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당신은 통제되지 않았군요.”한소은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서한을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서한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서한은 눈만 드러냈지만, 그 눈은 피곤해 보였고 두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악의는 없었다. 게다가 눈은 반짝 빛났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 사람의 눈빛은 흐려지지만, 그의 두 눈은 흐려지지 않았다.그래서 한소은은 서한이 절대 통제된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당하지 않았다면 왜 이연에게 그런 말을 하고, 왜 서진 씨와 사이가 틀어졌을까?’가장 중요한 것은 서한이 언제부터 여기에 잠복해 있었는지였다. 처음부터 이곳에 신분을 숨기며 잠복했는지 아니면 최근에 왔는지, 김서진의 계획인지 아니면 그의 자작극인지 등등 물음은 한소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음…….”서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네.”“잠깐만, 두 사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내가 알아듣지 못하겠지?”임상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말을 끊었다. 지금 두 사람이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게 수수께끼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자기는 마치 이 상황과 조금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전에 임상언은 자기에게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기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그제야 서한은 고개를 돌려 임상언을 힐끗 쳐다보았다.“임상언 씨, 당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그들은 당신의 아들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이 말은 듣기에 매우 잔인하지만, 임상언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교활하고 잔인한 유한성은 처음부터 임남으로 자기를 조종하려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곳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임상언은 아들을 찾는 것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그는 줄곧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그들의 말을 잘 들어왔다.하지만 그들이 주동적으로 임남을 풀어
한소은이 이렇게 말 하자 임상언도 크게 놀라 고개를 돌려 서한을 바라보았다.그도 서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서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한소은의 물음을 묵인하는 것 같았다.“당신 정말 미쳤군요.”서한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고, 감정의 기복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완전히 객관적인 묘사인 것 같았다.실제로 임상언도 한소은의 말에 공감하며 한마디 덧붙였다.“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정말 미친 거야!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이 곳에서 모든 것을 없애고 같이 죽겠다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게다가, 여긴 백신 기지 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있어. 아무리 너라 해도 여기를 파괴하고도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아차, 서한은 이 곳과 함께 사라지겠다는 뜻이지!’임상언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렸다.“설령 정말 이 곳을 파괴하고 너도 함께 이 곳에 묻히게 된다면 네 악명은 길이 남게 될 거야!”“나도 알아요.”서한의 표정은 평온했다. 심지어 조금은 덤덤해서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그런 거 상관 없어요.”임상언은 어이없어할 말을 잃었다. 그저 속으로 아우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넌 신경 쓰지 않아도 우린 신경 쓴단 말이야!’‘이제 알겠어. 김씨 가문의 사람들, 그 가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사람은 모두 미치광이야!’임상언은 줄곧 서한이 일 처리에 능숙한 비서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는 놈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임상언이 다시 입을 열어 서한을 설득하기 전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서 여길 떠나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여긴 금방 발각될 거예요
한소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 아픔이 전해왔는지 서한의 얼굴색이 변했다.임상언을 붙잡고 있던 다른 한 손도 힘이 조금 풀렸다.이 기회를 놓지 않고 임상언은 바로 빠져나와 한쪽으로 섰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몇 걸음 뒤로 더 물러섰다.임상언이 빠져나가자 서한은 다시 그를 쫓아가지 않았다.다만 한소은에게 잡힌 자신의 손목을 빼려 노력했다.그런데 이상했다. 한소은의 힘은 분명 전혀 자신보다 세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을 뿐인데, 뜻밖에도 그 손을 뿌리 칠 수 없었다.물론, 한소은에게 강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서한은 이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연 씨한테 많이 미안해요. 그건 다음 생에 갚을 수밖에 없겠네요.”서한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눈꺼풀을 드리우며 세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실 서한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미안한 사람은 바로 오이연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본의 아니게 여기에 빠져들었고 여기에 접하게 되었고, 또 이곳의 죄악을 알게 되었으니 그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더군다나 그의 몸에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이제 서한의 목숨은 끝을 다해 간다. 뭐라도 해서 이 곳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한소은은 노여워하며 욕했다.그녀를 알고 지내면서 임상언은 처음으로 한소은이 이렇게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애초에 자신이 그녀를 속을 때도 그녀는 아주 차분하게 자신과 연을 끊었다.지금까지 이렇게 그녀를 화내게 한 일이 없었다.한소은이 이어서 말했다.“다음 생?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일 거면 이연이한테 가서 다 말해요! 가서 다음 생에 다 갚을 테니 이번 생은 당신을 잊어 달라 이연이한테 말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 생에 진 빚은 이번 생에 갚던가!”“아직 멀쩡하잖아요. 움직일 수 있고 말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더러운 곳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해요?”“
