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핏빛을 보면서, 원철수는 문득 자신이 예전에 발병했을 때 둘째 할아버지께서도 자신을 이렇게 돌봤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속으로 미안함이 가득했다.“둘째 할아버지, 죄송해요!”원철수는 칼로 자신의 몸에 만 번 찌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죄송은 X뿔!”어르신이 갑자기 욕설을 퍼붓자 원철수는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둘째 할아버지, 깨어나셨어요?”김서진이 떠난 후, 원 어르신은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비록 가끔 신음하고 기침을 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어르신은 눈을 떴을 뿐만 아니라 말까지 하여서 원철수를 놀라게 했다.“허튼소리, 난 아직…… 죽지 않았어!”어르신은 비록 이전처럼 그렇게 중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욕도 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으며 예전처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원철수는 이미 비할 데 없이 하늘에 감사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둘째 할아버지께서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장수하실 것입니다!”원철수는 흥분하여 말하면서 어르신을 꼭 안았다.“숨, 숨…….”원 어르신은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원철수는 바삐 두 손을 놓고 어르신을 바라보았다.“목이 마르세요? 물드실래요? 배가 고프지 않으세요? 뭐 좀 드실래요?”이틀 동안 줄곧 쌀죽을 좀 먹였고, 게다가 반은 먹이고 반은 흘려서 어르신은 완전히 여위었고 그때 원철수의 상태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때 원철수는 온몸이 팽창하여 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온몸은 근육으로 가득 찼지만, 어르신은 배의 속도로 살이 빠져서 원래의 붉고 튼튼했던 것에서 지금은 마른 장작처럼 변했다.원철수는 어르신을 안았을 때 뼈다귀만 느껴졌다.“목말라……”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이 말했다.원철수는 매우 흥분되면서도 잊지 않고 등받이를 맞춰 준 다음 다시 물을 가지고 와서 좀 마시게 하였다.한 번에 너무 많이 먹일 수도 없고, 어르신이 사레들릴까 봐 천천히 조금씩 마시게 하였다. 물
의사로서 환자의 설명도 매우 중요했다. 특히 난치병에 직면했을 때 몸은 어떤 상태였는지, 어떤 내부 손상이 이러한 고통을 일으켰는지, 상세한 설명과 인식을 통해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원철수는 물끄러미 어르신을 잠깐 바라보았다.어르신은 거기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고, 회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쉬는 것 같기도 하며, 한 글자 한 글자씩 천천히 내뱉었다. 얼굴색은 비록 창백했지만, 내뱉은 말은 여전히 매우 뚜렷했다.원철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펜을 들고 빠르게 적었다.한참이 지나자 어르신은 갑자기 멈추었다. 원철수는 어르신이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이야기하려는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르신의 머리는 한쪽으로 치우쳤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둘째 할아버지?”떠보려고 어르신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다시 한번 불렀고, 이어서 약간 당황했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여러 번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원철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펜을 내려놓고 달려들어 어르신의 몸을 안았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고 심지어 어르신의 맥박을 짚어보는 것도조차 잊었다.“소리 지르기는…… X뿔!”어르신은 갑자기 짜증 나는 말투로 다시 말했다.비록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 내는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어르신이 말을 했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원철수는 손을 떼고 어르신을 바라보았는데 어르신이 반쯤 뜬 눈으로 초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울고 또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아직 죽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죽지 않아서요!”“퉤-!”침을 한 번 뱉은 후 어르신이 말했다.“맥박 짚는 것도 모르겠어?”“저, 저…… 깜빡했어요!”원철수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방금은 확실히 너무 긴장하고 당황해서 맥박을 짚어보는 것을 완전히 잊었다.그러니 어르신이 꾸짖는 것도 맞았다.자신이 맥박을 한번 짚
당시, 원청현의 진맥만으로는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심했었다. 원철수에게 증상이 나타나서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한소은은 남아시아에 파괴적인 재앙을 일으켰던 전염병 바이러스도 우리 몸 속 깊이 침투해 이상 반응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마 이 두 가지 바이러스 모두 그 연구소에서 연구한 바이러스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바이러스는 숨는 데 능숙했고 너무도 교활했다.그랬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원철수의 능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너무 교활했던 것이다.원철수는 원청현이 자기를 위로하려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마지못해 웃으며 물었다.“둘째 할아버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원철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경험이 풍부했다. 게다가 자기의 몸이니 그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사실 너도 모르는 건 아니잖아?”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원철수에게 되물었다.씁쓸하게 웃는 원청현의 표정에 원철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철수는 고개를 획 돌렸다. 그는 원청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원청현 앞에서 나약하게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지금은 괜찮아.”원청현은 원철수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다.“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 소도 통째로 잡아먹을 수 있겠어!”“그럼, 소고기 반찬을 해 드릴게요.”원청현의 말을 듣고 원철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자 원청현이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어이구! 이 멍청한 놈아! 지금 소고기 반찬을 해서 내게 바쳐도 못 먹어. 소고기 반찬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내말에 집중해.”“말씀하세요.”원철수는 곧장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건 고독이 아니라 그냥 바이러스인 것 같아. 전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 속은 거야.”원청현은 잠긴
