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원 웨이브가 따지지 않는다면 다행이고 만약 따지고 들어 정말 영업 비밀 유출로 그녀를 고소한다면…… 그런데 노형원의 시시콜콜 따지는 성격으로는 따지지 않을 리가 없다."걱정 마. 내가 이렇게 했다 것은 이미 대책을 세웠다는 거야!"한소은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위로했다. "어쨌든 시원 웨이브 쪽에서 더 이상 이거 가지고 너를 협박 안 할 테니까 안심하고 와."그녀의 확실하게 믿는 눈빛은 정말 단지 사람을 위로하는 것 같지 않고 분명 자신만만해 보였다.오이연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소은 언니, 혹시 나 때문에 노형원 그 나쁜 놈과 무슨 거래를 한 건 아니야? 그 사람한테 무슨 약속을 했어?"그녀가 생각하기에 일이 이렇게 잘 풀린다는 것은 분명 어떤 거래나 타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형원이 어떻게 말을 잘 들을 수가 있지.그녀의 걱정도 조현아의 걱정이다. "그러게. 너 우리 몰래 무슨 결정을 한 건 아니지? 한소은, 절대 멍청한 짓을 하지 마! 너 앞길이 창창한데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한소은은 두 사람이 이렇게 그녀를 챙기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두 사람 보면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으니 거래라고 해도 좋지만 내가 타협할 사람은 절대 아니니 안심해요!""진짜?"두 사람 모두 그녀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을까 봐 의심했다."당연히 진짜죠. 아무튼 이틀 안에 시원 웨이브 쪽에서 무조건 그 계약을 철회할 거야.”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요즘 또 쉬지 못하고 나를 도와야겠어!"“바라던 바야!” 마음속의 의문이 풀리자 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시원 웨이브의 주주총회 분위기는 마치 두꺼운 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아 숨이 막힐 지경이다.노형원은 넥타이를 한 손으로 잡고 당기려다가 눈을 들어보니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조금움직였다.“노 대표님, 향수 레시피 유출 사건에 대해
“어떠한 회사도 장기적인 계획 없이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그는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요즘 제가 돌파하려고 노력 중인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이 저희 시장을 깨뜨리기 전에 저희가 먼저 깨야 합니다.”그는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표면상으로는 모든 경쟁사가 저희의 레시피를 알고 있고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손해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걸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저희 레시피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저희가 공개하지 않더라도 일부 회사는 이미 저희보다 뛰어난 레시피를 개발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저희의 레시피는 곧 경쟁력을 잃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 제품을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 것 생각하기보다는 신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이 저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그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설득력 있고, 이미 준비를 마친 듯해 보였다. 이사회는 의문을 제기했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고개를 숙인 채 다시 고민을 했다.누군가가 반문했다. “당신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만은, 당신이 언급한 신제품은 어디 있는 거죠? 이번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반년 가까이 신제품이 출시된 기록이 없습니다. 전에 신제품 상을 탔다고 했지만 오히려 소송이 걸려와 난리가 났습니다. 저번달...에도 위기가 있지 않았나요?”“맞아요, 말로만 하지 마세요, 저희 주주들은 이익을 보고 싶습니다. 노 대표님, 저희를 안심시키고 싶으시다면 무언가를 보여주셔야죠.”한 사람이 의혹을 제기하자 다른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였다. 노형원은 웃어 보였다. “이 이사님 잠시 진정하시고 조급해 하지마세요. 현재 저희는 이미 두 가지의 신제품을 개발 중이며 곧 출시될 것입니다. 저는 이 제품이 잘 팔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오, 그런가요? 그 말이 정말이라면 정말 좋겠네요!”이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는 예전 저희 회사의 우수했던 상품들은 모두 한소은 씨
그녀는 이미 이런 처지에 놓였는데 언제부터 그가 공금으로 강시유와 데이트를 하고 선물을 산 것을 알게 된 것일까?만약 그녀가 진작에 알고 있었다면 왜 이전에 언급하지 않고 지금까지 참고 있었을까?노형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첫째, 그녀가 최근에서야 어떤 경로나 수단을 통해서 찾아낸 경우, 둘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경우.그러나 어느 쪽이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매번 그녀를 상대할 때마다 점점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라고 느꼈고, 그가 예전에 알고 있던 한소은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분노가 한계점에 다다르기 시작했다.오늘 이사회에서 침착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는 어제 정말 당황했었다. 주주들에게 설명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고 만약 그랬다면 그는 정말 큰일 났을 것이다.다행히도 오늘 그의 변명은 그들을 만족시켰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들을 설득시킨 상태이다.