한소은은 서한의 대답에 어리둥절했다.“지금은 이런 말을 할 시간이 없어요. 정말이에요.”서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제발, 내 말 믿고 어서 이곳을 떠나요.”“혹시 여기에 폭탄을 설치하셨나요?”서한이 계속 그들을 이곳에서 내쫓는 말을 들으며 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임상언은 한소은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폭탄?!”아주 잠깐 정신이 멍해져있다 임상언은 즉시 사방을 둘러보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서한 이 자식이 정말 미친 건가? 폭탄을 설치했다고?’“아니에요.”한숨을 내쉬며 서한이 말했다.“그런데, 여기에 더 이상 머물면 안 돼요. 제가…….”서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소리의 근원은 책장 방향이었고, 한소은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서한은 더욱 조급해졌다.“사모님, 이번엔 내 말 들어요!”“내 말 좀 들어봐요. 일단 유한성을 만나게 해줘요!”한소은 목소리를 낮게 낮추며 말했다.서한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소은의 말을 들었다.한소은은 그제야 천천히 서한의 손을 풀어주었다.서한은 자기 손목을 조금씩 움직였다. 손목이 한동안 겪어 있어 아팠지만, 겉으로 보기엔 상처 하나 없었고 심지어는 겪어 있던 흔적도 없었다.전부터 한소은이 무술 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겨루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보니 자신도 모르게 크게 감탄했다.서한은 손목을 한 번 더 움직이더니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책꽂이 앞에 서서 서한은 손을 올리고 몸을 웅크리며 밑바닥에 있는 꽃병을 돌렸으나, 책꽂이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에 한소은과 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서한은 그들이 어리둥절해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저 고개를 돌려 그들을 한번 쓱 보기만 할 뿐,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그러고는 다른 책장 앞으로 다가가 반대편에 서서 팔을 약간 움직이고 허리를 굽히며 그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고
밀실 안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침대와 소파, 탁자, 커피머신 등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그 외에 가장 이상한 것은 왼쪽에 늘어선 탁자 위에 길게 늘어진 투명한 캔들이었다.캔 안의 색깔은 좀 탁했고, 안에 무언가 담겨 있었다.그것들은 뭔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양과 색깔은 모두 그들이 소름 돋게 했다.그리고 우측 바닥에는, 그들에게 온갖 수작을 부리던 유한성이 지금 보따리처럼 꽁꽁 묶여서 던져져 있었다.유한성은 잠든 것 같기도 했고 기절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방금 분명히 여기서 큰 소리가 났다.“설마 죽은 건가요?”한소은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서한이 고개를 저었다.임상언은 가까이서 살펴보려고 앞으로 한발 다가가 고개를 숙여 유한성을 유심히 지켜보았다.“아직은 아닐 거예요.”이어서 고개를 들어 서한을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잡은 거야? 밖에 있는 그 경호원들도 네가 때려눕힌 거야?”서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밖의 경호원들은 확실히 좀 까다롭긴 했지만, 아직 그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임상언은 서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다만 바닥에 던져진 유한성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솔직히 말하면, 임상언은 유한성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는다. 그는 자기의 아들을 납치해 갔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그를 묶어두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만약 이 방법이 쓸모가 있었다면, 임상언은 진작에 이렇게 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 변태적인 남자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죽을지언정 남이의 행방을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어떡하죠?”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바라보고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다른 방법도 없다.서한이 유한성에게 손을 댄 이상, 지금 그를 죽이든 말든 유한성과 협력하는 척할 수 없다. 계속 그의 말을 들으며 임남을 구할 기회를 찾는 것도 불가능해진다.“얘기를 좀 할 수밖에 없겠죠.”한소은은 의자 하나를 잡아당겨 유한성 앞에 앉았다.그녀는 임산부이기 때문
유한성은 웅크리고 있던 몸이 천천히 피며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더니 몸을 돌려 앉았다.그는 한소은과 얼굴을 맞대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얼굴을 들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가면을 통해 보이는 그 두 눈은 더욱 기이하고 날카로웠고 악랄한 빛을 비추고 있다.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한소은을 한참 쳐다보다가, 또 고개를 돌려 옆의 임상언을 바라보았다.1초만 그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마지막에는 서한을 바라보며 정정했다.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낄낄거리며 웃었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거군!”서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울한 눈을 한 채 이렇게 그의 옆에 서 있었다.한소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얕잡아 본 사람은 적지 않죠.”“당신 뒤에 누가 있는 거예요? 