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조급하고 슬퍼서 진가연은 고개를 돌려 김서징을 한 번 보았다.“물에 녹여서 해봐.”김서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진가연은 문득 크게 깨닫고 급히 일어나 정수기에 가서 물을 받고 또 알약을 넣었다. 그리고 갈색이 조금씩 번져 점차 물에 녹는 것을 지켜보았다.“이렇게 하면 약효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진가연은 망설이며 물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약효의 발휘에 영향을 주고 아버지의 신체 회복에 영향을 줄 가봐 걱정되었다.“…….”김서징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서진 오빠?”김서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감히 먹이지 못하고 또 김서진을 불렀다.그러자 김서진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잠깐만, 내가 전화해 물어볼게.”김서진은 몸을 돌려 한소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실, 진가연의 이 말은 오히려 김서진에게 일깨워 주었다. 결국 김서진도 알약을 물에 녹여서 먹이는 것과 녹이지 않고 그대로 삼키게 하는 것이 어떤 효과상의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지 못했다.김서진의 이해로 볼 때 알약을 물에 녹이든 그냥 그대로 삼키든 복용만 하면 효과는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결국 의사가 아니어서 진가연이 이렇게 묻자 오히려 망설였다.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중하게 한소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김서진도 한소은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으니 겸사겸사 그쪽의 상황을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다만 전화를 몇 통 걸어도 응답이 없자 마음이 끈에 끌려가는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었다.한소은이 이번에 간 것은 당연히 위험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곳에서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김서진은 약간 경솔하여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고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비스듬히 전방의 정수기로 돌렸다.물통에서는 가볍게 소리가 났고 안에서 묵묵히 물이 끓고 있었다. 전화에는 회답이 오기도 전에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시끄러운 소리가 좀 커서 김서진은 무의식적으로 진가연을 힐끗
진정기의 목젖은 위아래로 굴러가더니 그 알약은 뜻밖에도 삼켜졌다.약이 삼켜진 것을 보고 진가연은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순간적으로 안정이 되자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삼켰어요.”“물!”김서진은 쉬지 않고 한 손으로는 진정기를 부추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진가연을 향해 내밀었다.진가연은 반응하고 바삐 물을 다시 건네주었다. 김서진은 물을 이어받아 진정기의 입술에 대고 좀 먹였고 일부는 입가로 흘러내렸지만 어쨌든 조금 마셨다. 무의식적으로 삼키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어쨌든 최소한 약은 먹었으니 그다음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었다.“아버지는 언제 깨어날 수 있나요?”진가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서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어.”한소은은 약을 먹고 얼마 후에 깨어날 수 있을지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복용한 후에 진정기의 반응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었다. 어쨌든 이 독은 흔치 않고 한소은이 직접 옆에서 실시간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잠시 말이 없었는데, 바로 이때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주현철이라는 소리가 들을 수 있었고 어렴풋이 하인의 저지 소리도 섞여 있었다.“어르신,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어르신께서는…….”하인이 좀 조급해했다.“아가씨, 아가씨…….”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진가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앞으로 나아가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마침 주현철도 문으로 달려들어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다행히도 제때에 멈추어서 부딪치지 않았다. 진가연을 보았을 때 주현철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연아, 너희 집 하인을 봐봐. 점점 버릇이 없구나!”“외삼촌, 별일 없으시면 아버지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모르시나요?”얼굴에 파란을 일으키지 않고 진가연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당연히 알지! 그래서 더 조급한 거야!”두 손뼉을 치며 주현철은 소리쳤다.“며칠이 지났는데도 너의
의사가 아내에게 처방을 내려주고 진찰하러 오는 것을 보고 주현철은 의사를 찾아 진정기에게도 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소식이 흘러 나갈까 봐 걱정이 된다면 입이 무거운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지금까지 모두 진가연이 진정기가 중독되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독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중독되었는지도 몰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이상했다.집에서 여러 번 고민하다가 주현철은 이 계집애가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직접 보기로 결정했다.“외삼촌, 아버지는 곧 좋아지실 것입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주현철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주현철을 보내려 했다.“정말? 그렇게 확실해? 곧 좋아질 것이라고 어떻게 알았어? 의사가 그랬어?”주현철은 의심을 품고 머리를 내밀어 방 안의 상황을 똑똑히 보려고 했다.“맞아요. 의사가 그랬어요.”고개를 끄덕이고 진가연은 얼버무리며 한 손으로 주현철의 팔을 밀고 사람을 밖으로 내쫓았다.“외삼촌도 스트레스가 많으신 거 알고 있습니다. 지금 밖에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상황을 알아보고 싶어 합니다. 외삼촌께서 조금 더 고생하여 대처해 주십시오.”진가연은 계속해서 말했다.“아버지가 깨어나시면 그동안 외삼촌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에 대해서 제가 반드시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습니다.”주현철은 마음이 좀 편안해져서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걸으면서 다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언뜻 어떤 모습이 보이자 잠시 멍해졌고 다시 정신을 차리자 바로 돌아섰다.주현철은 동작이 아주 빠르고 또 갑자기 몸을 돌려서 진가연은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뒤돌아서서 주현철을 막으려 했을 때 주현철은 이미 방안으로 걸어갔다.“이 사람이 어찌 여기에 있어!”주현철은 손을 내밀어 김서진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하며 물었다.풀린 그 약간의 의심과 초조함은 순식간에 배로 솟구쳐 올랐다. 주현철은 몇 걸음 걸어 김서진의 앞으로
