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상언의 이 말이 맞았다.그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좀 일깨워주자 그 원인과 결과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저는 지금 한 가지 생각이 있어요.”임상언은 진지하게 생각한 후 말했다.“?”“자신이 이미 버림받았다는 것을 ‘사장’이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요?”그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입가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그 웃음은 그에게 약간의 계략이 있는 간사함을 보여주었다.그러나 그의 이 생각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은 생각입니다.”임상언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그럼 저는 지금 가서 처리할게요. 만약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찾으세요!”김서진은 하루 종일 주택에 있었다. 생활의 흐름은 갑자기 느려진 것 같았고 이렇게 한가한 적이 없었다.비록 그의 전화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고, 컴퓨터로 원격 조작과 회의를 해야 했지만, 예전보다 업무량이 훨씬 많이 줄었다.어르신은 줄곧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가끔 깨어나 몇 마디 중얼거렸지만 의식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아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런 상태는 하루 종일 지속되었고 한밤중이 되자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원철수는 거의 눈을 붙이지 못하고 줄곧 침대 앞에서 시중을 들었다. 어르신이 위급할 때는 급히 달려와 진료를 봐주었고 별일이 없을 때는 그 한 무더기의 고대 의학 서적에 파고들었다.김준의 작은 이불을 살며시 위로 당겨주고 김서진은 맞은편 서재에 비친 불빛을 보며 탄식하였다.자신의 반평생도 혼자 한 셈이어서 한때는 자신이 못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는 무력감을 느꼈다.쿵덩!고요한 밤에 이런 소리는 유난히 분명했다. 김서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무의식적으로 아들을 보았다.김준은 이미 눈을 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눈빛은 여전히 막막했다.분명히 그
“오지 마세요!”고개를 들어 김서진을 보자 원철수는 소리쳤다.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한 손은 고집스럽게 뻗어 있었고 손에는 핏자국이 뚜렷하게 그어져 어르신의 손목에 닿았다. 두 사람의 손목은 모두 칼로 그었고 칼자국은 바짝 붙여 있었다.“당신…… 미쳤어요!”김서진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그가 막 앞으로 가려고 하자, 원철수가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당신 오지 마세요!”목소리가 매우 크고 급한 데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까지 겹쳐 온몸이 약간 떨었다.원철수의 흥분된 정서를 보고 김서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고 오히려 더 나아가지 않았다.“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하는 것은…….”원철수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어쩔 수 없어요. 정말 어쩔 수 없어요.”원철수의 말은 김서진을 매우 놀라게 했고 무의식적으로 어르신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 장면을 쳐다보자 김서진은 비록 적지 않은 풍랑을 겪었지만 여전히 깜짝 놀랐다.어르신의 몸에는 어느새 커다란 혹이 잔뜩 부풀어 올랐고, 하나하나 부풀어 오른 혹은 작은 언덕처럼 보였으며 원래 쭈글쭈글하던 피부도 팽팽해졌다.어르신은 나이가 많고 피부가 늘어진 데다 사람이 비교적 말라서 피부가 모두 주름투성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팽팽하고 윤기가 났다. 이 상태는 이전 원철수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의 상태와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원철수는 젊고 몸에는 힘과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 당시에 근육이 배로 팽창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어르신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피부밑에 물을 주사한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더 발전하면 찌르자마자 찢어질 것 같았다.“이건…….”김서진은 등줄기만 오싹했다.“이것은 독충 때문입니다. 독충이 몸속에서 발전하였거든요.”원철수는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정신을 차렸다.“제가 자료에서 찾았는데 둘째 할아버지께서는 몸이 약하시고 나이도 있으셔서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 지
더구나 밖에 감염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설마 모두 그의 몸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김서진은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경솔하게 그들을 방해하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대치하는 순간 줄곧 반 혼수상태였던 어르신은 정신을 차린 듯 비틀거리며 다른 한 손을 들려고 했다.어르신의 행동을 보고 원철수는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급히 말했다.“둘째 할아버지, 움직이지 마세요! 곧 나을 것입니다. 곧 제가 할아버지 몸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고 할아버지께서는 곧 좋아질 것입니다!”원철수의 정서는 흥분되었지만, 어르신은 그보다 더 흥분되어 손을 떨며 갑자기 뺨을 툭 때렸다. 다만 몸이 허약해서 힘이 크지 않아 손바닥이 그의 볼을 스치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어르신의 이 동작은 이미 원철수를 기뻐하게 하기에 충분했다.“둘째 할아버지, 좀 괜찮으세요?”그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말했다.“역시 제 추측이 맞았어요! 이 방법은 분명 쓸모가 있을 거에요!”“쓸모 있긴…… X뿔!”몸이 이렇게 허약하지만 어르신은 여전히 욕설을 퍼부을 수 있었다.어르신은 원철수에게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그의 힘이 너무 세서 전혀 벗어날 수 없었다.“이놈의 자식, 놔…… 놔!”“둘째 할아버지, 손을 놓으시면 안 돼요. 지금 절반까지 진행됐어요. 제가 곧……”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이 다친 손목을 힘껏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머뭇거리며 심하게 몸부림치자 손의 피는 빠르게 흘렀고 검붉은 피가 침대 위에 떨어져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이 방법, 통하지 않아!”어르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빨리 멈춰.”어르신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자 원철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어떻게 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아니, 둘째 할아버지, 저는 많은 책과 자료를 찾아봤는데 이것은 이런 독충을 대처하는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에요!”“저를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몸
