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부인은 나는 듯이 달려오다가 가까운 곳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실태를 대충 알아차리고 발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하지만 그래도 빨리 다가가서 먼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둘째 삼촌.”이어 지체 없이 휴지를 꺼내 원철수에게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넌 아직 낫지 않았는데 왜 밖에 나와서 바람 쐬고 땀까지 흘리고 있는 거야. 병이 심해지면 어떡해!”“저는 괜찮아요. 이미 많이 좋아졌어요!”원철수는 웃으며 어머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휴지를 받아 스스로 땀을 닦았다.다른 한 손에는 여전히 대바구니를 들고 있었다.“둘째 할아버지, 이거 어디에 놔요?”“방으로 가져가면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을 찾으러 올 것이야.”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럼 할아버지께서는…….”원 어르신은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서성거리며 그들을 등지고 말했다.“나는 혼자 좀 조용히 있을 것이야. 너희 모자 둘이서 마음대로 해!”언외의 뜻은 바로 사람을 여기서 쫓아내는 것이었다.“그럼 우리 먼저 현관으로 갈게요. 둘째 할아버지께서도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바람이 차갑습니다!”원철수는 관심을 가지고 몇 마디 하고는 어머니를 데리고 현관으로 돌아갔다.원 부인은 마음이 아파서 그를 도와 대바구니를 들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거절당했다.현관에 도착해서 대바구니를 내려 좋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인이 와서 가져갔다. 원 부인은 조급하게 원철수의 손을 잡고 앉았고 그제야 위아래로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다. 안색이 좀 좋아졌네.”비록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왔지만 매번 불안해서 꼼꼼히 훑어봐야 마음이 놓였다.“저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더 이상 발작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원철수는 어머니의 관심을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로는 너무 관심이 많으면 오히려 부담이기도 했다.사실 원철수가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부모는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도 자신이 동분서주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당연히 관계가 있지! 만약 네가 이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그 어떤 실험소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 여자 악마를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고생을 할 수 있겠어!”원 부인은 이 모든 것을 원철수가 배운 전공에 탓했다.만약 그가 이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거기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더더욱 이런 것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후회가 됐다. 애초에 그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 한의학을 배우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원철수도 약간 화가 났다.“만약 이렇게 말한다면 애초에 저를 낳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너…….”원 부인은 화가 나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너 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저는 엄마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가 한의학을 배운 것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잘못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두 손으로 어머니의 어깨를 짚고 원철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엄마, 저는 엄마가 저를 아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 운명의 재난 이어서 도망갈 수 없는 것입니다!”“…….”원 부인은 조금 놀라서 원철수를 바라보고 매우 의아해했다.그녀의 아들은 비록 한의학을 공부했지만 하루 종일 고대 의학 서적과 약학 서적을 연구했을 뿐 운명에 대한 이론과 믿음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엄마, 우선 그건 말하지 마세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주효영이 진짜 죽었어요?”원철수는 다급하게 물었다.만약 어머니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가 방금 묻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그럼!”눈가의 눈물 얼룩을 닦고 원 부인은 콧바람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싸게 해줬어! 그녀를 이렇게 쉽게 죽게 한 것이! 나는 너의 아버지와 안심할 수 없어서 특별히 관계를 맺어서 법의학 쪽은 절대 손을 쓸 가능성이 없어.”“그 DN
만약 조직에서 주효영이 이용할 가치가 없는 것을 보고 일을 감출 수 없어서 고의로 그녀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하지만…….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고 지금 천천히 모든 디테일을 떠올려 보니 심지어 자신이 빠져나오는 것조차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이전에 그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도망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쉬워서 그는 거의 진실이 아닌 줄 알았고 심지어 몇 번이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했다.최근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야 자신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그 임상언이 자신을 놓아주었는데 설마 그 조직의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을까? 만약 그들이 알아차렸다면 임상언은 어떻게 될 것인가?’‘그리고 그는 왜 자신을 도와줬을까? 만약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면 왜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일까?’생각하면 할수록 의심스러운 점이 많지만 잠시도 답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이 정원조차도 나갈 수 없는데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하겠는가.