진가연을 밀지 못하고 옆에는 또 사업장의 천적이 서 있어서 주현철은 화가 나서 얼굴빛이 변했다.“계집애, 너 지금 다른 사람을 위해 친 외삼촌이랑 맞서려는 거야?”“외삼촌, 저는 아무도 위하지 않습니다. 오직 아버지만을 위해서입니다!”진가연은 두 손을 벌리고 아버지를 뒤에 감싸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께서 방금 약을 드셨으니 곧 괜찮아질 것입니다. 이럴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겨서는 안됩니다!”“약 먹었다고? 무슨 약 먹었는데? 설마 이 사람이 가져온 건 아니겠지? 이 사람을 그렇게 믿는 거야?”잠시 멈추더니 뭔가 생각난 듯 주현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그 집의 그 여자가 너에게 말한 거야?”주현철은 갑자기 한소은의 일이 생각났다. 자신의 아내도 한때 중얼거렸는데 주현철은 당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 보니 이 조카딸은 세뇌된 것이 분명했다.진가연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인정하지 않고 말했다.“외삼촌, 지금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일이 커지면 외삼촌한테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먼저 돌아가세요. 여기에는 제가 있습니다.”“왜 일이 커지는데. 나는 단지 너의 아버지의 몸이 걱정돼서 병원에 보내려고 할 뿐이야. 지금 밖에 있는 사람들만 너의 아버지께 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야. 너의 아버지는 병가를 낸 지 오래되었는데 위쪽에서도 의심하지 않겠어?”지금 백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주현철은 이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하여 기지를 몇 바퀴 돌았지만 그 몇 명의 연구 개발자들에게 몇 마디 했을 뿐이다. 그것도 당시 주효영이 소개한 것인데 지금은 딸이 없으니 중간에 뭔가 길이 막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비록 전체 프로젝트는 주현철이 투자하고 책임진 것이지만 그중의 완제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전에는 모두 주효영에게 맡기면 됐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직접 지켜봐야 했다.다행히 곧 성공할 것인데 정식으로 대량 생산과 사용에 투입되려면 진정기가 보고서를 쓰고 결재를 해야 시행할 수 있었다.지금 진정기는 누워서 일어날 수 없
진가연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달려들어 주현철의 핸드폰을 빼앗았다.“외삼촌, 더 이상 방해하지 마세요!”“나는 한사코 엉망진창으로 방해할 것이야. 너의 아버지가 지금 너를 상관할 수 없으니 이 외삼촌이 상관하겠어.”주현철은 몸을 피하여 진가연의 쟁탈을 피하였고 두 사람은 한데 뒤엉켰다.“가연아, 전화하게 해!”김서진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두 사람의 다툼은 중단되었다.두 사람은 멍하니 있다가 일제히 김서진을 향해 바라보았고 진가연은 이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서진 오빠?”“당신 무슨 뜻이야?”눈살을 찌푸리자 주현철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 김서진에 대해 주현철은 당연히 불신이 가득하였지만 이 말을 듣고 있자니 기괴함이 배어 있었다.지금 주현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수중의 이 프로젝트였다.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순조로운 진행을 보장해야 했다.백신이 정식적으로 전국에 투입되면 주현철은 큰돈을 벌 것이다. 그때 되면 주현철은 이상 겁을 먹고 움츠러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자산이 몇 배나 늘었는데 장래의 사업 길이 걱정되겠는가?그래서 주현철은 다른 것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지 이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길까봐 두려웠고, 진정기가 쓰러지면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지킬 수 없고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없을 까봐 두려웠다.“내가 감히 전화하지 못할 것 같아?”생각해 보니 김서진이 자신한테 겁주고 있는 것 같았다. 주현철은 콧바람을 내쉬며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누르려는 모습을 보였다.“나는 지금 119에 전화를 걸어 병원의 구급차가 와서 사람을 데리고 가게 할 거야. 나는 너희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지켜볼 거야!”“외삼촌!”진가연은 급하게 주현철을 불렀다. 그러나 김서진은 조금도 막을 생각이 없었다.“얼마든지 전화하세요. 구급차가 와서 사람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면 한 시간 후에 시 전체 사람들이 진 부장은 쓰러져서 생사를 알 수 없다고 알 것입니다.”“그
지금 이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현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진정기가 쓰러져서 아무도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전에 주현철은 거의 궁지에 몰렸고 간신히 천지를 벗어난 셈이었다.이 프로젝트로 인해 주현철의 사업에 드디어 전기가 생겼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다르게 보았으며 진정기가 여전히 자신을 보호하고 있고 여전히 가족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니 이 프로젝트로 인한 이윤이 얼마나 큰지 뿐만 아니라 이 배후에 있는 의미도 너무 중요했다.하지만 만약 진정기가 쓰러진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람을 보고 노를 젓는 사람들이어서 자신의 사업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 것인지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처음에 진가연이 주현철에게 먼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을 때 주현철도 이 층을 고려해서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서진도 여기에 있으니 분명 그들이 연합해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느꼈다.