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원한다면 모든 기회를 잡아!”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어리둥절해하며 그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메시지 한 건을 받았다. 위에 쓰인 주소는 소성으로 바로 실험실 근처였다.순간 그녀는 그의 말 뜻을 이해했고 그가 왔다!핸드폰을 쥔 채 그녀의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이건 분명히 그녀와 잠자리를 갖기 위해 온 것이다.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고 했지만 여기는 소성이었다.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노형원도 여기에 있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그녀의 마음속에 로젠이라는 사람은 매우 제멋대로였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일이고 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그를 거절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된다면 대회의 심사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후에 얻을 수 있는 이익 또한 모두 없어질 것이다.그녀는 이미 시작한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여기고 어찌 됐든 계속 밀고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단지... 그녀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자신만 망가질 것이다.그녀는 생각을 한 뒤 곧 결정을 내려 택시를 타고 그가 준 주소로 향했다.그곳은 호텔이었다. 로젠은 보통 외출을 하면 호텔에 묵는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며칠만 묵고 장소를 옮긴다.강시유는 그가 소성을 떠난 후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그가 이곳에 계속 머물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에게서 나오는 이익을 얻으려 할 뿐이었다.목도리를 두르고 얼굴을 가린 뒤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카메라를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젠이 알려준 호수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몇 초 뒤 문이 열렸고 로젠은 그녀가 예상한 것처럼 바로 달려들어 그녀를 안지 않았다. 그는 긴 티셔츠를 입은 채 문을 열었다. 가슴팍의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으며 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이 퇴폐적으로 보였다.
지금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발이 차마 떨어지질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문득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올라 강시유의 온몸이 떨렸다.“로젠...”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잠에 든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즉시 자리를 뜨려 했다.갑자기 로젠이 눈을 떴고 그녀와 눈이 그와 마주쳤다.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그는 그녀가 겁에 질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탁자 위의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코와 입가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강시유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로젠! 안...” 그가 손을 들자 그녀는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하지만 그는 한 손을 벽에 대고 그녀를 그와 벽 사이에 가둬놓고 웃어 보였다. “뭐가 두려운 거야?”“난 두렵지 않아.”그녀는 떨면서 말했다.“그래?”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눈 떠”“...”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아야지만 방금 본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눈을 계속 감고 있으면 아까 그것들을 네 입에 집어넣을 거야.” 그의 말투는 담백하고 목소리도 가벼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악마와 같았다.강시유는 재빨리 눈을 떴다.그가 진짜로 그렇게 할까 봐 눈을 크게 떠 보였다.“아...” 로젠은 가볍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이게 맞지, 난 말 잘 듣는 사람이 좋아.”“걱정하지 마. 난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강시유는 한 손을 들고 진심으로 맹세했다.로젠은 고개를 저였다. “내가 네가 말할까 봐 무서워하는 것 같아?” 강시유: “...” 그렇다, 그가 무서웠다면 절대 자신한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전혀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로젠, 네가 시키는 거 그것 빼고 뭐든지 할게.” 그녀는 생각을 한 뒤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제발.”“제발?” 그는
강시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그의 손이 이미 멀리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는 이미 몸을 돌려 창가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여기에 불러놓고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 것?두 발짝 앞으로 나아가 그의 모습을 바라보니 그녀의 머릿속에 방금 장면들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그녀는 입도 열지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옷도 입은 것도 벗은 것도 아닌 채로 걸쳐져 있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였다.담배를 반쯤 피운 후에야 로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강시유: “...”