어르신의 몸에 원래 부풀어 있었던 혹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그러나 이것은 결코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곧 피부 아래에서 미세한 것이 빠르게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것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았으며 마치…… 혈관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원철수는 어안이 벙벙하여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둘째 할아버지, 이건…….”어르신은 눈썹을 찡그리며 괴로워하셨다. 비록 아랫입술을 깨물며 애써 참으려 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김서진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원철수가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 짧은 시간 동안 그가 본 것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이제 유일한 희망은 어르신 자신에게 있다.어쩌면 어르신 자신에게 방법이 있거나 혹은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소은 쪽의 일이 해결되어 달려온 후 다시 더 좋은 해결 방안이 있는지 의논해 볼 수 있을 것이다.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에 이미 굵은 땀방울이 맺혀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다.김서진은 모서리에 있는 거즈와 가위를 언뜻 보았는데, 아마도 원철수가 미리 준비한 것 같았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즈로 재빨리 어르신의 손목 상처 부위를 몇 번 묶고 가위로 자른 후, 다시 어르신의 몸을 지탱하여 반쯤 기대고 앉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원철수도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자신의 손목의 상처를 묶은 후 몸을 돌려 작은 병에서 알약 하나를 부어 원 어르신의 입에 넣었다.“괜찮으세요?”김서진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이 물건은 그들의 지식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원철수가 방금 위험을 무릅쓰는 방법은 분명히 쓸모가 없었고 또 어르신께 무엇인지도 모르는 알약을 먹여서 김서진은 매우 걱정했다.“문제없어요.”원철수는 단호하게 대답했
“어떤 고대 의학 서적에 자신의 몸에 인도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네가 무협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야, 아니면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것이야.”원철수를 흘겨보며 어르신은 천천히 말했다.“독충을 놓으려면 도입물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독충을 풀려고 해도 도입물이 필요한 것이야.”“무슨 도입물이 필요한 것입니까? 제가 바로 찾으러 가겠습니다!”원철수는 급히 말했다.손을 약간 들어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고 어르신은 이어서 말했다.“아직은, 우리가 이것이 무슨 독충인지 몰라. 오직 정확히 알아야만 풀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이 독충은 네가 그것을 자극할수록 발작이 빨라질 것이야.”“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아버지의 뜻은 제가 방금 한 방법이 그것들을 자극했다는 것입니까?”원철수는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을 미워했다.모두에게 이런 재앙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둘째 할아버지를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이번뿐만 아니라 지난번에 내가 약욕으로 끌어내려고 했던 것도 그들을 자극하여 가속하게 한 것 같아.”입꼬리를 잡아당겨 쓴웃음을 지으며 어르신이 말했다.“나도 잘못했는데 하물며 너까지. 그러니 자신을 탓하지 마. 모든 것이 운명이야!”원철수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둘째 할아버지, 언제부터 운명을 믿으셨습니까.”“어떤 때는 믿지 않을 수 없어!”어르신은 억지로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보며 말했다.“당신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제가 나가서 더 큰 확산을 일으키면 죄가 아니겠습니까.”김서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는 조롱하는 말투로 가능한 한 분위기를 가볍게 하여 했다. 어르신의 성격상 이런 묵직하고 숨 막히는 무거움을 분명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손을 흔들자 어르신은 눈살을 찡그렸다.“독충은 전염병처럼 그렇게 쉽게 확산되지 않아. 만약 감염되려면 당신은 벌써 감염되었을 가야.”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어르신은 이 견해를 부정했다. 그러나 원철수는 인정하지 않았다“아니에요, 둘째 할아버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것일 수도 있어.”원청현이 힘도 없이 아예 눈을 감고 입술만 달싹인 채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원철수와 김서진은 모두 몸을 앞으로 내밀고 귀를 쫑긋 세우고 원청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그러나 더 이상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원청현의 입만 살살 움직이는 모습만 보였다. 서로 마주친 두 사람의 눈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설마, 귀에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둘째 할아버지, 뭐라고요?”원철수가 다시 물었다.원청현은 여전히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어르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한참 지켜보던 김서진이 결론을 내렸다.바로 그때, 원청현의 입이 갑자기 닫히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다시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원철수는 그런 원청현을 한참 쳐다보더니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그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원청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아마…….”원철수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원청현이 갑자기 눈을 다시 떴다. 그가 이렇게 갑자기 눈을 뜨자 원철수는 꽤 놀랐다.원철수는 흠칫 놀란 눈치였지만 곧 그에게 다가갔다.“둘째 할아버지?”원청현은 약간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에서 갑자기 깨어난 듯 원철수를 바라보았다.“이…… 망할 자식아!”“네, 저예요!”원철수는 원청현의 몸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바삐 대답했다.“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둘째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죠?”“…….”원청현은 말을 하지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둘째 할아버지?”“아무것도…… 하지 마!!”이 말을 남기고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듯 머리를 옆으로 치우치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둘째 할아버지!”원철수는 순간 원청현이 잘못된 줄 알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삐 원청현의 손목을 들어 자세하게 맥을 짚었다.그의 얼굴은 굳었지만, 찌푸린 미간은 전보다 조금 펴졌다.“어때?
