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순간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얼굴이 굳어지며 서로를 보았다.이어서 유한성이 말했다.“넌 저기 뒤로 가있어!”유한성은 뒤의 방향을 가리키며 주효영보고 피하라고 눈짓했다.주효영은 빠른 걸음으로 뒤로 갔고 유한성의 곁을 지나갈 때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잠깐!”유한성이 부르자 주효영은 멈칫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물건은 두고 가!”이렇게 말하면서 유한성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쳤다.주효영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고분고분하게 물건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다시 한번 그를 깊게 쳐다본 후 발걸음을 재촉하여 재빨리 떠났다.앞에 있는 이 남자는 괴팍하고 성격이 괴상하여 종잡을 수 없다.게다가 그의 몸매는 자신이 잡으려 하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러나 주효영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임상언도 그러지 않았다.감히 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배후 세력과 조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유한성은 혼자가 아니었고 최종 보스도 아니다. 그의 뒤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그들은 감히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없었다.주효영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뒤흔드는 절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곧 그녀의 그림자가 남자의 뒤로 사라졌다.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사람이 이미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한성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들어와!”말을 마치고 유한성은 느릿하게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미끄러져 책상 위에 앉았다.자연스럽게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한가로이 흔들며 바로 손에 쥐어 주효영이 내려놓은 그 물건을 손에 쥐고 놀았다.임상언이 들어왔을 때 어리둥절했다.이 방은 마치 방금 큰 전쟁을 겪은 것 같았다. 바닥에는 온통 유리 조각들이다. 발을 디딜 때 밟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그리고 땅에는 약간의 핏자국이 어렴풋이 섞여 있는데 마치 누군가 다친 것 같았다.여기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피를 흘리는 것은 결코 희한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이 발생한 장소가 좀 맞지 않았다. 유한성
임상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유한성이 작은 병에 집중해서 쳐다보는 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건…….”“응?”임상언이 머뭇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유한성은 마침내 시선을 그에게 돌리고 고개를 돌려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큼큼…….”임상언은 작게 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한소은이 방금 그게 실패작이라고 했었거든요.”“나도 알아.”병이 유한성의 손가락 사이를 돌면서 액체가 흔들렸다.반투명인 병이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눈앞의 이 남자와 같이 매우 불안정하게 보였다.“그럼…….”임상언은 잠시 멈추고 계속 말하지 않았다.유한성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 소리는 마치 철로 벽을 긁는 것 같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다.“내가 왜 이 실패작을 고집하냐고 묻고 싶은 거야?”임상언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에게 화답한 셈이다.“왜냐하면, 나는 한소은을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야.”유한성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롭게 변하며 임상언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상언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이 남자는 정말 너무 간교하다. 마치 암울한 산속에 사는 늙은 여우 같았다. 자신이 그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그가 조금도 다른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또한 그에게 있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하찮은 것이었다.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고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다.이런 사람이야말로 끔찍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약점조차 찾을 수 없어 반격할 기회조차 없다.유한성은 그 것이 실패작이라는 한소은의 말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만약 한소은 씨를 믿지 못한다면 왜 굳이 그 여자를 데려오라고 고집한 거죠? 한소은이 무슨 짓을 할까 겁나지 않나요?”임상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건조한 입술을 살짝 핥았다.이어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소은 그 여자가 이 실험을 망쳐서 우리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게 하는 건 두렵지 않나요?”“두려울 게 뭐가 있지
“아니요.”임상언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의 눈빛을 피하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유한성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임상언, 난 전혀 신경 안 써. 나 같은 사람은 죽는 게 두려울 줄 알아? 너는 나를 죽이지 않을 거야. 네 아들이 아직 내 손에 있기 때문이지. 단 하루라도 그가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너는 감히 나를 죽이지 않을 거야.”몸쪽으로 늘어뜨린 주먹이 점점 더 꽉 쥐어지며 임상언은 애써 자제를 했다.하지만 아들 얘기가 나오자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마지막으로 아들과 영상 통화를 했을 때는 일주일 전.임상언은 진작 몰래 사람을 보내 계속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단서가 없었다. 심지어는 아이가 이미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지, 진작에 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닌지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이 보는 모든 것들은 모두 AI를 통해서, 혹은 미리 녹화해둔 녹화본으로 그를 속이며 그를 통제하기 위한 짓인지 의심할 때도 있었다.그러나 아들에게 매번 특정한 행동을 하게 하거나, 또는 일부러 과거의 사적인 일,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들을 언급할 때면 아들은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다 맞췄다. 임상언은 또 참지 못하고 희망을 품었다.일찍이 아들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만약 아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아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임상언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나는 보스에게 목숨을 받칠 수 있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 내 아들을 풀어줄 수 없나요?”임상언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유한성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우리 거래를 합시다.”“거래?”유한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흥미롭게 그를 바라보았다.임상언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에 있는 약으로 나를 통제하세요. 당신이 원철수와 다른 사람들을 통제했던 것처럼 모든 약은 다 받아 들일게요. 아들이 나에게 돌아올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보스가 내 아들을 잡아