그녀는 정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그가 자신의 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가 그의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협력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그녀는 빠르게 생각을 한 뒤 그에게로 가 그를 껴안았다. “하지마.”“로젠, 내가 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어? 네가 좋아하는 모양에 따라 내가 맞출게, 네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최대한 노력해서 맞춰줄게.”로젠은 여전히 창가에 서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정말 착해, 나도 그런 모습이 좋아. 하지만 쉽게 질리는 스타일이야. 뭐라고 해야 하지, 너와 노는 것은 여전히 좋지만 나에게는 신선함이 필요해. 이해하니?”“그런 신선함을 원하신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어떤 역할을 원해? 내가 해볼게.” 그녀는 여전히 향수 대회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그와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었다.로젠은 웃어 보였다. “내가 말한 뜻은 그게 아니야. 여전히 같은 사람이고, 몸도 같은 몸인걸. 그저 새로운 병에 낡은 술을 담아놨을 뿐이야.”“그럼 너... 이제 내가 필요 없는 거
“오?”로젠이 마침내 약간의 흥미를 느꼈다. “내가 아는 사람이야?”“네가 만난 적 있는 사람이야.” 강시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소은 기억해?”“그 네 라이벌 말하는 거야?” 그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앞에 이미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올랐다.솔직히 말하면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이 있었지만 아직 손을 써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강시유는 피식 웃어 보였다. “라이벌? 아직 내 라이벌이 되기엔 부족해. 네가 그녀의 입맛을 바꿔준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그는 여자들의 이런 싸움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 데에는 적극적이었다.“확실히 나쁘진 않네.” 잠시 후 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녀는 이미 시원 웨이브의 소속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녀와 연락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어?”그녀는 고개를 저은 뒤 소파에 앉았다. “미녀를 얻으려면 무조건 그렇게 연락을 취해서 얻어야 하는 건가?”“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았어? 난 강제로는 하고 싶지 않아...”강시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로젠, 너도 신선함을 찾는다고 했잖아, 일을 할 때 이렇게 고지식하게 할 필요 없어. 때로는 억지로 얻어도 달콤할 때가 있을 거야. 왜 시도해 보지 않는 거야?”로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시유는 그의 눈에서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남자는 역시 다 똑같은 동물이다. 손에 넣으면 질려 하고 손에 넣지 못하면 더욱더 얻으려 한다.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를 협박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한소은에게 눈을 돌렸다.그래도 상관없다. 그녀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뿐더러 자신이 스스로 위험에 빠질 필요도 없고 한소은에게 복수를 갚아줄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이렇게 해. 내게 이미 방법이 있어.”“방법은 있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돼. 걱정하지 마. 네가 갖고 싶은 거 내가 반드시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네가 동의하고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돼.”그
예전에 그녀는 긴장하고 무서워서 자세히 관찰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그의 몸매가 유난히 말랐던 것을 알게 됐다.물론, 지금은 그녀는 이유를 알고 있고 마음 속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로젠이 그런 물건을 만질 수 있다면 언젠간 일이 터질 것이다. 그가 이 업계에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예전에 그녀는 자신이 큰 나무에 올랐고 그와의 관계만 유지한다면 계속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현실이 그녀를 오히려 정신 차리게 해주었다.사람이 살아 있는 한 나무에 목매어 죽을 수는 없다.그녀는 이미 선택을 하였고 노형원에게만 기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로젠을 대신할 후원자를 찾아야 하고 후원자가 안정되어야만 그녀 또한 오래갈 수 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급하지 않다. 적어도 당분간은 로젠은 쓸만하고 한소은을 그에게 넘겨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은 후에 빠져나와도 늦지 않을 것이다.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그녀는 핸드폰을 보았다. 노형원은 그녀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냈었고 몇 통의 부재중 전화도 와있었다.급한 일인가, 무슨 일이 생긴 건가?그녀는 생각을 한 뒤 침착하게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후 문을 여니 노형원이 반겨주었다. “시유야, 어디 갔다 왔어! 왜 답장을 안해? 전화는 왜 안 받은 거야?”“...”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서서 눈을 깜빡이며 놀란 얼굴을 하였다. “형원아,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어디 갔다 온 거냐니까, 말해봐!” 그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그녀는 약간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화... 화내지 마.”“알았어, 말해봐!”그는 일찍 돌아와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집에 오니 아무도 없었고 문자와 전화 모두 받지 않았으며 그녀가 어디에 갔는지도 알지 못했다.걱정도 되고 의심도 되면서 그는 짜증이 났다.“나 연구실에 갔다 왔어.”“연구실? 내가 전화해 봤는데 이미 돌아간지 오래라던데?