“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원철수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고 원 부인은 아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의 얼굴색이 매우 굳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주효영은 죽은 게 틀림없어. 주씨 집안 사람들은 요즘 장례를 치르고 묘지까지 장만했어.”“우리가 감시하러 보낸 사람이 보고하기를 그 주씨 부인은 몇 번이나 울다가 기절했고 지금은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했어, 이렇게 보면 가짜는 아닐 것이야.”원 부인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덧붙였다.“물론 그들이 연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계속 지켜보고 있어. 그들의 여우꼬리가 드러나기만 하면 반드시 놓치지 않을 것이야!”원철수는 억지로 웃음을 터뜨리자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랑 너무 고생하지 마세요. 제 일 때문에 너무 걱정을 드렸어요.”“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손을 들어 원철수의 얼굴을 만져
한소은은 당분간 떠날 수 없다.정확히 말해서, 지금 그녀가 가더라도 별로 효과가 없다.은침의 혈액 성분은 이미 분석을 마쳤다. 다만 그 중의 물질에 대한 조금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결과가 나온 후에 증상에 따라 약을 투여해야만 진정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진행이 이미 빠른 것이었지만, 진가연은 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 수 없었다.진정기의 신분이 특별하다 보니, 매일 그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그가 처리해야 할 업무도 번잡했다.아직 나이 어린 진가연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이틀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자연히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당분간은 안 돼.”한소은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녀는 시험관 안의 액체를 보며 분석하고 있었다.“그러면…… 얼마나 더 걸릴까?”진가연은 다급해 했다.“언니를 재촉하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급해서 그래.”핸드폰을 꽉 쥐고, 한소은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아, 나는 네가 지금 난처해 한다는 걸 잘 알아. 또한 지금 네가 네 아버지 대신 업무들과 사람들을 대처하는 것이 매우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하지만 데이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해독제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 가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야. 조금만 더…… 하루만 더 시간을 줘!”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소은은 진가연에게 시간을 약속했다.“딱 하루! 내일은 내가 반드시 해독제를 가져다 줄게!”“응!”이것도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진가연은 한소은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침대 옆으로 걸어가 천천히 쪼그려 앉아 이불 밖에 늘어뜨린 진정기의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살며시 그의 손을 잡으며 마음이 아파했다.“아빠, 꼭 버텨 내셔야 해요. 괜찮을 거예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진가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지금 진정기는 조금의 반응도
“예!”가사도우미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진가연을 찾아온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아가씨?!”가사도우미는 깜짝 놀라서 진가연을 한 번 보았다. 진가연도 깜짝 놀란 눈치였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당황해하지 마요. 무슨 일인지 같이 가봐요!”진가연은 앞장서서 걸어갔다.계단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아래에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았다.적어도 10여 명은 되 보였고 그중에는 말하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진가연이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집안의 다른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였다.“저기요, 이러시면 안 돼요. 주인님이 아시면 화내실 거예요.”“그럼 형부가 나와서 욕 하라고 해요!”주현철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나를 한바탕 때리더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먼저 형부를 만나봐야 겠어요! 세상에 이런 도리가 있는지 직접 물어볼 거예요!”“아가씨…….”옆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낮은 목소리로 진가연을 불렀다.진가연은 손을 들어 가사도우미를 제지하고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소란스러운 게 누구인가 싶었는데, 외삼촌이 오셨군요.”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일제히 계단 방향을 바라보았다.아래층의 가사도우미는 구원자를 본 듯 급히 달려와 땀을 흘리며 말했다.“아가씨, 제가 말리는데도 듣지 않고 이 사람들을 데리고 억지로 쳐들어왔어요. 우리끼리 정말 막을 수 없었어요.”“그만 내려가세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친 외삼촌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진가연은 가사도우미들에게 먼저 물러나라고 눈짓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가사도우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아가씨가 이렇게 말을 하자 물러났다.진가연이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고, 말이 심하지 않은 것을 보자 주현철은 마음이 좀 편안해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래야 맞지! 나는 네 외삼촌이잖아. 그래, 그래. 그럼 물어볼게. 너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주현철이 이렇게