하지만 주주들이 그의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오늘처럼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오니 그는 한소은이 정말로 약점을 잡은 건지 아닌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가고 싶으면 가도 좋다, 기껏해야 한낱 오이연 아닌가? 됐어, 그녀에게 줘버려.여기에 남겨두기에도 거추장스러운데 그녀에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어차피 시원 웨이브의 신제품이 성공적으로 출시되고 상을 탄 후 히트칠 수 있다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텐데 한소은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그는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오이연과의 협업 금지 조약, 백지화해주세요!”“네, 제가 말한 겁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그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며칠 쉰 후 강시유는 실험실로 왔다.사실 그녀도 별로 오고 싶지 않았다. 이 안의 화학 약품 냄새는 별로 맡고 싶지 않았지만 훗날 손에 쥘 수 있는 명예를 위해 억지로 왔다.비록 레시피를 그녀가 쓰지만 연구 과정에도 약간은 참여해야 하고 전 과정에도 얼
이상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녀는 직접 해보려고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속이 메스꺼워져 밖으로 나왔다.물론 그녀는 임신을 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커피 한 잔을 가지고 밖으로 나와 감독을 했다. 그녀도 임산부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임신 증상이 분명해지는데 그녀는 여전히 아이를 갖고 싶은 건지 아닌지에 대해 자신도 알지 못했다.이해관계를 따져본 후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 하지만 노형원을 생각하고 만약 그녀가 직접 가서 낙태를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낙태를 하지 않는다면...좀 짜증 날 것 같아!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고 그녀는 노형원이 그녀에게 어디 있냐고 묻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받고 보니 로젠의 전화여서 그녀는 조금 당황했다.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복도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honey, 나 보고 싶지 않아?” 로젠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유: “...”“당연히 보고싶지, 난 네가 바로 내 눈앞에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네 발걸음을 막을 수 없어 묵묵히 지켜볼 뿐이야.” 그녀는 로젠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듣기 싫어하는 말을 구분해냈다.“그래?” 과연 그는 매우 기뻐했다. “그럼 지금 뭐하고 있어?”“나 연구실에 있어. 매우 중요한 레시피인데 당연히 내가 직접 참여해야지, 당연히 너의 고생을 헛되이 하게 해서도 안돼고.” 그녀는 아부를 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잠시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난 이 두 신제품이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 올해 향수 대회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갈 거야?”로젠은 허허 웃으며 반문했다. “지금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냐고 묻고 싶은 거야?”강시유
“정말 원한다면 모든 기회를 잡아!”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어리둥절해하며 그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메시지 한 건을 받았다. 위에 쓰인 주소는 소성으로 바로 실험실 근처였다.순간 그녀는 그의 말 뜻을 이해했고 그가 왔다!핸드폰을 쥔 채 그녀의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이건 분명히 그녀와 잠자리를 갖기 위해 온 것이다.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고 했지만 여기는 소성이었다.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노형원도 여기에 있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그녀의 마음속에 로젠이라는 사람은 매우 제멋대로였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일이고 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그를 거절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된다면 대회의 심사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후에 얻을 수 있는 이익 또한 모두 없어질 것이다.그녀는 이미 시작한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여기고 어찌 됐든 계속 밀고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단지... 그녀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자신만 망가질 것이다.그녀는 생각을 한 뒤 곧 결정을 내려 택시를 타고 그가 준 주소로 향했다.그곳은 호텔이었다. 로젠은 보통 외출을 하면 호텔에 묵는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며칠만 묵고 장소를 옮긴다.강시유는 그가 소성을 떠난 후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그가 이곳에 계속 머물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에게서 나오는 이익을 얻으려 할 뿐이었다.목도리를 두르고 얼굴을 가린 뒤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카메라를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젠이 알려준 호수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몇 초 뒤 문이 열렸고 로젠은 그녀가 예상한 것처럼 바로 달려들어 그녀를 안지 않았다. 그는 긴 티셔츠를 입은 채 문을 열었다. 가슴팍의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으며 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이 퇴폐적으로 보였다.