원철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모습은 유난히 우울해 보였다.“우리는 어르신의 말을 믿어야 해.”원철수의 우울한 기분을 알아차린 김서진은 그를 위로했다.“그리고 우리 자신도 믿어야지.”“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그러나, 김서진의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 원철수는 더욱 우울해 졌다.원철수는 몸을 돌려 일어서더니 곧장 창가로 갔다.그가 아래층을 바라보았다. 원래 비교적 고요했던 정원이 지금은 더욱 죽은 듯 고요했다.며칠 전 자신이 여기서 난동을 부리고 베란다를 뜯어버리고 많은 물건을 망가뜨렸다.그것을 생각하며 원청현은 말로는 그를 나무랐지만, 그를 대신해 뒷정리를 해주고 또 그를 치료해 줬다.원청현은 원철수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했다.입으로는 한 번도 원철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르쳐야 할 것은 모두 가르쳤다.이전에 원철수는 원청현이 자기에 대한 편견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나중에야 그는 자신이 너무 자신감이 넘쳐 자만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분명히 자기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원청현은 진작에 간파하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마음도 몰라줬고 자신은 늘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잘난 체했다.지금 원청현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때문에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원철수는 지금 당장 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목숨으로 사죄할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러나 원철수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하면 자신은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양심의 가책을 피할 수 있다.하지만 원청현은? 자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자기가 벌인 그 난장판들은?원철수는 두 손으로 창문을 짚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억지로 다시 삼키려 했다.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그는 요즘처럼 자주 우는 일이 없었다.며칠간, 그는 마치 어렸을 때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다 흘린 것 같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김서진의 확신에 찬 대답에 원철수는 조금 놀랐다.“그렇게 확신해?”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실 자기와 한소은의 관계가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도 그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더구나 자신이 그곳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니, 자연히 그 안이 어떤 마굴인지 잘 안다.하지만 김서진은 가벼운 말투로 한소은이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다.김서진이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녀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사실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알지 모르는 것인지 원철수는 조금 헷갈렸다.“아니, 어쩌면 당신이 잘 모를지 몰라. 당신도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그 조직을 알게 되었지만, 그 조직이 얼마나 악독한지는 상상도 할 수 없어.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야. 거기는 지옥이야. 아니, 지옥보다 더 한 곳이란 말이야!”원철수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김서진이 한소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까 봐 조금 걱정이었다.“내 생각에는 한소은 씨가 빨리 그곳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원철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서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소은 씨가 괜찮다고 말한 건 그녀가 확실히 괜찮아 서야. 적어도 현재로서는 안전해.”“하지만…….”원철수는 조금 멍해졌다. 계속 말하고 싶었지만, 김서진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나는 당신이 거기서 얼마나 무서운 일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어. 나를 믿어. 소은 씨는 당신 보다 그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더 잘 알아.”결국, 한소은은 원철수보다 그 실험실에 더 일찍 들어갔었다.국내에서 이 실험을 시작하고 몰래 지하에 숨어 있을 때부터 한소은은 이미 그들과 접촉했었다.그때는 실험실의 실체를 몰랐지만 이렇게 오래 머물기도 했고 그곳은 지금 그녀가 매우 필요했다. 게다가 임상언, 그리고…….김서진은 한소은이 원철수보다 그 조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그런 한소은을 자신이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걱정하고, 두렵다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