지금으로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이것의 정체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원청현의 말을 듣고서야 원철수는 이것이 고독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런데 바이러스를 어떻게 소멸하고 또 어떻게 몸을 회복을 해야 하는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바이러스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이었다. 만약 자신도 그런 믿음이 없다면, 이번 연구는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허허.”원청현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실 원청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었다.그는 평생 한의약 연구에 몸을 바쳤고, 만족스럽다 말할 수 없지만 연구에서 성과를 꽤 이루었다. 게다가 그의 제자는 하나하나 출중하니 그는 뿌듯하기 그지없을 것이다.그리고 원철수도…….원철수를 보면서 원청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어리석은 일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의술을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었다.원청현은 죽는 게 두렵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걱정하지 마, 나 안 죽으니까.”원청현은 작게 투덜거렸다.“네 이놈 욕도 못다 했는데 지금 죽으면 안되지.”“얼마든지 욕 하세요. 둘째 할아버지가 욕하는 거면 얼마든지 다 들을 수 있어요. 얼마든지 하세요.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삼십 년이든 마음껏 욕하세요.”원철수는 다급히 대답했다.원청현은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난 절대 죽으면 안돼. 아니, 설령 죽는다 해도 아직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철수 이 자식이 평생 자책하며 살 거야.’그런 자책과 죄책감은 아마 원철수를 지옥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지도 모른다.“이제 바이러스라는 걸 알았으니 고독을 해독하는 방법으로 치료해선 안돼.”원청현은 몸을 겨우 지탱하며 말을 이어갔다. 몸에 많이 무리가 갔지만, 언제 다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질지 모르니 원청현은 한시가 다급했다. 지금 이렇
“뭐가 아쉽다는 거예요?”원철수는 호기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애석하게도 한소은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지만, 의학 대신 조향에 꽂혀서 의학은 포기하고 조향을 배우러 갔다는 말이지. 계속 의학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도 안 가.”원청현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시, 그는 한소은이 조향을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뜻을 결코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조향따위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조향에 빠질대로 빠진 한소은은 조향에만 집착했고 원청현도 그런 그녀를 더는 말릴 수 없었다.게다가 한소은은 조향 방면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조향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조향계에서 이름을 날렸다.원청현은 자신도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한소은을 말리지 않았다.나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의술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사람의 심보는 고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많은 일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념을 내려놓으니 의학 대신 조향을 택한 한소은을 탓하지 않게 되었다.다만, 집념은 내려놓았으나 체면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한소은과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 그러다 그녀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었었다. 나중에 그녀가 원래 연인과 헤어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소은은 모든 걸 스스로 혼자 해결하려 했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원청현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항상 이를 악물고 혼자 헤쳐 나가려 했다.이런 점은 원청현과 많이 비슷했다. 어쩌면 한소은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어 그녀를 마지막 제자로 삼고 그렇게 그녀를 아꼈는지도 모른다.원철수는 침묵했다.‘둘째 할아버지의 뜻은, 만약 한소은이 의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날 수 있었다는
원철수는 자기를 노려보는 원청현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그는 그저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김준을 타일렀다.“김준, 아저씨 말 들어야지. 이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할아버지가 지금 아프셔서 그래. 다른 방에 가서 혼자 놀아.”김준은 원청현에게 더 다가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을 나가지도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이며 원청현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마음이 약해진 원청현은 김준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이리 오렴.”“할아버지.”그 모습을 보고 원철수가 급히 그를 제지했다.마음이 약해졌다고 해서 아이를 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러자 원청현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사실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지내는데 감염될 거면 진작에 감염되었을 거야. 