“내가 너에게 약을 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이 약의 부작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야. 약으로 통제된 사람은 그 사람의 효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 너에게 약을 쓰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왜냐하면 넌 아직 나에게 이용 가치가 있다는 뜻이지. 그렇지 않으면…….”유한성은 말을 잠시 멈추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 뇌는 아직 그의 말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내가 약을 쓰면 자의식이 없어져서 보스의 일을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인가요?”자의식을 잃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임상언은 유한성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말 속의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한번 더 물어보려고 할 때 남자는 오히려 그의 말을 끊었다.“그만, 나를 떠보려고 하지 마. 나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아들이 곁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진작에 알려 줬었잖아. 순순히 내 말을 듣고 협조하는 거야! 실험만 성공하고 계획이 달성되면 네 아들은 곧 네 곁으로 돌아갈 거야.”유한성은 한 손을 받치고 다시 책상 위에 섰다. 천천히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임상언을 바라보았다.“임상언, 너는 이 계획이 성공하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왜냐하면…….”“계획이 이루어져야 네 아들이 사니까. 계획이 실패한다면, 크크크.”유한성은 침울한 얼굴로 임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아들은 이 위대한 계획의 첫 번째 부장품이 될 거야!”부장품 세 글자가 임상언의 가슴을 두들겨 그를 견딜 수 없게 했다.어금니를 꽉 물고 그는 억지로 말했다.“알았어요.”“한소은과 어떤 말을 했든, 너희들이 무엇을 계획하든 간에, 그 여자를 잘 지켜봐.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경고하는데, 내 눈 밑에서 작은 행동을 하려고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잘 알겠지!”책상 위에 서 있어도 키가 얼마 안 되는 남자를 보면서 임상언은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이 악마라고 생각했다.그는 한기가 들더니 갑자기 의기소침해졌다.임상언은 고개를 숙이
뜨거운 태양이 하늘에 떠 있었지만, 진가연의 마음은 오히려 아주 무거웠다. 진가연은 초조하게 방안을 왔다갔다하고 때때로 손을 비비며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했다.비록 진가연은 한소은에 대해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오가 다 되어 가는데도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아서 정말 자신이 없었다.그리고 한소은은 지금까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진가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더욱이 아버지가 정말 예정대로 깨어날 수 있는지도 몰랐다.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진가연은 긴장해서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하여 조건반사적으로 물었다.“누구세요?!”“아가씨.”하인의 목소리였다. 진가연은 한숨을 돌리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잠든’ 아버지를 쳐다보고 돌아서서 방문을 열고 하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일이야?”“아가씨, 아래층 전화가 놓자마자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 아가씨께서 받으러…… 가실래요?”하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진가연은 매일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집안의 전화선을 모두 끊어버리고 자신의 핸드폰 번호만 남겼다. 아주 가까운 사람만이 진가연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걸 수 있었고 다른 외부 전화는 일절 들어오지 않았다.진가연은 정말 대처하느라 지쳤다. 요 며칠 동안의 대응은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했다. 하여 진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우선 상관하지 마!”그냥 울리게 놔두었다. 받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소식을 알아내고 상황을 타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는 이렇게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줄곧 병을 구실로 삼았다. 하지만 병이 나더라도 예전에는 전화도 받고 공무도 처리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확실히 너무 이상했다.물론 진가연도 알고 있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진가연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 공무를 처리할 수도 없었다.다행히도 일부 간단한 일은 아버지의 심복 비서가 직접 처리했지만 그도 몇 번 찾아왔었다. 아무래도 심복 비서도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가연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한 것을 보고 김서진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에 오기로 약속했고 어린 계집애한테도 짊어지고 있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아마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소은 언니는 안 왔어요? 오늘 아침 일찍 온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데도…….”진가연은 잠시 멈췄다가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벽시계를 한 번 보고 또 말했다.“그리고 전화도 안 받아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한소은은 신용이 매우 높았고 자신의 몸에 중독된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몸을 잘 조리할 수 있으니 반드시 식언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말하자면, 한소은이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상관없는 일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약속했으니 진가연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조금 사소한 일이야.”