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이 떠난 후 어르신은 다시 꼬마와 놀다가 그가 하품을 연발하며 작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곧 잠이 들 것 같아서 그제야 그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아이가 눈을 감고 푹 자는 것을 보고 비로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는 줄곧 한소은이 타고난 자질이 있고 이 업종을 배우기에 좋은 후계자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신도 조금도 남김없이 지식을 모두 그녀에게 전수해 주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을 알고 이런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지경에 처해졌으니 정말 자신이 한 일이 잘못한 것인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고개를 돌려 방을 나가자 가사 도우미가 맞이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르신, 손자님께서 되셨냐고 여쭤보시는데요?”“뭐가 돼?”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가사 도우미가 대답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곧 반응했다. “아이고! 잊어버렸네!”어르신은 몇 걸음 뛰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뒷마당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 원철수는 여전히 거기에 엎드려 웃통을 벗고 등에는 은색 바늘을 꽂고 있었다.그는 몸이 차가워졌지만 감히 일어나지 못했다.‘둘째 할아버지께서 왜 이렇게 오래가셨지? 설마 자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그럴 리가 없잖아, 이 바늘을 반쯤 찌르고. 게다가 한소은이 왔는데 무슨 말을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생각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원철수는 그제야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가사 도우미를 불러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보게 했다.역시나 어르신은 정말 그를 철저히 잊어버렸다. 지금 그를 보니 얼굴엔 미안한 생각이 스쳤으나 고집이 세서 인정하려 하지 않고 기침을 두어 번 하며 말했다. “급하긴 뭐가 급해. 나는 너의 정력을 시험하고 있었어! 이런 환경에서 너의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고 있었어!”“사실로 증명되었듯이 너는 회복이 꽤 잘 되었고 체내의 독도 거의 다 제거되었어. 봐봐, 네가 이렇게 긴 시간을 모두 버텼고 발작도 하지 않았잖아.”“…….”어르신은 진지한
어르신이 마침내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원철수는 기뻐하며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둘째 할아버지, 헛수고하지 마세요! 이 고대 의서들은 모두 수백 년, 수천 년이 넘었어요. 과거의 물건은 아무리 좋아도 지금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게다가 이 바이러스들은 모두 서양 사람들이 연구해낸 것입니다. 신형이고 변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고대 의서에 어떻게 정복할 방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원철수는 어르신이 순전히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비록 자신도 한의학을 공부했지만 한의학이 아무리 대단해도 모두 기초적인 것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하지만 이 새로 개발된 바이러스는 이전에 출현한 적이 없었고 자신이 주사를 맞았을 때 스스로 맥을 짚어봤지만 맥상에서도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즉 그들이 배운 한의학 지식으로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누가 안 된다고 했어!”어르신은 콧바람을 내쉬며 원철수를 노려보았다.“네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에게 배운 것을 모두 개의 뱃속으로 배웠구나!”“…….”“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선인들의 지혜와 축적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아무리 변해도 모두 그 취지가 있어. 이른바 아무리 변해도 그 근본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야.”“바이러스? 과거의 역병도 어찌 두렵지 않겠어.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정복당하지 않았어? 이 바이러스는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람의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책자를 말아 원철수의 머리를 한 번 두드렸다.“움직이지 마!”호통을 받자 원철수는 얌전히 엎드려 다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입으로는 여전히 불복하여 중얼거렸다.“말은 맞지만 그 과정은 매우 깁니다. 과거의 역병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또 몇 년이 지나서야 정복할 방법을 연구해 내지 않았습니까.”“게다가 이 사람들이 연구한 바이러스는 한 가지뿐만이 아닙니다. 설령 정복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원철수는
한소은은 임상언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처음부터 한소은은 임상언이 자기를 데리고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정문이 아니라 옆의 작은 문으로 차가 천천히 들어갈 줄은 몰랐다.언뜻 보기엔 보잘것없는 옆문인 것 같지만 위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적외선 카메라도 달려 있었다. 자기 집에도 이러한 보안 시스템이 있었던 지라 한소은은 이곳의 보안 조치가 특히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조직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곳까지 잠입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한소은은 꽤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임상언은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곧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세웠다.임상언은 한소은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출입 카드를 찍은 후 맨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한소은은 이 엘리베이터가 상하 두 층, 즉 꼭대기 층과 아래층만 있고, 가운데 버튼은 숫자조차 없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사실 실험기지에 있을 때도 맨 위층의 몇 층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다. 