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에서 스쳐 지나가고 가느다란 부드러움이 매우 쾌적하고 편안하며 귓가에는 새들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익숙한 약초 냄새를 어렴풋이 맡으며 눈앞의 빛은 약간 흐릿하고 몽롱했다.어렴풋이 원철수는 마치 풀밭에 온 것 같았다. 여기에는 꽃이 만발하고 각종 진귀한 약초도 있었다. 그는 그 안을 누비며 열심히 의서에 있는 약초를 찾아 하나하나 식별하고 조심스럽게 따서 바구니에 넣었다.그리고 막 몸을 돌리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온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추락했다. 마치 밑바닥이 끝없는 심연인 것 같았다.“아-”비명과 함께 원철수는 소리를 질렀다. 다만 그렇게 큰 소리로 지르지 않았고 목구멍에서 아주 가벼운 소리가 났을 뿐이다.“아!”하지만 사람은 깨어났고 눈을 번쩍 뜨고 땀을 뻘뻘 흘렸다.양손은 옆을 꼭 잡고 눈을 크게 뜬 것이 마치 깊은 못에서 막 올라온 듯했다. 온몸은 물에 젖어 있었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고 있었다.약 냄새가 섞인 공기가 폐로 들어가자 조금씩 사고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깼어?”익숙한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고 원철수의 비명에 대해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한마디도 더 묻지 않고 부채질하는 손을 멈추고 말했다.“마침 잘 깨어났네!”말하면서 부들부채를 내려놓고 수건으로 손잡이를 잡고 약을 끓이는 주전자를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그릇을 부어 찌꺼기를 걸러내고 서야 원철수의 앞에 와서 말했다.“뜨거울 때 마셔!”약 냄새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그는 이미 이런 냄새에 익숙해졌지만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한동안 입에 넣기 어려웠다.조심스럽게 들어 올렸을 뿐 입으로 넣지 않았다.“꿈꿨어?”어르신은 그제야 한쪽에 앉으시고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악몽?”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되새기면서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에요!”“허허, 꿈을 꾸는 것은 좋은 일이야. 오히려 꿈을 꾸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눈을 뜨고 감는
지금은 비록 허약하지만 많이 단단해졌다. 그 정도의 약성은 은색 바늘로 끌어내어 방출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약초의 조리를 가하여 신체의 허약함은 나중에 천천히 조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었다.“응!”손을 거두고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괜찮아졌네.”이어 원철수를 향해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옷 벗어.”“…….”비록 처음은 아니었고 또 자신의 할아버지 시지만 여전히 부끄러워서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옷의 단추를 천천히 벗었다.“쯧쯧!”어르신은 입맛을 다시셨다.‘이 자식이 부끄러워하다니!’단추가 풀리자 가슴속 피부가 드러났다. 요즘은 방에 틀어박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피부가 건강하지 않은 흰색을 띠었지만 다행히도 이전 근육 결이 흐려지기 시작했다.살갗이 찢어질 듯 흉악하고 무서웠던 그 근육은 점점 사라지고 피부는 늘어져 가는 것 같았다.“둘째 할아버지, 저…….”원철수는 약간 놀라서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의 피부를 쥐어뜯었다. 구겨진 덩어리를 집어 들고 다시 또 늘어뜨렸다. 정말 보기 흉했다.“정상이야!”원철수가 크게 놀란 표정을 보고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의학을 배우는 사람인데 살이 쪘다가 다시 빠지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는 거 몰라? 같은 일리야!”“그런데 전 약물에 영향을 받은 것이잖아요!”원철수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 정말 볼 수가 없다고 느꼈다.이전의 자신은 얼마나 잘생기고 멋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점잖고 걸출했으며 몸매도 반듯하고 꼿꼿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 피부는 자신도 매우 싫어했다.“어떤 영향이든 원리는 같아!”어르신은 일어나서 빈 그릇을 들고 갔다.“지금은 이것에 신경을 쓰고 있네. 왜, 아내를 찾지 못할까 봐!”원철수는 얼굴이 뜨거워지자 한쪽으로 돌렸다.“저는 아내를 얻지 않을 것입니다!”“그래, 네 녀석 입이 무겁네. 이 말은 이따가 네 부모님께 들려드려!”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좋은 연극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원철수는 멍하니
잠시 묵묵히 앉아 있다가 원철수는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방은 유난히 조용했다. 그는 뒷마당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홀을 지나 뒷마당으로 갔다.막 들어서자마자 약초의 특유한 냄새가 났다. 여러 가지 냄새가 뒤섞여 매우 특별했다. 둘째 할아버지는 그 속에서 손을 집고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원철수는 말을 하지 않고 잠시 묵묵히 서 있다가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어르신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기왕 힘이 좀 났으니 와서 약초 몇 가지 따주는 건 어때?”원철수는 멍하니 있다가 발을 들어 앞으로 다가가서 어르신이 가장자리에 놓은 대바구니를 집어 들었다“필요한 것은 모두 안에 쓰여 있는데 네가 아직 알아볼 수 있을까?”어르신은 턱으로 앞으로 가리키며 원철수를 보지 않았다.원철수는 고개를 숙이고 한번 보았다. 대바구니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고 위에는 몇 가지 약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를 어렵게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원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바구니를 메고 앞으로 걸어갔다.비록 어렵지 않지만 어르신 이곳의 약초 종류는 정말 다양하고 좀 지저분했다. 원철수는 한참 동안 누비다가 가까스로 필요한 약초를 찾았는데 벌써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그도 최근에 큰 병이 막 나았고 심지어 자신이 이미 완치되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이전의 고통이 더 이상 발작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고생을 하다 보니 사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몸속에 숨결이 차오르는 것 같았으며 숨쉬기까지 튼튼해진 것 같았다.“둘째 할아버지, 원하시는 것들을 모두 찾아왔습니다!”원철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볼에 땀까지 흘리며 고개를 들어 웃으며 대바구니를 건네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가 보물을 바치는 것 같았다.문득 어렸을 때 둘째 할아버지도 이렇게 대바구니를 들고 약초를 찾으라고 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자신이 에너지가 넘쳤지만
