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주변에는 아이가 없었고 하소은은 배를 만지며 제왕절개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에 봉합한 상처가 있어서 당분간 크게 움직일 수 없었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전해졌다.‘그렇다면, 아이는?!’온 지 이렇게 오래되도록 그녀가 이렇게 당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누구 없어요!”그녀가 큰소리로 외쳤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에게 응답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말이다.하지만 그전에는 아이가 자신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냉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뿐, 아이는 행방불명이고, 심지어 낳은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안전한지조차도 모른다.“누구 없어요!”한소은은 아픔도 돌볼 겨를이 없이는 힘껏 주삿바늘을 잡아당겼다.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의 몸을, 건강한 몸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 분명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예전에는 죽음을 바라지 않았던 건 배 속에 아이가 있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소은은 뭐든 할 수 있었다.소란스러운 움직임이 마침내 상대방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상대방이 모두 알고 있다는 걸 하소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 아이를 봐야겠어요.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에요!”한소은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너희들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한소은 씨, 당신은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고, 모두 평안합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한 발짝 더 나아가 그녀에게 소식을 전하던 의사가 말했다.“하지만 아이가 조산이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좀 부족합니다. 지금은 보육실에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상황이 좀 안정되면 자연히 한소은 씨에게 안겨드릴 겁니다.”그의 말을 들은 한소은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신반의하며 의사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에요?”“정말이에요.”옆에 있던 다른 의사도 한마디 보탰다.“한소은 씨는 지금 몸을 잘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을 잘 돌봐야 아이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잖아요.”“난 믿지 않아. 내 아이를 봐야 안심이 돼!”목을 뻣뻣하게 세운 한소은은 설득당하지 않았고, 여전히 바늘로 자신을 향했다.“아이를 볼 수 없다면 나는 여기서 죽을 거야!”“이건...”두 사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민하다가 말했다.“한소은 씨, 위에 물어보겠습니다.”“가서 물어보세요, 기다릴게요!”한소은은 타협과 양보를 전혀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이 두 사람은 분명히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위협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들에게 휘둘릴 것이고 계속 이끌려 다닐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방을 나갔다. 그들이 나간 후 한소은은 이곳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이 방은 정말 너무 간단해서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에게 수액을 주입하는 데 필요한 선반과 감시 장비 외에 앉을 의자도 없었다.이곳은 분명 일반 병원이 아니라 특별히 한소은을 위해 준비한 병실이다. 한소은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지 일반 병원도 아닌데 전문 보육실이 있긴 한지 그들의 말을 의심했다.그리고 한소은은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조산이
“한소은 씨...”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병실 문이 다시 열리면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타나 물었다.“나 만나자는 거야?”그 사람을 본 두 의사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힐끗 쳐다보던 한소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누워 자세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당신 아니야.”“그래? 하지만 방금...”눈살을 찌푸리던 남자가 자신의 귀를 후벼댔다.“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네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나도 잘못 말한 것도 아니야. 나는 너희 주인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네가 아니야!”한소은은 눈을 꼿꼿이 세우고 천장을 쳐다보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요즘 여기 있는 동안 몇 시간씩 천장을 꿈쩍도 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스킬'이 생긴 것 같았다.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중의 한 의사를 돌아보며 눈짓을 했다. 그 의사는 급히 앞으로 가서 재빨리 그녀의 핏자국을 닦아주고 주삿바늘을 다시 가져다가 찔러주며 이불을 들치고 그녀의 복부에 난 상처를 살펴보려고 했다.그러나 한소은은 이불을 꽉 누르고 덤덤하게 기계처럼 반복했다.“나는 당신들의, 주인을 만나고 싶어!”“한소은 씨, 좋은 말로 할 때 듣지?”프레드는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너를 만나러 온 것만으로도 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다.”“그래?”차갑게 웃으며 한소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R10이 약효를 다 살려야 한다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가장 중요한 게 뭐지? 난 지금 상관없어, 너희 주인을 못 보면 난 지금 내 몸을 망칠 거야.”한소은이 말을 이었다.“어차피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면 안 되니까. 뭐... 당신들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고!”입꼬리를 씩 올리며 한소은의 얼굴에 계산적인 미소가 떠올랐다.눈빛이 어두워진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잊지 마, 네 아이가 아직 우리 손에 있어. 네가 죽으면 아이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물론 상관있지.”자신의 아이를 힐끗 보던 한소
프레드는 더는 반박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맞는 말이었다. 프레드의 사람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해내지 못했고, 한소은을 찾는 이유도 얻은 소식을 종합해 보면, 그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분명히, 결과가 나왔고 그녀가 해냈다. 그렇다면... 후유증이나 효과는?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우리 모두 알다시피 넌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없어. 그러니 네 주인에게 가서 얘기해야겠지만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한소은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내가 내 몸을 파괴하는 건 아주 쉬워!”프레드는 할 말을 잃은 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한소은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지금은 확실히 한소은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의사에게 눈짓하고 프레드는 돌아서서 방을 나가며 한마디 던졌다.“아이를 데려가!”의사 중 한 명이 두 아이를 안고 떠났고, 한소은은 눈을 뜨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지금 보든 안 모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한소은은 자기만이 자신을 구할 수 있고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남겨진 의사가 머뭇거리며 그녀의 이불을 건드리려 하자 한소은은 스스로 이불을 젖히고 말했다.“미안하지만, 상처 좀 봐주세요. 터진 것 같아요.”“한소은 씨...”의사는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피가 꽤 배어 나와 소독솜에 묻히고 다시 처리했다.“이렇게까지... 그럴 필요 있어요?”“선생님은 여기 있으니 내가 왜 이러는지 더 잘 알 거잖아요. 선생님도 의대생이고 의사니까 뭐 하는지 알겠죠?”한소은은 덤덤하게 말하며 배로 전해지는 따끔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마음속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밖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김서진이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에 온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정작 배후를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무력한 느낌이 들었다.무예를 익힌 자들은 싸울 때 묘수를 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