그때 한소은은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가장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세미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조직의 보스가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비록 보스를 본 적이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한번 대면한 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한소은은 이전에 실험기지에 있을 때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다만 자신은 모를 뿐이다.배후가 도대체 누군지 몰랐는데 갑자기 만나게 되니 한소은은 불안감이 솟아올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소은의 한 손은 습관적으로 허리를 받치고, 다른 손은 자기 아랫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천천히 내뱉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평범한 임산부가 거리를 구경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긴장하지 마요.”임상언이 곁눈으로 한소은을 힐끗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입술을 살짝 열었다 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소은
“잘했어!”이어 임상언의 말에 응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한소은은 여전히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임상언의 시선 향하는 자리에는 커다란 보스 의자만 있을 뿐이다.하지만 뒤에서 보니 누군가 앉아 있는 거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한소은 씨, 반갑습니다!”보스의자가 돌아가면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한소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침내 의자에 앉은 남자의 모습을 확인하자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임상언을 통제하고 굴복시키며 이렇게 많은 나쁜 짓을 하면서 전염병같은 인위적인 재난을 만들어낸 사람이 이렇게 왜소한 몸집을 가진 사람 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한소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앞에 있는 작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일어서면 자기 아들 김준보다도 키가 작을 것 같았다.왜소한 몸매에 복면을 쓰고 있었고 복면 밖으로 드러난 부분에는 흉악한 흉터가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음산하고 기이한 빛을 내비치고 있으며 한소은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손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채 손가락을 살짝 짚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눈빛은 한소은을 불편하게 했다.“당신이었군요!”한소은은 놀란 얼굴을 했지만 목소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응? 날 알아요?”남자는 다소 놀란 듯 한 표정이었지만 흥미로운 듯 자기를 아는 한소은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한소은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곧장 뒤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허리에 받친 쿠션을 잡아당겨 편안하게 앉은 후에야 그를 보면서 느릿느릿하게 입을 떼었다.“물론 알죠! 남아시아의 전염병, 원철수의 세포를 가속하는 바이러스, 그리고 진정기를 컨트롤하는 침술, 모두 유한성 당신이 저지른 짓이잖아요.”“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겠죠. 예를 들면, 지금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해요.”한소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유한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한소은이 자기 앞에서 조금도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그의 흥미를 더
“보스.”한참이 지나서야 임상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는 한소은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이 여자가 정말 눈치가 없는 거야? 아니면 죽으려고 작정한 건가?’누가 봐도 유한성의 모습은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한소은은 그 점을 피해 가지 않을 망정 그의 앞에서 대놓고 말을 꺼냈다.유한성은 외적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뒤틀린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반 인류적인 것들을 연구하려 하는 거다.“한소은 씨, 지금 이러는 거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거 모르나요?”유한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소은에게 물었다. 가면에 가려지지 않은 두 눈은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다.한소은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유한성 씨는 날 죽이지는 않을 거잖아요. 적어도 지금은 죽이지 않겠죠?”“그렇게 자신만만 한가요?”유한성은 몸을 돌려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여유롭게 흔들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지금의 그는 포악함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임상언은 문득 유한성의 뜻을 알아차렸다. 지금은 아직 한소은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말해도 유한성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한소은은 너무 모험적이었다. 일이 성사되면 그녀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유한성이 도대체 얼마나 왜곡된 사람인지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얼마나 뒤끝이 있고 어떻게 그녀를 괴롭힐지 아무도 모른다.“유한성 씨가 이렇게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임상언 씨에게 나를 데려오라고 했으니, 틀림없이 내가 없어서는 안 되는 거겠죠? 내가 필요한 이상 당연히 그렇게 쉽게 나를 죽이지 못할 거예요.”한소은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유한성은 웃으며 물었다.“그럼, 일이 성사되고 나서 내가 당신과 결판을 낼 수 있다는 건 두렵지 않나요?”한소은은 더 빨리 대답했다.“그건 일이 성사된 후에 할 얘기인 거 같네요. 일이 아직 그 단계까