그는 그녀를 껴안은 채 사과하였다. “시유야, 화내지마, 내가 잘못했어, 너한테 이렇게 화냈으면 안됐는데, 미안해.”“아이에게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내 맘 속엔 너와 아이 모두 다 중요해.” 그는 그녀의 뒷목에 입을 맞추며 마음을 표현하기 바빴다. “못 믿겠다면 이것 좀 봐줘.”그는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그는 원래 정식으로 청혼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강시유는 그 상자가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안에는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고, 그 위의 다이아몬드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눈물이 순식간에 멈추었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았다. 노형원은 그녀의 앞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고 상자를 내밀었다. “시유야 지난 몇 년 동안 나와 함께 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도 알고 네가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한 것도 알아.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 이젠 내가 널 잘 보살피고 아이도 잘 키워보자. 내게 너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게 기회를 줘, 나랑 결혼해 줄래?”예쁜 다이아몬드 반지를 거절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강시유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한 손을 내밀었다.노형원은 미소를 띤 채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준 후 그녀의 손등에 키스를 했다. “시유야, 사랑해.”“나도 사랑해.” 그를 안으면서 강시유는 손가락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았다. 그녀는 다이아몬드 크기의 만족을 했다.그 아이에 관한 일은 잠시 보류됐다. ——한소은은 요즘 식사를 잊는 지경에 이르렀다.가장 중요한 단계에 다다랐고 그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이번 향수 레시피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 테스트를 거쳐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얻는다면 그녀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만약 누군가가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연구실에서 잠을 잤을 것이다.최근에 실험실에서 오이연과 함께 야근도 하고 조현아가 와서 야식을 갖다주기도 했다.다만 오늘 밤만큼은 조금 견디기 힘들다.원래는 그냥 밤새워도 문제가 없었
왜냐하면 오늘 특별히 일찍 전화했는데 그가 못 받을 줄 알았지만 흔쾌히 받아주었고 그녀는 그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잡생각할 시간 없이 실험에 전념해야 할 때이다.오늘 밤이 지나고 신제품이 성공한다면 그녀는 며칠 동안 휴가 내서 쉴 수도 있고 그와 같이 있을 수 있다.이렇게 생각한 뒤 그녀는 모든 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였다.이연은 찬물에 얼굴을 씻고 오니 정신이 맑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화장실에서 나와 몇 걸음 걷고 나니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고 양손에는 커다란 자루를 들고 있었으며 키가 매우 커 보였다. 그의 걸음 방향이 연구실로 향했다.“거기 서!” 그녀는 소리친 후 계속 달려가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 누구야? 뭐 하러 왔어?!”오이연은 고개를 들어 이 남자를 훑어보았다.남자는 정말 키가 컸고 키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기세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상대방의 모습은 엄숙해 보였지만 이 시간대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는 안됐기 때문에 그녀의 잠재의식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인식했다.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니 그녀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꽤 사나운 듯했다.고개를 젖히고 눈을 부릅떴지만 조금은 귀여워 보였다.“전 회사 사람입니다.” 서한의 대답이 조금은 애매모호했다.오이연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가 여기서 하루 이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 또한 모두 아는데 당신은 얼굴조차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당신의 상관은 누구고 여기 뭐 하시러 온 거죠?”실험은 이미 가장 중요한 단계에 다다랐다. 노형원과 강시유 역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만약 사람을 보내 파괴하려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지난 일을 겪으면서 그녀는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누구를 보더라도 의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서한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환아에서 오랫동안 일하였
”이게……”그제야 오이연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오늘 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한소은 아가씨의 외투와 담요를 들고 왔고,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으니 수고스럽지만 그녀에게 전해 주십시오."그는 물건을 그녀 앞으로 건넸지만 오이연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는 그녀의 손에 물건을 쥐여주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임무는 끝냈으니 꼭 부인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저기요……”정신을 차린 오이연은 그를 불렀지만, 그는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 두세 걸음 만에 이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멍한 표정으로 물건을 들고 실험실 문으로 돌아오자,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샘플을 관찰하고 있는 한소은이 보였다. “배달 왔어요.”입구에 서서 그녀는 한 번 소리를 질렀다.한소은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고, 그녀가 두 개의 큰 봉지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분명 세수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배달을 이렇게 많이 시킨 거야? 효율이 너무 좋네.” 어느 배달이 이렇게 빨리 오겠는가, 그녀는 간 지 몇 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 언니의 흑기사가 보내온 거야.” 이 순간, 오이연도 갑자기 깨달았다. 한밤중에 옷과 음식을 배달할 정도로 마음을 쓰는 사람이 그녀의 흑기사 말고는 또 누가 있겠는가? "흑기사?” 한소은은 의아해하며 가방 중 하나를 받아 열어보자, 자신의 외투와 담요를 발견했고, 누가 이 물건들을 보내왔는지 바로 짐작이 갔다.하지만! 관계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었나?그가 이렇게 소란스럽게 회사에 나타났으니, 지금이라도 회사의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은?"그녀는 말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이미 갔어!"오이연은 손을 내저었고,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더욱 확신에 찼다.“정말 그 사람인가 보네! 그렇게 꽁꽁 숨기는 걸 보고 머리가 세 개거나 팔이 여섯 개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신기하지도 않던걸! 하지만 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