원 부인은 나는 듯이 달려오다가 가까운 곳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실태를 대충 알아차리고 발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하지만 그래도 빨리 다가가서 먼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둘째 삼촌.”이어 지체 없이 휴지를 꺼내 원철수에게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넌 아직 낫지 않았는데 왜 밖에 나와서 바람 쐬고 땀까지 흘리고 있는 거야. 병이 심해지면 어떡해!”“저는 괜찮아요. 이미 많이 좋아졌어요!”원철수는 웃으며 어머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휴지를 받아 스스로 땀을 닦았다.다른 한 손에는 여전히 대바구니를 들고 있었다.“둘째 할아버지, 이거 어디에 놔요?”“방으로 가져가면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을 찾으러 올 것이야.”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럼 할아버지께서는…….”원 어르신은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서성거리며 그들을 등지고 말했다.“나는 혼자 좀 조용히 있을 것이야. 너희 모자 둘이서 마음대로 해!”언외의 뜻은 바로 사람을 여기서 쫓아내는 것이었다.“그럼 우리 먼저 현관으로 갈게요. 둘째 할아버지께서도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바람이 차갑습니다!”원철수는 관심을 가지고 몇 마디 하고는 어머니를 데리고 현관으로 돌아갔다.원 부인은 마음이 아파서 그를 도와 대바구니를 들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거절당했다.현관에 도착해서 대바구니를 내려 좋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인이 와서 가져갔다. 원 부인은 조급하게 원철수의 손을 잡고 앉았고 그제야 위아래로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다. 안색이 좀 좋아졌네.”비록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왔지만 매번 불안해서 꼼꼼히 훑어봐야 마음이 놓였다.“저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더 이상 발작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원철수는 어머니의 관심을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로는 너무 관심이 많으면 오히려 부담이기도 했다.사실 원철수가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부모는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도 자신이 동분서주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당연히 관계가 있지! 만약 네가 이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그 어떤 실험소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 여자 악마를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고생을 할 수 있겠어!”원 부인은 이 모든 것을 원철수가 배운 전공에 탓했다.만약 그가 이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거기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더더욱 이런 것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후회가 됐다. 애초에 그가 아버지의 뒤를 따라 한의학을 배우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원철수도 약간 화가 났다.“만약 이렇게 말한다면 애초에 저를 낳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너…….”원 부인은 화가 나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너 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저는 엄마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가 한의학을 배운 것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잘못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두 손으로 어머니의 어깨를 짚고 원철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엄마, 저는 엄마가 저를 아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 운명의 재난 이어서 도망갈 수 없는 것입니다!”“…….”원 부인은 조금 놀라서 원철수를 바라보고 매우 의아해했다.그녀의 아들은 비록 한의학을 공부했지만 하루 종일 고대 의학 서적과 약학 서적을 연구했을 뿐 운명에 대한 이론과 믿음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엄마, 우선 그건 말하지 마세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주효영이 진짜 죽었어요?”원철수는 다급하게 물었다.만약 어머니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가 방금 묻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그럼!”눈가의 눈물 얼룩을 닦고 원 부인은 콧바람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싸게 해줬어! 그녀를 이렇게 쉽게 죽게 한 것이! 나는 너의 아버지와 안심할 수 없어서 특별히 관계를 맺어서 법의학 쪽은 절대 손을 쓸 가능성이 없어.”“그 DN
만약 조직에서 주효영이 이용할 가치가 없는 것을 보고 일을 감출 수 없어서 고의로 그녀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하지만…….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고 지금 천천히 모든 디테일을 떠올려 보니 심지어 자신이 빠져나오는 것조차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이전에 그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도망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쉬워서 그는 거의 진실이 아닌 줄 알았고 심지어 몇 번이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했다.최근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야 자신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그 임상언이 자신을 놓아주었는데 설마 그 조직의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을까? 만약 그들이 알아차렸다면 임상언은 어떻게 될 것인가?’‘그리고 그는 왜 자신을 도와줬을까? 