“내가 왜 너를 믿어야 하는데!”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주현철은 눈을 부릅뜨고 김서진을 쳐다보더니 불복한 표정으로 말하며 다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나는 기어코 전화를 걸어 의사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보라고 할 것이야. 나는 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야.”“허…….”김서진은 웃으며 말했다.“아무도 당신한테 제 말을 들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연히 제 말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 성인이니 스스로 결정을 하세요. 하지만 주 대표님, 만약 당신이 한 결정이 그렇게 정확하다면 사업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겠지요?”“너…….”이 말은 주현철의 아픈 곳을 찔렀고 즉시 화가 나서 얼굴을 돌렸다.“주 대표님, 저는 단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라고 충고할 뿐입니다. 홧김에 자신의 사업과 미래를 망치지 마세요.”김서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왜 너의 말을 믿어야 하는데. 네가 이렇게 나를 도우면 너한테 무슨 이익이 생겨?”경계심을 품고 주현
숨을 돌리고 주현철은 진가연에게 말했다.“외숙모께서 찾으신 그 명의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외삼촌께서는 모르시겠어요? 게다가 외삼촌께서 제 몸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잊지 마세요.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진가연은 이 말을 할 때 매우 냉담했다.이 말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진가연에게 명의를 찾아준 일을 꺼내자마자 주효영을 떠올리게 했고 자신의 몸이 왜 지금처럼 되었는지 생각하게 했다.만약 진가연의 그 사촌 언니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어찌 명의를 찾아다녀야 했는가. 그러나 진가연의 외숙모는 이 일을 가지고 공을 가로채려 하다니 생각만 하니 혐오스러웠다.“…….”진가연의 이 한마디에 주현철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도리에 어긋나서 입술을 오므리고 또 좀 불복하여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진정기를 힐끗 보고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좋아! 네가 이 사람을 그렇게 믿고 또 너의 아버지한테 약을 가져다주러 온 것이라고, 이미 약을 먹었다고 했는데 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주현철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진가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버지를 한번 보았는데 입으로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확실히 초조했다.진가연은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 아버지가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면 진가연도 곧 자신이 없어질 것이다.진가연이 입을 열지 않자 주현철은 자신이 말한 것이 적중했다고 생각하여, 다소 득의양양하게 계속 말했다.“봐봐, 외삼촌이 고의로 너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외삼촌이 결국 너보다 경력이 많고, 견식이 넓고,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너도 더 똑똑히 볼 수 있어. 이 외부인은 결국 외부인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정말 너와 너의 아버지를 위해 생각할 수 있겠어.”“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 가족끼리 뭉쳐야지. 이 외부인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 이 점을 너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어?”“외삼촌의 말을 들어. 내가 너의 아버지께 좋은 의사를 찾아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줄게. 내가 보기에 너의 아버지의
진정기의 기침 소리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이끌었다.특히 진가연은 흥분한 나머지 진정기의 어깨를 붙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 아빠?!”그러나 진정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기침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매우 격렬했고, 심하게 기침을 한 후에는 붉은 피를 토해냈다.그 피는 세차게 진정기의 입에서 뿜어져 나와 절반은 바닥에, 절반은 침대 시트를 적셨다. 그 모습은 보는 사람이 흠칫 놀라게 했다.주현철도 깜짝 놀라 잠시 멍하니 거기에 서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을 열지 못했다.“아빠, 아빠, 왜 그래요?!”진가연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급하게 진정기를 불렀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김서진 씨, 우리 아빠 왜 이러는 거예요?”진가연의 이 외침은 주현철의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그는 앞으로 한 발 크게 걸어 나오며 소리쳤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이 사람을 부르는 거야?! 네 아빠가 어떤 상황인지 봤잖아! 어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뭐해! 내 말 들어, 어서 병원으로 가자고!”주현철은 재빠르게 진정기 옆으로 가 한 손으로 진정기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 했다.사실 김서진도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한소은은 그에게 해독제를 주면서 사용법과 용량을 알려주었을 뿐, 해독제를 먹인 후 생길 결과와 부작용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물론 자신은 그녀를 믿었지만,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상황인 데다, 자기는 또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기가 피를 토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상황이 악화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이제 진정기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김서진이 눈썹을 찌푸리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주현철이 먼저 입을 열어 듣기 거북한 말을 내뱉었다.“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아직도 다른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