이 조직은 도대체 무엇이고, 당신들과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 조직에는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거죠?”마음속으론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분명히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물어보아야 한다.유한성은 머리를 비스듬히 돌리고 한소은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의외로 아주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조직은 당신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에요. 당신들이 뭘 알겠어요!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고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이라 말하고 있죠. 사실 현실 앞에서, 이익 앞에서는 누구도 누구보다 고상하지 않아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묻는 말이나 대답해요!”임상언은 귀찮은 듯 말했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그와 정면으로 대면했다.“당신들 뒤에 있는 조직은 Y 왕실 사람이죠? 내 아들은 왕실 안에 숨겨져 있죠?!”임상언은 마음이 급해서 곧바로 유한성에게 물어보았고, 한소은이 막으려 해도 이미 늦었다.하지만, 곧바로 한소은은 임상언이 이 말을 꺼냈으니, 유한성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었다.유한성은 분명히 멈칫했다. 이어서 또 웃기 시작했고 꽤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벌써 왕실까지 알아냈다니! 당신들은 내가 생각
“도대체 바이러스를 얼마나 투약한 거야!”서한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서한…….”유한성은 그의 이름을 부르다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며 다시 말했다.“아, 아니지. R16이라 불러야겠지?!”이 코드 네임을 듣자, 서한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이어서 심하게 그의 배를 걷어찼다.“윽!”유한성은 고통에 안색이 변하고 입가에 피까지 흘렀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그들을 화나게 한 것이 즐거운 것 같았다.한소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한을 한 번 쳐다보았다.서한의 몸에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코드 네임을 들으니, 그가 시험 품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실험은 정말 인성을 파괴하는 것이다.비록 한소은은 그들이 산 사람을 실험에 사용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고 하지만, 매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도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당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 아프고 슬퍼졌다.그리고 서한은 당사자로서, “시험 품”으로서 직접 체험했기에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홀로 감당했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곳을 파괴하려 했다.한소은은 서한을 깊게 바라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허허허, 지금 날 잡아서 뭘 어쩔 건데? 넌 시험 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넌 평생 벗어날 수 없지.”유한성은 계속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날뛰었다.서한은 참지 못하고 또 그를 때리려 했으나 이번에도 한소은이 그를 막았다.“서한 씨!”한소은이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이 자식은 고의로 당신을 화나게 하고 있어요. 당신이 그를 죽이게 하려는 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서한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유한성이 계속해서 자신을 자극하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이 자식이 죽으면 단서가 끊어져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
가면이 찢어지자, 유한성의 얼굴이 절반이 드러났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소름이 쫙 돋았다.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광경에 놀랐다.한소은은 본능적으로 배 속의 아기가 놀랄까 봐 손으로 배를 감쌌다.유한성의 얼굴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하지만, 그의 얼굴은 정말 무서웠고 메스꺼웠다.흉터가 빽빽하게 나 있을 뿐만 아니라 입과 코가 모두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어 얼굴 전체가 뒤틀려 있었다.화상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의 얼굴에는 칼자국도 남아 있었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많은 상처가 집중되어 있어 보는 사람이 무섭고 두려운 느낌이 들게 했다.얼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데, 유한성의 음흉한 눈빛과 악의적인 마음마저 그런 얼굴에서 드러나니 그야말로 악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리고 이 악귀는 인간 세상에서 살아 숨 쉬며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른다.유한성의 입술 끝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있었다. 지금 이런 얼굴과 함께 어울리니 기괴하기도 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세워졌다.“아아아…….”늘 침착하게 웃고 있던 그가 갑자기 꼬리 밟힌 듯 개처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는 마스크를 다시 쓰려고 몸을 비틀며 더욱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하지만 손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몸을 비틀어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 바람에 가면이 더 찢어졌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서 얼굴을 문지르며 억지로 가면을 얼굴에 가렸다.“임상언, 널 죽여버릴 거야! 난 너의 아들을 죽여버릴 거야!!!”“다시 한번 말해 봐!”임상언은 손바닥으로 유한성의 얼굴을 한 번 더 내려치더니 곧바로 그의 가면을 두 동강 냈다.가면이 바닥에 우당탕 떨어져서 유한성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나머지 절반은 이 절반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나아 보이지 않았다.얼굴 전체가 마치 누군가에 의해 부서지고 바닥에 밟힌 진흙투성이처럼 정말 보기 흉했다.“아아아아아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