만약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면 왜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일까?’생각하면 할수록 의심스러운 점이 많지만 잠시도 답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이 정원조차도 나갈 수 없는데 무슨 다른 이야기를 하겠는가.“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원철수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고 원 부인은 아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의 얼굴색이 매우 굳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주효영은 죽은 게 틀림없어. 주씨 집안 사람들은 요즘 장례를 치르고 묘지까지 장만했어.”“우리가 감시하러 보낸 사람이 보고하기를 그 주씨 부인은 몇 번이나 울다가 기절했고 지금은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했어, 이렇게 보면 가짜는 아닐 것이야.”원 부인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덧붙였다.“물론 그들이 연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계속 지켜보고 있어. 그들의 여우꼬리가 드러나기만 하면 반드시 놓치지 않을 것이야!”원철수는 억지로 웃음을 터뜨리자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랑 너무 고생하지 마세요. 제 일 때문에 너무 걱정을 드렸어요.”“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손을 들어 원철수의 얼굴을 만져
한소은은 당분간 떠날 수 없다.정확히 말해서, 지금 그녀가 가더라도 별로 효과가 없다.은침의 혈액 성분은 이미 분석을 마쳤다. 다만 그 중의 물질에 대한 조금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결과가 나온 후에 증상에 따라 약을 투여해야만 진정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진행이 이미 빠른 것이었지만, 진가연은 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 수 없었다.진정기의 신분이 특별하다 보니, 매일 그를 만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그가 처리해야 할 업무도 번잡했다.아직 나이 어린 진가연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이틀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자연히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당분간은 안 돼.”한소은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녀는 시험관 안의 액체를 보며 분석하고 있었다.“그러면…… 얼마나 더 걸릴까?”진가연은 다급해 했다.“언니를 재촉하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급해서 그래.”핸드폰을 꽉 쥐고, 한소은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연아, 나는 네가 지금 난처해 한다는 걸 잘 알아. 또한 지금 네가 네 아버지 대신 업무들과 사람들을 대처하는 것이 매우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하지만 데이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해독제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 가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야. 조금만 더…… 하루만 더 시간을 줘!”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소은은 진가연에게 시간을 약속했다.“딱 하루! 내일은 내가 반드시 해독제를 가져다 줄게!”“응!”이것도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진가연은 한소은을 믿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침대 옆으로 걸어가 천천히 쪼그려 앉아 이불 밖에 늘어뜨린 진정기의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살며시 그의 손을 잡으며 마음이 아파했다.“아빠, 꼭 버텨 내셔야 해요. 괜찮을 거예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진가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지금 진정기는 조금의 반응도
“예!”가사도우미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진가연을 찾아온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아가씨?!”가사도우미는 깜짝 놀라서 진가연을 한 번 보았다. 진가연도 깜짝 놀란 눈치였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당황해하지 마요. 무슨 일인지 같이 가봐요!”진가연은 앞장서서 걸어갔다.계단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아래에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았다.적어도 10여 명은 되 보였고 그중에는 말하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진가연이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집안의 다른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였다.“저기요, 이러시면 안 돼요. 주인님이 아시면 화내실 거예요.”“그럼 형부가 나와서 욕 하라고 해요!”주현철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나를 한바탕 때리더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먼저 형부를 만나봐야 겠어요! 세상에 이런 도리가 있는지 직접 물어볼 거예요!”“아가씨…….”옆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낮은 목소리로 진가연을 불렀다.진가연은 손을 들어 가사도우미를 제지하고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소란스러운 게 누구인가 싶었는데, 외삼촌이 오셨군요.”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일제히 계단 방향을 바라보았다.아래층의 가사도우미는 구원자를 본 듯 급히 달려와 땀을 흘리며 말했다.“아가씨, 제가 말리는데도 듣지 않고 이 사람들을 데리고 억지로 쳐들어왔어요. 우리끼리 정말 막을 수 없었어요.”“그만 내려가세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친 외삼촌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진가연은 가사도우미들에게 먼저 물러나라고 눈짓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가사도우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아가씨가 이렇게 말을 하자 물러났다.진가연이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고, 말이 심하지 않은 것을 보자 주현철은 마음이 좀 편안해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래야 맞지! 나는 네 외삼촌이잖아. 그래, 그래. 그럼 물어볼게. 너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주현철이 이렇게