한소은의 이런 직설적인 도발은 물론 위험을 무릅쓴 것이었다.얼굴은 침착하고, 한 손은 자기 아랫배를 가볍게 덮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경계심을 높이고 있었다. 언제 자기에게 독을 먹이거나 함정에 제 발로 들어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임상언은 침을 살짝 삼키고 곁눈으로 유한성의 표정 변화를 흘겨보고 있었다.유한성의 입술 끝은 위로 올라갔지만, 두 눈은 실눈을 뜨고 한소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몇 초 후에 유한성은 다시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내었다.“하하하하하…….”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한소은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다시 한번 귀를 후볐다.“그래, 한소은 씨 말이 맞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꼭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죠.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유한성은 한소은의 말에 찬성하는 듯 말했다.“하지만 이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이 나에게 어떤 속임수를 쓰려고 한다면 나는 한소은 씨 당신의 가족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같이 저승으로 갈 사람을 데려갈 거란 말이죠!”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고개를 젖히고 머리를 흔들며 웃기 시작했다.한소은은 그런 유한성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꽉 쥔 두 손의 손톱이 손바닥의 살을 파고들어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만약 할 수 있다면, 한소은은 지금 당장 달려들어 유한성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혹은 평생 배워온 무술로 그를 괴롭혀 죽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임상언이 전에 이 조직은 유한성 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 그의 배후에 틀림없이 다른 사람이 더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 병기가 많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장악하지 않으면 어떤 후환이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그리고…….임남도 아직 그들의 손에 있다. 만약 유한성을 지금 목 졸라 죽인다면 그 아이의 행방은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한소은은 이를
한소은의 질문에 유한성은 웃으며 느릿느릿 말했다.“이것은 한소은 씨가 걱정할 게 아니에요. 그게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총명한 사람일 수도 있죠. 그러나 절대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닐 거예요.”유한성 입에서 나오는 오만함과 무례함이 조금도 숨겨지지 않자, 한소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유한성 씨는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물론이죠!”유한성은 두 손을 벌리고 당당하게 대답했다.“최근에 일어난 일들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이 모든 것은 다 나의 계획에서 나온 것이고, 모두 내가 한 짓이죠. 이 세상은 나로 인해 혼란스러워졌어요. 만약 한소은 씨의 개입과 교란이 없었다면, 지금 아마 성공했겠죠!”말하자면 정말 안타깝긴 했다. 만약 처음부터 한소은을 끌어들였다면, 어쩌면 진작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다만 그 당시 유한성은 한소은이 이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한소은 없이 조직 내에서는 향과 약 성분을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었다. 연구가 지금까지 지연되자 부득이하게 그녀를 다시 끌어들였다.한소은은 불확실한 요소이다. 이 실험에 참여시키는 건 위험한 일이다. 부득이한 것이 아니라면 유한성은 한소은을 이용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아니, 유한성 씨 당신은 틀렸어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세상에는 우리보다 대단한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다만 유한성 씨의 시야가 낮아서 대단한 사람을 찾지 못한 거죠. 내가 없어도 국내의 전염병은 빨리 통제되었고 가장 정확한 선택과 대책을 내렸어요. 나 때문이 아니라도 당신들은 성공하지 못할 운명이었을 거예요.”“이것은 단지 한소은 씨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에요. 내가 본 바로는 그렇지 않아요!”유한성은 한소은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유한성이 입수한 소식으로 봐서는 한소은이 해독제를 개발했기 때문에 이 전염병이 이렇게 빨리 통제될 수 있었다. 원래 그의 계획에 따르면 적어도 4분의 1의 사람은 이 전염병 속에서 죽거나 간접적으로
한소은은 임상언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려 유한성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 돼요!”“난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내 사업이 있어요. 핸드폰을 당신에게 준다면 연락할 수 없게 되잖아요. 나는 당신들을 도와 일을 하는 것이지, 당신들의 죄수가 되러 온 것이 아니에요.”“게다가 핸드폰은 나의 프라이버시에요. 절대 상납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내 핸드폰을 가져가고 나서 바로 내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아요? 난 내 가족이 항상 안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야 해요.”“한소은 씨, 생각이 너무 앞섰네요.”유한성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한소은 씨가 우리와 협력하고, 이 조직에 합류한다면, 우리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자기 사람을 곤란하게 할 수 있겠어요? 더욱이 당신 가족에게 손을 댈 필요도 없잖아요. 여기선, 우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한소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장난해요?! 당신들은 이유도 없이 해친 사람이 어디 적나요? 유한성 씨가 나를 믿지 않는 것처럼 나도 당신을 믿지 않아요.”“당신들은 자기 사람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임상언의 아들은? 아이를 납치하면서 그런 말이 나오나요?”임상언은 아들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 한소은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격동된 감정이 번뜩였다.임상언은 거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유한성을 쳐다보았다. 오랫동안 아들의 소식이 없었다. 가끔 동영상을 통해 아이가 살아있고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상언은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고, 참을성이 없어지기 시작했다.유한성은 혀로 아랫입술을 살짝 핥고 이를 드러내어 웃으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그는 이 여자가 이렇게 상대하기 힘든 줄 몰랐다.“다른 사람의 일은 당신과 상관없잖아요? 한소은 씨와 약속한 것은 당연히 잘 지킬 거예요.”“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죠?”한소은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