물컵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 밖에서 가사도우미들이 단번에 들이닥쳤다.“아가씨?”진가연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물러나도록 표시하고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주현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외삼촌, 이게 뭐 하는 거예요?”진가연의 말투는 차분했다. 다만 그녀 얼굴의 웃음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차가운 얼굴로 주현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진가연의 모습은 나름 위엄이 있는 것 같았다.약간의 술기운이 올라오자 주현철은 계속 떠들어댔다.“뭐하긴? 네 사촌 언니가 오늘 발인하는데 너도, 너희 아빠도 물어보지도 않고! 그리고 요즘 네 아빠는 내 전화도 받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빠가 요즘 몸이 편찮으셔서 안정이 필요해요. 물어볼 일이 있으시면 아빠의 건강이 좀 좋아지시고 나서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진가연은 말을 잠시 멈추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하지만, 외삼촌께서 이런 말투로 묻는다면, 아빠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요즘 건강도 안 좋으시잖아요. 아시다시피 지금 아빠의 몸이 안 좋으시니 기분도 안 좋으실 거예요.”그녀의 말에 주현철은 어리둥절했다.진정기에 대해, 주현철은 사실 마음속으로는 조금 두려워하고 있었다.다만 얼마 전에 주효영이 있을 때 진정기가 주효영의 말을 잘 따랐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이전에 어떻게 그를 두려워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진정기가 작게 기침 소리를 내어도 주현철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했다.그러나 주효영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고, 두려움도 작아졌다.“흥! 이러면 내가 그냥 갈 줄 알고? 오늘 네 아버지를 뵈러 온 거야.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했지? 처남인 내가 당연히 병문안 와야지!”“매형, 병문안 왔어요, 좀 나아지셨나요? 매형?”주현철은 떠들면서 앞으로 걸어갔다.그가 계단을 올라가려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순간 당황해하며 두 손을 벌리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재빨리 그의 몸 앞에 서서 그가 가는 길을 막았다.“지금 아빠가 많이 안 좋으세
“그럴 리가요! 내가 왜 외삼촌을 속이겠어요?”진가연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주현철을 따라온 사람들을 둘러보았다.“외삼촌, 지금 외삼촌의 심정은 백 번이고 헤아릴 수 있어요. 하지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우리 집에 들이닥친 건 누구를 난처하게 하려는 것인가요?”“만약 우리 아빠가 몸이 불편한 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순조롭게 들어오실 수 있을까요?”“그리고, 만약 내가 외삼촌을 속인 거라면, 아빠가 정말 집에 없었다면, 언젠가는 집에 돌아오시겠죠. 외삼촌이 오늘 한 일을 아시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 같아요?”진가연의 몇 마디 말은 주현철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게 했다.순간 진정기의 차가운 눈빛이 뇌리에 스치더니, 순식간에 술이 확 깼다.주현철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다시 망설이다 의심스러운 듯 진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아빠가 정말 아픈 거야? 무슨 병인데?”진가연이 아랫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과로해서 휴식이 좀 필요한 거일 뿐이에요.”“그래?”주현철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어서 말했다.“병원에는 가봤어? 어느 병원에 갔어? 믿을 수 있는 병원이야? 외삼촌이랑 다른 병원 가볼래? 병은 지체하면 안 되는 거야.”주현철이 또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의도를 보이자 진가연은 바삐 말했다.“아빠가 자주 찾으시는 의사예요. 안심하셔도 돼요. 외삼촌, 아빠의 신분이 특이하다는 거 아시잖아요. 마음대로 어떤 병원이든 가지 않아요.”“그렇긴 하지. 하지만 외삼촌이 아는 의사는 아무 의사가 아닌 유명한 의사야.”주현철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이왕 온 김에 네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해야겠어. 그냥 가면 나중에 네 아버지가 섭섭해하실 거야. 안 그래?”주현철은 여전히 진가연의 말이 의심스러워했다. 그는 늘 이 계집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진정기를 본 지 며칠이 지났는데 전화도 안 되고 밖에 있는 사람들도 그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했다.심지어 진정기가 습격당해 생명이 위독하다
진가연의 손동작에 따라 주현철도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느릿느릿 뒤돌아서 입술을 어루만졌다.“왜, 외삼촌이 만나면 안 되는 거야?”“안 될 건 없어요. 다만, 외삼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오셨는데, 도대체 우리 아빠를 만나러 오신 거예요? 아니면 협박하려고 오신 거예요? 내가 외삼촌을 오해하진 않겠지만, 우리 아빠가 어떻게 생각 하실지 모르겠네요.”진가연의 모습은 대수롭지 않아 보였고 너무 침착하고 태연하여 오히려 주현철이 헷갈리게 했다.주현철은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위층 쪽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앞으로 좀 가까이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추고, 진가연에게 말했다.“이 계집애야, 너 외삼촌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너희 아버지, 정말 집에 있는 거니?”“그럼요. 우리 아빠가 며칠 휴가를 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일하러 안 갔으니 당연히 집에 있죠.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 있겠어요?”진가연이 살짝 비웃는 소리로 자연스럽게 말했다.주현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힘껏 기침한 다음, 뒤돌아서 그 사람들에게 말했다.“당신들은 밖에서 기다리세요.”주현철의 명령을 받자, 그 사람들은 잇달아 물러났고, 집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람이 가는 것을 보고 진가연의 마음도 약간 안도했다.다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한껏 태연한 얼굴로 주현철에게 말했다.“외삼촌, 정말 아빠를 만나길 고집하는 거예요? 그전에 내가 한마디만 말씀드릴게요. 요즘 아빠가 몸이 편찮으셔서 기분이 정말 안 좋으세요. 그리고 지금도 기분이 안 좋으셔서 이런 상황에서는 안 뵙는 것이 외삼촌에게는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위층의 사람이 들을까 봐 겁이 나는 듯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주현철은 손가락을 쓰다듬으며 눈썹을 찌푸리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했다.눈을 빠르게 몇 번 돌리더니 마치 결심을 굳힌 듯했다.“너희 아버지가 화를 내시더라도 나는 오늘 꼭 그를 만나고 말겠어. 아무리 그래도 내 친 매형인데, 아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