가사 도우미들은 나와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감염 되었잖아. 이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준이를 다른 곳에 보내지 않고 이곳에 남겨두었으니, 우리와 함께 모든 것을 같이 한다는 뜻이기도 해.”원철수는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그래, 둘째 할아버지 말이 맞아. 감염될 거라면 진작에 감염되었겠지.’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간염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원철수도 더 이상 원청현을 막지 않았다.원청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준은 그제야 미소를 띠며 원청현에게로 달려갔다.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원청현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침대 옆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기의 입과 코를 막았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원철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이렇게라도 아이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아이고 이놈아. 또 할아버지 물건을 부순 거야?”원청현은 아주 피곤했지만 그런데도 정신을 애써 붙들고 김준에게 장난삼아 말했다.“안 부쉈어요.”김준은 작은 손을 흔들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아파요?”“그래, 할아버지 지금 아파. 할아버지가 아프다고 그 틈을 타 할아버지 물건을 막 부
김준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히며 원청현의 팔에 머리를 살포시 얹었다.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원청현을 바라보았다.원청현은 김준이 자기의 팔에 기대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옆에 서있던 원철수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문득,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원철수가 빠른 걸음으로 김준에게 다가갔다.“으응.”원철수가 자기를 끌어낼까 봐 김준은 뒤로 피하며 원청현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갑자기 김준을 제지하려 손을 뻗은 원철수의 모습을 보고 원청현이 그를 말리려 했다. 그 순간, 의혹에 둘러싸인 원철수의 표정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원청현은 멈칫했다. 하지만 그를 말리지 않았다.원철수는 한 손으로 김준의 목을 살짝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준, 움직이지 마. 아저씨가 잠깐 확인할 게 있어.”이윽고 김준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헤집더니 옷깃을 내려 아이의 목을 확인했다. 원청현과 김준 모두 숨을 죽이며 움직이지 않았다.자기를 방에서 데리고 나가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김준은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원철수는 김준의 목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이의 부드러운 피부에는 빨갛게 두드러기가 생겼다. 습진인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습진과는 사뭇 달랐다.고열이 내린 후 나타난 증상 같아 보이기도 했다.원철수는 바로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왜 그래?”원철수가 말이 없자 원청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이것 좀 보세요.”원철수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 원청현에게 보여 주어야 더욱 확신이 들 것 같았다.원철수는 아이의 몸을 살짝 원청현에게로 돌렸다.원청현은 김준의 목덜미에 난 두드러기를 쓱 보더니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이건…….”“항체 반응 같지 않나요?”원철수가 긴가민가한 말투로 원청현에게 물었다.김준의 두드러기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원철수는 100% 확신할 수 없었다.의학은 자고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고, 게다가 김준의 몸에서 발견된 것이니 더욱 신중해야만 했다.원청현
원청현은 입술을 살짝 치켜 올렸다. 하지만 그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그는 김준의 손을 살며시 놓으며 원철수에게 말했다.“너도 와서 한번 봐.”원철수는 의문이 가득한 상태로 손가락을 아이의 손목에 살짝 갖다 대었다.김준의 맥박은 아주 정상적이고 평온했으며, 아주 건강한, 정상인의 맥박이었다.아이의 맥박은 보통 어른보다 조금 빠르다. 이 또한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었다.원철수는 원청현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원청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깊게 연구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원청현은 그가 스스로 답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를 향해 웃기만 했다.원철수는 그런 원청현의 눈빛에 김준의 맥을 짚는것에 열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할아버지, 김준은 건강해요.”“그래, 그는 건강해.”원청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매우 흡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 그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다.“하지만.”원철수는 조금 망설였다. 김준이 건강하긴 하지만 그의 목덜미에 돋은 붉은 두드러기가 무슨 원인에서인지 알고 싶었다.“하지만 맥박만으로 그게 뭔지 판단할 수 없어. 그렇지?”원청현은 원철수 마음속의 의심과 걱정을 곧장 알아차렸다.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맥박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무슨 말이예요?”잠자코 있던 김준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아직 어린 그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우리 준이 몸이 아주 건강하다고. 요즘도 밥 잘 먹고 있지?”원청현이 농담 섞인 말투로 김준에게 말했다.“아니요.”그러자 김준은 고개를 저으며 울상을 지었다.“요즘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잘 안 먹었어요.”김준의 투덜대는 말에 원청현은 껄껄 웃었다.“허허.”원철수는 옆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원청현은 사실 원철수의 요리 솜씨가 얼마나 최악인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