김서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소은이는 올 수 없지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소은이는 이미 너의 아버지의 해독제를 다 만들어서 나보고 가지고 오라고 했어.”“무슨 일이에요? 심각한 건가요? 소은 언니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위험하지 않아요?”진가연은 매우 긴장해서 물었다.이전에 가지고 있던 그 조그마한 의심은 이미 걱정 속에서 사라지고 심지어 한소은에 대해 의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원망까지 했다. 설령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것도 모두 한소은에 대한 불신이었다.한소은은 이미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돕고 있는데, 자신은 뜻밖에도 한소은이 지각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괜찮아, 다만 일이 좀 갑작스럽고 급해서 소은이는 먼저 그쪽 일을 처리하러 갔어.”김서진은 대충 말했고 진가연에게 그 속 사정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그 신비한 조직이 그렇게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고 아침 일찍 사람을 데려갔는데, 한소은이 오고 싶어도 너무 늦었다. 다행히도 해독제는 개발되었다. 단지…… 김서진도 그대로 복용하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잘 몰랐다.다만, 김서진에게 이 임무를 맡긴 사람은 한소은이고, 그의 아내이기에 김서진은
“이것은 아버님 체내의 독이 작용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김서진은 말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환자와 별 차이가 없지만, 내부에 대한 피해와 후유증은 무궁무진하거든.”다시 말해서,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 지방, 근육, 심지어 혈기 등이 모두 소모되어 사람은 사망할 것이다.물론, 이것도 한소은이 말해준 것이다. 급작스러운 사이에 한소은은 거의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이어서 약간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김서진의 이해 능력이 강해서 조금만 거르고 통합하면 대략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비록 김서진은 의학상의 이론 방면에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원리는 여전히 알고 있었다.“그럼 어떡해요?”김서진의 말을 듣고 진가연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정서도 다소 진정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김서진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아버지를 꼭 구해야 해요. 아버지께서 일이 있어서는 안돼요!”눈 속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가득 스며들었고 떨어지지 않도록 꾹 참았다.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가 진가연을 데리고 자랐다. 비록 많은 동반은 없었지만 진가연은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 년 전에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있지 않고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결석했다고 원망했지만 나중에는 세상사를 모두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아버지는 돈도 벌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데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도 어디 그렇게 쉽겠는가. 게다가 자신과 같이 있는 것 외에 다른 방면에서는 확실히 자신을 박대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효도할 겨를도 없고 아버지를 그렇게 여러 해 동안 걱정만 드렸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이렇게 변하다니.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진가연은 평생 한을 품게 될 것이다.“걱정하지 마. 오늘 내가 온 이유가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야.”김서진은 내색하지 않고 소매를 빼내어 조금 거리를 두었다.한소은 외에 다른 여자와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건드려도 김서진은 불편해했다.“
“이걸…….”조급하고 슬퍼서 진가연은 고개를 돌려 김서징을 한 번 보았다.“물에 녹여서 해봐.”김서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진가연은 문득 크게 깨닫고 급히 일어나 정수기에 가서 물을 받고 또 알약을 넣었다. 그리고 갈색이 조금씩 번져 점차 물에 녹는 것을 지켜보았다.“이렇게 하면 약효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진가연은 망설이며 물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약효의 발휘에 영향을 주고 아버지의 신체 회복에 영향을 줄 가봐 걱정되었다.“…….”김서징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서진 오빠?”김서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감히 먹이지 못하고 또 김서진을 불렀다.그러자 김서진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잠깐만, 내가 전화해 물어볼게.”김서진은 몸을 돌려 한소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실, 진가연의 이 말은 오히려 김서진에게 일깨워 주었다. 결국 김서진도 알약을 물에 녹여서 먹이는 것과 녹이지 않고 그대로 삼키게 하는 것이 어떤 효과상의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지 못했다.김서진의 이해로 볼 때 알약을 물에 녹이든 그냥 그대로 삼키든 복용만 하면 효과는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결국 의사가 아니어서 진가연이 이렇게 묻자 오히려 망설였다.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중하게 한소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김서진도 한소은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으니 겸사겸사 그쪽의 상황을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다만 전화를 몇 통 걸어도 응답이 없자 마음이 끈에 끌려가는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었다.한소은이 이번에 간 것은 당연히 위험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곳에서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김서진은 약간 경솔하여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고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비스듬히 전방의 정수기로 돌렸다.물통에서는 가볍게 소리가 났고 안에서 묵묵히 물이 끓고 있었다. 전화에는 회답이 오기도 전에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시끄러운 소리가 좀 커서 김서진은 무의식적으로 진가연을 힐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