지금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발이 차마 떨어지질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문득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올라 강시유의 온몸이 떨렸다.“로젠...”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잠에 든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즉시 자리를 뜨려 했다.갑자기 로젠이 눈을 떴고 그녀와 눈이 그와 마주쳤다.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그는 그녀가 겁에 질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탁자 위의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코와 입가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강시유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로젠! 안...” 그가 손을 들자 그녀는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하지만 그는 한 손을 벽에 대고 그녀를 그와 벽 사이에 가둬놓고 웃어 보였다. “뭐가 두려운 거야?”“난 두렵지 않아.”그녀는 떨면서 말했다.“그래?”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눈 떠”“...”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아야지만 방금 본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눈을 계속 감고 있으면 아까 그것들을 네 입에 집어넣을 거야.” 그의 말투는 담백하고 목소리도 가벼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악마와 같았다.강시유는 재빨리 눈을 떴다.그가 진짜로 그렇게 할까 봐 눈을 크게 떠 보였다.“아...” 로젠은 가볍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이게 맞지, 난 말 잘 듣는 사람이 좋아.”“걱정하지 마. 난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강시유는 한 손을 들고 진심으로 맹세했다.로젠은 고개를 저였다. “내가 네가 말할까 봐 무서워하는 것 같아?” 강시유: “...” 그렇다, 그가 무서웠다면 절대 자신한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전혀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로젠, 네가 시키는 거 그것 빼고 뭐든지 할게.” 그녀는 생각을 한 뒤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제발.”“제발?” 그는
강시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그의 손이 이미 멀리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는 이미 몸을 돌려 창가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여기에 불러놓고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 것?두 발짝 앞으로 나아가 그의 모습을 바라보니 그녀의 머릿속에 방금 장면들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그녀는 입도 열지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옷도 입은 것도 벗은 것도 아닌 채로 걸쳐져 있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였다.담배를 반쯤 피운 후에야 로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강시유: “...”그녀는 정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그가 자신의 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가 그의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협력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그녀는 빠르게 생각을 한 뒤 그에게로 가 그를 껴안았다. “하지마.”“로젠, 내가 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어? 네가 좋아하는 모양에 따라 내가 맞출게, 네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최대한 노력해서 맞춰줄게.”로젠은 여전히 창가에 서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정말 착해, 나도 그런 모습이 좋아. 하지만 쉽게 질리는 스타일이야. 뭐라고 해야 하지, 너와 노는 것은 여전히 좋지만 나에게는 신선함이 필요해. 이해하니?”“그런 신선함을 원하신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어떤 역할을 원해? 내가 해볼게.” 그녀는 여전히 향수 대회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그와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었다.로젠은 웃어 보였다. “내가 말한 뜻은 그게 아니야. 여전히 같은 사람이고, 몸도 같은 몸인걸. 그저 새로운 병에 낡은 술을 담아놨을 뿐이야.”“그럼 너... 이제 내가 필요 없는 거
“오?”로젠이 마침내 약간의 흥미를 느꼈다. “내가 아는 사람이야?”“네가 만난 적 있는 사람이야.” 강시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소은 기억해?”“그 네 라이벌 말하는 거야?” 그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앞에 이미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올랐다.솔직히 말하면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이 있었지만 아직 손을 써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강시유는 피식 웃어 보였다. “라이벌? 아직 내 라이벌이 되기엔 부족해. 네가 그녀의 입맛을 바꿔준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그는 여자들의 이런 싸움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 데에는 적극적이었다.“확실히 나쁘진 않네.” 잠시 후 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녀는 이미 시원 웨이브의 소속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녀와 연락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어?”그녀는 고개를 저은 뒤 소파에 앉았다. “미녀를 얻으려면 무조건 그렇게 연락을 취해서 얻어야 하는 건가?”“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았어? 난 강제로는 하고 싶지 않아...”강시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로젠, 너도 신선함을 찾는다고 했잖아, 일을 할 때 이렇게 고지식하게 할 필요 없어. 때로는 억지로 얻어도 달콤할 때가 있을 거야. 왜 시도해 보지 않는 거야?”로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시유는 그의 눈에서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남자는 역시 다 똑같은 동물이다. 손에 넣으면 질려 하고 손에 넣지 못하면 더욱더 얻으려 한다.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를 협박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한소은에게 눈을 돌렸다.그래도 상관없다. 그녀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뿐더러 자신이 스스로 위험에 빠질 필요도 없고 한소은에게 복수를 갚아줄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이렇게 해. 내게 이미 방법이 있어.”“방법은 있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돼. 걱정하지 마. 네가 갖고 싶은 거 내가 반드시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네가 동의하고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돼.”그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